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 <최순실 게이트> ⑥그녀한테 물린 기업들

“안주면 죽인다는데 어쩝니까”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된 대기업들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미르·K스포츠재단에 기부금을 낸 기업을 대상으로 검찰이 강도 높은 수사를 벌이는 까닭이다. 외압에 따른 상납이 대가를 바란 술수쯤으로 비춰질까 염려하는 기색도 역력하다.

재벌닷컴과 경제개혁연대에 따르면, 미르·K스포츠재단에 자금을 출연한 기업은 모두 53개사로 집계됐다. 절반에 가까운 23개사는 10억원 이상의 출연금을 냈다. 최순실씨가 설립과 운영에 깊숙이 개입한 것으로 알려진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기업들이 기부한 돈은 지금까지 알려진 것만 800억원에 육박한다. 대부분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를 통해 모금됐다.

상납액 수백억
불똥 떨어지나

기부금 액수는 현대자동차가 68억8000만원으로 가장 많고 SK하이닉스 68억원, 삼성전자 60억원, 삼성생명 55억원, 삼성화재 54억원, 포스코 49억원, LG화학 49억원 등의 순으로 알려졌다. 그룹 전체로 보면 삼성그룹이 두 재단에 204억원을 출연해 액수가 가장 많다. 이밖에 현대차그룹 82억원, SK그룹 111억원, LG그룹 78억원, 포스코 49억원, GS그룹 42억원, 한화그룹 26억원 등이다. 

그러나 대기업들이 여윳돈을 선뜻 내놨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 미르·K스포츠재단에 거액의 출연금을 낸 기업 4곳 중 1곳은 적자기업이었다. 지난해 적자로 법인세를 내지 않은 기업은 53곳 가운데 12개사로 전체의 22.6%를 차지한다.

대한항공의 경우 지난해 별도기준 4770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는 등 2년 연속 법인세를 한 푼도 내지 않았음에도 미르·K스포츠재단에 모두 10억원을 출연했다.


지난해 4500억원대의 적자를 낸 두산중공업도 미르·K스포츠재단에 4억원을 냈으며 대주주인 두산 역시 7억원의 출연금을 건넸다. 수백억대의 적자를 기록한 CJ E&M과 GS건설도 각각 8억원과 7억8000만원을 내놨고 2년째 적자를 낸 아시아나항공과 GS글로벌도 각각 3억원과 2억5000만원을 출연했다.

미르·K스포츠재단에 돈을 내거나 최씨 개인비리 의혹에 연루된 대기업들은 검찰 수사망을 피하기 힘든 상황이다. 검찰은 지난달 28일,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에 이어 이틀 후에는 롯데그룹 정책본부 소진세 사장과 이석환 상무를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다음날 새벽까지 조사했다.

지난달 31일에는 박영춘 SK그룹 전무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렀고 나머지 기업들에 대해서도 추가적인 참고인 조사를 예고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롯데와 SK를 시작으로 최씨의 딸 정유라씨를 지원했다는 의혹 등을 받고 있는 대기업 관계자를 우선적으로 소환할 예정”이라며 “재단에 출연한 나머지 대기업 관계자들도 차례로 불러서 조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기업 53곳 미르·K스포츠재단에 거액 출연
은행 거래자료 검찰 제출…계좌 추적 본격화

당초 대기업들은 사회공헌 차원에서 자발적으로 후원금을 내놓았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그러나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은 “안종범 전 수석 등 청와대가 지시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재단이 기업들의 제안에 따라 만들어졌고 모금과정도 자발적이었다는 기존의 주장을 번복한 것이다. 더욱이 기부금과 관련해 이사회를 열어 결의한 기업은 KT와 포스코 두 곳 뿐이었다.

정상적인 기부가 아닌 청와대 압력에 의한 불법적인 뇌물공여의 성격이었다면 법적 처벌 가능성도 따져봐야 한다. 재계로 불똥이 튀지 말란 보장이 없다. 지금껏 드러난 사례들이 이 같은 견해에 신빙성을 더한다.
 


삼성전자는 최씨의 딸인 정유라씨를 지원해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9∼10월 경 최씨 모녀가 소유한 스포츠 컨설팅 회사 ‘코레스포츠’와 10개월짜리 컨설팅 계약을 맺었다. 명마의 구입·관리, 말 이동을 위한 특수차량 대여, 현지 승마 대회 참가 지원 등을 컨설팅하는 35억원 수준의 계약이었다. 10억원은 그랑프리 대회 우승마 구입에 쓰였는데 독일서 이 말을 타고 훈련한 사람은 정씨 한 명뿐이다.

승마협회의 지난해 예산이 40억원인 점을 감안할 때 정유라 지원규모는 승마협회 한 해 예산에 거의 육박하는 수준이다. 코레스포츠는 최씨 모녀가 100% 지분을 소유한 회사로 지난해 11월 비덱(Widec)스포츠로 이름을 바꿨다.

거미줄처럼…
엮인 연결고리

삼성전자는 정씨를 위해 승마장을 구입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문구업체인 모나미의 해외 계열사가 지난 5월 230만유로를 들여 독일 엠스데텐의 ‘루돌프 자일링거’ 승마장을 샀는데 삼성전자가 모나미를 앞세워 구입했다는 것이다. 모나미가 삼성과 99억원대 프린터·사무기기 관리용역 계약을 맺었다는 점이 이런 의혹의 근거다.

포스코는 최씨가 실소유주인 스포츠컨설팅 업체 ‘더블루K’와 배드민턴팀 창단을 논의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황은연 사장은 당시 더블루K 대표였던 조모씨를 본인 집무실서 만나 팀 창단 문제를 상의했다. 이후 포스코 측 실무자와 몇 차례 접촉한 조씨는 최씨에게 “포스코가 배드민턴팀 창단에 집중하기로 했다”고 문자메시지로 보고했다.

당시 더블루K는 설립된 지 불과 한 달 남짓된 소규모 회사였다. 이런 소기업 대표를 황 사장이 직접 만난 것 자체가 매우 이례적이다. 황 사장이 조씨 배후에 최씨가 있음을 사전에 알았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한 포스코는 지난해 광고대행 계열사였던 ‘포레카’를 매각하는 과정서 차은택씨 측근들에게 회사를 넘기려 했다는 논란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포레카의 전 대표인 김모씨가 매각 과정서 입찰에 참가한 A사 대표 B씨를 회유·협박했다는 의혹이다. 

KT는 차씨가 운영하는 광고 회사와 연루됐다는 눈총을 받고 있다. 공교롭게도 포레카 인수가 무산된 후의 일이다. 올해 2∼9월 중 집행된 TV 광고 물량 상당수를 차씨와 그 측근들에게 몰아줬다는 게 의혹의 핵심이다.

이 기간 중 차씨가 대표인 아프리카픽쳐스는 6건의 방송광고 제작에 참여했고 차씨 측근인 김홍탁씨가 대표인 플레이그라운드커뮤니케이션즈는 5편의 방송광고를 대행했다. KT 측은 “지적된 광고들 모두 정상적인 수주 과정을 거쳤다”며 의혹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그룹은 K스포츠재단이 롯데그룹에 재단 출연금 이외의 돈을 요구하자 70억원을 따로 낸 것으로 밝혀졌다. 일각에선 궁지에 몰린 롯데가 정치권의 힘을 이용해 사건을 축소·무마하고자 했다는 정경유착 의혹을 제기했다.

다만 롯데그룹은 K스포츠재단에 후원했던 70억원을 열흘 만에 되돌려 받았다. 한화그룹의 경우 김승연 회장의 3남 김동선씨가 승마 국가대표로 활동했던 만큼 자연스럽게 최씨와 연결돼 있다는 눈총을 받고 있다.

은행 계좌추적
좁혀오는 수사


최씨에 대한 검찰의 수사는 재계를 넘어 금융권까지 확대되고 있다. 최근 검찰은 신한은행, KB국민은행, KEB하나은행, 우리은행, NH농협, IBK기업은행, SC제일은행, 한국씨티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 8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KB국민은행과 KEB하나은행은 논란의 대상이다.

KB국민은행은 서울 신사동에 위치한 최씨 소유 건물 등을 담보로 여러 차례 담보 대출을 했다는 특혜대출 의혹을 받고 있다. 일단 최씨가 언니 최순득씨의 남편 소유 빌딩에 입점해있는 KB국민은행서 약 5억원을 대출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2014년 최씨 소유 서울 신사동 미승빌딩에 3억1200만원의 근저당을 설정한 곳은 KB국민은행 봉은사로지점이었다. 최씨는 지금은 매각한 경기도 하남 건물을 담보로 1억8000만원, 2013년에는 강원도 평창 땅을 담보로 1억원을 해당 KB국민은행 봉은사로지점서 빌렸다.

곳곳서 드러난 상납 흔적
권력 돈줄 의혹에 초긴장

KEB하나은행은 최씨의 딸인 정유라씨에게 편법 외화대출을 해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최씨는 지난해 12월 KEB하나은행서 딸 정유라씨와 공동명의인 강원도 평창의 10개 필지를 담보로 약 25만유로(3억2000만원)를 빌렸는데 계좌로 송금받지 않고 지급보증서를 발급받아 독일 현지서 외화로 받았다.

이를 두고 계좌이체나 송금기록을 남기지 않기 위해 지급보증서을 발급받은 것은 특혜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최씨가 연루된 비리 혐의에 재계와 금융권이 일조했다는 정황은 그만큼 최씨의 영향력이 막강했음을 짐작케 한다. 최씨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면 엄청난 후폭풍이 뒤따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요구조건을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SK텔레콤이 대표적인 사례다.

재계에선 지난해 12월부터 지난 7월 추진됐던 이동통신사와 케이블TV의 1조원대 빅딜인 ‘SK텔레콤-CJ헬로비전 인수·합병’ 불발에 최씨가 개입했을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과 최씨의 지시로 정현식 전 K스포츠재단 사무총장이 SK그룹에 80억원을 요구했지만 무산됐고 이후 인수합병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실제로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인수합병은 정치권과 학계서 1년 념게 찬반논쟁을 벌였던 사안이다. 업계는 찬반논쟁들을 종합해 볼 때 양사의 인수합병이 조건부 인수 쪽으로 가닥이 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런데 지난 7월 공정거래위원회는 양사의 M&A를 불허했다. 재계는 SK텔레콤의 M&A 불발이 K스포츠재단에 기부금을 내지 않았기 때문일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난감한 재계
발목 잡히나

한편 최씨와 함께 이름이 오르내리는 기업들은 난감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번 사태가 확산될 경우 기업 활동에 차질을 야기하는 것은 물론 자칫 반 기업정서가 확산될 것을 염려하는 인상이 짙다.

한 재계 관계자는 “(최순실 게이트 때문에) 피해를 입은 기업들이 제대로 항변할 수도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진상규명 없이 의혹만 확산될 경우 기업의 경영활동이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djy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최순실이 고마운 기업들

‘최순실 게이트’에 엮여 고생하는 기업이 있는 반면 덕을 보는 곳도 눈에 띈다. 이번 사태에 앞서 논란의 중심에 섰던 기업들이다. 롯데그룹 비리, 한미약품 공매도, 대우조선해양 구조조정 등은 최순실게이트가 집어삼킨 대표적인 사안이다.

4개월에 걸친 검찰의 롯데그룹 총수비리 수사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불구속 기소(횡령·배임 등)로 마무리됐다. 신 회장은 지난달 25일 대국민 사과와 함께 그룹 쇄신안을 발표했지만 계열사 순환출자 고리는 여전히 복잡하다. 

한미약품 주가 조작 의혹 수사 중인 검찰은 최근 증권사·운용사 13곳을 동시에 압수수색했다. 압수수색 대상 기업들은 한미약품이 독일 제약업체 베링거인겔하임과 계약한 8500억원 규모의 기술수출건이 해지됐다는 공시를 내기 전에 공매도를 한 곳들이다. 이들이 공시 전에 미리 정보를 알고 있었다는 게 확인되면 개미투자자들의 집단소송도 예상된다.

하지만 검찰은 공매도 혐의 입증에 애를 먹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정된 혐의가 있었던 게 아니기 때문에 자료를 분석하는 작업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구조조정 사안 역시 최순실게이트 탓에 사람들의 관심에서 한발 비켜갔다. 정부는 혈세 먹는 하마로 전락한 대우조선해양을 일단 살려두기로 방침을 세웠다. 지난달 31일 조선업 구조조정 내용 등을 담은 ‘조선, 해운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빅3’(대우조선해양,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체제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정부와 조선 3사는 공공 선박 조기 발주로 수주 절벽을 해결하고, 2018년까지 직영인력 2만명을 감축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알맹이 빠진 구조조정이라는 비난과 함께 차기정부로 짐을 떠넘긴다는 뒷말이 계속되고 있다. <주>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을 둘러싼 ‘공소 취소’ 논란이 뜨겁다. 진위는 사라지고 무수히 많은 뒷말과 갈라치기만 남았다. 단순 해프닝으로 끝내기엔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정청 모두 “황당하다”는 입장이지만 ‘스피커’로 불리는 외부 인사가 계속해서 당을 흔든다면 그 목적을 두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 대형 폭탄이 떨어졌다. 소위 말하는 ‘정부 고위 관계자’가 ‘고위급 검사’ 다수에게 “내 말이 곧 대통령의 뜻이다. 나는 대통령이 시키는 것만 한다. 공소 취소해 줘라”라고 주장했다는 것. 지난 10일 유튜브 채널 ‘저널리스트’를 운영하는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는 친청(친 정청래)·친문(친 문재인) 성향으로 알려진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단독”이라고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안으로 겨눈 칼날 왜? 장씨는 “검찰은 이 메시지를 ‘아, 이재명정부가 우리랑 거래하고 싶어하는구나’(라고 생각할 것)”이라며 “여기까지는 팩트”라고 부연했다. 검찰과 정부가 보완수사권·검찰개혁 수위 등을 놓고 일종의 ‘거래’를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장동·위례·백현동 개발 및 성남FC 후원금 ▲쌍방울 대북 송금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위증교사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 5개 재판을 받았으나 대통령 당선 뒤 중단됐다. 장씨는 “이미 검찰은 이재명정부 말기 혹은 퇴임 후에 이 대통령을 털 생각을 하고 있다. 직권남용이라는 죄목까지 정해놨다”며 “이 대통령의 업무보고나 국무회의 생중계에서 지시하는 사안들을 직권남용으로 걸 생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이 임은정 동부지검장의 인천세관 마약 사건 수사팀에 백해룡 경정을 배치하라고 지시한 일을 사례로 들었다. 그러자 김어준씨는 “대통령의 뜻이라는 건 사실이 아닐 것이라 본다. 이 대통령이 법률가이기 때문에 법무부 장관을 통해 절차대로 하면 되는 것이지, 누굴 만나서 부탁할 일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다)”면서도 “어떤 사람이 그런 발언을 하거나 메시지를 보냈다면 대단히 부적절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방송 직후 해당 발언은 ‘공소 취소 거래설’로 압축돼 여의도 전역에 퍼졌다. 코너에 몰렸던 국민의힘은 이를 ‘공소 취소 거래 게이트’로 규정하고 이 대통령에 대한 특검을 요구했다. 국민의힘 최수진 원내 수석대변인은 “특검을 통해 이 추악한 뒷거래 시도의 실체를 낱낱이 밝혀낼 것”이라며 “이 황당한 ‘사법 거래설’이 세간에 설득력을 얻는 이유는 명백하다. 최근 친명(친 이재명)계 주도로 이른바 ‘대통령 공소 취소 모임’이 결성됐고, 심지어 민주당은 오늘 그 빌드업의 일환으로 억지스러운 ‘국정조사 요구서’까지 제출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발등에 불이 떨어진 민주당과 친명계는 아수라장”이라며 “정권의 사법 거래 의혹을 두고 여권 내부에서 서로 삿대질해대는 참담한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고 혹평했다. 정부 고위급 관계자의 수상한 거래? “사법 농단 탄핵감” 국민의힘 맹공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 역시 “대통령 사건의 공소 취소와 검찰 수사권 문제를 맞바꾸려 했다면 이는 헌정질서를 뒤흔드는 중대한 범죄”라며 “관련자 처벌은 물론이고 사실로 확인될 경우 관련 정도에 따라 대통령 탄핵까지 가능한 사안”이라고 압박 수위를 높였다. 민주당은 곧바로 받아쳤다. 대표 친명계인 한준호 의원은 자신의 SNS에 ‘음모론도 모자라 탄핵까지, 정말 선을 넘었다. 참담하다’는 제목의 게시글을 통해 “확인되지 않은 음모론을 근거로 대통령 탄핵까지 입에 올리는 발언이 아무렇지 않게 방송에서 흘러나온다”며 “사실 확인도 없는 이야기로 음모론을 키우고 급기야 탄핵까지 거론하는 행위는 국정을 흔드는 무책임한 선동”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이언주 의원은 직접적으로 여권 세력을 지적하고 나섰다. 이 의원은 “검찰개혁에 대해 조금이라도 진정성이 있는 사람이라면 공소 취소 거래설 자체를 감히 꺼낼 수 없다”며 “이 대통령에 대한 부당한 공소가 취소되기를 바라지 않는 이들이 많은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어 “윤석열 검찰 세력도, 국민의힘 윤 어게인 세력도 그렇지만 우리 내부에서도 대통령을 쥐고 흔들려는 이들이 많은 모양”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공소 취소 사건의 고위급 검사로 지목된 이들이 직접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고위급 검사 중 한 명으로 지목된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과 주고받은 문자 내역을 공개하며 “장관님께 문자메시지와 이메일로 종종 건의사항을 보내고 있는데, 가장 최근 문자를 받은 것은 지난 12월”이라고 밝혔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검사들에게 특정 사건 관련 공소 취소에 대해 말한 사실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정 장관은 “최근 제기된 황당한 음모론으로 인해 진지하게 숙의돼야 할 검찰개혁 논의가 소모적 논쟁에 휩싸이고 있다”며 “다시 건설적인 개혁의 논의에 집중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의혹이 제기된 경위를 조사할 계획이냐’는 질문에는 “어디서 문제가 됐는지 조사한다는 게 불가능하고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면서 “중요한 검찰개혁 문제가 엉뚱한 데로 빠지지 않았으면 좋겠고, 제 말씀을 국민이 합리적으로 잘 판단해 주시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치명타 여권 인사들은 불씨를 댕긴 장씨를 향해 “출처를 밝히라”며 근거 제시를 요구했다. 이에 장씨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긴급 라이브’ 공지를 띄우고 “방송 후 한준호 의원은 페이스북에 ‘저잣거리 소문만도 못한 근거 없는 음모론’이라고 표현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누가 뭐라고 하든 제 취재 내용은 이미 벌어진 일이고 흔들릴 수 없는 팩트”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 의원은 ‘누가 말했는지, 어떤 방식으로 전달됐는지 무슨 근거로 확인했는지 하나도 빠짐없이 공개하라’고 하는데 고민해 보겠다”며 “공개할 경우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이날 라이브 방송에서 “죄송하지만 출처를 밝힐 수 없다. 출처를 밝히지 않기로 약속하고 취재했다”며 한 발 물러섰다. 공소 취소를 지시한 정부 고위 관계자의 신원도 “그 사람을 저격하기 위해 해당 취재 내용을 밝힌 것이 아니”라며 공개를 거부했다. 결국 공소 취소에 대한 사실관계는 사라지고 진영 논리와 경쟁구도만 남았다. 또다시 ‘정청래 VS 청와대’ ‘친명 VS 친청’ 프레임이 굳어지면서 오는 8월 치러질 전당대회를 향한 당권 경쟁이 벌써 과열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 대표는 평소 김씨가 운영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딴지일보’를 “민심의 척도”로 강조하는 등 김씨와 우호적인 관계였던 만큼 친청·친문계의 모든 행동이 ‘김민석 총리 당대표 차출설에 대응했다’는 주장으로 귀결된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김 총리를 견제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 이름을 넣지 말아달라”는 총리실의 요청이 있었음에도 “내가 알아서 하겠다”며 거부하거나 이 대통령의 순방 기간에 벌어진 중동 사태에 대한 국무총리실의 대응을 두고 “국무회의도 없었다”며 국정 공백을 지적했다. 이에 총리실은 “대통령 순방 중에 정부는 중동 상황 발발 직후부터 매일 오후 비상 점검을 위한 관계 장관회의를 개최했다. 회의 후에는 대국민 브리핑을 진행해 왔다”고 직접 해명하기도 했다. 검찰개혁 뒷다리만 최근에는 ‘KTV 이매진(KTV의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이재명 대통령의 싱가포르·필리핀 국빈 방문 출국길 영상을 논란 삼으면서 직접적으로 정부와 각을 세웠다. 해당 영상에 이 대통령과 정 대표가 악수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발견한 정 대표 지지자들이 ‘딴지일보’ 게시판을 통해 “의도적 삭제”라고 반발한 것. 김씨는 자신의 방송을 통해 “대통령과 당 대표자의 악수 장면이 없다는 것이 아니다. 실수일 수 있다”면서도 “그런 실수가 민주정부 정권 재창출을 막으려는 악의적인 시도에 이용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몇 차례 마찰이 있었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공개적으로 비난하지 않았다. 조금씩 갈라지던 민주당 지지층이 이번 사태를 통해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누적된 갈등이 분출된 것으로 보인다. 공소 취소라는 민감한 소재에 대통령을 엮었다는 점이 도화선으로 작용한 것이다. 김씨와 정 대표가 한 달에 한 번꼴로 민주 진영에 내분을 일으켜 국정 운영의 발목을 잡는다는 게 이 대통령 지지자들의 설명이다. 기존 지지자와 더불어 ‘뉴이재명’으로 분류되는 이들은 전통 민주당 당권파와 다른 양상을 띠면서 표심이 어디를 향할지 예측할 수 없다는 특징을 지녔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 투쟁 전선이 넓어진 것 역시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과 ‘당심(당원의 의중)’이 대척점에 서면서 모든 사안이 권력투쟁으로 흘러가기 때문이다. 이미 민주당 몇몇 의원들은 ‘공취모(이재명 공소 취소와 국정조사 추진을 위한 의원 모임)’를 중심으로 움직임에 나섰지만, 외부에서 여론을 흔드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현 정부에 오히려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며 불만을 표출했다.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대통령의 뜻’인지 ‘참칭’인지조차 불분명한 상황에서 대통령 직접 개입이라는 최대 해석을 전제로 했다는 점에서는 화가 치밀어 오른다”며 “정치적 파장이 큰 주장일수록 더 엄격한 증거 기준이 요구된다는 것을 잘 알면서 이렇게 음모론적으로 접근하는 이유는 대체 무엇 때문이냐”고 되묻기도 했다. ‘김어준 VS 청와대’ 유튜버에 휘청 8월 전대 앞두고 사방서 권력투쟁 정 대표는 “당에서 엄정한 조치를 취하겠다”며 갈등 진화에 나섰다. 그는 “윤석열 검찰 독재정권 치하도 아니고 가장 민주적인 이정부에서 이런 일은 상상할 수 없다”며 “있을 수도 없는 일이지만,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고 실제로 있는 일도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소 취소는 거래로 될 일이 아니”라며 “합법적인 방법인 국정조사와 특검으로 윤석열 정권 치하에서 벌어진 조작 기소 사실이 드러나면 상응하는 조치와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 대표와 김씨가 친분이 두터운 사이이나 강경 대응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수습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갈등 진화에도 민주 진영 커뮤니티는 이미 격양된 사용자들의 게시글로 도배가 됐다. “이 대통령이 보완수사권을 갖고 거래를 시도했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다른 한쪽에서는 “유튜버가 정부를 흔드는 게 말이 되느냐”며 비대해진 유튜브 권력을 규탄하기도 했다. 정부의 검찰개혁인 이른바 ‘정부안’에 반대하는 세력이 의도적으로 공소 취소 거래설을 퍼뜨린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빛을 보내는 이들도 있었다. 친명·친청계 유튜버들이 이번 사태에 대거 참전해 분석에 나섰고, 해당 주장은 게시글로 가공돼 또다시 커뮤니티로 퍼지는 순환이 이어졌다. 청와대는 이번 논란에 대해 공식 대응을 삼가고 있다. 해명할 가치가 없을뿐더러 사사건건 대응한다면 오히려 국정 운영에 힘만 빠진다는 점에서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일종의 ‘프레임 작전’이라며 상대방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민주당 노종면 의원은 “‘거래설 제기’가 정말인지부터 확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별도 방송을 확인한 결과 어디에서도 ‘우리 정부 고위 관계자가 검찰과 공소 취소로 거래를 시도했다’는 말은 없었다”고 밝혔다. 노 의원은 ‘검찰개혁-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를 추적했다. 노 의원은 “네이버 기사 검색 결과에 따르면 가장 먼저 거래설을 띄운 건 <조선일보>”라며 “장씨의 주장 전체를 거래설 제기로 인식케 하는 교묘한 프레임이라 할 만하다. 이후 나온 보도들에서는 대놓고 거래설 제기로 규정했다”고 말했다. 배후는 누구? 이어 “장씨가 거론한 ‘거래’는 ‘우리랑 거래하자는 거구나’라는 검찰의 일방적 반응을 전하면서 말한 게 전부”라고 말했다. 논란의 문장 자체를 ‘거래 시도’로 해석한다면 해석하는 쪽과 다퉈야 할 문제라는 것이다. 아울러 장씨를 향해 “섣부르고 무책임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면서도 “프레임에 갇혀 지금처럼 우리끼리 싸우면 별것도 아닌 것만 나와도 수습하기 어렵다. 잠시 숨을 고르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칼 빼든 민주당 “법적 조치 나서겠다” 더불어민주당이 공소 취소설을 제기한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를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공소 취소 거래설에 대해 강력 대응 방침을 밝힌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12일 민주당 국민소통위원장인 김현 의원과 허위조작 정보 대응 특별위원회 부위원장인 김동아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씨를 정보통신망법 제70조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된 발언이 ‘대통령과 정부의 명예를 훼손하는 허위 주장’이라는 게 주요 골자다. 앞서 시민단체인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이하 사세행)은 장씨와 더불어 김어준씨를 정보통신망법상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과 형법상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사세행은 “김씨는 장씨 발언 내용에 대해 방송 이전에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장씨의 발언을 사전에 승인하고 그대로 방송에 출연시켰다”며 “장씨와 함께 공동으로 허위 사실을 유포, 정 장관의 검찰개혁 업무 특히 공소청법 및 중수청법 입법 추진을 심대하게 방해했다”고 설명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