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몰래 연인관계를 유지하는 불륜남녀들. 이들 사이에서 각종 강력범죄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내연녀들에게 가해지는 범죄는 상상을 초월한다. 협박과 폭행은 물론 살인까지 비일비재하게 벌어지고 있다. 정상적인 부부나 커플과는 달리 은밀한 만남을 가져야 하는 탓에 숨겨진 범죄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떳떳하지 못한 관계를 가진다는 이유로 신고조차 하지 못해 범죄는 더욱 늘어나는 양상이다. 불륜공화국 속에서 수난을 당하는 내연녀들의 실상을 살펴봤다.
불륜남녀 늘며 당사자 간 강력범죄도 끊이지 않고 발생
‘헤어지자’ 요구하는 내연녀 상대로 잔인무도 범행 급증
유부남과 5년 동안 내연관계를 유지했던 A(29·여)씨. 불과 몇 달 전까지도 원치 않는 불륜관계를 이어갔던 그녀는 최근에야 내연남 B씨의 손아귀에서 빠져나왔다. A씨는 대학시절 아르바이트를 했던 커피숍에서 B씨를 만났다. 커피숍 사장이었던 B씨는 자신이 유부남이란 사실을 숨긴 채 그녀에게 접근했다. 자상한 성격에 물량공세를 퍼붓는 B씨에게 호감이 생긴 A씨는 얼마 지나지 않아 B씨와 연인사이가 됐다.
갑자기 돌변한 내연남
구타, 협박에 이별 못해
하지만 행복한 연애는 얼마 가지 않아 산산조각이 났다. 우연한 기회에 B씨에게 아내와 딸이 있다는 걸 알았던 것. 한동안 고민에 빠졌던 A씨는 결국 B씨와 결별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 동안 쌓인 애정보다 감쪽같이 속아왔다는 배신감이 더욱 컸기 때문이다. B씨 역시 자신을 쉽게 놔 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가정이 있다는 사실을 숨겼다는 것에 일말의 죄책감이 있을 거라고 여겼던 것.
하지만 그것은 결별선언을 하는 순간 착각이란 것을 알게 됐다. 한없이 자상하던 B씨가 한 순간 돌변해 A씨를 괴롭히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눈물을 흘리고 무릎까지 꿇으며 만남을 이어가자던 B씨는 A씨의 단호한 태도가 계속되자 협박을 하기 시작했다. B씨는 “네가 다니는 학교 게시판에 유부남과 사귄 사실을 써서 올리겠다” “너희 부모님을 찾아가 네가 가정을 파탄냈다고 말하겠다”는 등의 협박이었다.
처음엔 대수롭지 않은 허풍이라고 여겼던 A씨. 하지만 B씨의 협박은 협박으로 끝나지 않았다. 전화번호를 바꾸고 연락을 끊자 A씨의 집 앞으로 찾아와 부모님을 만난 것. B씨는 자신이 유부남이란 사실을 밝히지 않은 채 A씨의 부모에게 자신을 남자친구라고 소개했다. 부모에게 차마 유부남을 만났다는 것을 밝힐 수 없었던 A씨는 하는 수 없이 한동안 만남을 이어갔다. 그러나 더는 불륜관계를 이어갈 수 없었던 그녀는 몇 달 뒤 두 번째 이별선언을 했다.
물론 B씨가 자신의 요구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는 않을 거란 건 예상한 A씨였다. 그런데 B씨의 행각은 예상보다 더욱 난폭했다. 폭행을 가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폭력의 강도는 나날이 거세졌다. A씨가 결별요구를 할 때마다 수위를 높여 폭행을 한 것이다. 성폭행도 이어졌다. 원치 않았던 성관계를 매번 요구했고 A씨가 거부를 할 때면 어김없이 강제적인 성관계를 했던 것.
이처럼 수치스러운 폭력과 협박에 시달리면서도 A씨는 누구에게도 하소연할 수 없었다. 유부남이란 사실을 모르고 연인사이가 됐다고 해도 떳떳할 수 없는 내연관계에 이미 발을 들였기 때문이다. 간통죄로 오히려 자신이 처벌을 받을까봐 경찰에 신고조차 할 수 없었다. 결국 A씨는 무려 5년 동안이나 B씨의 내연녀로 살아야 했다.
꽃다운 청춘이 내연녀라는 굴레와 폭행으로 얼룩졌던 A씨는 몇 달 전 B씨의 아내가 남편의 외도사실을 알게 되면서 새 인생을 살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아직도 A씨는 불안감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A씨는 “지금은 아내의 감시 때문에 나에게 연락을 하지 못하고 있지만 언제 또다시 내 앞에 나타날지 몰라 두렵기만 하다”라며 한숨을 쉬었다.
A씨처럼 내연남의 협박과 폭행 등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내연관계를 유지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은밀한 곳에 숨어 있어 그 실태가 파악되지 않을 뿐이다. 더군다나 ‘불륜공화국’의 현실은 남 몰래 신음하는 내연녀들을 더욱 증가시키고 있다. 특히 최근 벌어진 흉흉한 사건들은 내연녀들이 당하는 수난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이별요구나 반대로 만남을 유지하자는 요구에 폭행과 협박, 심지어 살해까지 당하는 사건들이다.
최근에는 헤어질 것을 요구하는 내연녀를 무려 44차례에 걸쳐 괴롭혀 온 내연남이 덜미를 잡혔다. 부산에 사는 김모(49)씨가 그 장본인이다. 김씨가 내연녀(44)에게 몹쓸 짓을 시작한 것은 지난해 3월 결별선언을 한 뒤부터다. 헤어지자는 요구를 하는 내연녀에 화가 난 김씨는 인적이 드문 변두리로 끌고 가 물속에 밀어 넣어 폭행하는 등 16차례에 걸쳐 폭행을 가했다.
뿐만 아니다. 무려 10차례에 걸쳐 성폭행을 일삼았고 감금과 협박도 수없이 이어졌다. 금전적인 손해도 끼쳤다. 내연녀의 지갑을 뒤져 금품을 훔치는가 하면 물건을 파손하는 등의 행각을 펼친 것이다. 결국 김씨는 성폭행과 절도, 폭력과 감금, 기물 파손 등의 죄로 구속영장을 받았다. 헤어지자는 내연녀에게 몰래 찍어 둔 나체 사진을 내밀며 협박을 한 남성도 경찰에 잡혔다. 서울에 사는 김모(49)씨는 지난해 10월 내연관계에 있던 조모(48·여)씨에게 한 포장마차에서 결별요구를 받았다.
나체사진까지 이용해 협박
파렴치한 내연남들 행각
이를 받아들일 수 없었던 김씨는 주먹과 발로 조씨를 폭행해 전치 2주의 상해를 입히고 현금 15만원, 핸드폰, 신용카드 등이 들어 있는 조씨의 가방을 뺏어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결과 각자 부부사이가 좋지 않아 별거를 하고 있던 김씨와 조씨는 2달 간 내연관계를 이어가다가 조씨의 변심으로 폭행과 협박이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김씨는 자고 있던 조씨의 나체 사진을 몰래 찍어 놓은 뒤 결별요구를 하자 이를 이용해 협박을 했다. 김씨는 조씨에게 “만나주지 않으면 사진을 가족에게 유포하겠다”고 협박을 일삼은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에는 만나주지 않는 내연녀를 무려 4일 동안 끌고 다니며 감금, 폭행한 40대가 붙잡혔다. 한모(44)씨는 출근하는 내연녀를 납치해 마을 뒷산에 끌고 가 폭행한 뒤 자신의 원룸과 모텔에 4일 동안 감금했다.
경찰조사결과 한씨는 8년 동안 몰래 만나온 내연녀가 최근 만남을 거부하자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은밀한 만남을 이어가다 남몰래 내연녀를 살해하는 잔혹한 내연남들의 사건도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결별을 거부한 내연녀를 살해한 현역 군인이 잡혀 충격을 주기도 했다. 육군 모 부대 소속 김모(25)중사는 지난 7일 새벽 3시50분쯤 문모(23·여)씨를 살해했다. 조사결과 유부남인 김씨와 문씨는 수년 전부터 내연관계를 유지했다.
은밀한 만남 속 숨겨진 범죄 비일비재
수단방법 안가리고 복수의 칼날 들이대
그러다 최근 김씨의 결별요구를 문씨가 거부하자 흉기로 찔러 살해한 것으로 드러났다. 돈이 없다고 자신을 무시한 내연녀를 살해한 내연남도 덜미를 잡혔다. 구로경찰서에 따르면 유씨는 지난 9일 오후 10시14분쯤 서울 구로구의 한 모텔에서 내연녀 서모(43)씨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했다. 조사결과 유씨는 모 자활센터에서 만난 서씨와 불륜관계를 맺어오다 최근 금전문제로 자주 다퉜던 것으로 밝혀졌다.
사건이 벌어진 날에도 서씨가 돈이 없다는 이유로 자신을 무시하자 살인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일에는 자신을 만나주지 않고 아는 체도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내연녀를 살해한 구모(40)씨도 경찰에 잡혔다. 전남 순천경찰서는 내연녀를 수차례 흉기로 찔러 살해한 구씨에 대해 살인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구씨는 지난달 31일 오후 8시쯤 순천시 조례동 모 횟집 앞에서 내연녀 신모(48)씨를 흉기로 15회 가량 찔러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내연녀가 자신을 자주 만나주지 않아 앙심을 품고 있던 구씨는 사건 당일 다른 남자와 술을 마시기 위해 횟집을 들어간 신씨를 불러내 말다툼을 벌이던 중 미리 준비한 흉기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결과 드러났다.
주민들의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횟집과 400m 떨어진 골목길 옆 공터에서 흉기를 소지한 채 숨어있던 구씨를 발견하고 몸싸움 끝에 검거했다.
지난해에는 내연녀와 내연녀의 동생까지 살해한 30대 내연남도 덜미를 잡혀 충격을 줬다. 2009년 11월15일 박모(33)씨는 이날 새벽 2시쯤 대구 서구 평리동의 한 빌라에서 내연녀 이모(50)씨와 이씨의 동생을 흉기로 살해했다. 경찰 조사결과 박씨는 평소 내연녀의 동생이 자신에게 불만을 가진 것에 앙심을 품은 데다 내연녀가 만남을 거부하자 이 같은 행각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아는 체 안했다고 살해
수난당하는 내연녀들
내연녀를 상대로 한 범행은 중년 남녀들 사이에서만 벌어지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에는 60대 남성이 헤어지자는 내연녀를 살해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박모(68)씨는 지난해 8월24일 부산 남구 대연동의 한 모텔방에서 내연녀와 술을 마셨다.
그러다 “좋은 남자가 생겼으니 그만 만나자”는 내연녀의 말을 들은 뒤 둔기로 내연녀를 내리쳐 살해했다. 경찰 조사결과 6년간 내연녀와 만나 온 박씨는 결별 요구에 격분해 범행을 저지른 뒤 도주한 것으로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