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의 7월’ 공수처와 검찰 인사 관전포인트

윤석열, 추풍에 낙엽 될까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7월, 검찰 조직이 또 한 번 크게 흔들릴 전망이다. 청와대와 집권여당 더불어민주당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출범 시기를 7월로 보고 있다. 이 시기엔 검찰 인사도 예정돼있다. 지난 1월, 두 번의 인사로 손발이 다 잘린 경험이 있는 윤석열 총장에게 7월도 잔인한 달이 될까.
 

▲ 윤석열 검찰총장 ⓒ문병희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청와대 상춘재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태년, 미래통합당(이하 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와 오찬을 겸한 회동을 가졌다. 이날 회동서 문 대통령은 “공수처 7월 출범이 차질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회가 열리면 공수처법 시행을 위한 법안을 조속히 처리해달라”고 요청했다. 

특수부 죽고
형사부 살고

문 대통령은 지난 1일, 정세균 국무총리와의 주례회동서도 공수처의 7월 출범을 위해 국회법과 인사청문회법을 신속하게 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회법과 인사청문회법에는 공수처장 임명 절차가 규정돼있지 않아 법안 처리가 되지 않으면 공수처의 7월 출범은 어려울 수 있다. 

당장 청문회 대상을 정하고 있는 국회법에 공수처장이 빠져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를 담당할 국회 상임위도 국회법을 통해 정해야 한다. 또 인사청문회법 개정을 통해 ‘임명동의안 회부’ 조항에 공수처장을 포함시켜야 한다. 민주당은 20대 국회에서 이를 개정해 통과시키려 했지만 무산된 바 있다.

검찰 입장에선 공수처 출범보다 더 가시권에 들어온 게 인사 문제다. 추미애 법무부의 시그널이 여러 차례 감지되면서 검찰 내부에선 이미 7월 인사가 기정사실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취임한 이후 폭풍처럼 진행됐던 1월 인사 규모에 버금가는 큰 폭의 변화가 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현재 검사장은 총 다섯 자리가 공석이다. 김오수 전 법무부 차관이 물러난 자리에 고기영 전 서울동부지검장이 영전했고 이수권 대검 인권부장이 서울동부지검 직무대리를 맡고 있다. 대전과 대구, 광주고검 차장 자리도 현재 비어있다. 

이미 인사의 틀은 어느 정도 정해졌다. 지난달 18일 법무·검찰개혁위원회는 ‘검찰권의 공정한 행사를 위한 검사 인사제도 개혁’에 대해 심의·의결하고 18차 권고안을 발표했다. 권고안에는 검찰 인사서 특수·공안·기획 분야가 주요 보직을 독점하던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검사장 등 기관장 임용 때 형사·공판부 경력자를 우대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문, 공수처 다음달 출범 강조
추, 같은달 검찰 인사 예고

위원회는 검찰의 중심을 형사·공판부로 이동하기 위해 검사장과 지청장(차장검사가 있는 지청)에 전체 검찰 내 분야별 검사 비중을 반영해 형사·공판부 경력 검사를 5분의 3 이상 임용하라고 권고했다. 또 전국 검찰청의 형사·공판부장과 대검찰청 형사부·공판송무부 과장은 형사·공판부서 재직 기간의 3분의 2 이상 형사사건을 처리한 경력이 있어야 맡을 수 있도록 권고했다. 

위원회는 “검사가 기수와 관계없이 관리자 또는 전문가로서 각자의 역할을 하는 수평적인 구조로 재구성돼야 조직 내·외부 영향서 벗어나 공정하게 직무를 수행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해당 권고안을 차기 검사 인사부터 즉시 시행할 것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 추미애 법무부장관

법무부는 위원회 권고에 대해 “검사 인사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적극 공감하고 지속해서 개선을 추진해왔다”며 “향후에도 권고안 등을 참고해 추가 개선 방안을 검토·추진하겠다”고 전했다. 


앞서 1월 인사 때와 마찬가지로 7월 인사 역시 윤석열 검찰총장의 힘을 빼는 방향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검찰 내 특수통 검사들은 이번 인사에서도 법무부의 칼날을 피해가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검찰 특수부는 문재인정부 들어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듯 부침이 심했다. 특수부는 정치인이나 고위공직자의 권력형 비리, 대형 경제사건 등을 수사한다. 경찰서 송치한 일반 형사사건이나 일부 고소·고발 사건을 수사하는 형사부와 달리 자체적으로 범죄 사실을 인지해 수사한다. 이른바 인지수사 부서다.

문정부서 검찰 특수부는 적폐 청산의 칼이면서 축소해야 할 대상으로 여겨졌다. 문정부 초대 검찰총장 문무일 총장은 취임 직후 특수부 인력을 줄이고 형사부 검사를 늘리는 자체 개혁에 나섰다. 

조직 엘리트서
개혁 대상으로

당시 대검은 서울중앙지검 형사부 강화, 지청 단위 특수전담 부서 폐지, 형사부 전담 엄부 ‘브랜드화’ 추진, 고검의 항고사건 직접수사 강화 등 형사사건 처리 충실화를 뼈대로 하는 형사부 강화 방안 시행에 들어갔다. 그 결과 전국 41개 지청 특수전담과 일부 지검 특수부가 폐지됐고, 대검 반부패부와 강력부를 통합하는 등 문무일 총장 체제서 특별수사 조직은 큰 변화를 맞았다. 

지난해 7월 윤석열 총장이 문정부 두 번째 검찰총장으로 취임하면서 특수통 검사들은 반짝 약진했다. 윤 총장 취임 이후 진행된 검찰 중간간부 인사서 특수통 검사들은 주요 보직을 차지했다. 서울중앙지검 1∼3차장검사부터 법무부와 대검찰청의 주요 보직까지 ‘윤석열 사단’이 전진 배치됐다. 

하지만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법무부장관 후보자로 지명되면서 검찰과 청와대의 갈등이 시작됐다. 이 과정서 특수부는 문 전 총장 때와 마찬가지로 또 다시 도마에 올랐다. 검찰 개혁이 언급될 때마다 특수부는 축소와 폐지의 대상으로 언급됐다. 
 

▲ 윤석열 검찰총장 ⓒ문병희 기자

윤 총장은 지난해 10월1일 서울중앙지검 등 3개 검찰청을 제외하고 전국의 모든 검찰청에 설치된 특수부를 폐지하겠다고 발표했다. ‘검찰 개혁 방안을 조속히 마련하라’는 문 대통령의 지시가 나온 지 하루 만에 나온 개혁안이다. 그러면서 문 전 총장 체제서 7개 지검으로 줄었던 특수부는 윤 총장 체제서 3개로 또 다시 축소됐다. 

당시 법무부장관이었던 조 전 장관은 윤 총장의 개혁 방안 발표 일주일 만에 검찰 개혁 추진 관련 대국민 발표를 진행했다. 법무부는 검찰의 특수부 폐지 건의를 반영해 서울중앙지검을 비롯한 3개 검찰청에만 ‘반부패수사’ 부서로 명칭을 변경해 최소한도로 설치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서울·인천·수원·대전·대구·광주·부산지검에 남아있던 특수부는 현재 서울과 대구, 광주지검에만 남아있다.

수원·인천·부산·대전 4개 검찰청의 특수부는 형사부로 전환됐다.

50→7→3
특수부 잔혹사

검찰 조직서 특수부라는 명칭이 사라진 건 1973년 이후 46년 만이다. 특수부는 1973년 1월 대검에 특수부가 창설되면서 수사국 역할을 물려받았다. 이듬해 서울과 부산지검에도 특수부가 생겼다. 대검 특수부는 1981년 중앙수사부(중수부)로 확대 개편됐다. 검찰총장 하명사건 수사는 물론 범죄 정보와 형사 정책 관련 여론 수집도 맡았다. 


대검 중수부와 검찰청 특수부를 오간 특수통 검사들은 조직 내 엘리트로 통했다. 하지만 사회적 이목이 집중되는 수사에 특수부 검사들이 자주 투입되는 만큼 평가가 극명하게 엇갈렸다. 특수부 검사들은 국민검사와 정치검사를 오가며 입방아에 올랐다. 

특수부 축소를 골자로 하는 문정부의 검찰 개혁 방향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지난해 10월 자유한국당(현 통합당) 김도읍 의원은 문 정부 출범 이후 서울중앙지검 특수부 검사 규모가 이전 정부에 비해 늘어났다는 자료를 공개했다. 김 의원이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매년 8월 기준 서울중앙지검 특수부 검사는 2013년 16명, 2014년 23명, 2015년 28명, 2016년 23명, 2017년 25명, 2018년 43명, 2019년 35명을 기록했다. 

특히 박근혜정부 말기인 2016년 8월 서울중앙지검 특수부 검사는 23명이었지만 문정부 출범 이후 2017년과 2018년에는 각각 25명, 43명으로 늘었다고 지적했다. 해당 시기는 문정부 출범 초 적폐 청산에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던 때와 맞물린다. 
 

김 의원은 당시 “현 정부는 출범 직후 적폐 청산을 한다며 서울중앙지검 특수부를 2배 가까이 키우더니 검찰이 조국 수사를 하자 갑자기 특수부를 없앤다고 한다”며 “검찰 개혁의 진정성을 누가 믿겠는가. 문정부의 검찰 개혁을 명분을 잃었다”고 비판했다. 

문정부 들어 여러 차례에 걸쳐 조직이 축소된 특수부는 조 전 장관의 후임으로 추 장관이 법무부에 입성하면서 또 다시 된서리를 맞았다. 조 전 장관 때는 특수부 부서 자체를 뒤흔드는 방식이었다면 추 장관은 인사를 통해 검찰총장의 손발을 자르는 식이다. 

1월 인사만큼 큰 규모?
검찰 장악력 높이려고?


추미애 법무부는 지난 1월8일 검찰 고위간부 인사를 전격 단행했다. 한동훈 반부패강력부장과 박찬호 공공수사부장을 비롯한 윤 총장의 대검 참모진은 모두 교체됐다. 부산고검 차장검사로 전보된 한동훈 부장은 조 전 장관의 가족 비리와 청와대 감찰무마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이었고, 제주지검장으로 전보된 박찬호 부장은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을 수사 중이었다. 

서울중앙지검장, 법무부 감찰국장,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대검 공공수사부장 등 전통적으로 특수통 검사들이 독식해온 자리가 물갈이됐다. 검찰 조직 내 빅4로 불리는 요직 중 특수통으로 분류되는 인사는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전보된 이성윤 지검장 정도였다. 추 장관의 첫 검찰 인사로 특수통이 몰락했다는 말이 나왔다.

여기에 검찰의 직접수사를 축소하고 형사·공판부를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검찰직제 개편안이 시행되면서 반부패수사부와 공공수사부는 또 다시 쪼그라들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부는 4개서 2개로, 공공수사부는 3개서 2개로 줄었다. 검찰이 특별수사단 같은 임시 수사조직을 만들 경우 법무부장관의 승인을 받도록 하는 조항도 신설됐다. 

1월23일 단행된 검찰 중간간부 인사서도 법무부는 옛 특수부 등 특정 부서 중심의 기존 검찰 인사를 ‘조직 내 엘리트주의’로 규정하고 이를 탈피해 형사·공판 업무를 맡아온 검사들을 우대한다는 인사 원칙을 내세웠다. 형사·공판부 우대 원칙은 일반검사 인사서도 적용됐다.

법무부는 “일선 기관장이 추천한 우수 검사들의 인사 희망을 적극 반영하되 형사·공판부서 업무를 수행해온 검사를 주요 부서에 발탁하겠다”고 밝혔다. 

추 장관이 취임한 후 두 차례 단행된 검찰 인사, 직제개편 등을 통해 ‘윤석열 사단’은 해체 수순을 밟았다. 법무부서 법무·검찰개혁위원회가 내놓은 권고안을 받아들여 7월 인사를 단행할 경우 검찰 조직의 변화는 불가피하다. 일각에선 법무부가 윤 총장과 직접적인 힘겨루기가 아니라 간접적인 압박으로 검찰 조직에 대한 장악력을 높이려 하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한명숙 의혹
인사 전 포석?

추 장관의 한명숙 전 국무총리에 대한 언급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1일 서울중앙지검은 한 전 총리의 불법정치자금 사건서 검찰 수사팀이 증인에게 허위 증언을 종용했다는 진정을 인권감독관에게 배당했다. <뉴스타파>가 한 전 총리 사건 수사 과정의 의혹을 제기한 지 한 달 만이다. 추 장관은 사건이 배당된 날 언론 인터뷰서 “이번 사건을 진정 사건 정도로 가볍게 봐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추 장관의 언급은 당시 한 전 총리 수사를 담당했던 수사팀이 특수통 검사들이었다는 점에서 ‘윤석열 힘빼기’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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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