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의 여왕’이 돌아왔다. 역시 여왕의 컴백답게 이보다 더 화려할 순 없다. 칸에선 레드카펫이 깔리고, 오는 13일 개봉을 앞두고 평단과 관객의 시선이 이 한 편에 집중되고 있다. 영화 <하녀>로 ‘제63회 칸국제영화제 공식 경쟁부문’에 진출한 전도연을 만났다.
상류층 주인집 남자와 은밀하게 엮이는 하녀 은이 역
칸국제영화제 공식 경쟁부문 진출…두 번째 칸 도전
에로틱 서스펜스를 표방한 <하녀>는 한 여자가 상류층 가정의 하녀로 들어가 주인 남자와 육체적인 관계를 맺으면서 벌어지는 파격적인 이야기다.
“지난해 가을께 제안을 받았어요. 사실 그 동안 내게 들어온 시나리오가 그리 많지 않았어요. 그리고 여배우들이 할 수 있는 작품도 많지 않아요. <하녀>는 여배우들에게 단비 같은 작품이죠.”
<하녀>에서 전도연은 까마득하게 높은 상류층 대저택의 하녀로 들어가 주인집 남자와 은밀하게 엮이는 은이라는 역할로 출연한다. 너무 순수한 탓에 본능과 욕망을 숨기지 않는 오묘한 매력의 소유자다.
“처음에는 은이의 절대적인 순수함을 이해하기 힘들었어요. ‘얘는 왜 이렇게 행동할까’라고 생각하면서 타당성이 이해가 돼야 연기를 하는데 욕망이나 본능에 충실해 순간순간 다르게 보이는 모습을 표현하는 게 어려웠죠. 연기하면서 ‘내가 은이일 수 있겠다’고 생각하며 연기했어요.”
‘은이’ 표현하기 힘들었다
이번 작품은 파격적인 스토리 라인만큼이나 결코 쉽지 않은 상황의 연속이었다. 서스펜스라는 장르 특유의 긴장감을 내내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한순간도 편히 지나칠 수 없는 것. 상대 배우와의 호흡은 물론이거니와 파격적인 베드신, 목욕탕 속 촬영, 와이어 연기, 뺨 맞기, 뺨 때리기 등 결코 만만치 않았던 강도의 연기였다.
“시나리오 상으로 접했을 때는 이렇게 할 것이 많은 줄 미처 몰랐어요. 매 순간 힘들었어요. 단 한 장면도 쉬운 게 없었어요. 매 장면마다 바쁘게 무언가 해야 했죠. 처음으로 와이어 촬영에도 도전했어요. 역할이 하녀라 집안 일이 많았어요.”(웃음)
특히 <하녀> 예고편은 <색, 계> 베드신이 생각날 정도로 파격적이다. 때문에 전도연의 파격적인 노출 연기가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유부녀로서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 터.
“어떤 식으로든 작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건 좋은 일이기에 신경이 쓰이거나 부담스럽지는 않아요. 생각보다 수위가 약해요. 기대하지 않으면 좋겠어요. 시각적인 효과보다 긴장감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한 장면이었어요. 절제된 정사신이죠.”
그녀는 언제나 작품 속에서 변화하며 대중에게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배우지만, 정작 본인에게 가장 큰 변화는 출산일 것이다. 지난해 초 딸을 낳으며 배우가 아닌 엄마로서 평범한 일상을 즐겼던 그녀. 데뷔 초부터 ‘좋은 남자 만나서 결혼하는 게 꿈’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하던 그녀에게 결혼과 출산이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
“이전에는 결혼이라는 것이 ‘배우 전도연’에게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렇지만 이번 작품을 놓고 이런저런 생각이 드는 걸 보면서 왜 미처 몰랐을까 싶었죠. 결혼했다고 달라지고 싶지 않지만, 나만 생각할 수는 없더라고요. 하지만 정말 고마운 건 남편과 가족이에요. 제가 달라지는 걸 오히려 원치 않더라고요. <하녀>를 선택할 수 있었던 것도 가족의 힘이 컸던 것 같아요.”
가족의 전폭적인 지지가 있어서일까. 오랜만에 복귀한 작품 역시 출발부터 분위기가 좋다. <하녀>는 많은 이들의 관심 속에서 ‘제63회 칸국제영화제 공식 경쟁부문’에 초청됐다는 희소식을 전하고 있다. 이로써 지난 2007년 이창동 감독의 영화 <밀양>을 통해 한국영화사상 최초로 칸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던 그녀가 다시 칸을 찾게 된 것.
연기의 힘은 가족
“소식을 듣고 기쁘고 좋았어요. 두 번째 가니까 상대적으로 마음이 편해요. 이번에는 시간을 내서 기차를 타고 도시를 둘러보고 싶어요. 지난번에는 여유가 없어 전혀 즐기지 못했거든요.”
매 작품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그녀는 진정한 국민 배우다. 또 한 번 희소식을 들을 수 있을지 조심스레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