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추적> 현대엔지니어링 1000억대 골프장 강탈 의혹 ①전쟁의 서막

2014.11.17 11:18:39 호수 0호

대기업이 벼슬? “사업권 빼앗았다”

[일요시사 경제1팀] 한종해 기자 = 현대엔지니어링(구 현대엠코)이 벌인 골프장사업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위장 계열사, 분양대행사 선정 압박, 의도적 공사 중단 등 다양한 의혹이 일고 있다. 호텔레저 전문기업 라미드그룹은 현대엔지니어링이 대기업이라는 우월적 지위를 남용해 사업권을 강탈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마치 한 편의 잘 짜인 각본을 보는 듯 했다.
 



강원도 춘천시 남산면 소재 오너스골프클럽(이하 오너스GC)은 회원제로 추진되다가 지난 2012년 7월 대중제로 전환해 정식개장했다. 강촌의 수려한 경관을 배경으로 다양한 모습의 코스로 구성됐으며 서울 강남에서 40분, 강일IC에서 20분 정도 거리에 위치해 있어 주말 골퍼들에게 각광을 받고 있는 골프장이다.

화려한 외관 뒤
숨겨진 우여곡절

화려한 모습을 자랑하는 오너스GC는 그 속을 들여다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현대차그룹 계열사 현대엔지니어링(당시 현대엠코)과 호텔레저 전문기업 라미드그룹이 치열한 진실공방을 벌이고 있다.

오너스GC의 시작은 지난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10월 청운컨트리클럽이라는 골프장 개발업체는 신성건설과 골프장 시공계약을 체결하고 18홀 회원제 골프장을 짓기로 했다.

신성건설은 2006년 11월 신성미소컨트리클럽을 설립, 수동컨트리클럽으로 사명을 변경하고 2007년 1월 수동컨트리클럽은 신성건설의 지원을 받아 청운컨트리클럽의 사업을 인수했다.


하지만 골프장 업계의 불황은 예상치 못한 것이었다. 여기에 신성건설이 유동성 악화로 법정관리에 돌입하면서 2008년 11월 사업권 전부가 ㈜레덱에 넘어갔다.

신규 시공업체를 물색하던 ㈜레덱 앞에 등장한 게 현대엔지니어링이다. 사업권을 넘겨 받은 ㈜레덱은 같은 달 현대엔지니어링과 시공 계약을 맺었다. 공사는 지지부진했다. 때마침 사고사업장으로 남을 뻔 했던 골프장에 구원투수로 ‘라미드그룹’이 나타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2009년 6월 라미드그룹 계열사 라마다관광이 수동컨트리클럽의 지분 49%를 매입했고, 또 다른 계열사인 대지개발, 바이오피드백, 라군이 각각 26%, 18%, 7%를 매입하면서 골프장 사업에 뛰어들었다.

기존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 700억원을 떠안고 별도의 사업비 380억원도 투자했다. 라미드는 현대엔지니어링이 현대차그룹 계열사라는 점에 사업 참여를 결정했다.

라미드 측에 따르면 현대엔지니어링은 골프장 회원권 분양사로 워너씨앤디를 선정할 것을 요구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분양사 선정에 관여한 적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현대엔지니어링이 2010년 1월15일 라미드에 보낸 ‘회원권 분양관련 진행사항 및 일정계획 수립 요청’ 문건을 보면 “당사(현대엔지니어링)는 본 사업의 수주에 있어 워너씨앤디의 회원권 분양계획을 바탕으로 했다”며 “워너씨앤디는 저희 그룹(현대차그룹)의 남양주 해배치CC, 제주 해비치CC/리조트 등을 성공적으로 분양한 검증된 업체이기 때문”이라고 언급되어 있다.

갑작스런 공사 중단 후 화해조서 작성 종용
지급보증 관행 깨고 우월적 지위로 ‘꿀꺽’

이상 기류가 포착된 것은 약 1년 뒤인 2010년 5월이다. 갑자기 공사를 중단한 현대엔지니어링은 라미드 측에 화해조서 작성을 요구했다. “사업을 진행하는 도중 발생할지 모르는 문제들을 사전 조율하여 법률적 다툼을 방지하고자 한다”는 게 이유였다.

공사 진행이 중단된 상황에서 라미드는 현대엔지니어링의 요청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라미드는 화해조서가 치명적인 족쇄로 다가올 지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2011년 1월 50억원의 원금 상환 기일이 도래하자 현대엔지니어링은 PF 대출의 보증 연장을 거절했다. 라미드의 곳간이 비었다는 게 이유. 라미드의 주장은 달랐다.


라미드는 “초기 막대한 자금이 들어가는 골프장 개발 사업의 특성상 대기업이 지급보증을 서는 게 관례”라며 “삼성에버랜드의 남춘천CC, 한라건설의 세라지오CC, 삼성중공업의 젠스필드CC 두산중공업의 클럽모우GC, 유진건설의 가산노블리제GC 등이 대표적”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당시 라미드는 우리은행으로부터 계열사의 지급보증을 조건으로 200억원의 추가 대출이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은 상태였다. 라미드는 현대엔지니어링이 PF 보증 연장을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라미드가 PF 원금 회수 압박에 시달리자 현대엔지니어링은 2011년 1∼3월 사이에 라미드의 PF 대출 인수를 조건으로 골프장 사업권을 넘길 것을 수차례 요구했다. 라미드는 억울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원금 상환 압박이 가중됐고 리스크가 다른 계열사까지 전가될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라미드는 골프장 사업권을 현대엔지니어링에 넘기기로 하고 합의서 작성에 들어갔다.

원금 상환 압박
‘울며 겨자먹기’

합의서 작성은 현대엔지니어링에서 맡았다. 2011년 1월27일 현대엔지니어링이 작성한 합의서 1차안이 라미드 측에 전달됐다. 합의서는 합의서 체결시, 회원권 50% 분양시, 회원권 70% 분양시, 사업권 매각완료시 등 4회에 걸쳐 실사해 정산된 투입사업비를 지급한다는 내용이었다. PF 대출 700억원은 현대엔지니어링이 떠안기로 되어 있었다. 라미드는 합의 내용에 수긍했다.

그런데 5일 뒤 수정된 합의서 2차안이 날아들었다. 234억을 3회에 걸쳐 지급하겠다는 내용. 이를 수용하지 않으면 화해조서대로 가겠다는 통보와 함께였다. 이 역시 라미드는 받아들일 계획이었지만 현대엔지니어링은 같은 날 오후 유관팀 반대를 이유로 무효 통보했다.

이후 3차례 합의서가 수정됐다. 그때 마다 보상금액은 줄어들었고 마지막 합의서 5차안에는 양도 대금이 ‘0원’이었다. 사업양도, 권리포기, 화해조서 유효, 분양대금으로 공사비 충당, PF상환 후 잔액이 있을 경우 라미드에 이양, 부족시 청구하면 충당해야 한다는 등의 불평등 조항이 추가됐다.

라미드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2011년 3월30일 합의서에 도장을 찍고, 사업권 및 자산양수도 계약을 체결했다. 사업권을 양도 받은 회사는 워너관광개발. 워너관광개발은 현대엔지니어링이 분양사 선정을 종용했던 워너씨앤디의 이모 대표가 설립한 회사로 이 대표는 워너관광개발 설립 초기 대표이사를 맡은 바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합의서에서 워너관광개발에 사업권을 넘기도록 명시했다. 워너관광개발의 자본금은 5000만원, 현대엔지니어링이 문제 삼은 라미드의 자금력에 훨씬 못 미친다. 현대엔지니어링은 라미드 PF 대출 보증 연장을 거절하면서 라미드의 자금 능력을 문제 삼은 바 있다.


워너관광개발은 2012년 말 기준 당기순손실이 101억2700만원에 달했다. 총부채도 총자산을 약 132억3700만원 초과했다. 워너관광개발이 채무를 불이행하면 그 리스크가 지급보증을 선 현대엔지니어링에 고스란히 넘어갈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현대엔지니어링은 워너관광개발에 600억원 가까운 운영비를 추가로 대출해줬다.

라미드에 따르면 현대엔지니어링은 골프장 회원권 분양대금으로 공사비를 충당하고 PF대출을 상환한 뒤 잔액이 있을 경우 라미드에게 넘기기로 했다. 골프장 전체 조성자금으로 1700억원이 소요된다고 가정하면 PF 700억원, 라미드 투자 380억원 등 1200억원가량이 확보된 상태로 800억∼900억원정도만 분양하면 라미드가 투자한 380억원을 돌려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라미드는 이를 믿고 기다렸다. 당시까지 오너스GC 회원권 분양 실적은 약 200억원. 현대엔지니어링의 분양지원은 없었다. 사업권을 양수도한 워너관광개발은 2011년 5월 1700억원을 목표로 주주회원제를 추진했으나 2012년 6월5일 기 회원권 분양대금 200억원을 일시 반환 후 7월 대중제 골프장으로 전환했다. 대중제는 회원제와 달리 입회 보증금이 없다. 라미드는 회원권 분양에 따른 정산 기회를 원천적으로 박탈당한 셈이다.

워너씨앤디·워너관광개발 수상한 두 분양사
“줬다” vs “못 받았다” 사라진 200억 행방은?

거래처원장을 보면 라미드는 2009년 12월31일부터 2010년 12월31일까지 현대엔지니어링에 약 204억원의 공사비를 지급했다. 하지만 라미드에 따르면 현대엔지니어링은 ‘공사비를 단 한품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오히려 PF대출 지급보증 800억원, 공사미수금 600억원, 현장운영손실 150억원 등 총 1400억원의 손실을 봤다는 것. 따라서 라미드 측에 돌려줘야 할 돈은 없다는 주장이다.
 

오도환 라미드 대표이사는 “사고사업장을 인수해 정상사업장으로 돌려놓으니 현대엔지니어링이 자금력을 앞세워 골프장을 강탈해 갔다”며 지난해 5월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장을 접수했다. 몇몇 언론에 관련 내용을 제보해 기사화되기도 했다.

고발장 내용은 크게 3가지로 압축된다. ▲현대엔지니어링이 회원권을 분양해 PF대출을 상환하고 남은 금액을 라미드에게 주기로 한 약속을 지키지 않았으며 ▲현대엔지니어링이 거래상 지위를 남용해서 사업장을 강탈했고 ▲사업권을 인수한 워너관광개발이 현대엔지니어링의 위장계열사라는 점 등이다.

회원제→대중제
정산 기회 박탈

하지만 공정위는 “약속 불이행과 관련해서는 민사, 즉 법원에서 판단할 문제이며 현대엔지니어링이 거래상 지위를 남용해서 사업장을 강탈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조사 결과를 내놨으며 “워너관광개발을 현대엔지니어링이라고 볼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해 말 오 대표를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검찰에 고발했으나 지난 5월, 오 대표는 증거불충분에 따른 ‘혐의없음’으로 불기소처분을 받았다.

<일요시사>는 현대엔지니어링의 입장을 듣기 위해 본사에 수차례 전화를 걸었지만 회사 측은 “현대엔지니어링과 현대엠코가 합병 전에 일어난 사건으로 당시 상황을 알고 있는 실무자가 모두 다른 부서로 발령이 난 상태라 사실 확인이 쉽지 않다”는 말을 되풀이 했다.

 

<han1028@ilyosisa.co.kr>

 

다음호에 ‘현대엔지니어링 1000억대 골프장 추적’제2탄 워너씨앤디-워너관광개발의 실체 「현대엔지니어링 위장소유 의혹」편이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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