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새해 들어 화해무드를 조성하며 남북정상회담 카드를 들고 나왔다. 그러면서도 서해NLL 부근인 백령도와 대청도 인근 해상에 해안포를 사격을 하는 등 엇박자를 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정부와 미국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가운데 북한 내부가 심상치 않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러한 분석에 따르면 북한은 현재 군부가 장악하고 있으며 잇따른 군사적 강경 대응에는 여러 가지 속내가 감추어져 있다고 한다.
해상 일제사격, 서해5도 점령 훈련?
김정일 건강악화일로‥권력다툼 표출
북한이 지난달 27일 오전과 오후, 저녁에 걸쳐 서해 북방한계선 북쪽 수역인 백령도와 대청도 인근 해상에 100여 발의 해안포를 발사해 남북간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북한이 NLL을 향해 해안포를 발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정부는 북한의 해안포 사격을 정치적 목적을 띤 ‘통상적인 행위’로 규정하고 차분하게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청와대와 국방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북한의 의도가 무엇인지를 파악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회담 끌어내고 점령훈련도 하고
주요 언론들은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북한 의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즉 군사적 긴장고조를 통해 미국을 자극해 ‘평화협정 회담’ 테이블로 끌어내려는 의도라는 분석이다. 아울러 남한과의 화해무드 조성과 함께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소극적 태도를 보이고 있는 남한에 대한 경고로 해석하고 있다.
북한은 일단 서해상 포사격으로 국제사회의 이목을 끌면서 존재감을 과시했다. 그러면서도 북한은 언론매체를 통해 한반도 평화협정이 시급하다는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달 29일 ‘평화협정 체결 용단을 내려야 한다’는 제목의 논평에서 “평화협정 협상의 시급한 개최는 조선반도의 긴장한 정세의 요구로 보나, 조선전쟁 발발 60년이 되는 올해의 시기성으로 보나, 현 국제정세 발전의 흐름으로 보나 적절하고 합당하다”고 주장했다.
이 신문이 언급한 ‘한반도의 긴장한 정세’는 서해 포사격을 포함해 최근 남북간에 조성된 긴장관계를 포괄적으로 지칭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면 북한이 이러한 목적으로만 서해 NLL 포사격을 했을까. 당시 북한은 백령도와 대청도, 연평도 사이 NLL로부터 2~2.7km의 북한 해상 수십 곳에 100여발의 각종 포탄을 쏟아 부었다.
특히 이날 130mm해안포(사정 27km)와 240mm방사포(사정 60km), 170mm자주포(사정 54km) 등이 동시 같은 지점에 동시에 탄착되게 사격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것을 가리켜 지상군에서는 ‘TOT(일제사격)’ 사격이라고 한다. 북한은 사격구역(탄착지점)으로 정해놓고 세 종류의 다른 포로 같은 시각에 떨어지게 사격을 했으며, 비교적 정확하게 포탄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김성만 전 해군작전사령관(예비역 해군중장, 성우회자문위원)은 “북한 서해 NLL에 해안포 사격을 한 결정적인 이유는 서해5도를 점령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며 “이것은 실권을 쥐고 있는 군부가 계획한 것으로 판단된다. 이 같은 분석은 국방연구원에서도 제기된 바 있다. 북한이 유엔 제재를 핑계로 서해 5도에 대해 공격하겠다는 뜻을 보였다는 것이다. 국정원 예하의 연구소에서도 이 같은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러나 북한이 올해 서해5도를 공격할 가능성이 없다. 지금의 해안포 사격은 이것을 실행하기 위한 실전 훈련으로 보인다”며 “이 훈련이 실제로 발생할 가능성은 2012년 4월17일 한미연합사가 해체되면 곧 바로 시행될 가능성이 높다. 즉 이 같은 판단을 하는 이유는 이렇다. 먼저 북한은 지난달 15일 평양 인근 모처에서 김정일이 있는 앞에서 해군과 공군 전투기 10대와 240mm방사포를 동원한 모이 훈련을 한 바 있다. 원래 240mm방사포는 서울을 겨냥한 북한군의 주력 화포이다. 이 화포를 해안가에 옮겨놓고 사격 훈련을 했다는 것은 서해5도에 대한 점령 훈련을 김정일에게 보여줬다는 것으로 풀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북한이 이날 서해 NLL에 사격한 것이 TOT사격으로 목표지점에 수백발의 포탄을 퍼붓겠다는 뜻이다. 이제까지 북한은 해군 함정을 통한 서해NLL 무력화를 시도했지만 번번이 고배를 마셨고 이에 대한 대응 차원으로 지상군 공격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만약 북한군이 서해5도에 대한 공격을 한다면 포병화력을 적극 이용한다는 것으로 심각한 위험에 빠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북한의 포병 화력은 무시할 수 없다”며 “40%정도 고폭탄과 함께 60%정도의 화학탄이 사용 될 경우 서해5도는 전멸할 가능성이 높다. 즉 북한은 한미연합사 해체와 함께 전시작전권이 우리에게 환수 될 시점에 이 같은 공격을 감행 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앞으로 북한의 행동에 대해 김 전 사령관은 “표면적으로 북한이 남한과 미국을 협상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한 전술로 보이지만 실제로 북한이 의도하고 있는 것은 서해NLL 무력화이다”며 “북한은 이제부터 평화와 대화무드를 조성하면서 ‘핵도 포기하겠다’,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평화무드 정착하자’ 등의 내세우며 남한과 미국을 안심시키려 할 것이다. 그러면서 한미연합사가 해체되고 어느 시점이 되면 도발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이번 북한의 해안포 사격은 내부 사정과 연관이 깊다는 분석이다. 현재 북한은 권력 구도에 미묘한 변화가 일고 있으며, 이를 감추기 위해 포사격으로 외부의 시선을 돌리고 있다는 관측이다.
최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악화로 북한의 권력이동과 체제 변화가 은밀히 진행되고 있다는 것. 내부권력이 재편성되면서, 현 권력그룹과 후계자 그룹 간에 경쟁이 치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반증하듯 지난 2일부터 북한의 화폐개혁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박남기 노동당 계획재정부장이 한 달째 자취를 감춰 전격 해임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박 부장은 지난해 12월 한 달 동안에만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현지시찰을 10차례나 수행하는 등 측근으로 분류된 인물이다. 그런 박 부장이 한 달째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권력다툼이 포사격 불러?
북한은 지난해 11월말 화폐개혁 이후 시장기능이 마비되고 물가와 환율이 화폐개혁 이전 수준으로 폭등하는 등 심각한 후유증을 겪고 있다. 이에 따라 박 부장이 화폐개혁 후유증에 대한 책임을 지고 ‘희생양’이 됐다는 분석이다.
따라서 북한은 2012년 강성대국 진입과 함께 3남 김정은을 중심으로 안정적인 후계구도 구축과 내부 권력 다툼, 주민 동요 등의 요인들을 커버 할 군사적 돌발행동을 계속 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