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사형 집행 시설을 추가로 짓기로 하면서 10년 넘게 중단된 사형 집행의 재개 여부가 주목된다.
이귀남 법무부 장관은 지난 16일 경북 청송교도소에 사형집행시설을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사형집행시설을 만든다는 것은 사형 집행을 염두에 둔 것”이라며 “국민 법 감정과 외교관계 등을 고려해 (사형 집행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이 장관은 청송교도소를 방문해 수감시설을 둘러본 뒤 “청송교도소에 사형집행시설을 설치해 사형수를 수감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또 “1심에서라도 사형선고를 받은 흉악범들을 이곳에 수용해 엄격하게 관리할 것”이라며 “청송교도소에 있는 직업훈련시설을 다른 곳으로 옮기고 전국 교도소에 흩어져 있는 연쇄살인범과 아동성폭행살인범 등 흉악범들을 이곳에 집결 수용하겠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흉악범들은 사회에서 격리하는 것을 원칙으로 해야 한다. 범죄를 여러 차례 반복해서 저지르는 범죄자들에 대해서는 형량을 높일 게 아니라 보호감호제도를 다시 도입해 사회에서 격리시켜야 한다”며 보호감호제도의 부활을 추진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장관은 “이런 내용을 담은 형법 개정안을 2008년 12월 형사법개정특별위원회에서 결의했으며 12월경 국회에 법안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이 장관의 발언으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이에 이 장관은 “실제로 사형을 집행할지는 국민 법 감정과 외교관계 등을 고려해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지만 논란은 가시지 않고 있다.
한나라당 남경필 의원은 지난 17일 다시 촉발된 사형집행 재개 논란에 대해 “정말 신중의 신중을 다해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 의원은 이날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여중생 살인사건은 부모 입장에서는 정말 용서할 수 없는 범죄다. 흉악 범죄자는 사회로부터 격리해야 한다”면서도 “사형 집행을 재개하는 문제는 또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주장했다.
남 의원은 또 “사형제가 현법재판소에서 합헌으로 결정났지만 거의 폐지에 가까운 결론이 났다”며 “대안을 마련하라는 헌재의 결론을 우리당은 심사숙고해서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김형오 국회의장도 사형제를 반대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의장은 지난 17일 “공권력에 의해 생명을 박탈하는 구시대적 제도가 21세기 문명화된 이 시대에서조차 그대로 계속된다는 것을 나는 반대한다”고 밝혔다.
김 의장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생명은 인간이 가진 가장 기본적이고 존엄한 천부적 권리이며, 그 권리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고 아무도 박탈할 수 없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대한민국의 국제적 위상과 외교관계 등을 보더라도 지난 15년간 사형집행을 유보함으로써 실질적 사형폐지국의 반열에 들어간 우리나라가 이제 와 사형을 다시 집행해 생명권 존중국가로서의 명예를 잃어서는 안 된다”면서 “‘김길태 사건’ 이후 흉악범 사형에 대한 국민적 감정은 이해하고도 남지만 과연 사형만이 대안인지 진지하고 이성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김길태 사건과 같은 흉악 범죄가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법적·제도적으로 예방하는 것과 사형제를 유지.집행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면서 “흉악범과 중대범죄자 등 사회와 영원히 격리할 필요가 있는 범죄자는 종신형 등 대체징벌을 통해 얼마든지 분리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김 의장은 “사형제를 실시하기 전에 범죄자의 신원공개나 전자발찌 및 종신형 등 기본권 제약을 통해 중범죄자를 사회에서 격리시킬 수 있는 수단을 강구하고 실천하는 것이 급선무”라면서 “인간과 사회가 가진 원시적 복수심과 감정에 의해 하늘이 준 생명권부터 박탈해서는 안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