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 재벌’ 씨앤앰 접대 파문

2014.07.25 15:51:25 호수 0호

노동자에 ‘갑질’ 미래부엔 ‘을짓’

[일요시사=경제2팀] 박효선 기자 = 수도권 최대 케이블방송업체 씨앤앰(C&M)이 논란에 휩싸였다. 자신들의 직원들에게는 ‘갑’의 횡포를 부리더니 미래창조과학부 고위 공무원들을 룸살롱, 골프장 등에서 접대한 사실이 드러나 비난 여론에 불을 지폈다. 사측은 단순 인사치레였다고 해명했지만 마련한 자리마다 과거 성접대를 받아 물의를 빚은 인사가 동석해 파문은 커지고 있다. 
 



은수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씨앤앰의 미래창조과학부 고위 공무원들을 위한 룸살롱, 골프접대 사실을 언론에 공개했다. 씨앤앰이 미래부 공무원을 접대한 시기는 묘하다. 3월과 5월은 케이블방송과 관련한 주요 업무·정책발표가 있었던 때다. 씨앤앰과 미래부 사이의 ‘끈끈한’ 관계가 이어져 왔던 것 아니냐는 의심의 목소리가 나오는 대목이다. 미래부 정책 방향이 케이블 TV사업자에 유리한 쪽으로 잡히도록 ‘관경유착’을 해왔다는 의혹에 힘이 실리고 있다.

미래부 공무원에
접대하며 ‘굽신’

은수미 의원은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2008년 외국계 사모펀드가 페이퍼 컴퍼니를 세워 인수한 씨앤앰이 ‘매각가치’를 높이기 위해 음지에서 미래부 공무원을 상대로 골프, 룸살롱 접대를 해왔다”고 지난16일 주장했다. 은 의원은 관련내역이 담긴 씨앤앰의 접대비 지출자료를 공개했다.

자료에 따르면 지난 5월8일 장영보 씨앤앰 대표는 회의비 및 전략부문이라는 명목으로 법인카드를 긁었다. 이날 장 대표는 성낙섭 씨앤앰 전무와 함께 서울 강남에 있는 룸살롱에서 김정수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사무총장, 미래부 뉴미디어 이모 과장을 접대했다. 다만 미래부 과장은 식사 자리에만 참석했고 이후 자리에는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품의서에는 “방송정책 제도 관련 각종 현안에 대한 대응방안을 논의하고자 관계자를 모시고 간담회를 개최하였음을 보고드리며, 소요경비 집행을 품의합니다”라고 적혀 있다. 회의 내용에는 “미래부 정책방향 Q&A 및 케이블업계 아젠다 점검(DCS대응 등)”이라고 나와 있다. 이날 ‘룸살롱 회의’에 사용된 금액은 117만원 수준이다.


앞서 3월29일에도 씨앤앰 간부가 미래부 고위공무원을 경기도 포천시 화현면에 있는 골프장에 데려갔다. 장 대표와 성 전무는 김정무 사무총장과 미래부 박윤현 방송정책진흥국장과 함께 이곳에서 골프를 쳤다.

품의서에는 “방송산업발전에 대한 최신동향 및 타사업자 8VSB(8레벨 잔류측파대) 허용 시 발생되는 문제점 공유 등 대응방안을 논의”하는 간담회라고 적혀 있다. 이날 비용은 씨앤앰 법인카드로 87만7000원을 결제했다.

고위 공무원들 상대로 접대 사실 폭로
골프장 회동 이어 강남 룸살롱 술자리

은 의원은 접대 기간이 상당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3월과 5월 모두 케이블방송과 관련한 주요 업무·정책발표가 있었던 시기라는 점이다. 5월에는 미래부가 위성방송 임시허가 관련 논의를 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룸살롱 접대 당일은 KT스카이라이프가 접시 없는 위성방송인 DCS 임시허가 문제를 미래부와 논의했다는 보도가 나온 지 불과 1~2주도 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특히 골프를 친 3월29일은 미래부가 케이블 방송에 8VSB를 허용키로 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라는 게 은 의원의 설명이다. 8VSB는 아날로그 케이블TV 가입자도 디지털 화질을 볼 수 있는 송출 방식이다. 실제 미래부는 3월11일 케이블방송에 8VSB를 허용하고 그동안 논란이 돼왔던 세부 사안들을 확정지은 바 있다.
 

게다가 3월과 5월 씨앤앰이 마련한 접대자리마다 김정수 사무총장이 참석했다. 김 사무총장은 과거 성접대를 받아 물의를 빚은 인물로 유명하다. 지난 2009년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 대통령실 방송통신정책행정관으로 ‘청와대 성접대’ 관련 인물로 알려져 있다. 당시에도 케이블업체 티브로드로부터 향응과 성접대를 받은 사실이 적발돼 해임된 바 있다. 따라서 씨앤앰의 이번 룸살롱 접대도 단순 응대가 아닌 성접대가 포함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씨앤앰 해명에
은 의원 재반박

은 의원의 발표 이후 씨앤앰을 향한 비난여론은 거세졌다. 씨앤앰은 보도를 통해 부랴부랴 해명했다. 접대가 절대 아니라며 단순한 인사치레 만남이었음을 거듭 강조했다.

룸살롱접대에 대해 씨앤앰은 “미래부 과장에게 사측의 현황을 보고하는 단순 저녁식사 모임”이라고 설명했다. 골프접대에 대해서는 “지인과 함께 1명씩 초청해 골프치기를 했는데, 지인이 초청한 사람이 미래부 국장이었을 뿐”이라며 우연한 만남이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후 은수미 의원은 씨앤앰을 향한 재반박 자료를 내놨다. 은 의원은 “씨앤앰의 해명은 구차한 변명에 지나지 않다”며 “매각을 앞두고 걸림돌을 제거하기 위해 본질을 흐리는 해명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은 의원은 “회사는 미래부 담당 과장이 새로 들어오면 CEO가 친히 식사를 늘 대접하는지, 늘 회사 현황에 대해 보고를 해왔는지에 대해 해명해야 한다”며 “씨앤앰은 개인적인 운동차원의 골프 비용도 회사 비용으로 처리하는지, 2012년 6월 당시 중앙전파관리소장이었던 미래부 박 국장과 골프를 치며 간담회를 했던 것은 무엇인지, 왜 최근 미래부 등 여러 관련 부처 공무원들에게 로비성 접대(품의서 표현에는 간담회)를 하면서 소속, 직책, 성명을 표시해 증거를 남겨 놓았는지 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향후 매각과정에서 도움을 받기 위한 자기보험이 아니냐는 부연이다.

씨앤앰은 은 의원의 재반박 자료에 억울하다는 반응이다. 씨앤앰 관계자는 “(은 의원의 재반박 자료는) 전후 사정 설명이 잘못됐다”며 “골프접대 건에 대해 은수미 위원 자료를 보면 마치 우리가 거짓말을 한 것처럼 되어 있는데, 한 번도 미래부 국장을 처음 만났다고 한 적이 없다”고 호소했다.

이 관계자는 “룸살롱 대접을 했다고 하는데 함께 동석한 미래부 과장은 여성분이셨는데 여성분에게 룸살롱 대접을 했다는 게 말이 되느냐”라며 “(미래부 공무원들을 접대한 것은) 상견례 같은 인사 치레였을 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라고 답했다. 매각가를 높이기 위한 게 아니냐는 지적에 그는 “그러한 주장은 노조 측의 주장일 뿐 사실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협력업체 압박하고
노동자 쥐어짜기

고위 공무원들을 극진히 접대한 씨앤앰은 정작 자신들의 직원에게는 인색했다. 상황이 좋을 때는 자기 주머니부터 채우더니 위기에 처하자 노동자들을 압박했다. 씨앤앰의 노사갈등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을지로위원회와 민주노총 희망연대노조가 밝힌 씨앤앰의 노조 압박 과정은 이렇다. 2007년 MBK파트너스와 맥쿼리 사모펀드는 종합유선방송사업자 씨앤앰을 2조750억원에 인수했다. 당시 외국계 사모펀드는 자기자본금 3500억원만 투자하고, 나머지 금액은 씨앤앰을 담보로 금융권으로부터 돈을 빌렸다. 특히 맥쿼리는 지하철 9호선, 메가박스 등 ‘먹튀자본’으로 유명한 호주 금융투자사다. 때문에 씨앤앰 인수 후 지금까지 ‘먹튀’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두 사모펀드는 장밋빛 전망을 가지고 회사를 인수했지만 인터넷TV(IPTV)가 급격하게 성장하고 5대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 간 인수합병 경쟁이 심해지면서 매각이 어려워졌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주주사와 회사가 협력업체를 압박하고, 노동조합을 정리하려 했다는 게 이들 단체의 주장이다.

단체의 주장에 따르면 씨앤앰은 임직원들을 해고하고, 방문판매업체를 끌어들여 협력업체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노사 상생협약은 어기고 노동조합 지우기에 나섰다. 지난해에는 상생협약을 통해 ‘업체 변경시 전원 고용승계’를 합의했지만 올해 74명을 해고했다.

씨앤앰의 협력업체에 대한 갑질 행태와 불공정거래 행위 유형은 ▲무분별한 방판계약에 따른 협력업체 영업권 침해 ▲고객관리수수료 일방적 미지급 ▲협력업체에 외상매출금을 발생시키고 재회수 ▲협력업체 노동조합의 정당한 활동을 이유로 일방적 계약해지 및 타 업체 업무이관 협박 등이다.


씨앤앰의 압박은 협력업체가 노동자들을 쥐어짜게 만들었다. 협력업체들의 주된 업무는 고객에 대한 애프터서비스와 장비 설치다. 그런데 씨앤앰은 협력업체에 목표 물량을 채우지 못하면 계약을 해지하겠다고 압력을 가했다. 협력업체들은 씨앤엠이 2010년 1월 본사 업무인 공사 스케줄 및 계약서 관리업무를 하도급 업체들에 떠넘겼다고 주장했다.

묘하게…케이블방송 정책 발표 겹쳐
MB정부 때 성접대 연루 인물도 동석

이러한 협력업체를 향한 씨앤앰의 압박은 소비자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고 노조 측은 우려했다. 매각을 앞두고 매각가격의 기준이 되는 가입자 수 유지, 확장에 몰두하다보니 고객들에게 심각한 피해를 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씨앤앰은 신상품이 출시될 때마다 ‘최초 고가, 이후 저가’ 전략을 개선노력 없이 지속해왔다. 동일상품임에도 불구하고 가입 시기에 따라 최고 6배 비싼 시청료를 가입자들이 부담하게 만든 셈이다.

실제로 지난5월 공정거래위원회는 서울 삼성동 씨앤앰 본사에 조사관을 보내 하도급사에 대한 불공정 행위가 있었는지 현장조사에 착수했다. 지난해 씨앤앰 협력업체들이 “씨앤앰이 업체들에 매달 700∼1200건의 신규 가입자 유치를 강요한다”고 신고한 데 따른 것이다.

노사갈등 못 풀면
매각작업 안 풀려

노사 갈등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때는 2009년이다. 당시만 해도 상황이 좋았다. 2009년 씨앤앰은 295억원의 순수익을 벌어들였다. 그런데 이 중 84%인 247억원을 주주들에게 배당했다. 이는 씨앤앰 노동자들의 파업을 촉발시켰다. 협력업체와 노동자로부터 짜낸 이윤을 기업에 재투자 하지 않고 자기들 주머니부터 채운 것이다. 지난달에는 씨앤앰 본사 노조 및 설치와 AS를 담당하는 협력업체 노조가 전면 파업에 돌입했다.

이처럼 노사갈등은 좀처럼 풀릴 기색이 보이지 않는다. 씨앤앰이 노사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매각문제도 풀기 어려울 것이라는 평가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주주가 원하는 매각 가격이 지나치게 높은 데다 이런 와중에 불거진 노사 갈등은 매각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며 “노조 갈등도 못 풀고 있는데 이번 미래부 접대 논란까지 겹쳐 매각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으로 보여 씨앤앰은 눈높이를 많이 낮춰야 할 것 같다”고 진단했다.
씨앤앰은 노조의 이해를 구하기 위해 힘쓴다는 입장이다. 씨앤앰 관계자는 “노조 측과 대화를 하고 있다”며 “구체적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노조 측과의 의견을 좁히기 위해 조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dklo216@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애물단지 씨앤앰, 왜? ‘거품덩어리’전전긍긍

씨앤앰은 외국계 사모펀드가 페이퍼 컴퍼니를 세워 만든 기업 중 하나다.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와 맥쿼리가 페이퍼 컴퍼니 (주)국민종합유선방송을 세워 인수한 회사다. 당시 인수대금은 약 2조750억원이다.

2008년 씨앤앰은 국내 M&A 시장을 달궜다. 당시만 해도 케이블TV산업이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에 가득 찼다. MBK파트너스와 맥쿼리는 씨앤앰을 두고 뜨거운 경쟁을 벌였다. 엎치락 뒤치락 인수가격을 높이다 공동인수하기로 결정했다. 남에게 주기는 아깝고, 혼자 인수하기는 가격이 부담스러워 경쟁자끼리 손을 잡은 기형적 사례다.

하지만 2009년부터 통신사들이 주도하는 인터넷TV(IPTV)가 확산되면서 케이블TV산업은 쪼그라들었다. 결국 MBK와 맥쿼리는 거품덩어리가 된 씨앤앰을 안고 전전긍긍한 상황에 몰렸다. 씨앤앰은 사모펀드의 애물단지가 돼버린 셈이다. 씨앤앰의 현재 가입자당 기업 가치는 50만원을 밑도는 것으로 추정된다.

덩치가 큰 만큼 일각에서는 분할매각, 컨소시엄 구성 등이 거론되기도 한다. 하지만 분할매각은 파는 쪽에서 꺼릴 수밖에 없다. 업계에서도 분할매각 리스크가 커 컨소시엄을 구성해 매각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컨소시엄 구성은 주사업자를 주축으로, 크고 작은 업체들이 참여하는 것을 뜻한다. <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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