법무-중앙지검 무리수의 이면

한심한 파워게임…갈 데까지 갔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검찰 조직이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 채널A 기자의 강요미수 의혹 사건을 둘러싼 검찰 안팎의 움직임이 심상찮다. 법무부 장관과 서울중앙지검장, 검찰총장과 검사장이 패가 갈려 대립하는 모양새다. 이 과정서 납득하기 어려운 무리수가 튀어나오고 있다. <일요시사>가 그 이면을 들여다봤다. 
 

▲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문병희 기자

‘왜 이렇게까지?’ 최근 검찰과 법무부서 일어나는 일을 두고 나오는 반응이다. 15년 만에 처음, 사상 두 번째, 초유의 사건 등의 수식어가 붙는 일이 연달아 이어지고 있다. 특히 채널A 기자의 강요미수 의혹 사건,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 사건과 관련해서는 생각지 못한 상황이 펑펑 터져나오는 중이다.

“때렸다”
“몸싸움”

최근 압수수색 과정서 검사장과 부장검사가 몸싸움을 벌이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달 29일 검언유착 의혹 수사팀이 한동훈 검사장의 휴대전화를 추가로 압수수색하는 과정서 수사팀장인 정진웅 부장검사와 한 검사장 사이에 물리적 충돌이 있었다. 

이날 오전 10시30분께 법무연수원 용인분원 사무실서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는 한 검사장의 휴대전화 유심을 압수 시도했다. 충돌은 한 검사장이 변호인을 부르기 위해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푸는 과정서 일어났다. 

한 검사장 측은 입장문을 통해 “갑자기 소파 건너편에 있던 정진웅 부장이 탁자 너머로 몸을 날리면서 한 검사장의 팔과 어깨를 움켜쥐고 한 검사장 몸 위로 올라타 한 검사장을 밀어 소파 아래로 넘어지게 했다”며 “그 과정서 정 부장은 한 검사장 위에 올라타 팔과 어깨를 움켜쥐고 얼굴을 눌렀다”고 주장했다. 


반면 서울중앙지검은 “피압수자의 물리적 방해 행위 등으로 인해 담당 부장검사가 넘어져 현재 병원 진료 중”이라고 말했다. 이후 정 부장검사가 병원서 링거를 맞고 있는 사진이 공개되기도 했다.  

한 검사장은 일방적으로 폭행을 당했다는 입장이고, 서울중앙지검은 압수수색 과정서 몸싸움이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검사장은 사건이 일어난 당일 독직폭행 혐의로 정 부장검사를 서울고검에 고소하고 감찰을 요청했다. 독직폭행은 검사나 경찰관 등이 수사 과정서 직권을 남용해 피의자 등에게 폭행을 가하는 것을 뜻한다. 

검언유착 의혹 수사팀의 ‘육탄 수사’를 두고 검찰 내부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미 4개월 이상 끌고 온 사건서 실마리가 보이지 않자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수사팀은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이하 수사심의위)가 한 검사장에 대해 ‘수사 중단’을 권고했음에도 불구하고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검언유착 의혹 사건 압수수색
검사끼리 물리적 충돌 벌어져

지난달 24일 수사심의위에는 이동재 전 채널A 기자를 비롯해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먼트 대표, 한 검사장이 참석했다. 수사심의위는 이 전 기자와 한 검사장에 대한 수사 계속 여부, 공소 제기 여부를 두고 수사팀과 사건 관계인들의 의견서를 검토하고 의견진술을 청취, 질의와 토론·숙의 과정을 거쳤다. 

그 결과 이 전 기자에 대해서는 수사 계속 및 공소제기가, 한 검사장에 대해서는 수사 중단 및 불기소 의견이 나왔다. 수사심의위의 의결 내용은 권고사항일 뿐이다. 하지만 수사심의위의 권고를 검찰서 받아들이지 않은 적은 없어, 이번 한 검사장에 대한 압수수색이 수사심의위 권고를 정면으로 불복한 게 아니냐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검언유착 의혹 수사팀의 압수수색 논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달 2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1단독 김찬년 판사는 이 전 기자의 휴대전화와 노트북을 압수수색한 검찰의 처분이 위법해 취소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재판부는 이 전 기자가 제기한 준항고를 일부 인용해 “이 전 기자의 휴대전화 2대, 노트북 1대를 압수수색한 서울중앙지검의 처분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준항고는 판사·검사·사법경찰관의 처분에 불복해 법원에 제기하는 절치다. 
 

▲ 링거 맞고 있는 정진웅 부장검사 ⓒ서울중앙지검

재판부는 검찰이 이 전 기자와 변호인에게 영장을 제시하지 않은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검언유착 의혹 수사팀은 지난 4월29일 이 전 기자의 주거지와 채널A 본사 등을 압수수색 했지만 채널A의 압수수색은 소속 기자들의 반발로 일시 중지됐다. 

이후 5월14일 그랜드하얏트호텔서 채널A 관계자를 통해 이 전 기자의 휴대전화 2대와 노트북 1대를 건네받는 방식으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다. 당시 채널A는 검언유착 의혹의 자체 진상조사를 위해 이 전 기자의 휴대전화와 노트북을 보관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 전 기자는 5월22일 압수물 포렌식에 참관하기 위해 서울중앙지검을 방문했다가 노트북과 휴대전화가 자신도 모르는 새 압수된 데 반발해 준항고를 신청했다. 

권고 무시
밀어 붙여?

재판부는 “준항고인(이 전 기자)이 채널A 압수수색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으나 그 이유는 언론 노출을 우려했기 때문일 뿐 영장 집행 참여를 포기하려는 뜻이 아닌 것은 검찰도 파악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검찰은 그랜드하얏트호텔서 휴대전화와 노트북을 건네받기 전 준항고인과 변호인을 참여시키고 영장을 제시한 뒤 압수수색을 해야 했는데 그러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검언유착 의혹 수사팀은 “관련 규정과 기존 절차에 비춰 본건 압수수색은 적법하다고 판단된다”며 “(이 전 기자의) 휴대폰과 노트북은 검찰 압수 전 이미 포맷된 자료로서 증거 가치가 없고, 이 전 기자의 구속영장 심사의 주요 자료로 쓰인 바도 없었으며 이미 반환됐다”고 재항고 의사를 밝혔다. 

검언유착 의혹 사건 녹취록과 관련한 KBS 오보에 서울중앙지검 간부가 연루돼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KBS는 지난달 18일 9시 뉴스를 통해 이 전 기자가 부산서 한 검사장을 만나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신라젠 주가 조작 연루 의혹을 제기하자고 공모한 정황이 확인됐다는 취지로 보도했다. 

이 전 기자가 총선 관련 유 이사장에 대한 취재의 필요성을 언급하자 한 검사장이 동조하고 독려했다는 것이다. 또 ‘유 이사장은 정계 은퇴를 했다. 그러니 수사하더라도 정치적 부담이 크지 않다’ 는 취지의 말과 또 이 내용을 ‘총선을 앞두고 어떤 시점에 과연 이걸 보도해야 하느냐’ 라는 이야기도 오갔다고 했다.

하지만 KBS 보도 이후 이 전 기자의 변호인 측에서 보도 내용이 실제 녹취록의 내용과 다르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한 검사장 측도 “실제 존재하지도 않는 대화가 있었던 것처럼 꾸며낸 완전한 허구며 창작에 불과하고 보도 시점과 내용도 너무나 악의적”이라며 KBS 보도 관계자 등을 서울남부지검에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 한동훈 검사장 ⓒ문병희 기자

KBS는 결국 다음날 사과 방송과 함께 오보임을 인정했다. 이 과정서 KBS가 제3의 인물로부터 청부, 하명을 받아 보도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검언유착 오보방송 진상규명을 위한 연대 서명’에 참여한 직원 105명은 “진상조사를 실시해 해당 인물이 누구인지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실제 오보를 낸 KBS법조팀은 “누군가의 하명 또는 청부로 이뤄진 보도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최근 일부 언론서 KBS 오보의 배경에 서울중앙지검 핵심 간부와 여권인사의 관여 의혹이 제기됐다. 지난달 28일 <조선일보>는 KBS 시스템에 올라온 ‘취재 발제문’을 언급하면서 오보의 상당 부분을 누군가로부터 전달받아 작성했다고 보도했다. 이 ‘누군가’가 서울중앙지검 핵심 간부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취재원으로 지목된 해당 간부는 의혹을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청 노리자
날려버린다?

검언유착 의혹 수사팀의 연이은 ‘헛발질’을 두고 일각에선 청와대를 겨냥한 수사를 막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실제 한 검사장은 지난 2월13일 이 전 기자와 대화한 내용이 담긴 녹취록서 “딱 하나야. 무조건 수사를 막겠다. 권력 수사를 막겠다. 그런 일념 밖에 없어서 그렇지”라고 언급했다. 

이 전 기자가 “수사 기소 검사 분리 이건 진짜, 어떻게 그런 생각을 끄집어내는지”라고 말한 것에 대한 답변이다. 당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수사 검사와 기소 검사를 분리하자는 방안을 내놨다가 검찰과 법조계로부터 비판을 받았다. 일선 검사들까지 비판의 대열에 합류하자 추 장관은 전국 검사장회의를 소집하려 했으나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무산된 바 있다. 

일각에선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중단 사태(이하 라임사태)나 옵티머스자산운용 펀드 환매중단 사태(이하 옵티머스 사태) 등 여권 인사들의 연루 의혹이 나오고 있는 사모펀드 수사를 민감하게 보고 있는 게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실제 라임 사태와 옵티머스 사태는 청와대 전 행정관의 연루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라임 사태와 관련해 뇌물을 받고 라임 검사와 관련한 정보를 흘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모 전 청와대 행정관은 최근 혐의를 인정했다. 재판부에도 반성문을 여러 건 제출하는 등 당초 입장서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4일에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상호 부산 사하을 지역위원장이 라임 사태와 연루돼 검찰에 구속됐다. 라임 사태 몸통으로 지목받는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으로부터 8600여만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다. 2002년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노사모) 국민경선대책위원회 위원장대표를 지낸 이씨는 대표적인 친노 인사다. 


옵티머스 사태와 관련해서는 옵티머스 윤모 이사의 부인인 이 전 청와대 행정관이 참고인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이 전 행정관은 지난해 3월부터 10월까지 옵티머스 계열사 해덕파워웨이서 사외이사로 일하다가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으로 옮긴 뒤, 옵티머스 사태가 불거지자 사직한 것으로 알려졌다. 

라임·옵티머스 사태 막으려?
직제 개편 이어 지검장 떠나

검찰은 라임·옵티머스 사태와 관련해 정관계 로비 의혹을 살펴보고 있지만 수사 동력은 많이 떨어진 상태다. 지난 1월 법무부는 증권범죄 사건에 특화된 서울남부지검의 비직제 조직인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이하 합수단)을 폐지하고 공판부로 바꿨다. 

합수단은 검찰 직제 개편 과정서 사라진 직접수사 부서 13개 중에 포함됐다. 합수단은 여의도 저승사자로 불릴 만큼 증권 범죄에 있어서는 두각을 나타낸 바 있다. 합수단이 맡던 사건들은 금융조사 1, 2부로 넘어갔다. 검사와 수사 인력들도 공판부로 뿔뿔이 흩어졌다. 

2013년 5월 출범한 합수단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등에서 전문 인력을 파견 받아 자본시장 범죄에 특화된 수사를 벌여왔다. 하지만 출범 7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면서 증권범죄에 대한 전문성 약화가 우려됐다. 
 

여기에 송삼현 서울남부지검장이 검찰을 떠났다. 윤 총장과 동기인 송 지검장은 서울남부지검장으로 배치돼 금융사건을 총괄하는 재경지검장으로 1년여간 재직하며 라임 사태, 신라젠 사건 등을 수사했다. 송 지검장의 퇴진으로 라임 사태 수사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그러면서 최근 검찰총장 무력화를 위한 마지막 방점이 찍히는 모양새다. 지난달 27일 법무·검찰개혁위원회(이하 검찰개혁위)는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 제도 개혁’에 대해 심의·의결한 뒤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하고 이를 고검장들에게 분산시키는 내용이 담긴 권고안을 내놨다.

검찰총장은 구체적인 사건에 관여해서는 안 되고 검찰 행정·사무에 관한 일반적인 지휘권만 갖게 되는 내용 등이 핵심이다.

법무부는 검찰개혁위가 권고안을 내놓은 지 하루 만에 “형사사법의 주체는 검찰총장이 아닌 검사”라며 개혁안을 적극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민주당은 입법으로 지원 의사를 전했다.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현재 장관급으로 대우받고 있는 검찰총장을 차관급으로 낮추는 내용 등을 담은 검찰청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검찰개혁위가 권고하면 법무부가 이를 수용하고, 집권여당서 힘을 실어주는 식이다. 

식물총장 넘어
아예 무력화

검찰개혁위의 권고안대로 진행될 경우 윤 총장은 말 그대로 ‘이름뿐인’ 검찰총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 추 장관 취임 이후 단행된 두 번의 검찰 인사서 이미 측근들이 뿔뿔이 흩어졌고, 검언유착 의혹 사건과 관련해서는 수사지휘권을 사실상 수용하면서 수사서 배제됐다. 추가 검찰 인사가 윤 총장에게는 마지막 카운터가 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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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