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에서 트랜스젠더에 대한 인식을 완전히 바꾼 것은 가수 하리수의 연예계 활동이었다. 예쁜 외모의 뒤편에 가려져 있는 트랜스젠더로서의 고통이 교차되면서 많은 사람들은 기존에 가지고 있는 일방적인 편견을 수정했고 또한 많은 음지의 트랜스젠더들이 세상에 자신을 드러냈다. 그러나 트랜스젠더에 대한 두꺼운 벽은 여전히 남아있다. 일본과는 다르게 그들이 연예계에서 활동할 수 있는 기회는 극히 제한되어 있고 일반적인 직업에 종사하기는 더욱 어렵다. 잘 간다고 해봐야 트랜스젠더 클럽들이다.
그곳에서 그녀들은 술과 웃음을 팔면서 하루하루 생활을 연명해 나가고 있다. 물론 그나마 그렇게 일을 할 수 있는 것을 그녀들은 다행스럽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것도 하지 못하면서 아직도 음지에서 자신의 성에 대해 고민하는 ‘남성으로 살아가는 여성’들이 적지 않다. 그녀들이 바라보는 세상 그리고 그녀들을 바라보는 세상의 시선을 집중 취재했다.
남성이면서도 스스로 ‘여성’이라고 느끼면 인생의 행복 느껴
치마 입고 립스틱 바르고 하이힐 신는 것 ‘가슴 두근거리는 일’
트랜스젠더에 관해 제일 궁금한 것 중의 하나는 과연 그들의 성적 정체성이 언제 어떤 이유로 인해서 현재 자신이 가진 몸과 ‘부조화’를 이루게 되었는가 하는 점이다. 신경정신과 전문의들에 의하면 대부분 생후 18개월 이내에 남성과 여성으로서의 성적 정체성을 가지게 된다고 한다. 일단 이 시기에 특정한 정체성이 형성되고 나면 이후에는 교정하기가 무척이나 힘들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선 남자의 몸을 가지고 태어났으면서도 여성스러운 성향을 가지고 있다면 성인이 될 때까지 그리고 성인이 되어서도 그 정체성을 외부의 힘에 의해서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불법 수술로
몸은 만신창이
그렇다면 이런 일이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실 이 부분에 대해선 많은 학자들도 정확한 대답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유아기의 심각한 스트레스나 정신적 충격 또는 일반적으로 쉽게 경험할 수 없는 어떤 것들이 성 정체성에 혼란을 주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과연 구체적으로 어떤 것들이 이런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렇게 남성이면서도 스스로를 ‘여성’이라고 느낀 경우에는 여성들이 하는 각종 행위들이 너무나도 큰 인생의 행복으로 다가온다는 것이다. 치마를 입거나 립스틱을 바르거나 혹은 하이힐을 신는 것 자체가 자신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는 일이라는 것. 따라서 이들은 거의 100% ‘나는 여자’라고 생각한다.
물론 청소년기에는 이런 혼란스러움 때문에 고민을 많이 하기는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런 확신은 더욱 강해진다고 한다. 결국 성인이 되어 자신의 삶을 선택할 수 있을 때는 거의 대부분 ‘여성으로서의 삶’을 선택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녀들이 그렇게 새로운 삶을 선택하기에 앞서 반드시 거쳐야 할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성전환수술이다.
아무리 마음이 여자라고 하더라도 본인의 몸이 남자인 이상 끊임없이 성적 정체성에 대한 혼란은 있을 수밖에 없고 이는 본인 스스로를 괴롭히는 결과는 낳는다는 것. 그들이 결국 그 고통에서 탈출하기 위해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이 바로 성전환 수술이다. 그런데 여기에 적지 않은 돈이 들어간다. 남성의 성기를 제거하고 몸의 또 다른 근육으로 여성의 성기를 만드는 것은 물론 가슴을 크게 하는 수술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들어가는 비용은 모두 1400만원에서 2000만원 수준. 정상적인 직장을 가지기 극히 힘들고 거기다가 가족들의 지원을 받을 수도 없는 그들이 마련하기에는 결코 적은 돈이 아니다. 그래서 그녀들은 수술을 하기 전까지 자신의 성적 정체성에 대한 괴로움을 잠시나마 접어두고 매일 이태원 등에서 술과 웃음을 파는 생활을 하게 된다.
설사 돈이 있다고 하더라도 수술을 받는 것이 그리 쉬운 일만은 아니다. 정상적인 의료기관에서 수술을 받기 위해선 12가지 조건이 모두 충족이 되어야 한다. 일례로 우울증을 비롯한 기타 정신질환이 없어야 하고 배우자나 가족의 허락, 그리고 21세 이상이라는 각종 조건이 필요하다. 최종적으로 정신과 전문의의 복수 추천도 갖춰야 한다.
따라서 이런 조건을 충족시킬 수 없는 트랜스젠더들의 경우 불법 의료자에게 수술을 받기도 하지만 때로는 수술이 잘못돼 끔찍한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결국 성을 바꾸려다가 이를 자신의 생명과 맞바꿀 수도 있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
특이한 것은 그녀들의 삶에 대한 태도는 일반 여성들보다 더욱 여성적이고 남자와의 관계 설정은 일반 여자보다 더욱 보수적이라는 사실이다. 거의 대부분의 트랜스젠더들은 자신의 삶의 희망을 ‘남자를 위해 봉사하고 희생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가사는 그들에게 있어서 최고의 행복이며 남자가 성공하는 것은 곧 자신의 성공이라고 여긴다.
삶의 희망 ‘남자 위해
봉사하고 희생하는 것’
사실 이 같은 태도는 과거 1960~70년대의 여성들에게서나 찾아볼 수 있는 세계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마도 요즘 여성들에게 이러한 논리를 강변한다면 십중팔구 헤어지기를 요구당할 것에 틀림없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녀들의 삶에 대한 희구가 이루어지기는 결코 쉽지 않다. 일반 남성들은 그녀들을 호기심과 섹스의 대상으로는 볼지 몰라도 평생 삶을 함께할 배우자로서 보는 경우는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나름 트랜스젠더에 대한 호기심이 있다는 직장인 김모(32)씨는 “요즘 같아서는 트랜스젠더에 대한 관심이 아주 많다. 그녀들과의 섹스도 아주 만족스러울 것 같고 함께 술을 마시고 즐기는 것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피해 준 것 없는데
왜 벌레를 보듯 해”
김씨는 이어 “그런데 실제 결혼해서 함께 동거하면서 살라고 한다면 그것은 정말로 힘이 들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설사 내가 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우리의 가족, 친구, 친지, 직장 동료들이 과연 나를 어떻게 볼 것인가. 결국 사회는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다는 점에서 트랜스젠더와의 결혼이라는 것도 개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결국에는 사회적인 문제로 환원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고 견해를 밝혔다.
사실 대부분의 남성들이 트랜스젠더와의 결혼에 대해선 이 같은 견해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녀’들이 자신들의 삶의 꿈을 이룰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일부 남성들은 트랜스젠더에 대해 성적 호기심을 가지고 있으며 이것 때문에 그녀들이 클럽에 다니면서 생계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이다.
성적 정체성문제 부딪치면 십중팔구 성전환수술 고민
호기심 어린 시선 “너무 싫어” 여성 인정하면 “좋아”
현재 전국에는 약 20여 개 정도의 ‘트랜스젠더 클럽’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말은 클럽이지만 거의 일반적인 룸살롱 수준이다. 내부 시스템도 룸살롱과 거의 흡사하고 비용도 마찬가지다. 1인당 20만여 원 정도면 트랜스젠더와 함께 밀폐된 방안에서 술을 마시면서 즐길 수 있다는 것.
이곳에선 일반 룸살롱과 마찬가지로 ‘진상 손님’들도 많다고 한다. 성전환 수술에 대한 궁금증으로 ‘수술한 그곳을 보여 달라’고 말하기도 하도 일부 손님들은 짓궂게 온몸을 만지작거리기도 한다.
하지만 생계를 위해선 그녀들도 어쩔 수 없는 일. 비록 힘든 면이 없지 않지만 그래도 이렇게 여자로 살 수 있어서 예전보다는 다행이라는 생각을 많이 하는 것이 사실이라고 한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은 이런 클럽에 일반 룸살롱 나가요 아가씨들도 적지 않게 간다는 것. 그녀들 역시 처음에는 거부감을 느끼기는 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이제는 정말 같은 ‘화류계 여성’으로 언니 동생하면서 지내는 사이가 되는 경우가 흔하다고 한다.
함께 찜질방에도 가고 같이 술도 마시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트랜스젠더들이 한결같이 하는 말이 있다. 자신들은 이 사회에 피해를 준 것이 하나도 없는데 이 사회는 왜 자신들을 마치 벌레 보듯이 하느냐는 것이다. 이는 ‘다름’을 ‘차별’로 보는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편견에서 기인한다고 할 수 있다. 특히 ‘한민족’ 또는 ‘순수혈통’이란 깊은 집단 무의식은 차별이라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 가혹한 문화를 만들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회문제연구소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그녀들은 성정체성이 조금 ‘다를 뿐’이란 것을 지금보다 더 인정하고 동등한 인간으로 대접해주어야 하는 문화가 더욱 확산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