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 광주 광천동 재개발 현주소

8년 동안 제자리…서막 오르나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광주서 예산규모 1조원에 총 5600여세대가 들어서는 광천동 주택재개발사업이 진행 중이다. 2012년 시작된 이 사업은 전임 조합장과의 마찰, 비대위의 방해 공작 등 잡음이 끊이질 않았다. 하지만 최근 재개발사업 시행계획이 적법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오면서, 8년 넘게 속도를 내지 못했던 사업이 본궤도에 오를 전망이다.
 

▲ ▲ 최근 ‘광주시 서구가 인가한 광천동 주택재개발사업 시행계획은 적법하다’는 법원 판결로 8년 동안 답보상태에 있다가 본궤도에 오를 것으로 보이는 광주 광천동 재개발 사업

광주시 서구 광천동주택재개발정비사업은 사업예산만 1조가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 최대 규모 재개발사업이다. 2012년 시작됐지만 그동안 속도를 내지 못했던 재개발사업이었다. 최근 ‘광주시 서구가 인가한 광천동 주택재개발사업 시행계획은 적법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법원이 재개발사업의 무효를 주장했던 일부 주민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8년 넘게 속도를 내지 못했던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게 된 것이다.

2012년 시작
숨통 트이나?

광주지법 행정 1부(부장판사 염기창)는 광천동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을 상대로 제기된 ‘총회결의 무효확인’ 소송서 원고패소 판결을 했다. 광주방송 등 21명은 지난해 8월 ‘광천동 주택재개발정비사업 시행계획은 무효이고 해당 사업시행계획을 취소해야 한다’는 취지로 소송을 냈다. 이들은 광천동 주택재개발정비사업 구역 내 이른바 ‘5단지 구역’ 토지 소유자들로, 크게 3가지를 주장하며 관련 소송을 진행 중이다.

요약하면 1∼5단지 가운데 5단지 구역 내 노후·불량건축물 비율이 정비구역 지정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점, 해당 사업시행계획은 주택, 부대·복리시설 및 오피스텔만을 공급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위법하다는 것이다. 소유 토지에 단순히 공동주택과 근린생활시설을 건축한다는 사업시행계획도 관련법과 재산권의 본질을 침해한다는 주장도 포함됐다.

재판부는 ‘이유 없다’며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우선 ‘노후·불량 건축물 비율 충족 여부’의 경우 노후·불량건축물에 해당하는 건축물 수가 대상구역 안의 건축물 총수의 40% 이상이면 정비구역 지정요건을 갖췄다고 할 수 있는데, 해당 정비구역 전체를 기준으로 3067동 중 1834동(59.80%)이 노후·불량 건축물로 40% 이상에 해당해 지정 요건을 충족했다는 게 재판부 판단이다.


‘주택, 부대·복리시설 및 오피스텔’만을 공급하도록 규정한 사업시행계획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규정을 위반한 것이라는 주장도 이유 없다고 판단했다.

일부 주민 ‘재개발사업 무효 소송’에 발목
법원 “재개발사업 적법하다”…본격화 물살

재판부는 ‘해당 정비사업의 경우 지난 2017년 개정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을 적용하는데, 개정 규정의 취지가 공급할 수 있는 건축물을 주택, 부대·복리시설 및 오피스텔 등으로 그 종류를 한정하지 않겠다는 것일 뿐’이라며 ‘사업시행자가 주택, 복리시설 및 오피스텔 외 건축물도 반드시 포함해 건설·공급해야 한다는 의무를 규정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아울러 지구단위계획수립 지침에 위배되고 재산권 본질을 침해한다는 광주방송 등 토지소유자들의 주장도 “재개발사업은 소유자들의 개별적이고 구체적 이익 전부를 만족시킬 수 없고 적법한 절차를 거쳐 적법하게 인가된 사업시행계획이 다소 불균형을 초래한다고 하더라도 그런 사정만으로 재산권의 본질적 부분을 침해한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밝혔다.
 

▲ 광천동 배치도

조합 측은 법원 결정으로 사업 본격화에 호재를 맞았다고 반기는 모양새다. 특히 지난 2012년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점을 고려하면 8년 가까이 노후화된 주거지 개선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사업의 탄력을 기대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다만, 항소심·상고심 등이 남아있다는 점에서 낙관하기에는 이르다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조합 측은 그러나 1심 판결을 계기로 올해 관리처분 인가를 받아낸 뒤 내년 말부터 이주를 시작, 이듬해 본격 착공하는 계획을 현실화하는 데 총력을 다한다는 입장이다.

비대위의 주장
조합 측 “황당”


하지만 아직 낙관하긴 이르다. 비상대책위원회(조합장 해임총회 발의자, 이하 비대위)에선 현 조합장 직무대행 해임을 주장하고 있다. 비대위는 현 조합장 직무대행인 박모씨의 자격에 결격사유가 있다는 것.

비대위는 “박씨는 재개발사업구역에 자리한 한 교회의 장로로 교회 대표자로부터 대리권을 위임받아 조합의 이사 역할을 하다가, 지난 3월 조합장 자리가 공석이 되자 대의원 회의를 거쳐 직무대행으로 선출됐다”고 주장했다.

조합장 직무대행인 박씨에 대한 해임총회를 발의한 이모씨는 이와 관련해 “도시정비법은 조합원 및 조합의 임원이 되는 자는 조합원 자격이 있는 자여야만 하고 대리권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비대위는 이 같은 문제점에 대해 국토교통부에 유권해석을 의뢰하고 답변을 기다리는 중이다.

비대위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박씨는 “지난해 9월부터 현 광천동에 소재한 빌라로 주민등록 거주지를 옮겼기 때문에 실제 광천동에 거주하지 않더라도 법적인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이어 “조합정관 2조에 의해 법인인 교회서 장로들에게 추대됐으며, 임원회의서 정당한 절차를 걸쳐 직무대행으로 선출됐다”며 법적인 하자가 없다고 강조했다.
 

비대위는 또 “시민아파트존치로 조합이 손해를 본다” “우리 조합은 이편한세상, 롯데캐슬, 아이파크, 어울림 같은 시공사 브랜드를 쓰지 못하기 때문에 우리조합의 아파트 가치는 하락할 것”이라는 등의 주장들을 내놓고 있다.

또 다른 집단
다시 먹으려고?

이에 대해 조합 측은 “조합은 사업시행인가를 취득한 후 광주시 서구청으로부터 시민아파트를 존치해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방안이 있는가에 대해 검토해줄 것을 요청받은 바 있다”며 “이에 조합은 ▲기인가된 사업계획의 기본적인 사항이 변경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조합의 일정이 지연되지 않으면서 ▲조합(원)의 이익이 추가적으로 발생하는 정비 계획 변경이나 설계변경안이 도출되고▲ 시민아파트소유조합원이 일반조합원으로서의 자격이나 권리가 변동되지 않고 그대로 유지될 수 있고 ▲그 방안이 최종적으로 조합총회서 인준되는 경우에 한해 해당 방안을 정비계획변경(사업시행인가변경)에 포함시킬 수 있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조합 측은 “만일 위 다섯 가지 조건이 충족된다면 조합서도 부득불 그 방안을 채택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해당 관청은 이러한 조합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고 모든 조건이 모두 충족되는 방안서 다각도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중 단 한 가지라도 충족되지 않는다면 조합은 시민아파트에 대해 기존 방식(시민아파트 존치 없이 전체를 철거 후 재개발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조합은 “조합 발목을 잡는 비대위는 조합장이 없는 틈을 타 외부 재개발전문반대세력(신가동재개발조합을 전복하려다 실패한 후 우리 광천동재개발조합 쪽으로 방향을 선회한 세력으로 추정)과 결탁해 현 조합과 현 조합임원 전체가 문제가 있는 것처럼 선동하며 조합 흔들기를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대위·전 조합 세력 방해공작 극심 
“굴하지 않겠다” 2026년 마무리 계획


조합 입장서 비대위도 골칫거리지만 전 조합장 박모씨도 광천동 재개발 조합을 방해하고 있다. 박씨는 대법원서 유죄판단으로 조합장 자격을 상실했다. 대법원은 유죄판단의 근거로 시공회사 선정 용역계약 10억원에 대해 조합원 총회의 의결 없이 계약을 체결하고 용역비를 지급했다고 판단했다.

박씨와 함께하고 있는 인물은 또 다른 박모씨와 서모씨. 박씨는 조합의 임원으로 있으면서 조합비리로 구속돼 보석금을 내고 석방돼 재판을 받고 있다. 조합에 따르면 박씨는 조합 내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조합의 용역업체들에게 수억원에 달하는 금품을 수년간 지속적으로 편취했다. 보석으로 석방되고 나서도 조합에 다시 들어오고자 현 조합을 흔들고 있다.

현 조합 직무대행 박씨를 회유하기 위해 세 번이나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박씨는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자 비대위서 주장한 ‘현 조합장 직무대행에 대해 조합장 자격이 없다’는 주장을 그대로 이어받아 현 조합장 직무대행은 조합장 자격이 없으며 현재 진행된 조합장 입후보 등록 절차는 무효인 만큼, 다시 입후보등록절차를 진행해 조합장 자격이 없는 현 직무대행을 몰아내고 새로운 조합장 후보를 등록시켜야 한다며 논란을 키우고 있다.

서씨는 조합 측이 지목한 가장 문제가 되는 인물이다. 서씨가 전 조합장 박씨와 전 임원 박씨를 설득해 일을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서씨는 H사의 대표로 광주지역 재개발 지역서 불법사항이 적발돼 집행유예를 받았다. 한 관계자에 따르면 조직폭력배들도 개입해서 일을 방해하는 실정이다.

조합 측은 “이들의 속내는 7월에 있는 조합장 선거에 참여해 다시 조합을 장악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굴하지 않고
2026년 마무리

조합 측은 어떤 방해에도 굴하지 않고 사업을 진행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광천동 재개발사업은 광천동 일대 42만5984㎡에 5개 단지 총 5600여세대 아파트를 지을 예정이다. 대림건설·롯데건설·현대산업개발·금호건설 등 프리미엄사업단이 시공사로 선정된 상태다. 조합 측은 올 상반기 조합원 분양을 하고 2021년 하반기께 일반 분양을 실시할 계획이고 2026년에는 사업이 마무리될 전망이다.


<ktikt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임동2구역 20억 먹으려다…

광주광역시 북구 임동2구역 주택재개발사업은 임동로13 일대 3만6395.3㎡(1만2000여평)에 9개 동(지하 2층, 지상 24층) 654세대(조합원 분양 161, 일반분양 437, 임대 56) 규모로 공사가 진행 중이다.

시공사는 중흥건설, 고운시티아이로 2006년 5월 조합설립준비위원회를 시작으로 재개발에 나서 2018년 공사를 시작해 지난해 분양을 완료하고 2021년 6월 준공을 앞두고 있다.

최근 임동2구역 재개발조합 및 일부 조합원들에 따르면 임동2구역 재개발 조합은 지난 2월18일 조합원 정기총회를 개최해 재개발 시공비 예산서 발생한 잉여금 이른바 ‘성과급’ 20억원에 대해 조합장과 총무이사는 4억원 상당의 상가를, 이사 및 감사 6명에는 5800여만원을, 그리고 대의원 18명에게 각각 3500여만원을 배분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이에 대해 당시 총회 과정에서 일부 조합원들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이후 ‘조합재산 지킴이’를 구성해 임시총회를 통해 현 조합장 등 집행부에 대해 불신임을 의결한 데 이어 고소 고발 등과 함께 현 조합장 및 집행부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문제의 ‘성과급 20억원’은 조합원 153명에게 각각 1500만∼2000만원을 공평하게 배분하는 안건을 통과시키며 백지화했다.

집행부는 급여와 상여금 규모가 적다”면서도 “지난 2월 28일 통과시킨 성과급 배분은 실수였고, 결론적으로 잘못했다”고 과오를 인정했다.

그러나 광주 북구 임동2구역 재개발 과정과 ‘성과급 20억원’을 통해 공개적으로 드러난 현 조합 집행부에 대한 불신여론은 현 조합장 등이 공개사과와 성과급 공평배분 등으로 가라앉은 듯 했으나 법적분쟁이라는 여진은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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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100일 결정적 장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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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체감상 1년은 된 것 같다.” 어느 덧 이재명정부가 출범 100일째를 맞았다. 이재명 대통령에겐 숨 가쁜 3개월이었다. 12·3 비상계엄 선포, 탄핵 정국, 조기 대선 등 대형 정치 이슈는 지나갔다. 이제 본격적으로 국정 운영의 청사진을 실현해야 하는 시기다. 지지율은 이미 요동치고 있다. 어떤 이슈가 이정부를 뒤흔들었던 걸까? 지난 6월3일 21대 대통령선거가 열렸다. 지난해 12월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6개월 만에 대선이 치러졌다.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이라는 말이 대선 전부터 파다했고 실제로 이변은 없었다. 재수 끝에 대통령에 당선된 이재명 대통령은 역대 최다 득표수를 기록했다. 다만, 과반 득표율에는 미치지 못했다. 무정부 상태 산적한 이슈 이번 대선은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진 보궐선거여서 인수위원회 기간 없이 바로 임기가 시작됐다. 이 대통령 앞에는 비상계엄 사태 수습, 민생 회복, 국민 통합 등 국내 문제는 물론 미국발 통상 전쟁 등 국외 문제까지 이슈가 산적한 상태였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무정부’나 다름없는 상태로 6개월 동안 이어진 국정 공백을 메워야 했다. 이 대통령은 당선이 확정된 후 소감 연설에서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민주공화정 공동체 안에서 국민이 주권자로 존중받고 협력하면서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만드는 것, 반드시 그 사명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란 극복 ▲민생 회복 ▲국민 안전 ▲한반도 평화 ▲국민 통합 등을 언급했다. 실제 이 대통령은 국회의 과반 의석을 등에 업고 ‘윤석열정부 지우기’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재명 정부 1호 법안으로 ‘내란 특검법’ ‘김건희 여사 특검법’ ‘채 해병 특검법’ 등을 통과시켰다. 김건희 특검법, 채 해병 특검법 등은 윤정부에서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번번이 폐기됐던 법안이다. 이 대통령은 취임 엿새 만인 6월10일 국무회의에서 3대 특검법을 의결했다. 그는 국무회의 이후 SNS를 통해 “이재명 정부 1호 법안인 3대 특검법은 내란 심판과 헌정 질서 회복을 열망하는 국민의 뜻을 받들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특검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구속 기소하는 등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침체된 내수를 회복하기 위한 소비쿠폰도 지급했다.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을 거치면서 사회 분위기가 흉흉해졌고 이는 곧 경기 부진으로 이어졌다. 정치 상황이 좋지 않다 보니 사람들이 소비를 줄이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연말 연초 대목 장사를 망친 자영업자는 폐업을 걱정해야 할 지경에 몰렸다. 민생 회복 소비쿠폰 지급은 이 대통령이 대선후보 때부터 내세운 공약이다. 지난 7월21일부터 전 국민을 상대로 1차 소비쿠폰이 지급됐다. 기본 15만원에 인구 감소 지역 등에 일정 금액을 더했다. 2차 소비쿠폰은 상위 10%를 제외한 국민 90%가 오는 22일부터 신청할 수 있다. 13조원의 재정이 투입됐다. 윤정부 때부터 이어진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은 이재명정부 들어서도 쉽게 출구 전략을 찾지 못하는 모양새다. 무엇보다 의대생 수업 복귀에 대한 이정부의 행보에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도 불만이 제기됐다. 의료 정상화를 이유로 조건 없이 의대생 복귀를 추진하는 모습에 공정과 원칙이 깨졌다며 실망감을 표출한 것이다. 두 번의 도전 끝에 당선 내란 종식, 민생 첫 손에 의정 갈등은 윤정부 시기인 지난해 2월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리겠다는 보건복지부의 발표로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전공의는 집단 사직하며 병원을 떠났고 의대생은 집단 휴학을 강행했다. 응급실 뺑뺑이 사건 등 의료 공백이 가시화되고 의료 붕괴까지 우려되다가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핵심 이슈에서 멀어졌다. 새 정부의 현안으로 넘어간 것이다. 이 대통령이 정은경 전 질병관리청장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하면서 의정 갈등 해소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정 장관 지명 이후 의료계에서 일제히 환영 입장을 내놨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대생 복귀와 관련해 특혜 논란이 나왔고 국민 여론은 최악으로 치달았다. 의료계와 국민 여론의 괴리가 큰 상황이라 해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산재와의 전쟁’은 임기 초 이정부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는 모양새다. 이 대통령은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SPC 공장을 현장 방문하는가 하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반복 공시로 주가 폭락’ 등 수위 높은 발언으로 건설업계를 겨냥했다. 이 대통령이 산업재해 근절을 외치자 건설업계가 납작 엎드렸다. 산재 사고가 발생하면 사용주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내용의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고도 일터에서 근로자가 죽는 사례가 거듭 일어나자 대통령이 직접 칼을 빼든 것이다. 연이어 산재 사고가 발생한 포스코이앤씨는 대표이사가 바뀌었고 DL건설은 임직원 전원이 사의를 표명했다. 일각에서는 이정부가 지나치게 기업을 ‘잡도리’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코스피 5000’을 외치며 주가 부양을 공언한 것과 실제 행보는 정반대라는 의견이다. 지금까지의 주가 상승은 이정부에 대한 기대감에서 비롯됐다면 앞으로의 상승분은 실물 경제에서 끌어 올려야 하는데 이를 이끌 기업을 너무 옥죄는 게 아니냐는 주장이 나온다. 경제 정책의 방향도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된다. 지난달 1일 코스피 지수가 126.03포인트(3.88%)나 하락했다. 주가 3200선이 깨졌고 하락률은 미국발 상호 관세 부과로 충격을 받았던 지난 4월7일(-5.57%) 이후 4개월 만에 가장 컸다. 이른바 ‘검은 금요일’의 배경은 전날 이재명 정부가 발표한 세제 개편안이라는 게 중론이었다. 침체된 경기 소비쿠폰으로 이정부는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낮추고 최고 35% 배당소득 분리과세 도입 등을 담은 세제 개편안을 공개했다. 금융투자소득세 도입 조건부로 인하된 증권거래세율도 현재의 0.15%에서 2023년 수준인 0.2%로 환원됐다. 또 법인세 세율을 모든 과세표준 구간에 걸쳐 1%포인트씩 일괄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검은 금요일’의 후폭풍은 상당했다. 무엇보다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 심리가 위축됐다는 게 문제였다. 주가가 폭락한 지난달 1일 이후 열흘 사이에 거래 대금이 20%가량 줄었다. 이른바 ‘국장’에서 빠져나간 개인 투자자들이 ‘미장(미국 주식시장)’으로 몰려가면서 나스닥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가뜩이나 관세 협상으로 전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증시 부양책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다는 방증이었다. 일명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제2·3조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점도 우려를 더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노란봉투법은 하청 노동자에게 원청과의 교섭권을 부여하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이 골자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 활동이 위축될 것이라는 예상이 끊이지 않았다. 법안이 통과되기 전부터 한국경영자총연합회 등 경영계를 대표하는 경제단체는 물론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등이 노란봉투법에 반대 의사를 드러냈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이 규제가 덜한 외국으로 나갈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경제단체 등은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시행을 유예해 달라고까지 했지만 그대로 진행됐다. 대통령실은 법안 통과 이후 상황을 주시하는 모습이다. 이 대통령은 노란봉투법 통과 이후 “노란봉투법의 진정한 목적은 노사의 상호 존중과 협력 촉진”이라며 “노동계도 상생의 정신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책임 있는 경제 주체로서 국민 경제 발전에 힘을 모아주시기를 노동계에 각별히 당부드린다”고 강조했다. 광복절을 앞두고는 사면 문제가 불거졌다. 취임한 지 2개월 밖에 되지 않았고 전임 정부에서 임기 초 정치인 사면을 한 적이 없던 터라 이정부 역시 같은 길을 갈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했다. 사면 대상으로 거론되던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자녀 입시 비리 혐의 등으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수감된 지 8개월 밖에 안된 점도 ‘사면 불가론’에 힘을 더했다. 주가 부양 공약 반대되는 정책 지난해 12월12일 대법원은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의 혐의로 기소된 조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에 추징금 600만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조 전 대표는 나흘 뒤인 12월16일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만기 출소일은 내년 12월15일이었다. 조 전 대표가 이끌던 조국혁신당은 당시 대선에서 후보를 내지 않고 이 대통령을 지지했다. 조 전 대표의 사면 관련 언급이 나올 때마다 ‘대선 청구서’라는 말이 따라붙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후 종교계, 시민단체, 정치권 일부에서 조 전 대표를 사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조 전 대표가 검찰의 횡포에 억울한 옥살이를 하고 있다는 주장도 일부 진영에서 제기됐다. 특히 문재인 전 대통령이 대통령실 등이 조 전 대표의 사면을 직접 요구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조 전 대표는 문재인정부 시절 민정수석, 법무부 장관 등 요직을 맡은 바 있다. 문 전 대통령은 조 전 대표에게 ‘마음의 빚이 있다’고 언급하는 등 각별히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빗발치는 사면 요구에 고심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정치권 등에서 조 전 대표를 사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과 달리 여론이 좋지 않았기 때문. 특히 민주당 지지층 내에서도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달갑지 않게 여기는 목소리가 나왔다.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입시 비리 혐의 등이 민주당 지지층이 중요하게 여기는 공정과 상식의 가치에 반한다는 것이다. 지지율이 떨어지는 등 민심 이반이 예상된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이 대통령은 장고 끝에 조 전 대표의 사면을 결정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11일 조 전 대표를 비롯해 윤미향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은수미 전 성남시장,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 등 정치인과 고위공직자 27명을 포함해 총 83만6678명에 대한 대규모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분열과 반목의 정치를 끝내고 국민 대화합 차원에서 이뤄지는 광복절 특사’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광복절 사면은 이 대통령의 지지율을 뒤흔들었다. 사면 논의가 시작됐을 때부터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한 지지율은 발표 이후 눈에 띄게 꺾였다. 조 전 대표가 사면 이후 ‘광폭 행보’를 보이며 노출도가 높아진 것도 한몫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세제 개편안·사면으로 지지율 흔들 한일·한미 정상회담은 긍정적 평가 조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에 대해 ‘(사면이 끼친 영향은) N분의 1 정도’라고 발언한 부분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조 전 대표는 수감 한 달여 만에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여권 내에서도 조 전 대표의 행보를 불편해하는 기류가 감지되며 야권에서는 이정부를 공격하는 소재가 된 모양새다. 특히 조 전 대표를 비롯한 조국혁신당에서 우리의 길을 가겠다는 ‘마이웨이’ 행보를 공언하면서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계 개편이 일어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대통령의 임기 5년간 외교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정상회담도 잇따라 열렸다. 이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부터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던 ‘트럼프발 통상 전쟁’의 대응 방향이 윤곽을 드러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당선 직후부터 ‘관세’를 무기로 전 세계에 싸움을 걸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미 FTA’로 쌀 등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관세가 ‘0’이었기에 타격이 불가피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국방비 증액 등을 언급했다. 시장을 개방하고 미국에 이른바 ‘동맹 비용’을 내라는 요구였다. 실무진이 진행한 관세 협상은 그 시발점이었고 정상회담은 미국발 청구서의 윤곽이 드러난 자리였다.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표면상으로는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각국 정상을 불러놓고 면전에서 망신주기 하는 등 어디로 튈지 모르는 방식의 트럼프 대통령과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한 점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일각에서는 정작 중요한 사안은 하나도 논의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앞서 조선업 협력, 원전 문제를 비롯해 자동차 등 주력 산업에 붙는 관세까지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일반적으로 실무진이 틀을 만들고 정상회담에서 결정되는 방식의 외교 관행이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먹히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공동성명이나 합의문 등은 나오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앞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도 만났다. 이 대통령은 일본 방문 전 과거 한일 간 위안부 합의와 징용 배상 문제와 관련해 “국가 간 약속은 존중돼야 한다”며 기존 합의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당시 한일 정상회담에서는 미국발 관세 관련 논의도 이뤄졌다. 당분간 민생 집중 취임 후 첫 외교 시험대를 넘은 이 대통령은 당분간 민생을 살피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당분간 국민의 어려움을 살피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민생과 경제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규연 대통령실 홍보소통수석은 “몇 주간 정상회담에 몰두했기 때문에 국내, 특히 민생·경제성장과 관련된 부분을 앞으로 주력해서 챙기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