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주류·비주류 정면충돌 초읽기

2010.04.13 08:44:44 호수 0호

천안함 사태’ 속 민주당 파워게임



천안함 침몰사고로 정국이 얼어붙은 가운데 민주당 내부에서는 권력게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천정배·정동영·추미애 의원 등 비주류 일각에서 체계를 갖추고 정세균 지도부에 맞서려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는 것. ‘민주당 쇄신모임’으로 뭉친 비주류 인사들은 지방선거 공천, 야권연대 등을 거론하며 지도부에 대한 견제에 나섰다. 정치권은 이를 계기로 그동안 당내에 내재됐던 주류와 비주류의 갈등과 차기 당권을 둔 기싸움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천정배·정동영·추미애 중심으로 뭉치는 민주당 비주류
비주류 20여명 ‘쇄신모임’으로 느슨한 연대서 조직화



민주당 주류와 비주류 사이에 선이 그어지고 있다. 당 안팎의 현안에 목소리를 내 왔던 비주류 인사들이 당 지도부에 대응키로 하면서부터다.

비주류 인사들은 그동안 ‘느슨한 연대’속에서 일부 모임 등을 통해 지도부를 비판해왔다. 하지만 지방선거 공천에 시민공천배심원제가 도입, 비주류 인사들이 경선에서 불리해지는가 하면 지역구를 야권연대 양보지역으로 차출당하는 등 위기감이 커지면서 이러한 연대가 체계화·조직화된 것.

비주류 단일대오 형성

비주류 인사들은 지난달 31일 여의도 모처에서 회동을 갖고 당내 공천문제, 야권연대 등과 관련, 당 지도부에 대응키로 했다. 이어 지난 7일 ‘민주당 쇄신모임’으로 비주류연대의 명칭을 정하면서 이러한 움직임에 속도가 붙고 있다.

쇄신모임은 김영진·이석현·천정배 의원 등 3인 공동대표 체제에 조배숙·안민석·김재균 의원을 간사로, 장세환·최문순 의원을 대변인으로 두는 조직 체계를 갖췄다. 하지만 모임 자체는 비회원 체제로 운영, 민주당 인사라면 누구나 참석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문호를 개방, 비주류의 세를 확장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되고 있다.


실제 이날 국회 의원회관 125호에서 진행한 회의에는 강봉균·강창일·김부겸·김동철·김성순·김재균·김영환·김희철·문학진·박상천·박영선·박지원·안규백·안민석·양승조·이종걸·이춘석·장세환·전혜숙·정동영·정범구·조배숙·조경태·추미애·최규식·최문순·홍재형 의원 등 20여 명에 가까운 의원들이 참석, 주류를 압도했다.

쇄신모임 대변인을 맡고 있는 장세환 의원은 “당이 이런 상태로 가면 6·2 지방선거에 승리할 수 없다는 우려가 당내에 심각한 수준으로 번져가고 있다는데 인식을 같이 했다”며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서는 당내소통과 민주적 의사결정, 투명한 당 운영이 절대 필요하며, 이의 관철을 위해 최선을 노력을 다하기로 했다”고 모임의 취지를 밝혔다.

장 의원은 이어 “모임에서는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야권연대는 필수불가결하다고 논의를 했다”면서도 “현재 진행되는 야권연대는 ‘무늬만 연대’ ‘지는 연대’로서 당 지도부의 사당화에 이용되고 있음을 깊이 우려했다”고 회의결과를 브리핑했다.

그는 “‘제대로 된 연대, 승리하는 연대가 되어야 한다”며 “이렇게만 된다면 일체의 기득권을 포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쇄신모임 회의에서는 지도부가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추진하고 있는 시민공천배심원제의 문제점에 대한 지적도 제기됐다. 문학진 의원은 “배심원 선정을 누가 어떤 기준으로 했는지 알 수 없다”고 비판했으며 강창일 의원은 “경선 여론조사기관이 당 지도부의 동생이 하는 곳이라는 유언비어도 흘러다닌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 의원은 이와 관련, “모임에서는 지방선거에 대한 당 지도부의 공천방식이 투명하지 못함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했다”며 “특히, 경선 진행을 위한 여론조사기관 선정 및 시민공천배심원 선정이 모두 베일에 가려져 있으며, 시민공천배심원제는 그간 제기되었던 우려처럼 전문배심원들의 의지에 따라 결정되는 문제점을 야기했다”고 주장했다.

비주류들의 결집에 놀란 당 지도부는 급히 진화에 나섰다. 정 대표는 지난 1일 천정배 의원 등 4선 의상 중진 의원들과 경기도·서울시당위원장, 최고위원들과 긴급간담회를 가졌다. 하지만 이같은 노력에도 불구, 쇄신모임이 탄생하자 공세로 전환하는 모양새다.

주류측 최재성 의원은 쇄신모임이 7일 회의 직후 정 대표에게 요구한 ▲전문배심원 선정과정 공개 ▲현지예비배심원 풀 확보 ▲전문배심원 추출 및 현지배심원 참석여부 확인 시 투명성 확보 ▲경선직후 여론조사기관 공개 등을 조목조목 반박하면서 “같은 당만 아니면 제소감”이라고 일갈했다.

정치권은 쇄신모임을 중심으로 한 주류와 비주류의 갈등이 앞으로 더 깊어질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이 모임에 정동영·천정배·추미애 의원이 참여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당내 유력인사이자 비주류를 대표하는 이들 세 의원의 정치적 영향력을 고려하면 정세균 지도부에 대한 견제를 넘어 정면충돌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지난 2001년 새천년민주당에서 정풍운동이라 불리는 당 쇄신 운동을 벌인 바 있다는 점이 이러한 관측을 부채질하고 있다.

빅3 다음 행보가 문제


또한 6월 지방선거는 물론 5월에 있을 원내대표 경선, 7월 전당대회에서의 당 대표 경선, 국회의원 재보선 등 각종 선거에서 쇄신모임을 기반으로 한 비주류 연대가 뜨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오고 있다. 쇄신모임이 공천, 야권연대에 대한 문제제기로 지도부를 흔드는 동시에 차기 당권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것이라는 이야기다.

이에 대해 장세환 의원은 “쇄신모임을 정동영 등 특정인과 결부시키려는 시각이 있으나 어디까지나 당의 정상적 운영을 위한 것”이라며 정치적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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