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가 하면 모두 히트상품이 된다?” 김연아 신드롬이 거세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김연아가 착용한 제품들은 단숨에 히트상품 반열에 올랐다. 머리스타일부터 액세서리, 짙은 눈 화장, 옷 스타일, 몸매까지 김연아 따라잡기 열풍이 식을 줄 모르고 있다.
얼굴을 김연아 닮은꼴로 성형하려는 여성들도 있다. 뿐만 아니다. 김연아가 모델로 나선 제품들도 뜻밖의 수혜를 입고 있고 아이스링크장은 ‘제 2의 김연아’가 되려는 아이들로 연일 문전성시다. 김연아가 몰고 온 신드롬을 취재했다.
밴쿠버 올림픽에서 금메달 딴 뒤 ‘연아 워너비’ 급증세
귀걸이, 화장품, 옷 등 김연아 착용제품 불티나게 판매
지난달 16일 밴쿠버에서 열린 여자 싱글 피겨스케이팅 시상식. 국민들의 염원이었던 올림픽 금메달을 따 낸 김연아의 눈물에 많은 국민들도 함께 울었다. 그런데 시상대에 올라 선 김연아를 보는 여성들의 속마음은 조금 달랐다. “무슨 아이라이너를 썼기에 울어도 안 번지지?”, “저 왕관 귀걸이 나도 살까”, “다이어트 해서 김연아 몸매로 만들어야지” 등의 생각으로 가득했던 것. 세계적인 피겨 실력뒤에 숨겨진 김연아의 외모 하나하나가 여성들의 관심사로 급부상하고 있다.
“나도 김연아처럼?”
일거수일투족 관심
이런 여성들의 궁금증은 올림픽이 끝난 직후부터 가시화되고 있다. 이른바 ‘연아 워너비’들이 늘어나면서 김연아와 관련된 제품들이 불티나게 팔려나가는 것. 덕분에 관련업체들은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김연아 신드롬’의 수혜를 받고 있는 제품 중 하나는 김연아가 올림픽 경기 도중 착용했던 제이에스티나의 왕관 모양 귀걸이다. 빙판 위에서 유난히 반짝였던 이 귀걸이는 올림픽 직후 판매량이 급증했다.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이 제품은 지난달 26~27일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5% 매출이 뛰었고 지난달 27일에는 대부분의 매장에서 품절 현상이 빚어졌다. 현대백화점에서도 지난달 이 브랜드의 매출이 전년 대비 25% 증가했다. 온라인에서도 인기는 식을 줄 모르고 있다. 비교적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이 제품의 매출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길거리 좌판이나 액세서리점에서는 모양을 따라 한 ‘짝퉁’ 제품들도 넘쳐나고 있다.
대학생 김모(23·여)씨는 “왕관 모양의 귀걸이를 하면 왠지 김연아처럼 여왕이 된 듯한 기분을 느낀다”며 “김연아가 한 액세서리를 착용함으로서 김연아가 이룬 성과를 함께 맛보는 것 같다”고 전했다. 김연아의 트레이드마크인 짙은 눈 화장을 완성시켜주는 화장품도 인기몰이 중이다. 지난해 유행했던 ‘스모키 메이크업’이 다시 돌아올 태세를 보이기도 한다.
올림픽이 끝난 뒤 인터넷에는 ‘김연아 눈 화장법’, ‘김연아 스모키 메이크업’ 등의 검색어가 1위에 오르기도 했다. 김연아 화장을 따라하는 심리에는 단순히 같은 외모를 갖고 싶다는 이유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강렬한 눈 화장으로 여신의 포스를 한층 더 짙게 보여줬던 만큼 똑 부러지고 당찬 여성으로 보이고 싶은 바람이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일명 ‘연아 아이라이너’를 판매하고 있는 LG생활건강 역시 수혜를 입고 있다. 특히 이 제품은 경기 도중 땀을 많이 흘리는 김연아가 직접 개발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져 더욱 관심을 받고 있다. 이번 올림픽 경기에도 사용한 제품이기도 하다. LG생활건강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월 4800여 개 팔리던 이 제품은 올해 1월 5700개, 2월에는 1만여 개가 팔려 나갔다.
아이라이너 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매출도 급증했다. 지난해 1월 김연아를 모델로 기용한 이 회사의 화장품매출은 31%가 늘었고 지난해 5월 ‘연아 메이크업’으로 출시한 색조 제품류는 2008년 대비 370%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도자기처럼 매끄러운 피부와 동양적인 선을 가진 이목구비도 따라하고 싶은 대상이다. 성형의 판도마저 바꿔놓을 전망이다.
예전에는 연예인들처럼 화려한 외모를 만들어주는 성형이 유행했다면 김연아 신드롬 이후에는 성형 유행도 차츰 바뀌는 추세인 것. 한 성형외과 의사는 “최근 성형의 화두는 단연 김연아다. 김연아의 코나 눈매, 볼록한 이마 등 동양적인 선을 강조한 성형이 인기몰이 중이다”며 “상담을 받으러 오는 여성들 중 김연아 같은 얼굴을 갖고 싶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라고 말했다.
서점도 은행도 북적북적
광고 한 제품까지 대박
얼굴을 시원하게 드러내는 올림머리도 유행중이다. 직장인 이모(28·여)씨는 “김연아처럼 머리를 모두 모아 올려 묶으면 왠지 모르게 금메달리스트같은 자신감이 생기는 것 같아 요즘 자주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체적인 옷 스타일 역시 김연아 열풍에 부채질을 하고 있다. 평상시에 입는 스포티한 스타일의 옷차림이 각광받고 있는 것.
김연아는 운동선수답게 평소에도 심플한 스타일의 트레이닝복을 선호한다. 그 중에서도 집업(zip-up)점퍼나 짧은 주름치마, 컨버스화 등의 가볍고 발랄한 차림을 자주 선보였다. 이에 발맞춰 스포츠의류의 매출도 급신장하고 있다. 특히 김연아가 모델인 나이키의 제품들이 관심을 받고 있다. 연습을 할 때 입었던 점퍼나 바람막이, 운동화 등이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다.
정장류의 옷을 선호했던 직장여성들의 옷차림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보다 간편하고 발랄한 스타일로 바꾸고 싶다는 여성들도 적지 않다. 김연아처럼 입고 김연아처럼 성공하고 싶다는 심리가 담겨 있다. 날씬하고 균형잡힌 김연아의 몸매 역시 선망의 대상이다. 건강하고 다부진 몸매를 만들기 위해 다이어트방법까지 바꾸는 이들도 많다. 164㎝ 키에 체중 47㎏인 김연아는 같은 키와 몸무게를 가진 다른 여성보다 한층 더 ‘슬림’해 보인다. 이유는 체지방률 10% 미만의 근육질 몸매를 가졌기 때문이다.
제 2의 김연아 될래
아이스링크장도 호황
이런 김연아의 몸매를 가지기 위해서는 무조건 체중만 줄이는 다이어트방법은 소용이 없다. 운동과 식이요법이 병행되어야 가질 수 있는 몸매인 것. 대학생 이모(23·여)씨는 “그 동안 해 온 다이어트는 몸무게를 줄이는 데 중점을 뒀기 때문에 무조건 굶거나 살 빼는 약을 먹는 것이 방법이라면 방법이었다”며 “하지만 김연아처럼 아름답고 탄력있는 몸매를 가지기 위해서는 건강한 방법으로 다이어트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이렇다보니 김연아의 운동법이나 식단이 다이어트비법으로 각광받고 있다. 근육량을 늘이는데 중점을 둔 운동방식과 김연아가 먹었다는 체계적인 식단이 그것이다. 김연아 열풍은 외모 따라잡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김연아의 모든 것을 알고 싶은 이들은 서점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김연아의 에세이집 ‘김연아의 7분 드라마’를 보기 위해서다. 지난 1월 출간된 이 에세이집은 올림픽 이후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서울 광화문의 한 서점에서 만난 취업준비생 이모(28)씨는 “취업공부에 지쳐있을 때 올림픽경기를 보면서 큰 힘을 얻었다”며 “그 중에서도 김연아가 금메달을 따기까지 기울였던 노력을 보고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의지가 생겼고, 김연아 자서전을 보면서 다시 한 번 의지를 다잡기 위해 책을 사러 왔다”고 말했다.
중앙출판사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김연아가 참가한 밴쿠버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쇼트 프로그램 경기가 끝난 후 ‘김연아의 7분 드라마’ 서점 주문량이 배로 뛰었다.
연아 적금, 연아 폰 등 김연아 이름만 붙이면 날개 돋친 듯
‘제 2의 김연아’ 꿈꾸는 어린이들로 아이스링크장 인산인해
또 지난달 26일 금메달이 확정된 뒤에는 서점 주문량이 3배 이상 늘어났다. 인터넷서점도 그 열기를 이어가 일별 베스트셀러 2위에 오르기도 했다. 김연아의 이름을 딴 적금상품도 인기상품 반열에 올랐다. KB국민은행에서 만든 ‘피겨Queen! 연아사랑적금’이 그것이다. 지난해 5월부터 판매하고 있는 이 상품은 김연아가 국제대회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면 적금 가입고객에게 연 0.5%의 우대이율을 제공하는 적금이다.
이 상품은 동계올림픽이 개막되고 김연아의 우승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가입자수가 늘었고 올림픽금메달 획득으로 우대이율이 한층 높아지면서 가입자 수가 더욱 늘어나고 있다. 또 오는 3월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열릴 2010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김연아가 또 한 번 우승하게 되면 0.5%포인트의 우대이율이 붙기 때문에 인기는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이런 추세라면 연아 적금이 신규 기준으로 곧 1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김연아가 모델로 출연하는 제품들도 덩달아 인기몰이 중이다. 이 중 삼성전자는 가장 톡톡히 ‘연아 효과’를 누리는 기업 중 하나다. 김연아가 모델로 나선 에어컨 ‘하우젠’은 지난해 동기 대비 예약 판매율이 30~4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 자체 조사에서는 지난해 1월 김연아를 모델로 기용한 이후 하우젠 판매 경쟁력이 경쟁사 대비 66%에서 80%까지 오른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전국 곳곳의 아이스링크장도 연일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제 2의 김연아를 꿈꾸는 어린이들부터 어린시절 탔던 스케이트를 다시 한 번 타고 싶다는 어른들까지 가세해 스케이트장은 때 아닌 호황을 누리고 있다.
서울 송파구에 있는 롯데월드 실내 아이스링크는 최근 이용객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5~30% 늘었다. 서울 노원구 태릉국제스케이트장에도 하루 평균 이용객이 올림픽 전보다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한 전문가는 김연아 신드롬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김연아 선수의 외모나 옷차림, 생활방식 등을 따라하는 것에는 그가 이룬 성과를 함께 누리고 싶어 하는 심리가 숨어있다”며 “김연아가 모델로 선 제품이나 김연아가 착용한 액세서리를 사면서 현실에서 느끼는 답답함을 벗어나 일종의 대리만족을 느끼기도 한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