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우 해킹 협박사건 전말

유명하니까 당해도 싸다?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지옥 같은 한 달이었다.” 해커들로부터 지속적인 협박을 받아온 배우 하정우는 그렇게 토로했다. 휴대전화를 해킹한 해킹범들은 무려 8명의 연예인을 협박해 금품을 갈취했다. 끊임없는 협박에도 굴복하지 않은 하정우는 경찰에 신고했고, 국내 거주 중인 두 명의 해킹 범죄자가 경찰에 붙잡혔다. 하지만 중국에 있는 것으로 알려진 주범 A는 자취를 감추면서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 배우 하정우 ⓒ문병희 기자

지난해 12월 초, 하정우는 휴대전화가 해킹당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해킹범이 사진과 메시지를 직접 보내 협박한 것. 과거 여자 친구와의 여행 사진을 비롯해 하정우가 지인들과 찍은 사진이 협박의 핵심 내용이었다. 

경악

이 사건과 관련해 하정우와 직접 이야기를 나눈 <스타뉴스> 보도에 따르면 하정우는 처음엔 장난인 줄 알았다고 했다. 하지만 지속적인 협박이 이어지면서 불안감은 커졌다. 하정우는 “나중에 너희는 이런 것으로 협박하냐고 하니 그쪽에서 ‘유명인이시니깐’이라는 답이 돌아왔다”고 밝혔다. 

지인들과 의논한 하정우는 처음 협박을 받은 지 사흘 뒤인 12월5일,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에 신고했다. 당시 휴대전화 디지털 포렌식 내용을 모두 건넸다. 하정우를 대리해 신고한 지인에게 수사관은 피해자서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성범죄 정황을 고스란히 남겨둔 ‘버닝썬 사태’의 정준영처럼 될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놨지만 하정우 측은 신고를 강행했다. 하정우는 이후 전화번호를 바꿨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해킹범들이 다시 연락을 해왔다. “정말 경악스러웠다”고 그는 토로했다.


협박범들은 ‘형님’이라는 칭호를 붙여가며 협박을 이어갔고, 하정우가 굴복하지 않자 다른 연예인 해킹자료도 보내며 자신들의 힘을 과시했다. 

그렇게 시작된 협박은 근 한 달이 넘게 이어졌다. 당시 하정우는 영화 <백두산> 홍보 차 각종 미디어에 노출된 상황이었다. 협박범들은 하정우에게 직접적인 메시지를 보내며 압박을 가했다. 네이버 V라이브 촬영 중에도 ‘방송 잘 보고 있다’는 문자를 받은 하정우는 잠시 화장실에 가서 분노를 삭였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협박범들은 해킹 자료를 <백두산> 개봉에 맞춰 터뜨리겠다고 엄포를 놓으며, 억대의 금품을 요구했다. 하지만 하정우는 “너희에게 줄 돈이 있으면, 너희를 잡는 데 쓰겠다”며 협박범들의 농간에 놀아나지 않았다. 

<디스패치> 보도에 따르면 하정우는 해커와 밀당(?)을 유지하면서, 때로는 정중하게 때로는 욕설도 서슴지 않았다. 해커와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시간을 벌었고, 해커들이 갖고 있는 자료를 최대한 수집해 경찰에 관련 자료를 제공했다. 하정우의 내밀한 전략이 통한 것. 

결국 협박범이 포기한 건 12월 말이었다. 하정우에게 ‘이 문자를 마지막으로 다시는 연락하지 않겠다’고 했다. 

“지옥 같은 한 달” 해커들에 시달려
자취 감춘 주범…살아있는 ‘불씨’

하정우는 영화 홍보 때마다 기억에 남을 만한 재밌는 이야기를 쏟아내곤 했다. 재기발랄한 기지를 발휘해 영화 홍보에 늘 적극적으로 임했다.


하지만 <백두산> 홍보 관련 영상을 찾아보면, 하정우의 얼굴은 그리 밝지 않다. 심지어 <백두산>이 본인이 설립한 퍼펙트스톰이 공동제작한 작품임에도, 하정우는 이전과는 다르게 어딘가 소극적이다. <백두산>에 함께 출연한 배우 이병헌이 하정우보다 더욱 나서서 홍보에 임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이 모든 것이 협박범으로 인해 속이 타들어가고 있었기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해커들은 배우 A와 배우 B, 아이돌 C, 감독 D, 유명 셰프 E와 하정우, 주진모 등의 톱스타들을 협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처음부터 금품을 목적으로 접근했으며, 5000만원부터 1억원, 심지어 10억원 이상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협박 도구는 휴대전화에 저장된 문자, 영상, 사진 등이다. 

특히 아이돌 C는 거액의 금품을 해커들에게 건넸다. 동영상 유출로 인한 파장을 걱정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 배우 주진모 ⓒSBS

일각에선 이들이 갤럭시S를 사용하는 이들의 클라우드 개인정보를 이용해 휴대폰을 그대로 복제한 것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삼성 클라우드 계정과 비번만 있으면, 모든 데이터 복제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실제 갤럭시 스마트폰이 타 기기에 비해 인증 절차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하정우 이전에는 배우 주진모의 사생활이 온라인상에 퍼지는 사건이 있었다. 주진모와 지인들 사이의 노골적 대화가 공개된 것. 주로 많은 여성과 만나려는 부적절한 내용들로 그의 이미지는 완전히 실추됐다. 다시 작품활동을 할 수 있을지 미지수일 정도다. 

사건이 일어난 후 주진모는 “금품갈취를 목적으로 한 협박 메시지에 모두 상처입었고, 그 모습을 옆에서 보며 너무 괴로웠다. 그러나 공갈, 협박에 응하지 않은 것이 올바른 일이라 생각한다. 제가 그들의 요구에 순순히 응했다면 또 다른 범죄를 부추겨 더 많은 피해자를 양산했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여러 연예인들이 협박범들에게 굴복하지 않은 덕에 경찰은 수사에 응할 수 있었다. 이에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지난달 12일 박모씨(40)와 김모씨(30·여)를 공갈 및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검거해 구속 송치했다고 지난 10일 밝혔다. 서울중앙지검 형사7부(부장검사 변필건)는 이들을 지난 7일 구속 기소했다. 

경계

하지만 여전히 불씨는 남아 있다. 중국 거주 중인 주범이 아직 잡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 연예기획사 관계자는 “검찰서 기소하면서 기사화가 된 것 같다. 사실 기사가 나가면 안 됐다. 중국의 주범이 도망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가 잡히기 전까진 계속 경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intellybeast@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사기부터 무차별 폭행까지
강력범죄 노출된 연예인들


대중의 사랑을 받고 사는 연예인은 오히려 더 범죄에 노출돼있다. 유명세가 약점이라는 것을 이용해 오히려 더 강력 범죄에 시달리는 것이다. 

과거 배우 송혜교는 모친을 통해 전 매니저로부터 ‘현금 2억5000만원을 보내지 않으면 염산을 뿌릴 것’이라는 협박을 받았다.

당시 협박범이 전 매니저라는 사실을 알게 된 송혜교와 모친은 그 자리서 오열했다는 후문이다. 

동방신기 유노윤호는 KBS2 <여걸식스> 촬영 중 어떤 팬으로부터 받은 음료수를 마셨다가 피를 토하며 응급실에 실려 갔다.

이 음료수 안에는 다량의 강력 접착제가 들어있었다. 심리적 압박감을 견디다 못한 범인은 경찰에 자수했다.

그는 경찰 진술에서 “그냥 골탕 먹이려고 한 짓이지, 죽이려고 한 짓은 아니었다”고 말해 충격을 안겼다.


이 외에도 예능인 노홍철은 집 앞에서 괴한으로부터 무차별 폭행을 당했으며, 가수 이승철은 마약이 든 우편물을 받고 협박을 당했다.

한 연예 관계자는 “요즘에는 관리가 철저해 물리적인 피해는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유명인이라는 약점을 이용해 협박을 하는 사례가 있다. 그럴수록 더욱 수사기관에 알려 위기를 탈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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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광주 노른자위 땅을 개발하는 사업이 건설사 간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총사업비 2조여원의 초대형 프로젝트가 양측이 제기한 고소·고발로 표류하는 모양새다. 갈등의 본질은 사업을 좌지우지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의 최대주주 지위가 누구에게 있는지다. 최근 지분확보를 위한 소송 과정서 의문의 돈거래가 포착됐다. 2020년 7월1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도시계획시설서 도시공원으로 지정해놓은 개인 소유의 땅에 20년간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땅 주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도시공원서 해제하는 제도인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됐다. 도시공원 일몰제의 도입으로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민관 합작 윈윈 사업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민간에 사업시행권을 주고 공원을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도록 하는 제도다. 민간 사업시행자는 공원부지 30% 범위서 아파트 건설 등 비공원사업을 진행해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는 민간 자본으로 공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 사업시행자는 주택 공급 사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서로 이득 볼 수 있는 구조다. 현재 전국 각지서 진행하고 있는 민간공원 특례사업 중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규모가 가장 크다. 광주시 서구 금호동과 화정동, 풍암동 일대 243만5027㎡에 공원시설과 비공원시설을 건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비공원시설 부지에는 지하 3층~지상 28층, 39개동 총 2772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총사업비가 2조2000억원에 달한다. 2020년 1월 사업시행사인 특수목적법인(SPC) 빛고을중앙공원개발(이하 빛고을)이 설립되면서 추진되기 시작한 사업은 최근 시행사 지위와 시공권 등을 두고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있다. SPC 설립 시점부터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양과 이후 시공자로 들어온 롯데건설, 지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우빈산업, 케이앤지스틸 등이 갈등의 주체다. 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를 내면서 지급보증 섰던 롯데건설에 보유지분 25%를 넘겼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사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사는 롯데건설로부터 지분을 일부 양도받은 것으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는 사실상 롯데건설인 셈이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0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해 최대주주(49%)가 됐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