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범죄 온상 ‘다크웹’의 세계

어둡고 깊은 또 다른 세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인터넷은 정보의 바다라 불린다. 심해가 인간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미지의 영역이듯 인터넷에도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접근할 수 없는 곳이 존재한다. 이른바 다크웹(Dark Web)이다. 이 어두운 세계에선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다크웹 관련 청원글 ⓒ청와대

다크웹(Dark Web)은 접속하려면 특정 프로그램을 사용해야 하는 웹을 말한다.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접속자나 서버를 확인할 수 없다. 철저하게 익명성을 유지하기 때문에 무기·마약거래·아동 음란물 유통 등 사이버범죄에 이용되는 경우가 많다.

철저한 익명성

사용자가 일반적으로 접하는 웹은 서피스웹, 즉 표면웹이라고 부른다. 네이버나 다음, 구글 등 검색엔진에 의해 색인된 콘텐츠로 구성된다. 검색엔진은 웹을 돌아다니며 온갖 웹페이지를 모조리 수집한다.

이와 상대되는 개념이 딥웹(Deep Web)이다. 웹페이지를 찾아다니는 웹크롤러에 걸리지 않아 검색 등의 방식으로는 접근이 어려운 웹을 말한다. 개인 e-메일이나 의료기록, 회사 내부망, 유료화 콘텐츠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다크웹은 딥웹에 포함되면서도 구분되는 개념이다. 다크웹에 접속하기 위해서는 특수한 웹브라우저가 필요하다. 표면웹이 아무나 이용할 수 있는 카페라면, 딥웹은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가야 하는 카페, 다크웹은 특수통로로 들어가야 이용할 수 있는 카페인 셈이다.


다크웹이 세상에 드러난 시기는 6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 FBI2013년 온라인 마약거래 웹사이트 실크로드를 적발해 폐쇄했다. 2011년 개설된 이 사이트서 2013년 서버를 닫기까지 1500만건이 넘는 거래가 이뤄졌다.

금액으로 따지면 21400만달러, 우리나라 돈으로 2384억원에 달한다. 실크로드에선 마약 등이 공공연하게 불법거래됐고, 마약 구매자 가운데 6명이 마약 중독으로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실크로드 개설자인 로스 울브리히트는 2015529일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특정 경로로만 접속 가능해
2013년 마약거래 사이트 적발

다크웹 이용자들은 결제 수단으로 가상화폐 비트코인을 사용했다. 비트코인은 다크웹과 함께 발전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익명성을 최우선으로 하는 다크웹 이용자들은 탈중앙화를 모토로 하는 비트코인을 이용해 마약 등을 거래했다. 실크로드서 2년간 거래된 비트코인은 950만개로, 당시 총 거래량의 80%에 달했다.

문제는 국내서도 다크웹이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는 점이다. 2016년 당시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송희경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다크웹 불법 사이트는 1547개에 이른다. 마약거래 사이트가 423, 불법 금융 사이트가 327, 불법 포르노 사이트 122, 해킹 사이트 96개 등이다.

송 의원이 20179월 경찰청서 제출받아 공개한 다크웹 이용 마약류 사범현황에 따르면 2016년 처음 적발하기 시작한 다크웹 마약류 사범은 20179월까지 155명 검거됐다. 20178월 울산지방경찰청에서는 다크웹을 통해 사설경마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약 48000억원 상당의 불법마권을 발행한 일당을 검거하기도 했다.

지난 10월에는 다크웹에 개설된 아동 음란물 사이트 운영자와 이용자들이 무더기로 검거됐다. 경찰청 사이버안전국은 20179월부터 한국인이 운영한 아동 음란물 사이트에 대한 국제공조 수사를 벌여 32개국서 이용자 310명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한국인은 223명에 이른다.


또 경찰은 지난해 이 사이트를 운영한 손모씨를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해 검찰에 송치했다. 손씨는 20157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충남에 있는 자신의 집에 서버를 두고 다크웹에 사이트를 개설해 아동이 등장하는 음란물 25만여건을 유통하면서 이용자들로부터 415비트코인(4억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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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수사는 한국 경찰청, 미국 국토안보수사국, 국세청, 연방검찰청, 영국 국가범죄청 등의 공조로 진행됐다. 미 법무부는 손씨가 운영한 웰컴 투 비디오(Welcome to Video)’라는 이름의 사이트는 비트코인을 이용해 아동 포르노를 수익화한 최초의 웹사이트 중 하나라고 발표했다.

경찰에 따르면 손씨는 1심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 받았으나 2심서 징역 16개월의 실형을 선고 받고 형이 확정돼 복역 중이다. 손씨의 형량을 두고 지난 1021아동 포르노 사이트를 운영한 손모씨와 사이트 이용자들의 합당한 처벌을 원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와대 국민청원 글이 올라왔다.

아동 음란사이트 운영자 ‘한국인’
20∼30 대 마약사범 증가 이유도?

청원자는 걸음마도 채 떼지 않은 아이들이 성적 대상으로 학대당하고 아무 죄 없는 아이들이 폭행을 당하며 신체 일부분들이 잘려 나갔다세계 최대의 유료 포르노 사이트를 한국인이 운영했고, 이용자 337명 가운데 한국인이 223명이나 되는데, 대한민국 법은 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지요?”라며 비판했다.

실제 미국은 손씨가 운영한 사이트서 1회 다운로드한 이용자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이 사이트 유료회원은 세계 38개국 4000여명, 다운로드 횟수는 100만건에 이른다. 수사 과정서 아동포르노 제작에 희생된 아동 23명이 구조되기도 했다.

제시 리우 워싱턴 DC 연방검사는 이 사이트에 올라운 약 8테라바이트 분량 자료 대부분은 사춘기 이전 아동 음란물로, 심지어 걸음마를 배우는 유아나 젖먹이까지 포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손씨의 사이트서 유통된 아동 음란물은 25만건에 달한다.

2030대 마약사범이 늘어난 것도 다크웹이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경찰청은 지난 10월까지 마약 관련 범죄를 저지른 9340명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 7129명보다 31% 증가한 수치다. 2017년 전체 8887, 지난해 전체 8107명은 이미 넘어섰다. 30대가 2227(23.8%)로 가장 많았고, 202160(23.1%), 40(1948, 20.9%) 순이다. 10대도 140명이 적발됐다.

인터넷으로 마약을 거래하다가 검거된 마약사범은 매년 늘고 있다. 2017년 전체 마약사범 중 인터넷 마약사범은 1100(12.4%), 지난해에는 1516(18.7%)이었다. 올해 처음으로 인터넷 마약사범이 전체 마약사범의 20%를 넘어섰다. 경찰은 1030대 마약사범의 증가가 인터넷과 무관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점차 늘어나

경찰은 사이버전담 인력을 증원하고 올해 말 구축 예정인 다크웹 불법정보 추적시스템을 활용해 다크웹 상 마약류 유통행위를 적극 단속하겠다는 방침이다. 지난 18일 경찰청은 정례 기자간담회서 전국 지방청 사이버수사대서 다크웹 수사를 진행하도록 했다다크웹 관련 추적 기법을 연구하고 전문가 초청 교육과 해외 콘퍼런스 참석을 통해 수사 역량을 계속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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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당내 강경파의 반발로 인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동병상련을 느낄 법한 두 사람은 여야 지도부 회동이라는 전략적 제휴에 가까운 선택으로 각자의 어려움을 풀고 정국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용산 대통령실로 초청했다. 오찬은 약 1시간 동안 진행됐고,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30분 동안 비공개 영수회담을 진행했다. 유튜브 권력자?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여야의 수장이지만, 각자의 이유로 자신의 진영에선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두 사람의 회담은 이 때문에 더욱 주목받았다. 정 대표는 지난달 26일 장 대표가 선출된 이후 줄곧 ‘무시’ 전술로 대응했다. 정 대표는 장 대표 선출 여부와 관계없이 국민의힘에 대해 정당해산심판 청구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강공 기조를 잇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런 상황에서 여야 지도부 회동과 영수 회담을 진행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이 대통령이 장 대표와 만난 것 자체가 고립무원에 처한 이 대통령의 상황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겪는 어려움은 여당인 민주당과의 관계로부터 시작된다. 이 대통령과 민주당의 관계에 대해선 “대통령 위에 방송인 김어준씨가 상왕으로 군림한다”는 설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이 대통령은 문재인 전 대통령 등 친문(친 문재인) 진영과 오랜 갈등 관계에 있었고 “민주당에서 세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김어준 상왕설’은 이젠 진보 성향 언론에서도 공공연하게 거론한다. <주간경향>은 지난 8일 ‘김어준 상왕설’을 다루면서 “김씨가 비판·견제가 어려운 신성불가침 영역이 됐다”는 민주당 내부 반응과 “김씨는 민주당의 고정 상수고, 당의 일부 기능이 김씨의 유튜브 채널로 이관됐다”는 일부 정치평론가 반응도 소개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로 알려진 민주당 곽상언 의원은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유튜브 권력이 정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면서 김씨를 강하게 비판했다. 다음 날엔 “저는 ‘유튜브 권력자’에게 머리를 조아리면서 정치할 생각은 없다”며 “이 방송에 출연하면 공천받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얘기를 들은 기억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조선일보>는 민주당 경선에서 손을 떼라’는 의견을 밝히셨다”고 강조했다. 곽 의원은 곧바로 반격을 받았다. 같은 당 최민희 의원은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곽 의원을 일컬어 ‘부화뇌동 국회의원님’이라고 지칭하면서 “자존감을 좀 가지시라. 부끄럽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최 의원이 곧바로 반격한 것은 역설적으로 김씨와 이 대통령의 위상을 확인시켜 줬다. 이 대통령은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50%가 넘는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 해체 ▲각종 외교 현안 ▲조국혁신당 성범죄 의혹 등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위에서 누르고 옆에서 치받고 이 대통령 앞에 수북한 난제 민주당에선 정 대표가 검찰개혁 관련 공세를 주도한다. 현재 진행 중인 3개의 특검(내란·김건희·채 상병)과 관련해 수사 기간·범위·인력 대폭 확대와 관련 재판 녹화 중계를 추진하는 특검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개정안은 이미 국회 법사위를 통과했고, 국민의힘은 헌법재판소에 효력정치 가처분을 신청했다. 검찰을 겨냥해선 “추석 전 검찰을 해체하고,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과 공소청을 설치하겠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사법부를 겨냥해선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과 이재명정부 내부에선 중수청의 소속 부처를 놓고 이미 갈등이 있었다.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으로 알려진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에 설치하면 민주적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면서 사실상 ‘법무부 설치’를 주장했다. 그러자 친민주당 진영은 정 장관에게 강하게 반발했다. 그동안 친민주당 성향을 강하게 드러냈던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지난달 29일 검찰개혁 공청회에서 “정 장관도 검찰에 장악돼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검찰개혁 후속 법안을 마련하는 정부 기구 구성과 관련해 정 대표와 대통령실 우상호 정무수석이 크게 언쟁을 했다”는 설까지 불거졌다. 장 대표는 이 대통령과 만났을 당시 공개 발언에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와 관련해 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다. 장 대표가 거부권 행사를 요청한 명분은 ‘견제와 균형 붕괴’였다. 장 대표는 이어진 비공개 회동에서도 “오랫동안 되풀이된 정치 보복 수사를 끊어낼 수 있는 적임자는 이 대통령”이라면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에 강한 우려와 유감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장 대표에게 뚜렷한 답변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이 대통령의 반응을 놓고 “이 대통령이 제어하지 못하는 상황일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정 장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수청 소속 부처도 행정안전부로 결정됐다. 이에 대해서도 “이 대통령이 당의 의사를 이겨내지 못한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4일(현지시각) 미국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현대차·LG 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의 한국인 노동자 300여명 구금 사태도 이 대통령에게 비판의 화살이 집중되는 계기가 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그로부터 불과 10일 후 발생한 사태였다. 안팎 모두 꼬인 실타래 한미 양국은 정상회담 후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를 조성하기로 합의했고, 미국이 한국에 부과하는 관세율은 15%로 확정했다. 일본은 5500억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기로 한 후 15% 관세율을 받아냈다. 그런데 일본의 관세율 15%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내려지면서 명문화된 것과 달리, 우리는 아직 문서를 받아내지 못했다. 미국 정부는 “3500억달러 투자처를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노동자 300여명이 구금된 구체적인 이유는 이들이 최대 90일 동안 단기 체류만 할 수 있는 무비자 전자여행허가 제도를 통해 입국해 근무한 것이었다. 단기 체류 비자로 입국해 근무한 이상 불법체류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까지 진행한 이 대통령에겐 “미국을 왕래하는 국민의 비자 문제에조차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냐”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커진다. 일본과의 외교도 난항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진행한 후 17년 만에 공동언론발표문을 채택했다. 정상회담도 그만큼 훈훈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하지만 낮은 지지율과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의 지난 7월 참의원 선거 패배로 인해 사퇴 압력에 시달리던 이시바 총리는 지난 7일 결국 사퇴를 선언했다. 후임 총리 후보로는 자민당 다카아치 사나에 의원과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시바 총리와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자민당 내에서 파벌 색이 짙지 않아 비교적 온건한 정치 성향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다카이치 의원은 강경한 우익 포퓰리스트였던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알려졌다. 다카이치 의원은 ▲야스쿠니 신사 참배 ▲헌법 개정 ▲재무장 추진 ▲아베노믹스 계승 등 아베 전 총리와 거의 비슷한 정치색을 드러냈다. 지난 1994년엔 <히틀러 선거전략>이란 책의 추천사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책엔 “단기간에 여론을 모아 권력을 빼앗았다”거나 “긴급조치로 적을 섬멸했다”는 등의 독일 나치의 선거전략을 높이 평가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설득할 수 없는 유권자는 말살한다”는 등 작전을 일본 정치인의 선거 승리 전략으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전 대통령은 자신에게 호의적인 국내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고의로 신사 참배를 했던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민주당 소속임에도 강경한 우익 성향으로 유명했던 노다 요시히코 전 총리와 갈등하면서 지난 2012년 전격적으로 독도를 방문하는 강수를 뒀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재임 중 아베 전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으면서 대중국 외교에 공들였다. 다카이치 의원이 후임 총리가 되면, 이 대통령도 전임 대통령들처럼 상당한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 나비효과 게다가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 3일 중국 전승절 80주년 경축 행사에 참석한 것으로 보수 성향 유권자들에게 큰 비판을 듣고 있다. 우 의장은 행사에 함께 참석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짧게 인사를 나눴다. 반면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김 위원장을 2번이나 불렀음에도 아무 반응을 얻지 못해, 이 역시 보수 성향 유권자들로부터 큰 비판을 받고 있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이후 친서방 외교에 유화적인 방향으로 선회하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전통적 방향과 충돌하는 상황으로 해석되고 있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내부에서 불거진 성추행·성희롱 사건도 이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은 조국 비상대책위원장 등 친문 핵심 일부가 창당했다. 이 사건은 혁신당 강미정 전 대변인이 탈당하면서 폭로해 외부에 알려졌다. 가해자로 지목된 김보협 수석대변인은 문 전 대통령과 친분이 돈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우석 전 사무부총장은 조 비대위원장이 민정수석이었을 당시 민정수석실 행정관을 지냈다. 조 비대위원장은 그동안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이 여파는 민주당과 이 대통령에게 번지고 있다. 기성세대 남성의 위선과 운동권 특유의 성 문화 논쟁으로 확대되면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범죄 사건까지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으로선 친문계와 빚고 있는 광범위하면서도 조직적인 엇박자가 국정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그 뒷감당까지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장 대표도 이 대통령 못지않은 고립무원 상황에 직면했다. 시작은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로부터도 신임받았던 김도읍 의원을 지난 1일 정책위의장으로 임명한 것이었다. 그러자 “장 대표 당선에 큰 공을 세웠다”고 자부하던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들이 크게 반발했다. 특히 고성국 ‘고성국TV’ 대표는 지난 2일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려면, 국민의힘이 지자체장 30석을 자유통일당 등 자유 우파 정당 4개에 양보하면 된다”고 요구했다. 강경 보수 공세 친한 숙청 시동 민주당의 각종 입법 공세 방어 등 대여 공세 수단도 마땅치 않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노란봉투법 통과를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동원했지만, 큰 의미를 두기 어려웠다. 노란봉투법은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 종료 직후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민의힘이 할 수 있는 일은 본회의 불참밖에 없었다. 3개의 특검은 이미 국민의힘을 사정권에 두고 있다. 현실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은 실질적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장외 집회밖에 없다. 장 대표는 강경한 대여 공세를 약속하면서 당 대표에 당선됐지만, 강경한 대여 공세를 할 수 있는 현실적인 수단은 처음부터 없었다. 따라서 여야 지도부 회동은 장 대표에겐 정치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기회였다. 최소한 “이 대통령에게 우리의 요구를 가감 없이 전달했다”고 자부할 만한 명분이 마련된 것이었다. 내부 사정도 녹록하진 않다. 장 대표에겐 지난해 12월 결별한 친한계(친 한동훈)와의 내부 투쟁도 숙제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다만 장 대표가 당선된 것 자체가 이미 친한계엔 큰 타격이었다. 아울러 친한계엔 ▲김종혁 전 최고위원 ▲신지호 전 사무부총장 ▲윤희석 전 대변인 ▲송영훈 전 대변인 등 국민의힘을 대표해 각종 시사프로그램 패널로 출연하는 인사들이 다수 소속돼있었다. 이들은 대체로 친한계의 이해관계를 각종 방송에서 대변했다. 장 대표는 지난 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서 “방송에서 당의 의견을 가장해 당에 해를 끼치는 발언을 하는 것도 해당 행위”라며 “국민의힘을 공식적으로 대변하는 인물임을 알리는 패널 인증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장 대표의 방침은 “국민의힘 몫 토론자로 출연해 친한계를 대변하는 인사들을 방송에서 솎아내려는 것”이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처럼 장 대표는 당내에서 양면 전선을 펼쳐놨기 때문에 현재 상황이 녹록지 않다.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하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로선 여야 지도부 회동이 동병상련에 가까운 전략적 제휴였을 가능성이 있다. 장 대표는 비공개 회담에서도 국민의힘의 의견을 모두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도 뚜렷한 확답만 하지 않았을 뿐, 대통령 당선 이전 강성 이미지를 중화하려는 듯 유화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불화를 이용하려고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장 대표도 내부 반발이 있고,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해야 해서 제 코가 석 자”라고 보고 있다. 아울러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그동안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나름대로 중도를 지향하고자 강경파와 투쟁해야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당분간 이들이 전략적 제휴를 맺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의 회담 분위기를 무색하게 하듯이 다음 날인 지난 9일 진행된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내란 청산은 정치 보복이 아니”라며 “국민의힘이 내란 세력과 단절하지 못하면, 위헌정당 해산심판 대상이 될지도 모르니 명심하라”고 경고했다. 수북한 현안들 ‘내란’은 민주당이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을 공격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일반 명사가 됐다. 정 대표는 대표적인 당내 강경파로서, 국민의힘에 대한 강경한 태도가 정치적 상징이 된 지 오래다. 이 대통령과 장 대표가 마주 보고 성과를 낼수록 정 대표는 설 자리를 잃는다. 정 대표의 제동은 “고립무원에 처한 여야 수장이 서로에게 동병상련을 느껴도 큰 의미가 없을 것”이란 경고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다. 바퀴들이 삐걱대는 사이 현안은 더욱 수북이 쌓이고 있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