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탐사기획②> ‘박근혜 유산’ 혈세 먹는 창조경제혁신센터 대해부 -서울센터의 민낯

어렵게 내는 세금이 줄줄 샌다

[일요시사 탐사보도팀] 박근혜정부의 유산인 창조경제혁신센터는 현재 문재인정부의 세금으로 운영된다. 국민의 혈세가 들어가는 만큼 투명한 예산 집행과 공정한 운영이 담보돼야 하지만 혁신센터를 둘러싼 잡음은 문재인정부 들어서도 여전하다. <일요시사> 탐사보도팀은 지난 6개월간 전국 17개 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일어난 비리에 대해 집중 취재했다.

▲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

박근혜정부가 몰락하자 핵심 사업이던 창조경제혁신센터(이하 혁신센터)는 존폐 기로에 섰다. 20175월 출범한 문재인정부는 폐기보다는 재활용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문제는 문정부 3년차에 이른 현재까지도 혁신센터의 운영이 안정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문정부
이어받아

20177월 미래창조과학부 폐지 이후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가 혁신센터를 떠안았다. 중기부는 민간 재단법인 형태로 편입된 혁신센터에 대한 관리·감독 권한을 창업진흥원(이하 창진원)에 위탁했다.

혁신센터는 국비와 지방비, 즉 국민의 세금을 지원받아 운영된다. 2015년부터 2018년까지 최근 4년간 전국 17개 혁신센터에 들어간 세금은 국비 1413억원, 지방비 840억원 등 총 2253억원에 이른다.

특히 서울 혁신센터는 4년간 1563000만원으로, 17개 광역시·도 중 가장 많은 국비를 지원받았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20152019년 각 창조경제혁신센터별 예산 현황에 따르면 서울 혁신센터의 20172018년 지방비는 ‘0이다. 구멍난 지방비를 정부가 챙겨주면서 국비 지원 예산이 늘어났다.


재정자립도가 84.3%(2018년 기준)로 전국 1위인 서울시가 혁신센터 예산을 전액 삭감하고 이를 메꾸려 국비 지원이 늘어나자 모호한 국비 지원 기준이 문제로 지적됐다. 혁신센터의 실적이라고 볼 수 있는 1개 기업 당 매출액 순위서 서울은 4800만원으로 부산(600만원)에 이어 전국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실적은 낮은데 국비 지원은 가장 많이 받은 셈이다.

2017∼2018년 지방비 전액 삭감
실적 낮은데도 국비 지원은 1등

내부 속사정은 더 심각하다. 서울 혁신센터의 문제점은 지난해 중기부 감사서 쏟아져 나왔다. 중기부는 지난해 7월 서울·경남·세종 혁신센터를 대상으로 사업평가·감사를 벌였다. <일요시사>가 분석한 감사 결과에 따르면 서울 혁신센터는 직원 인사·수당 지급·공사 관리·용역 절차 등에서 총 14건의 지적사항이 드러났다.

기준 없는 연봉·경력= 혁신센터 직원의 보수 결정은 세부적인 기준을 마련, 이사회 의결을 통해 운영돼야 한다. 하지만 서울 혁신센터는 기준도 없이 결정권한이 없는 인사위원회서 직원들의 보수를 마음대로 정했다. 이 과정서 드러난 평가 점수의 오류에도 기본급 인상이 이뤄졌다.

201828일 명확한 근거 규정도 없이 서면심의로 개최한 인사위원회서 A주임의 기본급이 18.5% 올랐다. A주임의 연봉은 2700만원서 3200만원으로 1년 만에 500만원이 늘었다. 근거는 A주임이 1위를 차지한 2017년 근무실적 평가였다. 하지만 A주임의 근무실적 평가 점수가 높게(89.791.1) 산정된 사실이 드러났다. A주임의 실제 순위는 전체 5위였다.

점수 오류에도
기본급은 인상

직원 채용 과정서 근무경력을 산정하는 기준도 인사위원회서 임의로 정했다. 201825일 개최한 인사위원회는 직무와의 관련성 유무를 따지지 않고 민간 근무경력을 100% 인정하기로 정했다. 당시 신규 채용된 B주임은 경력증명서로 증명된 110개월이 아니라 제출되지 않은 경력까지 포함해 71개월의 경력을 인정받았다.

▲ 서울혁신센터 종합감사 처분 요구서

그 결과 사원급 연봉(2720만원)이 아닌 주임급 연봉 3100만원을 지급받았다.

고무줄 기준예산 지급= 국가법령과 내부 규정에도 불구하고 퇴직금과 복리후생비를 고무줄 잣대로 적용했다. 근로자 퇴직급여 보장법에 따른 내부규정은 퇴직 당시 계속근로기간이 1년 이상일 경우에만 퇴직금을 지급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근속기간이 7개월, 11개월밖에 안된 직원들이 각각 300여만원씩 총 1000만원가량의 퇴직금을 받아갔다. 이뿐만 아니라 서울 혁신센터는 매년 임직원들에게 복리후생비나 간접비로 비싼 선물을 챙겨주고 있다. 하지만 누가 어떤 선물을 챙겼는지 기록으로 남기지 않았다.

심의 권한이 없는 인사위원회서 성과급 지급을 의결 안건으로 상정, 직원들에게 임의로 등급을 부여했다. 20176월 미래창조과학부는 센터별로 성과급 심사위원회를 구성해 업무실적 평가와 기관장 평가를 반영하도록 했다. 하지만 2017년 사업에 대한 성과급 지급 과정서 시행계획 없이 근무실적 평가만으로 직원들의 등급을 정했고 몇몇 직원은 평가도 하지 않았다.

여비 지급과 업무추진비 사용에도 문제가 드러났다. 출장 당일 출발이 가능한 경우에도 하루 전에 출발해 여비를 더 받은 사례가 적발됐다. 업무추진비 사용이 불가한 법정공휴일이나 토·일요일에 예산이 집행된 흔적도 나왔다.

인테리어 공사 총체적 부실= 서울 혁신센터는 2015년부터 2018년까지 메인센터 이전 홍합밸리 코워킹 공간 구축 인큐베이팅 공간 구축 등 총 3건의 인테리어 공사를 추진했다. 이 과정서 입찰공고’ ‘협상에 의한 계약체결등 국가계약법 시행령을 준수하지 않고 위반했다. 특히 3건의 공사서 모두 설계변경으로 5000만원의 예산이 낭비됐다.

설계변경으로
공사비 늘어

또 계약예규에 따르면 홍합밸리나 인큐베이팅 구축 등의 전문건설공사는 선금 지급 시 100분의 50을 넘을 수 없다. 하지만 서울 혁신센터는 이 2건의 공사서 선급을 초과해 지불했다. 하자검사도 실시하지 않아 이후 수리가 필요한 부분이 나온다 해도 공사업체에 책임을 물을 수 없다.

용역 관리도 엉망= 서울 혁신센터는 직원 7명을 파견 받아 안내 데스크를 운영했다. 서울 혁신센터가 20181월부터 4월까지 지급한 파견용역 비용은 4500여만원에 이른다. 안내데스크 운영에 책정된 1년 예산은 15000만원이다.
 

▲ 서울시의회 본회의

하지만 서울 혁신센터는 파견인력 운영기업과 계약절차를 밟지 않고 근로자 파견 계약서만 체결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초 인력파견 용역은 매월 과업 달성여부를 점검한 후 대가를 지불해야 하지만 계약 자체가 이뤄지지 않아 점검도 하지 않고 있다.

인사부터 예산 집행까지
총체적으로 부실 드러나

20175월 진행한 홍합밸리 페스티벌 행사 진행 과정서도 운영 용역을 부적절하게 분할 발주한 사실이 적발됐다. 국가계약법 시행령에는 방산물자를 방위산업체로부터 제조·구매하거나 입찰 참가자격을 갖춘 사람이 1인 밖에 없을 때 분할 수의계약이 가능하다고 명시하고 있다.


서울 혁신센터는 프로그램 기획·공연·홍보 등으로 나눠 5개 기업과 각각 용역 계약을 체결하고 2000만원씩 예산을 책정했다. 특히 5개 기업 중 3개는 행사 주최·주관기관, 행사 참가기업, 행사 공연팀 등으로 기피·회피·제척 이유가 있었지만 계약이 이뤄졌다.

기업 지원도 부실= 예비·초기 창업자에게 사업화에 필요한 멘토링을 제공하는 과정이 절차 없이 진행된 사실도 드러났다. 그럼에도 개소 이후 18개월(2015720173)동안 멘토 수당은 지급됐다.

2017년에는 멘토단 선발 심사 계획안에 따라 멘토 선정을 추진했지만, 심사위원을 내부직원 위주로 구성하면서 사업의 객관성과 투명성을 확보하지 못했다. 2018년도에도 모집과 심사 절차 없이 내부직원 추천만으로 멘토단 선정이 이뤄졌다.

감사 1년 지나도
“규정 마련 중”

중기부는 지난해 7월 감사 결과로 드러난 지적사항에 대해 서울 혁신센터에 기관경고·시정·주의·관련자 조치·재발 방지 등의 처분을 요구하면서 같은 해 9월까지 회신하도록 했다. 서울 혁신센터 관계자는 지난 19<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중기부의 처분 요구를 다 완료했다. 징계위원회를 통해서 징계했다면서도 규정 개정은 이사회 승인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 거의 완료 단계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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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이 당심 반영 비율을 늘린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이어 장동혁 대표를 필두로 지방선거 전략으로 ‘반명 빅텐트론’을 지난 대선에 이어 또 거론했다. 국민의힘이 6년째 내리 실패한 전략을 또 끌고 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민의힘이 지난달 25일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 대변인을 맡은 조지연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진행된 기획단 회의 후 “내년 지방선거 경선에서 당원투표 비중을 기존 50%에서 70%로 늘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민심보다 당심으로?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은 당원투표 70%와 국민 여론조사 결과 30%가 혼합돼 결정된다. 만 44세 이하 청년은 가점을 부여받고, 여성 신인은 만 45세 이상이어도 가산점이 부여된다. 광역의원 비례대표 후보자는 청년 인재 오디션을 거쳐 선출해 최우선 순위로 당선권에 배치할 예정이다. 지난 2022년 지방선거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시행했던 공직 후보자 기초 자격 평가는 기초자치단체장·기초의원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장은 5선 나경원 의원이 맡고 있다. 나 의원은 서울시장 출마 후보군 중 1명으로 거론된다. 현 시점에선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로 오세훈 서울시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일각에선 “나 의원이 사심 때문에 경선 규칙을 정한 것 아니냐”고 의심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대중적 인기는 높지만, 당내 기반은 약하다”는 평가로부터 비롯되는 의심이다. 새로 정한 경선 규칙에 대해선 당내에서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던 김용태 의원은 지난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내년 지방선거를 시작으로 실질적인 수권 전략을 실현하려면, 공직선거 후보자 선출 규칙은 국민경선 100% 제도를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비판했다. 윤 의원은 “민심이 곧 천심이고, 민심보다 앞서는 당심은 없다”며 “민의를 줄이고 당원 비율을 높이는 것은 민심과 거꾸로 가는 길이고, 폐쇄적 정당으로 비칠 수 있는 위험한 처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사법부 압박 논란과 대장동 항소 포기 문제까지 있었는데도 우리 당 지지율은 떨어지고 여당 지지율이 오르는 이유는 무엇이겠느냐”며 “여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진정성 있는 성찰과 혁신 없이 표류하는 야당에 대한 국민적 실망이 더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정당 지지도 여론조사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43%였고,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4%였다. 지난 7월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만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화 면접 여론조사 당시 국민의힘 지지율이 19%를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높지만, 두드러진다고 보긴 어렵다. 내부 비판 이어지는데 당심 비중↑ 비상계엄 사과 두고도 ‘옥신각신’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당분간 크게 오르긴 어렵다”는 일각의 예측도 있다. 다음 달 3일은 비상계엄 1주년이라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재임 중 실정과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불참 ▲윤 전 대통령 체포 저지 시도 ▲심야 대선후보 교체 시도 등 지난 1년 동안 국민의힘이 여론으로부터 비난을 받았던 행보들이 다시 주목받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 일부 소장파 의원들은 비상계엄 사과 등을 통한 윤 전 대통령과의 확실한 절연을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지난 24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좀 더 명확한 메시지를 낼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당내에서도 나온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역사와 국민 앞에 누군가 사과해야 할 상황이고, 국민의힘이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예측할 수 없었던 돌발적인 계엄이 있었고, 탄핵에 이어 정권을 잃은 후 국정의 주도권을 넘겨줬다”고 강조했다. 반면 같은 당 김재원 최고의원은 같은 달 2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일회성 사과로 과거의 잘못을 끊어내고 새로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사과를 자꾸 하는 것은 오히려 현 상황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어떤 정치를 할 것인지 고민하는 게 필요하다”며 “사과하는 것보단 앞으로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는 게 더 낫다”고 역설했다. 장 대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히고 있다. 그는 같은 달 25일, 경북 구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한 후 “사과 메시지를 내는 것은 지금 말씀드릴 단계는 아닌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지금 싸워야 할 대상은 무도한 이재명정권과 의회 폭거를 이어가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구미역 광장에서 진행된 민생 회복·법치 수호 경북 국민대회에 참석해 “저들이 똘똘 뭉쳐 우리를 공격하고 손가락질할 때, 우리가 우리를 향해 손가락질·비판하는 게 부끄럽다”고 목소리 높였다. 그러면서 “대한민국과 자녀 세대를 위해 소리치는 우리가 아스팔트 세력이라고 손가락질당하는 게 부끄러운 게 아니라, 나라가 쓰러져가는데도 한마디도 못하는 게 부끄러운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당 발언은 “사과해야 한다”는 일부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풀이된다. 돌발적인 계엄이다? 이재명 대통령·민주당에 대한 투쟁을 강조하는 장 대표의 주장은 빅텐트론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나 의원도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과 민주당을 비판하면서 “국민의힘은 네 탓 공방을 벌이면서 분열에 빠져 있다”며 “정당의 뿌리를 흔드는 내부는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하나로 뭉쳐 민주당의 독재 완성 계략에 단호히 맞서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에선 각종 선거와 정국에 대응할 때마다 빅텐트론이 거론됐다. 시작은 황교안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가 재임했던 지난 2019년이다. 이듬해엔 “각 정당·정파가 참여하는 통합추진위원회를 구성해 모든 자유민주 세력과 손을 맞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전 대표는 “통합 없이는 절대 이길 수 없단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며 “이 나라를 망치려는 사람들은 통합을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황 전 대표가 주장했던 빅텐트론은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란 헌법 가치를 공유한다면, 태극기 세력부터 중도 보수 인사까지 아우른다”는 것이었다. 그의 주장을 토대로 자유한국당은 미래통합당으로 바뀌었다. 황 전 대표는 제21대 총선 패배 후 물러났다. 이 대표는 빅텐트론에 일관적으로 반대하면서 세대 포위론을 토대로 지난 2022년 대선을 지휘했다. 지난 6월 대선에 출마했던 이 대표는 국민의힘 등 보수 각계로부터 후보 단일화 요구를 받았다. 이 대표는 당시에도 국민의힘 등에서 주장했던 ‘반명 빅텐트론’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대선을 완주했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의 빅텐트론을 놓고 “혁신 요구가 나올 때마다 제기되는 주장”이라고 비판한다. 빅텐트론의 핵심은 통합이다. 통합은 정치권에서 반대 계파·의견을 억압하는 수사로 활용되는 예가 잦다. 빅텐트의 핵심은 조정 능력이다. 여기엔 다양한 계파·의견을 조율해 갈등을 최소화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장 대표는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체제 전쟁 깃발 아래 모일 수 있는 모든 우파가 함께 모여서 이재명정권이 사회주의 독재체제로 가려는 걸 막기 위해 연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체제 전쟁’의 근거는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민주당의 배임죄 폐지·대법관 증원 시도 등이다. 장 대표는 공식적으로 국민의힘과 관계없는 황 전 대표가 지난 12일 내란 선동 혐의를 받아 내란 특검에 의해 체포되자 “우리가 황교안이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어지는 재탕 삼탕 이어 “국민의힘만으로 이재명정부·민주당과 싸우긴 어렵다”며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주도하는 자유통일당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주도하는 자유민주당 ▲새누리당 조원진 전 의원이 주도하는 우리공화당 ▲황 전 대표가 주도하는 자유와혁신 등을 연대 대상으로 지목했다. 이들은 모두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그에 반해 개혁신당과 이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비판한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빅텐트론은 김문수 전 대선후보 등이 주장했던 빅텐트론과 큰 차이가 없다. 당시 김 전 후보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이기기 위해선 어떤 경우든 힘을 합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덕수 전 총리 ▲황 전 대표 ▲이낙연 전 총리 ▲이 대표 등을 통합 대상으로 지명했다. 권성동 당시 원내대표는 김 전 후보·한 전 총리의 단일화를 지지하면서, 당시 당내 주류와 불화했던 국민의힘 김상욱 당시 의원(현 민주당 의원)에게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라”고 요구했다. 이는 장 대표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에게 당원 게시판 의혹 관련 압박을 가한 것과 비슷하다. 당시 권 전 원내대표는 “당원 대부분은 민주당 이 후보에게 대항하기 위해선 반명 빅텐트가 필요하단 의견을 갖고 있다”며 “지도부는 당원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주장하는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연대를 주장하면서, 개혁신당과의 연대설도 공개적으로 부정하진 않는다. 일각에선 “오 시장이 장 대표·이 대표의 가교 역할을 한다”고 관측하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 9월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한 이후 꾸준히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주장하고 있다. 이후 정치권 일각에선 “오 시장이 서울시장으로 다시 출마하고,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 야권 단일 후보로 출마하면 수도권에서 보수 진영이 선전할 수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 <미디어토마토>가 지난달 28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특별시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무선·ARS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오 시장은 보수 진영에서 민심 27.5%·당심 50.3%의 지지를 얻어 서울시장 후보 중 가장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민주당이 서울시장 후보를 선출한 후 ‘여당 프리미엄’을 앞세워 오 시장에 대한 공세를 이어간다면, 재선을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국민의힘이 중도층의 민심을 끝내 얻지 못하면, 오 시장으로선 힘겨운 선거가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체제 전쟁” 명분으로 사과 거부 홍 “국힘은 보수 참칭 사이비 레밍” 당내에서도 나 의원 등 막강한 경쟁자가 있어 본선행을 확실하게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지난달 23일 “국민의힘 내부에서 변화·쇄신 목소리가 전혀 안 나온다”며 “연대를 함께할 가능성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지난 대선에 이어 1990년대식 ‘뭉치면 이긴다’ 구호만 내세운다”며 “그 전략으로 패배한 사람은 황 전 대표였는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가 나오길 기대하는 건 이해가 안 간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내부에도 연대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민의힘 지도부에서 강경 보수의 주장을 가장 강하게 내세우는 김민수 최고위원은 같은 달 25일, 채널A 유튜브 채널 ‘정치시그널’에 출연해서 “이 대표는 당내 많은 분쟁을 가져온 사람이라서 화합을 해칠 가능성이 있다”며 “개혁신당과의 연대는 득보다 실이 더 많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의 주장은 오 시장의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해석되고 있다. 김 최고위원은 “개혁신당은 보수 정당인지, 진보 정당인지 모르겠고, 그 사이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저는 최고위원이 되기 전부터 우측으로의 연대를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대선은 기동전·총력전 성격이 강한 반면, 지방선거는 진지전 성격이 강하다. 선거의 성격이 다르지만, 국민의힘에선 똑같이 ‘반명 빅텐트’라는 구호를 거론하고 있다. 역사엔 위기 상황에서 변화를 거부했다가 돌이킬 수 없는 위기를 맞이한 사례가 다수 기록돼있다. 변화를 거부하는 세력이 그 집단을 주도할 때, 이 사례는 더욱 빈번하게 재현된다. 중국 청나라에선 수구파를 이끌던 서태후가 변법자강운동을 주도하던 광서제에게 반대해 정변을 일으켜 성공한 후 광서제를 유폐했다. 중국 정부가 지난 2008년 광서제의 능을 공식 발굴 조사한 결과, 광서제는 급성 비소 중독으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3세 나이로 즉위한 청나라 황제는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영화 <마지막 황제>의 주인공인 선통제다. 선통제는 영화 제목 그대로 마지막 황제였다. 광서제의 개혁 시도는 청나라의 마지막 몸부림이었다.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 취사 선택해 그 정보를 근거로 자신의 주장을 전개하고, 불리한 정보는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성향을 확증편향이라고 한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지역구 관리에만 능하고, 기득권·이익 추구에만 관심을 두는 의원들이 당을 주도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언더 찐윤’이란 집단이 거론된다. 확증편향 소탐대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이 변화·혁신에 거부감을 느끼면서 같은 선택을 반복하는 핵심 이유로 언더 찐윤을 거론한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지난 6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은 이념도 없는, 보수를 참칭한 사이비 레밍 집단”이라고 주장했다. 이미 여러 번 선거에서 패배한 전략임에도 확증편향·소탐대실을 근거로 같은 선택을 고집한다면, 무리 지어 절벽에서 떨어지는 레밍과 비교되는 수모를 또 겪을 수도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에선 또 빅텐트론이 반복되고 있다. 빅텐트는 국민의힘 주변을 배회하는 유령인 걸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