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뒷담화> 비운의 회장님 이야기

2014.12.09 09:19:58 호수 0호

계속되는 시련 ‘악…악…악…’

[일요시사 경제팀] 김성수 기자 = '휴∼' 주진우 사조그룹 회장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얼굴에 수심이 가득하다. 여기저기서 대내외 악재들이 돌발한 탓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터지는 통에 굿이라도 해야 할 판이다. 40년간 성공가도를 달려온 주 회장. 여기까지일까. 주 회장의 속 끓는 사연을 담아봤다.



2012년 12월 사조그룹은 창립 40주년을 맞아 재도약을 선포했다. 2014년까지 매출 4조원을 목표로 삼고 기존 사업의 핵심역량 강화와 신성장동력 사업부문을 집중 육성할 계획을 밝혔다. 이를 위해 대규모 시설투자와 역량 있는 인재 모집에 나섰다.

그로부터 2년 뒤. 주진우 사조그룹 회장의 표정은 밝지 못하다. 대내외 악재들 때문이다. 사내에선 하루가 멀다 하고 터지는 통에 굿이라도 해야 할 판이란 얘기가 오가고 있다.

바람 잘 날 없다

먼저 실적이 주 회장의 심기를 건드렸다. 올해 매출 4조원을 올리겠다고 큰소리쳤는데, 목표를 달성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참치로 유명한 종합식품 전문기업 사조그룹은 26개의 계열사를 두고 있다. 이중 그룹 주력사인 사조산업은 매출이 2012년 4433억원에서 지난해 3761억원으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30억원에서 101억원으로, 순이익은 170억원에서 11억원으로 주저앉았다.

사조해표, 사조오양, 사조씨푸드 등 3개 상장사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사조해표는 매출이 2012년 5838억원에서 지난해 6074억원으로 늘었다. 그러나 각각 11억원, 45억원을 기록했던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무려 -104억원, -170억원의 적자를 냈다. 사조오양도 매출이 1272억원에서 1098억원으로 줄었고, 영업이익도 115억원에서 10억원으로 감소했다. 사조씨푸드 역시 2820억원을 올린 전년 매출과 달리 2537억원에 그쳤다.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208억원, 108억원에서 96억원, 48억원으로 반 토막 났다.


사실 주 회장은 안 그래도 수심이 가득했다. 얼마 전 아들이 사망하는 아픔을 겪었기 때문이다. 주 회장의 차남인 제홍씨는 러시아 한 호텔에서 추락사했다. 러시아로 출장을 갔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주 회장과 그의 가족들은 제홍씨의 사망 소식에 큰 충격을 받았다.
 

제홍씨의 죽음은 사조그룹 실적과 무관치 않았다. 사조그룹은 일본 원전과 경기침체 등으로 참치 수요가 주춤하자 참치 등 수산물 소비가 늘어나고 있는 러시아 등으로 활로를 모색해 왔다. 또 주력 분야인 명태, 다랑어 등 어족 자원 확보를 위해 러시아 근해 등에 진출을 확대할 계획이었다. 국내를 넘어 글로벌 최대 수산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러시아 수산회사를 인수하기도 했다.

사조그룹에 따르면 제홍씨는 지난 7월24일 판로개척을 목적으로 출장을 떠나 러시아 극동 연해주 블라디보스토크 시내에 있는 한 호텔 9층 객실에 투숙했다. 그는 이날 새벽 0시께(현지시간) 호텔 식당에서 출장 동료, 현지 지사 직원 등과 식사 이후 객실로 들어간 뒤 지상으로 추락해 사망했다. 현지 수사당국은 제홍씨가 객실 창문을 여는 과정에서 몸의 균형을 잃으면서 추락한 것으로 사건을 마무리했다.

주진우 회장 잇단 악재로 '골머리'
실적 악화·아들 사망에 선박 침몰

주 회장은 부인 윤성애씨와 사이에 두 아들(지홍-제홍)을 뒀다. 올해 37세(1977년생)인 장남 지홍씨는 연세대 사회학과와 미국 미시건주립대 MBA 과정을 마치고 외국계 컨설팅업체인 베어링포인트에 재직하다 2012년 사조해표·사조대림 기획팀장(부장)으로 입사해 근무 중이다. 기존 사조산업 기획팀에서 전담했던 M&A 등 그룹의 미래 신성장 사업을 맡아 본격적인 후계자 수업에 들어갔다.

변을 당한 차남 제홍씨는 33세(1981년생)로 연세대 체육학과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유학을 다녀왔다. 평소 남자답고 적극적인 성격이라 주 회장의 애정이 각별했다고 한다. 해병대 출신으로 수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는 후문이다. 정확한 입사 시기는 확인되지 않지만, 회사 일에 깊숙이 관여해 왔다.

아들을 가슴에 묻은 주 회장의 마음고생은 말로 헤아릴 수 없었다. 한동안 아들 얘기만 나오면 눈물부터 흘렸다는 후문이다. 이런 와중에 대형사고까지 터졌다. 사조산업의 '501오룡호'가 지난 1일 러시아 서베링해에서 침몰한 것. 승선인원 60명 중 7명만 구조됐고, 나머지 인원은 사망하거나 실종된 상태다.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들은 사조산업에 책임을 묻고 있다. 이들은 ▲침몰할 때까지 4시간 이상 여유가 있었는데 퇴선 명령을 하지 않은 점 ▲40년 가까이 된 오룡호의 노후화 ▲할당받은 어획량을 다 잡았는데 추가 조업지시 ▲악천후에 무리하게 조업에 나선 점 ▲성의 없는 구조수색 작업 ▲부실한 구명장비 등의 의혹을 제기했다.

이런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맞물려 사고가 났고 피해가 컸다는 게 가족들의 주장이다. 특히 우물쭈물하는 사조산업의 사고 수습도 도마에 올랐다. 가족들은 "회사가 손을 놓고 있다. 하는 일이 하나도 없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회사 책임론이 커지자 결국 오너인 주 회장이 직접 나섰다. 주 회장은 지난 3일 사고 선원 가족을 찾아 고개를 숙였다. 주 회장은 이 자리에서 "이번 사고는 사조산업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며 "사죄할 일이 있으면 가족분들께 사죄하겠다"고 말했다. 또 "시신 수습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선박 인양 등의 문제도 충분히 검토해 가족들에게 보고하겠다"고 약속했다.


질주, 여기까지?

1978년 부친이 갑자기 뇌일혈로 타계하면서 가업을 승계 받은 주 회장. 이후 성공가도를 달려온 그의 질주는 여기까지일까. 잇달아 터지는 악재를 헤쳐 나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kims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주진우 회장은?

고 주인용 사조그룹 창업주의 2남3녀 중 장남인 주 회장은 경기고와 서울대 정치학과를 나와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정치학 박사 과정을 밟던 와중에 1978년 부친이 갑자기 뇌일혈로 타계하면서 가업을 승계하게 됐다. 그의 나이 29세 때였다. 급거 귀국한 주 회장은 직원 6명과 원양어선 1척으로 수산업을 시작했다.

이후 2004년 사조해표(구 신동방)와 2006년 사조대림(구 대림수산), 2007년 사조오양(구 오양수산) 등 공격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해 작은 수산업체에서 종합식품 전문기업으로 변모했다.

주 회장은 정치를 공부한 만큼 '금배지의 꿈'을 간직하다 1996년부터 8년간 15·16대 한나라당 국회의원(경북 고령·성주)을 지내기도 했다. '외도'를 끝낸 그는 2004년 사조그룹 회장으로 다시 경영일선에 복귀했다. 2007년 17대 대선 때 이명박 전 대통령을 지지했던 주 회장은 이듬해 18대 총선 당시 한나라당에 공천을 신청했으나 고배를 마셨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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