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대접하는 ‘박정희교’ 실체

2015.09.07 10:07:30 호수 0호

“비나이다 비나이다 대통령께 비나이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죽어서 신이 된 대통령이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이 그렇다. ‘박정희 대통령 탄신제’ ‘새마을과 눈물 많은 초인’ ‘반신반인’ ‘아버지 대통령 각하’ 등으로 부리며 박정희 전 대통령을 숭배한다. 일명 ‘박정희교’라 불린다.


 


국가 지도자가 사후에 신으로 여겨지는 사례는 여럿 있었다. 강원도 영월과 그 인근 지역에서는 단종을 마을신으로 모시고 있고, 봉화군은 공민왕을 신으로 모신다.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생전에 절대군주, 즉 ‘왕’이었다는 점이다. 민주주의 국가의 대통령이 현재 ‘신의 대접’을 받는 인물은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이 유일하다.
 
하나님과 동등?
 
잘라 말하면 박정희교의 실체는 없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곳곳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을 우상화하는 행사나 그를 향한 정치인들의 발언이 예사롭지 않다. 그 행사나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가히 ‘종교단체가 아닐까’라는 의문이 들 정도다. 
 
박정희교 모태는 ‘박정희 대통령 생가보존회’(이하 생가보존회)에서부터 시작됐다. 보존회는 2009년 설립됐으며, 박정희 전 대통령의 생가를 관리하고 추모 및 탄신 행사를 주최해온 곳이다. 생가보존회는 매해 11월14일 박정희 전 대통령의 탄생일을 기념하는 제례 행사 ‘숭모제’(우러러 모심)를 해왔다.
 
2009년부터 ‘탄신제’로 명칭을 바꿨다. 죽은 사람 제삿날을 챙기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태어난 날까지 챙기는 것은 무척 드물다. 석가탄신일이나 성탄절과 같은 날을 빼면 말이다. 특히나 '탄신'은 ‘임금이나 성인이 난 날’을 의미하고 있어서, 박정희 전 대통령을 신격화한 행사라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생가보존회는 구미시의 예산까지 지원받으면서 매해 10·11월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에서 탄신제와 추도식을 열고 있다. 
 

박정희교라는 말이 굳어지기 시작한 것은 2012년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후보로 나서면서부터다. 자연스럽게 박정희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모이면서 행사 규모는 확장됐다.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되고 나서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탄신제와 추도식은 구미시에서 커다란 축제로까지 확대됐다.
 
박정희교가 구설에 오르기 시작한 것은 2013년부터다. 그해 10월 26일 박정희 대통령 추모제에 김관용 경북도지사를 비롯해 김태환 새누리당 국회의원 등 전국에서 800여명이 참석했다. 추모제에 참가한 지지자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동상을 바라보며 두 손 모아 소원을 빌기도 했으며, 눈물까지 흘리는 사람도 있었다. 당시 언론과 인터뷰에서 한 지지자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영정 사진까지 집에 걸어 놓는다고 했다.
 
이뿐만 아니라 같은 날 서울에서는 ‘제1회 박정희 대통령 추모예배’가 교회에서 열렸다. 당시 한 목사는 “한국은 독재를 해야 돼. 정말이야 독재해야 돼”라며 “하나님이 독재하셨어, 무조건 하나님께 순종하라고 하셨다”라며 박정희 전 대통령의 독재를 지지했으며, 하나님과 동등하다는 취지의 발언도 서슴치 않았다.
 
일반 시민 못지않게 정치인도 박정희 전 대통령을 숭상했다. 남유진 경북 구미시장은 2013년 11월14일 박정희 대통령 탄신제에서 “박정희 대통령은 반신반인(반은 신이고 반은 사람)으로 하늘이 내렸다는 말밖에는 할 말이 없다”고 말해 큰 논란을 빚었다. 앞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추도식에서도 남 시장은 “(박정희 전 대통령 난) 구미 땅에서 태어난 것만으로도 무한한 영광”이라고 말해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탄신제ㆍ숭모제ㆍ기일 등 때마다 추모
“하늘이 내렸다” 신격화 종교집단 방불 
 
유 시장의 이런 발언은 결코 돌발적인 게 아니었다. 그는 2006년 시장 첫 임기 시작 때부터 박정희 전 대통령 숭배자였다. 그는 자치단체장의 신분으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업적을 전도해왔다. 그동안 남 시장은 재임 중 논란을 아랑곳하지 않고 대형 박정희 동상을 만들었다. 그의 임기 5년 동안에는 박정희 탄생 기념행사 예산이 18배나 뛰었다.
 
2009년 ‘대한민국새마을박람회’를 열었을 땐 박정희를 주인공으로 한 오페라 <새마을과 눈물 많은 초인>을 공연하기도 했다. 재선 땐 아예 ‘박정희 대통령 얼계승 프로젝트’를 10대 공약에 넣었다. 남 시장뿐만 아니라 박승호 경북도지사 예비후보가 구미시를 ‘박정희시’로 개명하자는 제안에 이어 구미역을 ‘박정희역’으로 바꾸자고 제안까지 해 세간에 충격을 주기도 했다. 
 
지난해 10월10일 경북 경주시 불국사에서 열리는 ‘신라불교문화영산대제’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초상화가 걸리기도 했다. 당시 행사 무대에 걸린 초상화는 법흥왕과 불국사 초대 주지를 역임한 표훈 대사, 석굴암과 불국사를 창건한 김대성, 불국사의 월산성림 대종사와 함께 박정희 전 대통령의 그림도 걸렸다.
 
불국사 주지인 성타 스님은 “박정희 전 대통령은 경주 신라문화를 정비하고 관광도시로 만드는데 기여했다”며 “불국사 중창하는데 크게 기여한 분”이라 함께 제사를 지낸 이유를 밝혔다. 이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법흥왕과 박정희 전 대통령이 같은 반열이냐”며 황당해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이처럼 신격화된 이유는 현재의 권력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기 때문이다. 한 정치평론가는 “정치인들의 경우 박정희 전 대통령 신격화를 통해 어떻게든 현재 권력에 눈도장을 찍기 위함이다”고 지적했다. 기독교계 학자와 목회자들은 비판하는 쪽과 답변을 꺼리는 입장으로 갈렸다. 정재영 교수(실천신대 종교사회학)는 “맹신자나 광신자 같은 사람들이 그렇게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어떤 대통령이라도 왕으로 여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국가예산도 투입
 
박근혜 대통령은 당선 이후 세월호부터 국정원 감청까지 수많은 의혹과 논란을 낳고 있다. 그럼에도 30%가량 고정된 ‘콘크리트’ 지지율은 무너질 기색이 보이질 않는다. 여기서 30%는 박정희 전 대통령에 열광하는 ‘박정희교 신도’라는 말까지 나온다. 다수 전문가들은 “박근혜 대통령은 그들에게 신의 딸이나 마찬가지다. 현 정권이 유지될 수 있는 이유는 이들 30%가 여전히 박정희 전 대통령을 믿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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