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중앙지검 무리수의 이면

한심한 파워게임…갈 데까지 갔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검찰 조직이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 채널A 기자의 강요미수 의혹 사건을 둘러싼 검찰 안팎의 움직임이 심상찮다. 법무부 장관과 서울중앙지검장, 검찰총장과 검사장이 패가 갈려 대립하는 모양새다. 이 과정서 납득하기 어려운 무리수가 튀어나오고 있다. <일요시사>가 그 이면을 들여다봤다. 
 

▲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문병희 기자

‘왜 이렇게까지?’ 최근 검찰과 법무부서 일어나는 일을 두고 나오는 반응이다. 15년 만에 처음, 사상 두 번째, 초유의 사건 등의 수식어가 붙는 일이 연달아 이어지고 있다. 특히 채널A 기자의 강요미수 의혹 사건,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 사건과 관련해서는 생각지 못한 상황이 펑펑 터져나오는 중이다.

“때렸다”
“몸싸움”

최근 압수수색 과정서 검사장과 부장검사가 몸싸움을 벌이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달 29일 검언유착 의혹 수사팀이 한동훈 검사장의 휴대전화를 추가로 압수수색하는 과정서 수사팀장인 정진웅 부장검사와 한 검사장 사이에 물리적 충돌이 있었다. 

이날 오전 10시30분께 법무연수원 용인분원 사무실서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는 한 검사장의 휴대전화 유심을 압수 시도했다. 충돌은 한 검사장이 변호인을 부르기 위해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푸는 과정서 일어났다. 

한 검사장 측은 입장문을 통해 “갑자기 소파 건너편에 있던 정진웅 부장이 탁자 너머로 몸을 날리면서 한 검사장의 팔과 어깨를 움켜쥐고 한 검사장 몸 위로 올라타 한 검사장을 밀어 소파 아래로 넘어지게 했다”며 “그 과정서 정 부장은 한 검사장 위에 올라타 팔과 어깨를 움켜쥐고 얼굴을 눌렀다”고 주장했다. 

반면 서울중앙지검은 “피압수자의 물리적 방해 행위 등으로 인해 담당 부장검사가 넘어져 현재 병원 진료 중”이라고 말했다. 이후 정 부장검사가 병원서 링거를 맞고 있는 사진이 공개되기도 했다.  

한 검사장은 일방적으로 폭행을 당했다는 입장이고, 서울중앙지검은 압수수색 과정서 몸싸움이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검사장은 사건이 일어난 당일 독직폭행 혐의로 정 부장검사를 서울고검에 고소하고 감찰을 요청했다. 독직폭행은 검사나 경찰관 등이 수사 과정서 직권을 남용해 피의자 등에게 폭행을 가하는 것을 뜻한다. 

검언유착 의혹 수사팀의 ‘육탄 수사’를 두고 검찰 내부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미 4개월 이상 끌고 온 사건서 실마리가 보이지 않자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수사팀은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이하 수사심의위)가 한 검사장에 대해 ‘수사 중단’을 권고했음에도 불구하고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검언유착 의혹 사건 압수수색
검사끼리 물리적 충돌 벌어져

지난달 24일 수사심의위에는 이동재 전 채널A 기자를 비롯해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먼트 대표, 한 검사장이 참석했다. 수사심의위는 이 전 기자와 한 검사장에 대한 수사 계속 여부, 공소 제기 여부를 두고 수사팀과 사건 관계인들의 의견서를 검토하고 의견진술을 청취, 질의와 토론·숙의 과정을 거쳤다. 

그 결과 이 전 기자에 대해서는 수사 계속 및 공소제기가, 한 검사장에 대해서는 수사 중단 및 불기소 의견이 나왔다. 수사심의위의 의결 내용은 권고사항일 뿐이다. 하지만 수사심의위의 권고를 검찰서 받아들이지 않은 적은 없어, 이번 한 검사장에 대한 압수수색이 수사심의위 권고를 정면으로 불복한 게 아니냐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검언유착 의혹 수사팀의 압수수색 논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달 2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1단독 김찬년 판사는 이 전 기자의 휴대전화와 노트북을 압수수색한 검찰의 처분이 위법해 취소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재판부는 이 전 기자가 제기한 준항고를 일부 인용해 “이 전 기자의 휴대전화 2대, 노트북 1대를 압수수색한 서울중앙지검의 처분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준항고는 판사·검사·사법경찰관의 처분에 불복해 법원에 제기하는 절치다. 
 

▲ 링거 맞고 있는 정진웅 부장검사 ⓒ서울중앙지검

재판부는 검찰이 이 전 기자와 변호인에게 영장을 제시하지 않은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검언유착 의혹 수사팀은 지난 4월29일 이 전 기자의 주거지와 채널A 본사 등을 압수수색 했지만 채널A의 압수수색은 소속 기자들의 반발로 일시 중지됐다. 

이후 5월14일 그랜드하얏트호텔서 채널A 관계자를 통해 이 전 기자의 휴대전화 2대와 노트북 1대를 건네받는 방식으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다. 당시 채널A는 검언유착 의혹의 자체 진상조사를 위해 이 전 기자의 휴대전화와 노트북을 보관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 전 기자는 5월22일 압수물 포렌식에 참관하기 위해 서울중앙지검을 방문했다가 노트북과 휴대전화가 자신도 모르는 새 압수된 데 반발해 준항고를 신청했다. 

권고 무시
밀어 붙여?

재판부는 “준항고인(이 전 기자)이 채널A 압수수색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으나 그 이유는 언론 노출을 우려했기 때문일 뿐 영장 집행 참여를 포기하려는 뜻이 아닌 것은 검찰도 파악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검찰은 그랜드하얏트호텔서 휴대전화와 노트북을 건네받기 전 준항고인과 변호인을 참여시키고 영장을 제시한 뒤 압수수색을 해야 했는데 그러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검언유착 의혹 수사팀은 “관련 규정과 기존 절차에 비춰 본건 압수수색은 적법하다고 판단된다”며 “(이 전 기자의) 휴대폰과 노트북은 검찰 압수 전 이미 포맷된 자료로서 증거 가치가 없고, 이 전 기자의 구속영장 심사의 주요 자료로 쓰인 바도 없었으며 이미 반환됐다”고 재항고 의사를 밝혔다. 

검언유착 의혹 사건 녹취록과 관련한 KBS 오보에 서울중앙지검 간부가 연루돼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KBS는 지난달 18일 9시 뉴스를 통해 이 전 기자가 부산서 한 검사장을 만나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신라젠 주가 조작 연루 의혹을 제기하자고 공모한 정황이 확인됐다는 취지로 보도했다. 

이 전 기자가 총선 관련 유 이사장에 대한 취재의 필요성을 언급하자 한 검사장이 동조하고 독려했다는 것이다. 또 ‘유 이사장은 정계 은퇴를 했다. 그러니 수사하더라도 정치적 부담이 크지 않다’ 는 취지의 말과 또 이 내용을 ‘총선을 앞두고 어떤 시점에 과연 이걸 보도해야 하느냐’ 라는 이야기도 오갔다고 했다.

하지만 KBS 보도 이후 이 전 기자의 변호인 측에서 보도 내용이 실제 녹취록의 내용과 다르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한 검사장 측도 “실제 존재하지도 않는 대화가 있었던 것처럼 꾸며낸 완전한 허구며 창작에 불과하고 보도 시점과 내용도 너무나 악의적”이라며 KBS 보도 관계자 등을 서울남부지검에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 한동훈 검사장 ⓒ문병희 기자

KBS는 결국 다음날 사과 방송과 함께 오보임을 인정했다. 이 과정서 KBS가 제3의 인물로부터 청부, 하명을 받아 보도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검언유착 오보방송 진상규명을 위한 연대 서명’에 참여한 직원 105명은 “진상조사를 실시해 해당 인물이 누구인지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실제 오보를 낸 KBS법조팀은 “누군가의 하명 또는 청부로 이뤄진 보도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최근 일부 언론서 KBS 오보의 배경에 서울중앙지검 핵심 간부와 여권인사의 관여 의혹이 제기됐다. 지난달 28일 <조선일보>는 KBS 시스템에 올라온 ‘취재 발제문’을 언급하면서 오보의 상당 부분을 누군가로부터 전달받아 작성했다고 보도했다. 이 ‘누군가’가 서울중앙지검 핵심 간부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취재원으로 지목된 해당 간부는 의혹을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청 노리자
날려버린다?

검언유착 의혹 수사팀의 연이은 ‘헛발질’을 두고 일각에선 청와대를 겨냥한 수사를 막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실제 한 검사장은 지난 2월13일 이 전 기자와 대화한 내용이 담긴 녹취록서 “딱 하나야. 무조건 수사를 막겠다. 권력 수사를 막겠다. 그런 일념 밖에 없어서 그렇지”라고 언급했다. 

이 전 기자가 “수사 기소 검사 분리 이건 진짜, 어떻게 그런 생각을 끄집어내는지”라고 말한 것에 대한 답변이다. 당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수사 검사와 기소 검사를 분리하자는 방안을 내놨다가 검찰과 법조계로부터 비판을 받았다. 일선 검사들까지 비판의 대열에 합류하자 추 장관은 전국 검사장회의를 소집하려 했으나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무산된 바 있다. 

일각에선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중단 사태(이하 라임사태)나 옵티머스자산운용 펀드 환매중단 사태(이하 옵티머스 사태) 등 여권 인사들의 연루 의혹이 나오고 있는 사모펀드 수사를 민감하게 보고 있는 게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실제 라임 사태와 옵티머스 사태는 청와대 전 행정관의 연루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라임 사태와 관련해 뇌물을 받고 라임 검사와 관련한 정보를 흘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모 전 청와대 행정관은 최근 혐의를 인정했다. 재판부에도 반성문을 여러 건 제출하는 등 당초 입장서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4일에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상호 부산 사하을 지역위원장이 라임 사태와 연루돼 검찰에 구속됐다. 라임 사태 몸통으로 지목받는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으로부터 8600여만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다. 2002년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노사모) 국민경선대책위원회 위원장대표를 지낸 이씨는 대표적인 친노 인사다. 

옵티머스 사태와 관련해서는 옵티머스 윤모 이사의 부인인 이 전 청와대 행정관이 참고인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이 전 행정관은 지난해 3월부터 10월까지 옵티머스 계열사 해덕파워웨이서 사외이사로 일하다가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으로 옮긴 뒤, 옵티머스 사태가 불거지자 사직한 것으로 알려졌다. 

라임·옵티머스 사태 막으려?
직제 개편 이어 지검장 떠나

검찰은 라임·옵티머스 사태와 관련해 정관계 로비 의혹을 살펴보고 있지만 수사 동력은 많이 떨어진 상태다. 지난 1월 법무부는 증권범죄 사건에 특화된 서울남부지검의 비직제 조직인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이하 합수단)을 폐지하고 공판부로 바꿨다. 

합수단은 검찰 직제 개편 과정서 사라진 직접수사 부서 13개 중에 포함됐다. 합수단은 여의도 저승사자로 불릴 만큼 증권 범죄에 있어서는 두각을 나타낸 바 있다. 합수단이 맡던 사건들은 금융조사 1, 2부로 넘어갔다. 검사와 수사 인력들도 공판부로 뿔뿔이 흩어졌다. 

2013년 5월 출범한 합수단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등에서 전문 인력을 파견 받아 자본시장 범죄에 특화된 수사를 벌여왔다. 하지만 출범 7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면서 증권범죄에 대한 전문성 약화가 우려됐다. 
 

여기에 송삼현 서울남부지검장이 검찰을 떠났다. 윤 총장과 동기인 송 지검장은 서울남부지검장으로 배치돼 금융사건을 총괄하는 재경지검장으로 1년여간 재직하며 라임 사태, 신라젠 사건 등을 수사했다. 송 지검장의 퇴진으로 라임 사태 수사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그러면서 최근 검찰총장 무력화를 위한 마지막 방점이 찍히는 모양새다. 지난달 27일 법무·검찰개혁위원회(이하 검찰개혁위)는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 제도 개혁’에 대해 심의·의결한 뒤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하고 이를 고검장들에게 분산시키는 내용이 담긴 권고안을 내놨다.

검찰총장은 구체적인 사건에 관여해서는 안 되고 검찰 행정·사무에 관한 일반적인 지휘권만 갖게 되는 내용 등이 핵심이다.

법무부는 검찰개혁위가 권고안을 내놓은 지 하루 만에 “형사사법의 주체는 검찰총장이 아닌 검사”라며 개혁안을 적극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민주당은 입법으로 지원 의사를 전했다.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현재 장관급으로 대우받고 있는 검찰총장을 차관급으로 낮추는 내용 등을 담은 검찰청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검찰개혁위가 권고하면 법무부가 이를 수용하고, 집권여당서 힘을 실어주는 식이다. 

식물총장 넘어
아예 무력화

검찰개혁위의 권고안대로 진행될 경우 윤 총장은 말 그대로 ‘이름뿐인’ 검찰총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 추 장관 취임 이후 단행된 두 번의 검찰 인사서 이미 측근들이 뿔뿔이 흩어졌고, 검언유착 의혹 사건과 관련해서는 수사지휘권을 사실상 수용하면서 수사서 배제됐다. 추가 검찰 인사가 윤 총장에게는 마지막 카운터가 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