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입법로비 수사 중간체크

2014.09.29 12:48:44 호수 0호

소문난 잔치에 소문만 무성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새누리당 A의원 등이 연루된 새로운 입법로비 정황이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의 사정기관 관계자는 "A의원이 특정 법안 통과를 놓고 이해관계가 엇갈린 업체들로부터 후원을 받은 것으로 의심된다"는 내용의 소식을 전했다.



문제는 이들의 '후원'을 불법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다. A의원 외에도 새정치민주연합 B의원 등이 로비를 받은 대상으로 동시에 거론된다. 벌려 놓은 수사가 많은 상황에서 구체적인 혐의 입증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관측된다. 일각에선 방어할 시간을 주기 위해 몇 달은 뜸을 들이지 않겠냐는 얘기가 나온다.

"검찰이 갖고 있는 가장 무서운 권력이 뭔지 아세요? 정보력? 구속영장청구? 그런 것도 중요하지만 핵심은 수사 착수권한입니다. 수사에 착수하는 순간 그 사람과 관련한 A부터 Z까지 파고들죠. 심지어 가족까지 말이죠. 많은 피의자는 수사 초기에 강한 심리적 압박을 느낍니다. 중요한 사건의 경우 언론을 활용해 프레임을 만들죠. 빠져나갈 수 없게요. 이렇듯 수사를 어느 시점에 들어갈지 정하는 건 검찰의 가장 중요한 권력이라고 봅니다."

문제는 타이밍

최근 한 사정기관 관계자는 "새누리당 A의원 등이 연루된 새로운 입법로비 정황이 발견됐다"고 말했다. A의원이 특정 법안 통과 과정에서 이해관계가 엇갈린 업체들로부터 후원을 받았다는 내용이다. 문제의 로비 대상에는 A의원 외에도 새정치민주연합 B의원 등이 포함됐다고 한다. 관련 첩보를 입수한 검찰은 법리 검토와 함께 수사 착수 시점을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7·30 재보선 이후 검찰은 정치권을 정조준했다. 국회의원과 관련한 범죄 첩보 수집에 열을 올리는 모습이었다. 이달 기준 입법로비 수사에 이름이 오르내린 현역 국회의원의 숫자는 10명을 넘어섰다. <일요시사>는 지난달 25일 '정치권 시한폭탄 입법로비 천태만상'이란 기사에서 관련한 내용을 보도했다.


SAC(서울종합예술실용학교) 김민성 이사장으로부터 입법청탁 명목으로 모두 5300만원을 수수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를 받고 있는 새정치민주연합 김재윤(구속기소) 의원은 지난 26일 첫 번째 공판에 모습을 드러냈다. 앞서 김 의원은 한 달 가까이 결백을 주장하며 옥중 단식을 벌이다 건강이 악화돼 병원으로 후송됐다.

같은 당 신학용·신계륜 의원은 김 의원과 함께 구속영장이 청구됐으나 기각돼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영장을 심사한 서울중앙지방법원 윤강열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공여자 진술의 신빙성에 다툼의 여지가 있고 현재까지 범죄혐의에 대한 소명여부 등에 비추어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기각했다. 또 신학용 의원에게는 "범죄 혐의에 대한 법리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부연했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신 의원의 출판기념회 축하금을 대가성이 있는 뇌물로 해석했다. 그렇지만 법원은 출판기념회 축하금을 뇌물로 사법처리한 전례가 없다는 점을 들어 "법리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결국 검찰은 재판 과정에서 축하금의 성격을 대가성(입법활동)이 있는 뇌물로 입증해야 할 상황에 놓였다.

15년차 국회 보좌관은 고개를 저었다. 보좌관은 "후원금을 받는 행위를 사법처리해선 안 된다"는 입장이었다. 그는 "후원금을 받는 게 죄가 된다면 열에 아홉은 정상적인 의정 활동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후원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쪽으로 정치자금을 양성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검찰 여야 다수 의원들 혐의 포착
착수시점 조율…짜고 치는 고스톱?

국회 쪽에서 나오는 얘기를 종합하면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은 포괄적인 정치후원금을 뇌물로 규정한 것에 반발하고 있다. 내용을 요약하면 의정활동을 목적으로 정상적인 절차를 거쳐 후원받은 것이지 개인의 사리를 위해 챙긴 돈은 아니라는 것이다. 한 국회 관계자의 항변을 좀 더 자세히 들어보자.

"일부 언론에서 보도하는 대로 정치 후원금을 아예 받지 못하게 한다면 정치할 사람은 두 부류밖에 없습니다. 첫 번째는 원래 돈이 많은 정치인. 기업가가 되겠죠. 두 번째는 음성적으로 비자금을 만들 줄 아는 정치인. 3선 이상이 되겠죠. 이들 외에는 아무도 정치를 하지 못할 겁니다. 돈 안 드는 정치? 이상적인 거예요. 불가능하죠. 돈 받지 말자고 하는 영감(의원)부터 한 번 보세요. 그들은 이미 기득권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정가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잡을 사람은 안 잡고 상대적으로 만만한 의원들을 건든 것 아니냐'며 수사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눈치다. 의원들 내부에서도 이번 수사를 '야당 탄압'으로 보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지난 15일 검찰은 두 신 의원을 기소하면서 이들의 범죄혐의를 매우 상세히 브리핑했다. 출입 기자들은 검찰발 소식을 여과 없이 실어 날랐다. 신 의원이 김 이사장의 부탁을 받고 그 자리에서 직접 교육부 차관에게 전화를 걸어 "잘 챙겨달라"고 요청했다는 등의 내용이다. 정치권과 각을 세운 검찰은 언론플레이와 함께 공소유지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별도로 검찰은 정보통신 업계와 관련한 광범위한 수사를 진행 중이다. LG유플러스 광대역망 구축 사업자인 김일수 테라텔레콤 대표에 대해 비자금 조성 혐의를 적용한 게 대표적이다.


김 대표는 지난 17대 대선 당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 캠프에서 상임특보를 지냈으며, 18대 대선에서는 새누리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정보통신대책위원장도 지냈다. 정계와 가깝기 때문에 형성된 비자금이 정치권으로 흘러간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돈다. 수사 과정에서 현역 의원들이 연루된 금품 로비 혐의가 부각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해진다.

이처럼 검찰은 정치인을 겨냥한 첩보 수집과 전방위 수사로 여의도 정가를 압박하고 있다. '철피아'에 이어 '통피아'의 유착 고리를 드러내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하지만 기관 일선에서는 수사력에 과부하가 걸렸다는 푸념이 나온다. 만약 A의원 등에 대한 수사까지 병행한다면 거센 역풍을 맞게 될지 모를 일이다. 앞서 국회는 '철피아' 비리에 연루된 새누리당 송광호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부결시켜 실력을 행사했다.

쫓고 쫓기고

사실 철피아 수사에서 송 의원의 이름은 수사 맨 처음 단계에 등장했다고 한다. 그러나 검찰은 송 의원의 혐의 사실을 함구하며 몇 달간 뜸을 들였다고 전해진다. 오히려 수사 초반 영장을 청구하는 등 강하게 몰아붙였으면 증거인멸의 시간을 줄였을 것이란 의견이 나왔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그렇지 못했다. '짜고 치는 고스톱'이란 비난이 나온 이유다.

앞서 밝힌 A의원과 B의원 등이 연루된 입법로비 수사는 핵심 증인들의 일관된 진술 여부가 관건이다. 기소에 앞서 증인들이 마음을 바꾼다면 혐의 입증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게 될 수 있다. 이래저래 딜레마에 빠진 검찰의 선택에 관심이 쏠린다.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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