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춘' 장위동 재개발사업 풀스토리

배보다 배꼽이 더 커졌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장위10구역 재개발사업이 멈춰선 지 3년. 아직까지도 사업은 진행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가장 큰 문제는 사랑제일교회와의 갈등 때문. 재개발사업 초기 사랑제일교회 측에서 제시한 금액을 과도하다고 여긴 현 조합장. 그렇게 사업이 무산된 이후 손실이 계속돼 최초에 제시됐던 금액도 넘어섰다. 계속되는 난항에 현 조합장에 대한 책임론까지 불거지고 있다. 

장위10구역은 서울 성북구 장위동 일대에서 2만여가구 규모로 재개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2만4가구가 들어서는 장위뉴타운 내에서도 평지에 위치한 데다 지하철6호선 돌곶이역이 가까워 사업성이 우수한 곳으로 평가받고 있다. 시공은 대우건설이 맡았다. 당초 올해 일반분양에 나설 것으로 예상됐지만 사랑제일교회와의 협상 지연으로 일정이 크게 늦춰진 상태다.

무능한 집행부 
“끝 안보인다”

지난 9월 <일요시사>에서는 ‘장위동 재개발 막힌 진짜 이유’라는 제목으로 장위10구역 재개발사업의 현 상황에 대해 보도한 적 있다.

장위10구역 조합은 사랑제일교회와의 마찰로 인해 사업이 중단된 상황이다. 지난달 15일 조합 측은 사랑제일교회에 대해 6차 명도집행을 진행했다. 하지만 신도들의 완강한 저항에 다시 한 번 무산됐다.

교회 측은 장위10구역주택재개발조합이 교회가 사용할 임시시설을 마련해줘야 명도집행에 협조한다는 입장이지만 조합 측에서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통상 도시정비사업(재개발, 재건축)에서는 관리처분 시기부터 이주 시점까지 종교시설 등과 협의를 진행해 보상 등의 절차를 진행한다. 이때 종교시설 등과 협상에 포함되는 내용은 권리가액을 넘는 토지 및 건축물에 보상액을 얼마만큼 제시할 건지, 임시 예배 장소를 어디에 마련할 건지가 포함된다. 

장위10구역도 사업 초기에 사랑제일교회와 협상을 진행했다. 그 내용에는 156억원(토지수용위원회 감정 보상액은 82억원)을 보상하는 것으로 하며, 보상금에서 임시 예배 장소에 대한 부분도 포함됐다. 당시 조합장이 사임해 조합장 자리는 공석이었고, 직무대행 A씨 체제로 조합을 운영하며 해당 협상 내용을 임시총회 안건으로 상정했다.

3년 허송세월…6차 명도집행도 실패
“현 조합장 독선적 운영” 거센 비판

하지만 현 조합장인 B씨의 반대에 부딪히게 된다. A씨에 따르면 당시 B씨는 “사랑제일교회에 과다한 보상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며 조합원들의 환심을 이끌어냈다. 또 B씨는 유튜브 등을 통해 상정된 안건 부결을 위한 설명 등을 진행했다.

그는 “명도집행으로 진행할 수 있다”는 주장과 공약으로 해당 협상안을 진행되지 못하도록 했다. 이를 계기로 조합장으로까지 선출됐다.

이 같은 B씨의 주장으로 앞서 사랑제일교회와 협상했던 비용이 부당한 것으로 조합원들은 인지하게 됐으며 현재의 대립구도가 발생하게 됐다. 이후 B씨와 조합 측은 지난달까지 6차례에 걸쳐 명도집행을 시도했지만 교회 측의 강경한 대응으로 실패했다.

회당 수억원의 비용이 지출되는 것으로 알려진 명도집행이 계속 실패로 이어지자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모든 비용에 대한 부담은 고스란히 조합원의 몫이기 때문이다.


사업이 지지부진한 상태가 계속되자 사업적인 손실도 이어지고 있다. A씨에 따르면 토지수용위원회의 감정 보상액 82억원에 예상 손실액 76억원을 포함하면, 158억원으로 지난해 10월 총회 안건으로 상정한 금액보다도 더 많은 손실이 발생했다.

회당 수억원
조합원들 몫

이는 공사지연에 따라 발생되는 추가 비용과 늘어나는 이주비의 이자만큼 증가하는 사업비 등 세부사항을 적용하지 않은 것에 불과하다.

A씨는 “장위10구역 조합과 계약을 체결한 금융사, 시공사 등의 계약서를 면밀히 검토해 조합원에게 발생하는 피해를 따져봤을 때 지금까지 발생한 손실은 빙산의 일각일 것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지난 6월14일 서울고등법원은 장위10구역 조합과 사랑제일교회 간의 강제조정을 통해 147억원을 보상하는 것으로 결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이 147억원의 경우 과거 A씨가 협상했던 156억원의 비용 중 임시 예배소의 비용 등을 제외한 금액으로 최초의 협의 금액과 비슷한 수준이다. 결과적으로 그 동안의 시간과 비용만 낭비하게 된 것을 뜻한다.

현재 사랑제일교회에서는 기존의 요구를 철회하고 563억원 보상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사랑제일교회의 요구 금액과 사업 지연에 따른 손실액은 더욱 늘어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랑제일교회 측은 장위10구역재개발조합이 재개발 사업에 착수할 시, 공사 기간 동안 교회를 운영할 수 있는 임시 교회를 재개발 부지 내에 마련해줄 것을 요구했다. 여기에 교회를 짓기 위한 비용도 크게 늘어났다는 이유로 보상금을 요구하는 입장이다.

제시 보상금
턱없이 부족

사랑제일교회 측 변호사는 “조합에서 사랑제일교회가 사용할 임시 교회를 마련하지 못한 탓”이라며 “장위10구역 내 공원부지에 조합에서 임시 거처를 마련해주면 되는데 이 과정에서 원활히 합의되지 않아 문제가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최근 철근값이 올라 건축 단가도 올랐다. 현재 조합 측에서 제시한 보상금으론 턱없이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사랑제일교회 측은 ‘현 조합장 B씨와의 협상은 없음’을 확고히 밝혔다. 사랑제일교회 수석장로 C씨는 “협상이 원만하게 이뤄지는가 했지만 B씨 탓에 무산됐다”면서 “교회에 반드시 필요한 것은 예배 공간인데 이를 거부하니 협상 자체가 이뤄질 수 없다”고 전했다.


C씨는 “이런 상황에 교회만 ‘알박기’ 등으로 매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교회도 원만한 협상안을 제시하면 따를 용의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교회 측에서도 많은 것을 양보했지만 B씨의 주장으로 인해 마음이 상한 상황”이라며 “B씨와의 협상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사랑제일교회 존치?…실질적으로 불가능
교회 “현 조합과는 협상 없다” 입장 확고

장위10구역 조합은 교회를 그대로 두고 재개발 사업을 진행하는 방법도 염두에 두고 있다. 사업 지연이 불가피하지만 교회 측의 500억원대 보상 요구에는 절대로 응하지 않겠다는 ‘강수’를 꺼내 든 것이다.

장위10구역 재개발 조합은 최근 도시 정비 업체와 용역 계약을 맺고 구역 내 사랑제일교회를 존치한 상태에서 사업을 추진할 경우에 대한 타당성조사에 들어갔다. 조합은 2개월 후 용역 결과가 나오면 조합원 총회를 열고 최종 결론을 내릴 방침이다. 

장위10구역은 지난 2017년 7월 관리처분 인가를 받고 대부분 이주까지 마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교회 부지를 빼고 사업 계획을 다시 세울 경우, 정비계획 수립부터 다시 진행해야 한다. 이 경우 1년 반 정도 사업이 지연할 것으로 조합 측은 예상하고 있다.


일각에선 “존치는 말도 안 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A씨는 11구역의 상황을 예로 들었다. 11구역이 해제가 되면서 차량 진입로가 11구역에서 9구역 쪽으로 바뀐 것. 그는 “당시 2년이 걸렸다. 교회 존치를 하게 되면 그보다 훨씬 오랜 기간을 예상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교회 건물이 오래됐다는 것도 문제삼았다. A씨는 “사랑제일교회는 1950년대 만들어진 건물”이라며 “새로운 아파트 가운데 50년대 건물이 있는 것은 여러 가지로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교회만 빼고?
“독선적 생각”

그러면서 “만약 존치한다고 해도 사랑제일교회 측에서 겪는 소음, 진동, 도로 문제 등으로 더욱 큰 반발이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현 조합장 B씨는 평당 6000만원씩을 줄테니 나갈 수 있느냐고 교회 측에 의사를 타진하고 있는 중”이라며 “존치라는 결정도 조합장의 독선적인 생각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ktikt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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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꼬박 720일이 걸렸다. 한 나라의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악재에 악재가 겹쳐 궁지에 몰린 용산 대통령실이 꺼내든 최후의 카드는 영수회담이었다. 온 국민의 관심이 무색하게 이번 만남은 여야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3년 차에 접어든 시점서 또다시 ‘강 대 강’ 매치가 예상된다. 정치권이 학수고대하던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만남이 성사됐다. 이번 영수회담은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만남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30분 이 대표와 통화했다”며 “이 대표에게 다음 주 형편이 된다면 용산서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둘의 만남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어렵게 만났는데… 같은 날 민주당은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내주에 만날 것을 제안했다”며 “이 대표는 ‘많은 국가적 과제와 민생 현장에 어려움이 많다’며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만나자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이 대표는 꾸준히 영수회담을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피의자 신분인 만큼 만남이 적절치 않다는 무언의 거절이었다. 윤 대통령의 변심에는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한 상황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4·10 총선서 참패한 데 이어 인사 문제를 두고 대통령실의 손발이 맞지 않자 비선 개입 의혹까지 가중됐다. 야당과 소통함으로써 단단하게 굳어진 불통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등 현 상황을 돌파하겠단 뜻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당선인은 “이번 총선 이후 ‘야당 대표를 무시하다가는 총리도 임명 못하겠구나’라는 상황을 파악한 것”이라며 “아마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총리 인선 협조 정도를 받아내기 위한 피상적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대표에겐 편한 회담이 될 것이다. 자기 할 말만 하면 되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채 상병 특검 받고 거부권 행사하지 말아달라’고 했을 때 대통령이 못 받으면 회담까지 하고 욕먹는 건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이 만남을 갖기로 합의를 봤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조율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인 만큼 넘어야 할 고비는 많았다. 1차 실무진 회의도 쉽지만은 않았다. 당초 지난 22일 예정됐던 만남이 대통령실의 일방적인 취소로 불발된 것이다. 대통령실의 수석급 교체 일정으로 인해 일정에 변동이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피치 못할 사정이라지만 준비 회동조차 잡음이 새 나오면서 위태위태한 앞날이 예고됐다. 결국 첫 실무진 만남은 이로부터 하루 뒤인 지난 23일 이뤄졌다. 대통령실 측에서는 홍철호 정무수석과 차순오 정무비서관이 참석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천준호 비서실장과 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이 자리했다. 이날 회의는 영수회담 날짜는 물론 의제도 정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종료됐다. 지지율 하락에 반등 노렸지만… 의제 놓고 격돌…샅바 잡은 윤-이 지난 25일 진행된 2차 회의도 큰 소득은 없었다. 테이블에 올릴 의제를 놓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담은 특검법 수용과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에 대한 사과 등을 의제로 다루자는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이를 전해 들은 대통령실은 난감하단 태도를 보이며 팽팽하게 대립했다. 천 비서실장은 실무 협상 직후 브리핑서 “사전에 조율해 성과 있는 회담이 되도록 의제에 대한 검토 의견을 (대통령실이)제시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도부와 상의를 거쳐야 한다”며 추후 답변을 주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측이 제안한 의제와 관련해서는 ‘포괄적 수용’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의제를 놓고 양쪽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이대로 영수회담이 불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26일 이 대표가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도록 하겠다”고 말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진통 끝에 영수회담 날짜가 정해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두 사람의 입에 집중됐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서 만났다. 대통령실에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했다. 민주당에선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과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 대변인이 자리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영수회담을 통해 정국을 풀어갈 실마리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민주당은 ‘총선 민의’를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15분 독주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로 들어선 이 대표를 웃음으로 맞이했다. 곧이어 두 사람은 악수를 한 뒤 건강 등 안부를 주고받았다. 이 대표는 “저희가 (국회서 이곳으로)오다 보니 20분 정도 걸리던데, 실제 여기 오는 데 700일이 걸렸다”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윤 대통령은 대답 대신 웃음으로 갈음했다. 이날 영수회담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이른바 이 대표의 ‘작심 발언’이다. 윤 대통령의 인사말 이후 취재진이 퇴장하려 하자 이 대표는 “퇴장할 건 아니고, 제가 대통령님한테 드릴 말씀을 써왔다”며 멈춰 세운 뒤 품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읽어 내려갔다. 700일 동안 묵혀둔 말을 몽땅 쏟아내겠다는 듯, 이 대표의 발언은 장장 15분 넘게 이어졌다. 이 대표는 “대통령님께서 너무 잘 아시겠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팍팍하고 국민의 삶이 어렵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국가적으로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또 외교 안보, 모든 영역서 많은 위기가 도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물가, 고금리, 고환율 이런 삼중고를 포함해서 우리 국민의 민생과 경제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은 대통령님께서도 절감하실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곧이어 이 대표는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면서 본격적인 의제를 던졌다. 이 대표는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 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김건희 특검법’ 수용도 에둘러 촉구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태원 참사나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생각할 것과 연구·개발(R&D) 예산 등도 화제로 올렸다. 거부권 행사를 자제할 것도 강하게 요구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게 상당히 불편하실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또 민심을 과감하게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이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는 식으로 답했다. 처음 웃는 얼굴로 이 대표를 맞이할 때와 달리 표정은 점차 굳어져 갔다. 모두발언이 끝나자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민주당이 강조해 오던 이야기라 예상하고 있었다”며 모두발언은 생략한 뒤 비공개 회담을 이어갔다. 이날 회담은 예상 시간인 1시간을 훌쩍 넘은 오후 4시10분쯤에 마무리됐다. 130분간 자리를 함께했지만 도중에 배석자를 제외하는 등 두 사람이 독대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두 사람이 영수회담 도중 배석자를 물리고 자연스럽게 만찬 회동을 가질 것으로도 기대했지만 이번 만남은 차담 수준서 그쳤다. 영수회담을 마친 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각각 브리핑을 진행했다. 같은 장소서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이번 회담을 바라본 양측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두 쪽 난 여론 국민의 판단은?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영수회담 종료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전체적으로 볼 때 대통령은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표와 민생 문제 등에 대해 깊이 또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며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양측이 총론적 혹은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수석의 설명처럼 별도의 합의문은 없었다. 다만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가 “의료개혁은 시급한 과제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 민주당도 협력하겠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다만 “민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여야 간의 정책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데 대해서도 조금 이견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며 “대통령은 민생 협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같은 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고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나 재발 방지책,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지금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법리적으로 볼 때 민간조사위원회서 그 영장 청구권을 갖는 등 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조금 해소하고 다시 논의를 하면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은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며 “두 분이 만날 수도 있고 여당의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3자 회동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측이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는 대통령실의 평가와 달리 민주당은 이번 영수회담에 대해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회담에 배석한 박성준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서 브리핑을 열고 “영수회담에 대해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 대변인은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며 “특히 우리 당이 주장했던 민생회복 국정기조와 관련해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 대해 이 대표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는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했으나 이 대표가 내민 청구서에 윤 대통령이 딱 떨어지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범야권 집중 포격 맞은 대통령실 “결과도 실리도 없다” 쏟아진 질타 범야권도 일제히 쓴소리를 얹었다. “이럴 거면 대체 왜 만났냐”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은 “윤 대통령의 답은 거의 없었다”며 “총선 민심에 관한 시험을 치르면서 백지 답안지를 낸 것과 다름이 없다”고 혹평했다. 조국당 강미정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이번 회담을 통해 윤 대통령의 기조가 곧바로 바뀌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강 대변인은 “준비가 덜 된 대통령과 그럼에도 최대한 민심을 담아 질문을 한 야당 대표의 만남”이라며 “(대통령이)여러 가지 법안과 자신의 가족 문제 등 민감한 질문은 빼버렸다. 추후 만남을 기약한 정도일 뿐 아무런 결실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래도 윤 대통령 측에서 ‘자주 소통하자’는 뉘앙스가 나왔다”며 “만남을 거듭한다면 나아질 가능성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걸어본다”고 말했다. 새로운미래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며 “130분간 회담을 했으나 공동합의문은 없고 소모적인 정쟁에 불과했다”고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새로운미래 신재용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가장 시급한 문제인 의료대란 관련해 조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결과가 나왔어야 이번 회담이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며 “진전도 성과도 없이 끝나 버렸다”고 혹평했다. 김준우 정의당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130여분간 진행됐다는 대화의 결말은 결국 ‘2년 만에 첫 대화를 했다’는 그 자체와 여야 모두 입장이 애초에 비슷했던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확인한 것 외엔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영수회담이 아쉽게 끝난 것에 대해 이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대화의 기본이 안 돼있다”며 “대화라는 건 서로 말을 주고받는 걸 전제로 해야 하는데, (이 대표처럼)하고 싶은 말을 모조리 한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만남은 이 대표의 1승”이라면서도 “이 대표가 무리하게 정국을 끌고 갈 가능성처럼 비칠까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고 말했다. 첫술에 배부르랴 현재로서는 이번 회담이 윤 대통령의 ‘자충수’라는 여론이 강하다.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TK·PK 기반의 집토끼를 꽉 쥐는 데 효과적일지 몰라도 중도층이 보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이다. 영수회담 민심이 반영된 여론조사 결과도 주목된다. 레임덕 돌파구로 이 대표와의 만남을 선택한 윤 대통령의 선택이 자충수인지 신의 한 수인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