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범죄 온상 ‘다크웹’의 세계

어둡고 깊은 또 다른 세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인터넷은 정보의 바다라 불린다. 심해가 인간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미지의 영역이듯 인터넷에도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접근할 수 없는 곳이 존재한다. 이른바 다크웹(Dark Web)이다. 이 어두운 세계에선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다크웹 관련 청원글 ⓒ청와대

다크웹(Dark Web)은 접속하려면 특정 프로그램을 사용해야 하는 웹을 말한다.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접속자나 서버를 확인할 수 없다. 철저하게 익명성을 유지하기 때문에 무기·마약거래·아동 음란물 유통 등 사이버범죄에 이용되는 경우가 많다.

철저한 익명성

사용자가 일반적으로 접하는 웹은 서피스웹, 즉 표면웹이라고 부른다. 네이버나 다음, 구글 등 검색엔진에 의해 색인된 콘텐츠로 구성된다. 검색엔진은 웹을 돌아다니며 온갖 웹페이지를 모조리 수집한다.

이와 상대되는 개념이 딥웹(Deep Web)이다. 웹페이지를 찾아다니는 웹크롤러에 걸리지 않아 검색 등의 방식으로는 접근이 어려운 웹을 말한다. 개인 e-메일이나 의료기록, 회사 내부망, 유료화 콘텐츠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다크웹은 딥웹에 포함되면서도 구분되는 개념이다. 다크웹에 접속하기 위해서는 특수한 웹브라우저가 필요하다. 표면웹이 아무나 이용할 수 있는 카페라면, 딥웹은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가야 하는 카페, 다크웹은 특수통로로 들어가야 이용할 수 있는 카페인 셈이다.


다크웹이 세상에 드러난 시기는 6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 FBI2013년 온라인 마약거래 웹사이트 실크로드를 적발해 폐쇄했다. 2011년 개설된 이 사이트서 2013년 서버를 닫기까지 1500만건이 넘는 거래가 이뤄졌다.

금액으로 따지면 21400만달러, 우리나라 돈으로 2384억원에 달한다. 실크로드에선 마약 등이 공공연하게 불법거래됐고, 마약 구매자 가운데 6명이 마약 중독으로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실크로드 개설자인 로스 울브리히트는 2015529일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특정 경로로만 접속 가능해
2013년 마약거래 사이트 적발

다크웹 이용자들은 결제 수단으로 가상화폐 비트코인을 사용했다. 비트코인은 다크웹과 함께 발전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익명성을 최우선으로 하는 다크웹 이용자들은 탈중앙화를 모토로 하는 비트코인을 이용해 마약 등을 거래했다. 실크로드서 2년간 거래된 비트코인은 950만개로, 당시 총 거래량의 80%에 달했다.

문제는 국내서도 다크웹이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는 점이다. 2016년 당시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송희경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다크웹 불법 사이트는 1547개에 이른다. 마약거래 사이트가 423, 불법 금융 사이트가 327, 불법 포르노 사이트 122, 해킹 사이트 96개 등이다.

송 의원이 20179월 경찰청서 제출받아 공개한 다크웹 이용 마약류 사범현황에 따르면 2016년 처음 적발하기 시작한 다크웹 마약류 사범은 20179월까지 155명 검거됐다. 20178월 울산지방경찰청에서는 다크웹을 통해 사설경마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약 48000억원 상당의 불법마권을 발행한 일당을 검거하기도 했다.

지난 10월에는 다크웹에 개설된 아동 음란물 사이트 운영자와 이용자들이 무더기로 검거됐다. 경찰청 사이버안전국은 20179월부터 한국인이 운영한 아동 음란물 사이트에 대한 국제공조 수사를 벌여 32개국서 이용자 310명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한국인은 223명에 이른다.


또 경찰은 지난해 이 사이트를 운영한 손모씨를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해 검찰에 송치했다. 손씨는 20157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충남에 있는 자신의 집에 서버를 두고 다크웹에 사이트를 개설해 아동이 등장하는 음란물 25만여건을 유통하면서 이용자들로부터 415비트코인(4억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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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수사는 한국 경찰청, 미국 국토안보수사국, 국세청, 연방검찰청, 영국 국가범죄청 등의 공조로 진행됐다. 미 법무부는 손씨가 운영한 웰컴 투 비디오(Welcome to Video)’라는 이름의 사이트는 비트코인을 이용해 아동 포르노를 수익화한 최초의 웹사이트 중 하나라고 발표했다.

경찰에 따르면 손씨는 1심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 받았으나 2심서 징역 16개월의 실형을 선고 받고 형이 확정돼 복역 중이다. 손씨의 형량을 두고 지난 1021아동 포르노 사이트를 운영한 손모씨와 사이트 이용자들의 합당한 처벌을 원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와대 국민청원 글이 올라왔다.

아동 음란사이트 운영자 ‘한국인’
20∼30 대 마약사범 증가 이유도?

청원자는 걸음마도 채 떼지 않은 아이들이 성적 대상으로 학대당하고 아무 죄 없는 아이들이 폭행을 당하며 신체 일부분들이 잘려 나갔다세계 최대의 유료 포르노 사이트를 한국인이 운영했고, 이용자 337명 가운데 한국인이 223명이나 되는데, 대한민국 법은 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지요?”라며 비판했다.

실제 미국은 손씨가 운영한 사이트서 1회 다운로드한 이용자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이 사이트 유료회원은 세계 38개국 4000여명, 다운로드 횟수는 100만건에 이른다. 수사 과정서 아동포르노 제작에 희생된 아동 23명이 구조되기도 했다.

제시 리우 워싱턴 DC 연방검사는 이 사이트에 올라운 약 8테라바이트 분량 자료 대부분은 사춘기 이전 아동 음란물로, 심지어 걸음마를 배우는 유아나 젖먹이까지 포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손씨의 사이트서 유통된 아동 음란물은 25만건에 달한다.

2030대 마약사범이 늘어난 것도 다크웹이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경찰청은 지난 10월까지 마약 관련 범죄를 저지른 9340명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 7129명보다 31% 증가한 수치다. 2017년 전체 8887, 지난해 전체 8107명은 이미 넘어섰다. 30대가 2227(23.8%)로 가장 많았고, 202160(23.1%), 40(1948, 20.9%) 순이다. 10대도 140명이 적발됐다.

인터넷으로 마약을 거래하다가 검거된 마약사범은 매년 늘고 있다. 2017년 전체 마약사범 중 인터넷 마약사범은 1100(12.4%), 지난해에는 1516(18.7%)이었다. 올해 처음으로 인터넷 마약사범이 전체 마약사범의 20%를 넘어섰다. 경찰은 1030대 마약사범의 증가가 인터넷과 무관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점차 늘어나

경찰은 사이버전담 인력을 증원하고 올해 말 구축 예정인 다크웹 불법정보 추적시스템을 활용해 다크웹 상 마약류 유통행위를 적극 단속하겠다는 방침이다. 지난 18일 경찰청은 정례 기자간담회서 전국 지방청 사이버수사대서 다크웹 수사를 진행하도록 했다다크웹 관련 추적 기법을 연구하고 전문가 초청 교육과 해외 콘퍼런스 참석을 통해 수사 역량을 계속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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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가족의 당원 게시판 연루 의혹 가능성을 사실로 확정 짓고 있다. 같은 당 장동혁 대표도 한 전 대표 축출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한 전 대표는 점점 광야로 내몰리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2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사실상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축출 의지를 드러냈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었으나 ‘걸림돌’이라고 호칭했다. “제거돼야 통합 가능” 장 대표는 이날 “당내 통합에 걸림돌이 있다면 제거돼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표는 개인적 감정에 따라 움직이거나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라며 “당원과의 관계를 해결해야 할 당사자인 어떤 걸림돌은 그걸 해결하지 않고는 연대·통합을 함부로 얘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민의힘의 주요 화제 중 하나는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됐다”는 당원 게시판 의혹이다. “한 전 대표 가족들의 명의를 이용한 아이디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비난 글을 다수 작성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무감사위는 이날 “비난 글을 작성한 문제 계정들은 한 전 대표 가족 5인의 명의와 같고, 전체 87.6%는 2개의 IP로 작성된 여론조작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언론 보도 후 연루자들의 탈당·대규모 게시글 삭제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도 별도의 자료를 발표했다. 그는 “해당 IP를 사용한 계정 10개 중 4개는 같은 휴대전화 뒷번호·같은 선거구(서울 강남병)을 공유한다”며 “동명이인이 이 모든 조건을 우연히 공유할 확률은 사실상 0%고, 탈당 시점도 4일 이내로 집중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제는 당 대표 본인·가족 명의 계정을 이용해 다수 당원이 지지하는 것처럼 위장한 것”이라며, “당심을 왜곡한 후 언론을 통해 확대 재생산해서 일반 여론까지 움직이려 했다면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한 범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을 드루킹 사건과 비교했던 사람은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이다. 장 부원장은 지난달 15일 임명된 후 장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는 지난 2024년 11월 이 사건을 일컬어 ‘온가족 드루킹’ 혹은 ‘한가족 드루킹’ 등 표현을 사용하면서 한 전 대표를 비난했다. 장에 한은 당내 통합 걸림돌 취급 “게시글,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 한 전 대표와 가족을 강하게 비판한 장 부원장이 사용하는 표현을 위원장 발표 자료에 담은 것을 봐선, 이날 당무감사위의 발표는 “국민의힘에서 한 전 대표를 확실하게 내보내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당무감사위에 따르면, 한 전 대표에게 소명을 요구하는 질의서를 보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한 전 대표는 방송 출연으로써 하루 격차를 두고 상반된 의견을 냈다. 그는 지난달 30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당시엔 저와 제 가족에 대한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 게시물이 당원 게시판을 뒤덮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 가족이 익명 보장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비판적 사설·칼럼을 올렸단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가족이 게시물을 올렸다”고 처음 인정하면서도 “저는 글을 쓴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족 명의로 게시물을 올리는 게 비난받을 일이라면 가족이 아닌 저를 비난하라고 말하고 싶다”면서도 “제가 제 이름으로 글을 쓴 게 있는 것처럼 발표한 것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한 전 대표는 다음 날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위원장이 ‘동명이인 한동훈’ 게시물을 제 가족 게시물인 것처럼 조작해서 발표했다”면서 이 위원장에 대한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이어 “게시물 작성 시기는 제가 정치를 시작하기 전·최근 등 무관한 것을 대표 사례라고 조작해 발표했는데, 저는 당원 게시판에 아예 가입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런 가운데 장 대표는 지난 7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진행된 ‘이기는 변화’ 기자회견에서 윤 전 대통령이 자행한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했다. 장 대표는 이날 “12·3 비상계엄은 상황에 맞지 않는 잘못된 수단으로써, 국민께 큰 혼란·불편을 끼쳤고, 당원께 큰 상처가 됐다”며 “국정 운영의 한 축이었던 여당이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그 책임을 무겁게 통감하고,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 국민의힘이 부족했으니, 잘못·책임은 국민의힘 안에서 찾겠다”면서 “국민의힘은 오직 국민 눈높이에서 새롭게 시작하겠으니, 과거의 일은 사법부의 공정한 판단·역사의 평가에 맡겨놓고,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당명 개정 추진 의사도 밝혔다. 장 대표의 이날 기자회견을 놓고, 일각에선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을 강하게 지지하는 강경 보수 유튜버 고성국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에 출연한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에게 입당 원서를 직접 전달하는 형식으로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이에 대해선 “장 대표가 국민의힘 안에 강경 보수 세력을 끌어들여 세력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 이어 “고씨를 입당시킨 것과 장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는 모순 아니냐”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고씨는 평소 한 전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이날 김 최고위원도 고씨의 입당 원서 작성을 지켜보면서 “혹시 당원 게시판에 글 올리시면 들통난다”는 등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거를 타선 없는 국힘?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은 지난 6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 하이킥>에 출연해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 세력을 축출하고, 완전히 윤 어게인 세력의 당으로 만들어 훨씬 더 극우화된 정당으로 가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미 고씨와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입당했고, 윤 전 대통령 변호인 김계리 변호사도 곧 입당 심사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의힘은 거를 타선이 없는 정당이 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내보낼 것”이라는 예측은 “한 전 대표에겐 뚜렷한 정치적 기반이 없는 것 아니냐”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핵심 기반은 팬클럽 ‘위드후니’다. 위드후니는 40대 이상 여성 중심으로 구성돼있고, 활동하는 노년 여성도 다수다. 하지만 선거는 결국 지역 기반으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가장 큰 정치적 약점으로는 지역 기반이 없다는 것이 주로 거론된다. 한 전 대표의 정치 기반에 대해선 ‘중도층·수도권 화이트칼라 계층에서 일정한 지지를 얻고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여론조사기관 미디어토마토가 지난 4일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1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중도 성향을 지닌 전국 18세 이상 남녀 51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15%는 보수 진영을 이끌면 가장 두려운 상대로 한 전 대표를 지목했다. 하지만 “한 전 대표가 중도층을 국민의힘으로 유도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그 객관적 지표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총선을 지휘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108석만 겨우 건지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를 묶어 ‘이조심판론’을 주장하면서 “야당이 2/3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일각에선 “선거에서 이기려면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을 잡아야 하는데, 왜 안 하느냐”며 비판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서울 전체 48석 중 11석을 차지했고, 인천·경기 60석 중 6석만을 차지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한 전 대표가 수도권·중도층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나올 수 없는 총선 결과”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중도층 영향력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일각에서 주장했던 ‘장·한·석(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성립 가능성을 부정했다. 그 이유도 한 전 대표였다. 장 대표는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대한 표현에 특별히 문제 삼지 않겠다”면서도 “당내 인사와 어떻게 정치를 풀어가느냐는 문제에 왜 연대란 이름을 붙이는 건지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당내 인사’도 한 전 대표를 뜻한다. 따라서 장 대표의 지난 2일 발언한 “당내 통합 걸림돌을 제거해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에서 ‘걸림돌’이 한 대표라면, ‘통합’ 범위엔 개혁신당과의 연대가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지난달부터 통일교 특검법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장 대표도 “자강을 논하는 단계에서 연대를 논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면서도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 자체를 부정하진 않는다. 개혁신당은 이준석 대표가 국민의힘 소속이었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때문에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은 후 탈당해 창당됐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당시 과정에서 쌓인 앙금을 잊지 않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이후 자멸했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축출한 후 강경 보수 세력을 당내 세력화해 ‘자강’을 이룬 후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한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6월 대선에서 ▲서울 41.55% ▲경기 37.95% ▲인천 38.44% 등을 득표했다. 약 12% 이상의 부족분을 중도층으로부터 얻어와야 한단 사실을 모를 가능성은 낮다. 당시 이 대표는 ▲서울 9.67% ▲경기 8.84% ▲인천 8.74% 등 득표했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개혁보수·중도 제3지대에 두텁게 포진해 있다. 국민의힘으로선 개혁신당이 확보한 8~9%의 지지가 필요하다. 중도층의 지지를 얻는 게 확실한지 아직 선거에서 검증되지 않은 한 전 대표와 달리 이 대표는 대통령선거에서 거둔 실적이 뚜렷하다. 장 대표는 “국민의힘 최대 아킬레스건인 중도·수도권 공략을 개혁신당과 이 대표의 힘을 빌려 해결하겠다”고 생각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수도권 영향력 의문…이준석으로 대체? 지방선거 앞두고 신당 창당 가능할지 의문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중징계하거나 한 전 대표가 탈당하면, 한 전 대표의 운신 폭은 매우 좁아질 수도 있다. 정치의 중심은 국회라서 총선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둬야 정치적 영향력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오는 6월 지방선거는 말 그대로 ‘지방선거’다. 함께 진행되는 재보궐선거는 현시점에선 ▲인천 계양을 ▲충남 아산을 ▲경기 평택을 ▲전북 군산·김제·부안갑 등 4곳이 확정됐다. 지방선거 출마를 선언한 의원들의 지역구도 가능성이 있지만, 후보로 확정된 의원만 사퇴해 재보선을 치른다. 그 외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이 진행 중이라서 재보선을 치를 가능성이 있는 지역구로는 3곳이 거론된다. 이 정도 규모의 선거에서의 선전을 바라보고 창당하는 것은 모험에 가까우며, 동력이 얼마나 될지 확인하기도 어렵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의원들이 모두 한 전 대표의 정치 행보에 무조건 동참할 것으로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지역 구도가 특히 큰 힘을 발휘하는 한국 선거에서 각각 호남·영남을 지역 기반으로 둔 민주당·국민의힘과 달리 한 전 대표는 독자적인 지역 기반을 갖추고 있지도 않다. 그와 비슷한 이 대표도 젊은 유권자들이 다수 거주하는 데다 민주당·국민의힘에서도 모두 후보를 공천한 경기 화성을에서 3자 구도를 만들어 승리했다. 특히 지방선거·재보선은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은 만큼 보수성이 강하며 그만큼 바람을 일으키기도 어렵다.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설 가능성이 크지만, 신당 창당은 동사·벼랑 끝에 서는 것과 비슷할 수 있다. 한 전 대표의 절정은 12·3 비상계엄 사태였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계파 소속 의원들과 함께 국회에 진입해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이 숙청을 시도하던 반대파 중 1명이 됐다. 하지만 한 전 대표의 절정은 여기서 끝이었다. “한 전 대표가 가족 관리에 실패했다”는 취지의 당원 게시판 의혹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전 한 전 대표를 서서히 옥죄고 있었다.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발생 이후 한 전 대표는 비상할 수 있었다. 그는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와 ‘총리·여당 당정 협력 담화’ 형식의 일명 ‘한덕수·한동훈 체제’ 성립을 시도했다. 한덕수·한동훈 체제는 각계각층의 강한 비난 때문에 실제로 성립되진 못했다. 이후 한 전 대표는 친한계 일원이란 평가를 받는 진종오 의원을 포함한 최고위원 4명이 전원 사퇴해 지도부가 붕괴하는 상황을 겪었다. 한때 핵심 측근이었던 장 대표는 국민의힘 대표로서 한 전 대표 퇴출을 주도하고 있다. 따라서 현 상황으로 이어진 한 전 대표 최대의 패착은 2024년 12월11일 장 의원이 입을 굳게 다물고 당 대표실을 나갈 때, 문을 잡고 미소 지었던 순간이다. 폭발까지 도화선은? 폭발이 일어날 때 트리거는 하나다. 하지만 폭탄까지 가는 도화선은 여러개일 수도 있다. 트리거가 터져 폭발이 일어나면, 폭발까지 가는 도화선도 모두 다 터진다. 장 대표는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선을 앞두고 그 트리거를 만지고 있다. 트리거가 당겨지면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선다. 한 전 대표는 과연 광야에 서게 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