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외환 조기통합 추진 노림수

2014.11.10 11:43:19 호수 0호

빨리빨리 서두르는 이유가 ‘헉’

[일요시사 경제팀] 김태구 기자 = 하나금융지주(이하 하나금융)가 7월부터 추진하던 외환은행과 하나은행의 조기통합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지난달 29일 두 은행은 각각 이사회를 열어 조기통합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어 하나금융 이사회를 거쳐 두 은행은 전격 합병계약을 체결했다. 이사회 의결과 계약 체결에 따라 하나금융은 이달 초 금융위원회에 통합승인을 신청할 계획이다.
 


연내 합병을 마무리하고자 하는 하나금융의 행보에 청신호가 켜진 것이다. 하지만 조기통합에 대한 반대 목소리를 높여 온 외환은행노조(이하 외환노조)에는 비상이 걸렸다. 그 동안 하나금융의 조기통합 움직임에 대해 “2012년 노사정이 체결한 2·17합의를 이행하라”며 구축해 온 저지선이 돌파된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하나금융 김정태 회장은 지난 7월 전격적으로 두 은행의 조기합병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하면서 ‘경영위기론’을 명분으로 삼았다. 지주측은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수익성이 다른 대형은행에 비해 훨씬 빠른 속도로 악화되고 있어 향후 생존 기반이 위협된다고 언급했다. 따라서 예측되는 경영상 위협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은행 간 조기합병을 통한 비용절감과 시너지 창출이 필요하다는 논리다.

김정태 회장 연임
위해 합병 추진?
 
외환은행과 하나은행의 합병에 대한 기대효과는 긍정적인 부분이 있다. 두 은행이 합칠 경우 여신규모 158조원의 대형은행으로 거듭나서 업계 2위인 우리은행에 버금가는 수준이 된다. 특히 대기업 여신 부분은 가장 규모가 큰 신흥강자로 부상할 수 있다. 더불어 외환시장에서의 압도적인 장악력도 기대된다. 지난해 한국의 외환시장 규모는 외환, 우리, 국민 등 주요 8개 은행 기준 1645조6000억원 규모.
 

이 가운데 외환은행의 점유율은 34.3%, 하나은행은 8.5% 수준이다. 물론 금년 상반기 실적만을 따진 수치지만 두 은행의 합병으로 인한 외환시장 점유율은 42.8%에 달한다. 최근 금융계가 저금리로 수익성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임을 고려해 볼 때 외환시장의 장악력은 곧 상당한 수수료 창출로 이어질 전망이다. 결국 ‘합병 지연으로 인해 경영악화가 예상되니 조기통합을 해야 한다’는 논리가 나름 설득력이 있는 셈이다.
 
문제는 이러한 논리에 대한 다른 식의 접근 또한 타당성을 갖는다는 점이다.
 
조기통합에 반대하는 외환노조 측은 일단 ‘심각한 경영상의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며 하나금융의 주장에 대해 “침소봉대 하고 있다”는 논리로 맞서고 있다. 최근 하나금융이 발표한 상반기 경영실적을 보면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모두 상반기 순이익이 전년 대비 60% 이상 크게 증가했다. 외환은행의 상반기 순이익이 5562억원이고, 하나은행은 3195억원에 이르는 만큼, 경영악화를 배경으로 한 조기통합론이 과장됐다는 노조의 주장도 타당성이 있는 셈이다.
 
금융계의 반응은 조기통합에 대한 하나금융의 명분보다 노조 측의 반론에 무게를 싣고 있다. 조기통합에 따른 비용절감 효과는 대략 3000억원에 불과할 것이라는 게 금융전문가들의 분석이다. 3000억을 절감할 수 있다는 하나금융의 논리가 틀린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노사정이 체결한 2·17합의를 일방적으로 파기할 정도로 긴박한 위기도 아니고, 비용절감 효과도 그다지 크지 않다는 얘기다.
 
3년 전 하나금융이 외환은행을 자회사로 편입하는 과정에서 체결한 2·17합의는 당시 금융위의 수장인 김석동 위원장 입회 아래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과 윤용로 한국외환은행장, 김기철 외환은행 노조위원장 등의 서명으로 체결된 합의사항이다. 핵심 내용은 향후 5년간 외환은행을 독립법인으로 유지시키고, 경영에 대한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하나금융의 일체의 간섭금지, 인위적인 구조조정 금지 등이다.
 
‘경영위기론’ 명분 연내 합병 급물살
노사정 합의 헌신짝…회장 연임 포석?
 
따라서 하나금융이 추진하고 있는 조기통합은 합의서의 제1조 1항 ‘자회사 편입 이후에도 별도의 독립법인으로 존속하기로 한다’는 부분과 2항 ‘5년 경과 후 상호합의를 통하여 합병을 협의할 수 있다’는 조항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셈이다. 외환노조가 “아직 5년도 지나지 않았고, 노조와의 협의도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하나금융이 일방적으로 합병을 추진하고 있다”고 비난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외환노조는 하나금융의 조기통합 강행 이유를 ‘경영악화에 따른 대책’이 아닌 ‘하나금융 김정태 행장의 연임을 위한 대책’이라고 보고 있다. 금융계의 시선도 노조측 주장에 쏠리는 분위기다. 하나금융이 내세우는 논리가 노사정이 맺은 합의를 깨트리는 명분이 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시각이다. 수익 2조원 대에 진입한 신한금융에 비해 절반 수준이라고는 하지만 그것이 곧 경영악화로 몰아갈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런 배경으로 하나금융의 조기통합 추진은 김정태 회장의 연임을 위한 대책 아니냐는 시각이 생긴 것이다. 이에 대해 하나금융 관계자는 “전혀 근거없는 소문”이라며 “어려운 금융 환경이 가장 큰 요인이다”고 의혹을 일축했다.


조기합병으로 
경영실패 물타기?
 
반면 외환노조 측은 “노조와 아무런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합병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한 것 자체가 합의 위반”이라며 “김회장의 개인적 입지 강화를 위해 외환은행을 희생양 삼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노조총회를 개최해 조기통합에 대한 반대 입장을 정리하고 항의와 파업 등 선택 가능한 대응수단을 강구하고 나선 것이다.
 
노조의 반발에 대해 하나금융의 대응은 강력했다. 사측은 외환은행 노조가 2·17합의 이행을 촉구하기 위해 개최한 노조총회에 참석했던 외환노조원 898명에 대해 징계조치를 내렸다. 징계사유는 은행 인사규정과 취업규칙에 근거한 업무지시 거부, 업무 방해, 근무지 무단이탈 등이다. 이 징계안은 지난 28일 38명 징계로 대폭 축소된 상황이다.
 
하나금융이 외환노조의 반발에 강력대응을 하면서까지 조기통합 추진하는 배경에 대해 금융권에서는 ‘김정태 회장의 연임을 위한 재무적 투자자(FI) 비위 맞추기’로 해석하고 있다.
 
올 초 하나금융 이사회가 회장임기에 대해 ‘3년 임기, 1년 단위로 연임 결정’에서 3년 단위로 연임여부를 결정하는 것으로 정관을 변경한 점을 주목한 해석이다. 이번에 연임되면 김정태 회장은 2018년까지 회장직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연임을 염두에 둔 포석으로 이사진도 대폭 물갈이 됐다. 최흥식 전 하나금융지주 사장, 윤용로 전 외환은행장, 임창섭 전 하나대투증권 사장 등이 일제히 퇴임했고 김승유 전 회장 시절 선임된 사외이사들도 대거 물러났다. 내부정리를 마친 셈이다.
 
문제는 하나금융의 실적이 신통치 않다는 점이다. 김회장의 연임이 성사되기 위해서는 나름대로 경영의 성과를 보여줘야 하는데 이게 만만치 않다. 하나은행은 몇 달 전 금융계를 뒤집어 놨던 ‘KT ENS 허위 매출채권 사기사건’으로 1600억원의 손실을 봤고, 구조조정 대상인 동부제철을 채권단 공동관리에 넣기로 하면서 발생한 충당금 1050억원도 하나금융의 부담이다. 게다가 하나은행이 출자한 태산엘시디의 상장폐지로 출자금 4338억원 중 99.6%인 4321억원의 손실을 입은 것도 지난 3월이다. 김회장이 말하는 경영위기는 금융환경의 악화라기보다는 경영의 실패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하나, 투기성자본에 잘 보이려 외환 압박?
 

경영실패에 대한 투자자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하나금융이 론스타로부터 외환은행을 인수할 당시 2조원 가량을 투자했던 재무적 투자자(FI)의 불만이 팽배한 상황이다. 재무적 투자자는 경영에 직접 참여해 장기적인 이득을 추구하는 전략적 투자자(SI)와 달리 일정한 수익만 얻는 것이 주요목적. 기업의 가치가 떨어지면 손해를 보게 되기 때문에 주가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런데 하나금융의 주가는 최근 3년간 크게 오르지 않았다. 재무적 투자자의 불만이 폭발하기 직전이란 말이 금융권을 돌고 있는 배경이다.
 
이런 이유로 초라한 성적표를 들고 연임을 위한 시험장에 들어갈 수 없었던 김회장이 꺼내 든 카드는 조기통합 외에는 없었던 것 아니냐는 견해가 생긴 것이다. 그동안의 경영실패를 덮고, 외부 투자자의 불만을 달래기 위해서는 두 은행 간 조기통합이 필요하고 이를 반대하는 외환노조에 강경대응을 주문했다는 것이 금융권 시각이다.
 
외환노조는 하나금융의 합병 강행에 강력대응을 천명하고 있다. 하나금융의 방침에 따라 직원 징계에 나선 김환조 외환은행장과 경영진을 조합원 총회 방해 등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15일 서울지방노동청에 고소하는 등 맞대응에 나섰다.
 
직원들의 징계결정과 노동청 고소가 맞붙는 가운데 쌍방 간의 비방도 도를 넘고 있다. 하나금융 측은 “외환은행 대부분의 직원들은 합병에 찬성하고 있는데 일부 노조 집행부만 반대하고 있다”는 식으로 노조를 압박하고 있다. 언론과의 접촉에서도 외환노조를 “사리사욕만 채우는 귀족노조”라고 표현하기를 서슴지 않고 있다. 그러면서 “조기통합이 필요한 만큼 통합이사회를 열고 이어 금융위에 조기통합에 대한 승인신청을 낼 계획”임을 강조했다. 어떻게든 조기합병을 강행하겠다는 의지표명인 셈이다.
 
이에 대해 외환노조 측은 “하나금융이 악의적인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며 발끈하고 있다. 노조가 사측과의 대화를 거부할 까닭도 없거니와 외환은행 직원들이 합병을 찬성하고 있다는 주장은 말이 안 된다는 것이다. 그 근거로 온라인 전자설문업체를 통해 외환은행 직원 70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내놓았다. 조사결과에는 응답자의 88.1%가 조기합병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한노조 김보헌 본부장은 “외환은행은 IMF 당시 4000명의 직원들을 떠나보냈고, 투기성 자본인 론스타에 넘어갔다가 돌아오는 과정에서 남다른 아픔을 겪은 조직이다. 따라서 노조는 대규모 구조조정이 수반되는 일방적인 합병 추진을 절대 좌시할 수 없다”며 노조의 강경 대응 입장을 설명했다. 다만 파업 강행에 신중을 기하면서 하나금융에 대화 재개를 촉구할 방침이다. 하나금융이 독립경영을 보장한 2·17합의를 위반한 사실을 인정하면 진정성 있는 대화와 협상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개입 꺼리는 금융위
적극 중재 나서야
 
또한 협상에 대한 전제 조건은 직원들에 대한 징계철회와 금융위의 중재 수용을 내걸었다. 외환노조가 금융위의 중재를 언급하는 것은 금융당국이 개입하면 하나금융의 논리만 일방적으로 전개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금융당국은 개입을 꺼리는 눈치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노사의 일은 노사가 풀어야 할 일”이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조기통합은 노조를 포함한 모든 관계자가 자발적으로 합의했을 때 논의될 수 있다”는 원론적인 수준의 발언만 거듭하고 있다. 2·17 노사정 합의서가 무시되는 것에 대해서는 별다른 입장표명을 내놓지 않고 있는 상태다.
 
조기통합을 강행하는 하나금융과 이를 저지하려는 외환노조, 직접적인 개입을 꺼리는 금융당국 간의 입장 차이에 2012년 2월17일 자로 체결된 합의서만 색이 바래가고 있다.
 
 
<kt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나-외환 합병 변수는?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이 공식 합병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노조가 반대하고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두 은행은 지난달 29일 각각 이사회를 열어 조기통합을 추진하기로 의결했다. 이어 하나금융지주 이사회를 거쳐 두 은행간 합병 계약을 맺었다. 
 
합병비율은 하나은행 보통주 1주당 외환은행 보통주 2.97주다. 합병에 따른 존속법인은 외환은행으로 정했다. 공식적인 통합 은행의 명칭은 통합추진위원회가 추후에 결정하기로 했다.
 
하나금융은 이사회 의결과 계약 체결에 따라 11월 초 금융위원회에 통합 승인을 신청할 계획이다. 통합 승인에 걸리는 기간이 60일 정도인 것을 고려하면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이 강조해 온 연내 통합이 이뤄질 수도 있다.
 
하나금융이 외환은행의 5년간 독립경영을 보장한 ‘2·17 합의’를 깨고 3년만에 조기통합을 추진한 명분은 경영 위기다.
 
이에 대해 두 은행 이사회는 공동으로 “저성장·저마진 환경 속에서 국내 은행산업은 수익성 악화가 지속할 것”이라며 “잠재적 위기에 미리 대응하고 그룹의 지속적인 발전과 성공적인 글로벌 금융그룹 도약을 위해 통합이 최선의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하나금융은 조기통합 시 연간 비용절감 2692억원에 수익증대 효과 429억원까지 더해 매년 3121억원에 이르는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규모 면에서도 두 은행이 합병을 하게 되면 총자산이 334조원으로 KB국민은행(292조원), 우리은행(273조원), 신한은행(263조원)을 압도한다.
 
한편 외환은행 노조는 29일 성명을 내고 “노조 요구를 무시하고 통합 이사회를 강행했다는 것은 대화 의지가 없다는 것으로 본다”며 “합병 절차 강행 등으로 진정성 있는 대화를 위한 노조의 제의가 거부되면 합병 저지 투쟁 재개가 불가피하다”고 조기통합에 반대 입장을 고수했다.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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