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의 탈을 쓴 중년 불륜<속으로>

2009.11.17 09:52:10 호수 0호

가족들 속이고 회원들 속이고 ‘이불 속 화끈 데이트’

중년들의 불륜 문제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그만큼 우리 사회에서 불륜을 맺고 있는 중년들이 많기 때문이다. 이들은 특히 각자 가정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서로의 사정을 잘 알고 알아서 배려함으로써 이들의 관계는 은밀하게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섹스에 대해서도 더 이상 부끄러워할 것도 없기 때문에 과감하게 성관계를 맺고 이를 통해 비밀스러운 만남을 이어가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최근에는 이런 불륜을 시작하는 ‘블루칩 커뮤니케이션’이 있으니 바로 산악회다.

주말마다 산을 찾는 이들은 자연스럽게 만남을 가질 수 있고 무엇보다 ‘건강을 위해 산행을 한다’는 거부할 수 없는 명분이 있기에 집에 말하기에도 좋다. 그렇기에 배우자는 이를 까맣게 모르게 깜박 속아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산행을 둘러싼 중년의 불륜 실태를 취재했다.


중년의 직장인 J(43)씨는 요즘 자신만의 ‘은밀한 행복’을 가지고 있다. 물론 혼란한 경제 상황 속에서 그 스스로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업무에 대한 것도 그렇고 외국에 나가 있는 자녀들에게 송금해주는 것도 빠듯하다.

산악회에서의
‘전략적 실천’



하지만 언제까지나 자신을 희생하며 자녀와 아내를 위해서만 살아갈 수는 없었다. 그래서 그가 생각해낸 것은 바로 자신만의 ‘은밀한 행복’을 채워줄 섹스 파트너를 찾는 일이었다. 그런데 막상 그렇게 하려니 영 쉽지가 않았다. 술집 여자를 사귀자니 자칫하면 아내에게 들킬 것 같고 그렇다고 대놓고 바람을 피우자니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에게 필요한 것은 가정을 파괴할 위험이 있는 여성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불륜 시작하는 ‘블루칩 커뮤니케이션’으로 산악회 급부상
이메일·메신저·통화·문자는 ‘NO’ 현지 만남만 ‘OK’


거기다가 정기적이고 잦은 만남을 갖는 것도 힘들었다. 그런 식의 바람 역시 꼬리가 길면 잡힐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서다. 이런 고민 끝에 결국 그가 찾아낸 것은 산악회. 매주 정기적으로 산을 오른다는 명분 자체가 일단 기가 막히게 좋았다. 또한 산악회는 거의 비슷한 또래의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는 점에서 뭔가 말이 통할 것 같은 여성이 있을 듯한 생각도 들었다.

그의 이런 ‘전략적 실천’ 덕분에 그는 드디어 산악회에서 은밀한 만남을 이어갈 수 있는 여성을 만났다. 물론 그들은 평소에는 전혀 연락을 하지 않는다. 이메일은 물론이고 메신저, 통화, 문자도 하지 않는다. 커뮤니케이션을 완벽하게 차단하는 것이다. 그들이 만나는 것은 매주 토요일 오전 8시. 그것도 다른 산악회원들과 섞인 자리에서 만난다.

J씨는 일주일 내내 이 시간이 기다려진다고 한다. 정말이지 결혼한 이후 이렇게 가슴 두근거리는 생활을 한 적이 있었을까 할 정도였다. 그러나 J씨에게는 또 하나의 미덕이 있었으니 혹시라도 상대가 산악회에 나오지 못하더라도 절대 연락을 하지 않는다. 그런 식의 연락이 시작되면 평소에도 연락을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중년이 쌓아온 세월의 지혜, 인내의 미덕이 발휘되는 순간이다.

J씨는 “산행이 끝나면 회원들과 함께 파전에 동동주를 마시거나 닭 한 마리에 소주를 마신다. 물론 이때에도 ‘우리’는 멀리 떨어져 서로를 흘끔흘끔 쳐다볼 뿐이다. 하지만 회원들과 조금 일찍 헤어진 후 그때만큼은 핸드폰으로 연락해 인근의 모텔을 찾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말이지 심장이 폭발할 것 같은 느낌이다. 일주일에 한 번밖에 만나지 못하니 사랑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서로에 대한 애정과 배려는 더욱더 깊어지는 것 같다. 이런 만남을 유지할 수 있는 여자 역시 많지는 않다”고 털어놨다.

또 “서로의 가정을 철저하게 지키려는 노력과 동시에 인내 덕분이다. 아마도 대부분의 중년 불륜이 가정불화와 심지어 이혼까지 가게 되는 데에는 이런 기본적인 것들을 지키지 못해서이기 때문일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끝내는 것도
자연스러워

J씨의 경우처럼 산악회가 불륜의 장소가 되는 경우가 점차 많아지고 있다. 국내에서 산행이 대중화된 것은 IMF와 웰빙 바람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 산행은 돈이 들지 않을 뿐만 아니라 도심 속의 자연을 한껏 느끼며 운동을 할 수 있기 때문에 크게 각광받고 있는 것이다. 또 빠르고 격한 운동이 아니기 때문에 중년들에게는 더할 수 없이 좋은 운동의 방법이기도 하다. 거기다가 산행 후의 동동주와 파전은 정말이지 잊을 수 없는 식도락이기도 하다.

문제는 바로 이런 상황에서 ‘불륜’이 생겨난다는 것. 남자의 경우 일주일 내내 회사에서, 여자의 경우라면 역시 일주일 내내 가사과 남편에게 시달렸으니 주말의 산행은 말 그대로 ‘꿀맛 같은 휴식’이 아닐 수 없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마음이 ‘오픈’되고 이성을 받아들일 준비를 할 수 있는 것. 뿐만 아니라 중년 정도가 되면 이제 일상에선 이성을 만날 기회가 극히 줄어들 수밖에 없다.

회원들과 헤어지면 핸드폰 연락 후 모텔 직행
만남과 헤어짐 ‘쿨’ 남성·여성 모두 “환영”


설사 그렇게 만난다고 하더라도 주변의 눈 때문에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다. 하지만 산악회는 지속적으로 회원들의 가입이 있고 명분이 좋기 때문에 점점 더 불륜을 위한 장소로 변해가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땀을 쫙 빼는 운동을 하고 나면 남성들의 성욕이 상승하고 활발한 혈액 순환으로 인해 성관계를 위한 ‘최적의 몸’이 된다는 점에서 이들의 불륜행각은 탄력을 받는다고 할 수 있다.

산악회에서 불륜을 하고 있지는 않지만 언제든 그것을 꿈꾸고 있다는 또 다른 중년 H씨는 “솔직히 한번 산행을 하게 되면 몸이 개운한 게 섹스가 생각날 때가 많다. 골프를 하면서 많이 걸은 후 허벅지에 혈액 순환이 잘돼서 발기까지 잘된다는 친구의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는 ‘설마’라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막상 내가 산행을 해보니 그것이 정말이었다. 같은 산악회 여성 회원들의 모습만 봐도 불끈불끈 솟아오를 지경이다”라고 심경을 털어놨다.

그는 이어 “아직은 몸담고 있는 산악회에서 적당한 대상을 찾지는 못했지만 언제든 그런 기회가 오기를 꿈꾸고 있다. 물론 이런 생각이 전혀 없이 산행 그 자체에 의미를 두고 있는 남성들이 대부분이겠지만 일부 남성회원들은 언제든 그런 불륜 상대를 찾기 위해 산행을 하는 경우도 적지 않을 것이다. 어차피 그런 여자를 찾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최소한 운동을 했다는 즐거움은 있지 않은가”라고 반문했다.
 
사실 ‘산행 불륜’이 더욱더 각광받고 있는 것은 헤어짐이 자연스럽기 때문이다. 설사 이런 관계가 잘못되거나 혹은 서로의 가정을 위협할 일이 생길 경우라면 산악회를 나오지 않으면 그만이다. 말 그대로 ‘뒤끝’이 없다는 얘기다. 그저 서로를 ‘쿨한 섹스 파트너’나 ‘엔조이 관계’로만 설정해 놓고 그 경계를 넘어가지 않으면 이보다 좋은 불륜이 없다는 것이다.

불륜 커플 늘며
모텔들 ‘함박웃음’

이는 여성들이 더욱 환호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여성들은 아무래도 남성들보다 더욱 이런 불륜 관계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특히 사회적인 신분에서 약자일 수밖에 없는 그녀들은 공개적인 만남을 꺼리게 된다. 게다가 예상외로 남자가 깊게 다가올 때는 거부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것. 하지만 이렇게 자연스럽게 남자와 만나고 또 원할 때 만남을 그만 둘 수 있으니 보다 쉽게 불륜을 시작할 수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산행 불륜에 덩달아 신이 나는 사람은 다름 아닌 산 근처의 모텔들이다. 예전에 주말에는 거의 손님이 없었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주말에는 상당수의 부모들이 가정에서 자녀들이나 배우자와 시간을 보내기 때문이다. 당연히 ‘불륜 수요’는 없었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 산행 불륜이 늘어나면서 이런 산 인근의 모텔 수요가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고.

한 모텔 주인은 “어느 때인가부터 등산복을 잘 차려입은 남녀들이 하나둘씩 늘어나기 시작했다”며 “이제는 거의 매주 이렇게 등산복을 입은 사람들이 이곳에 오고 있어 이들이 산행을 빙자한 불륜 관계임을 알 수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런 일부 남녀의 산행을 빙자한 불륜행각 때문에 애매한 피해를 입는 ‘선량한 산악인’들이 대다수라는 것에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불륜에 대한 생각은 눈꼽 만큼도 없지만 일부 산악동호회 혹은 산행을 빙자한 묻지마관광 등에서 일어나는 불미스런 사건들이 심심찮게 알려지면서 배우자의 괜한 의심 때문에 정작 자신이 좋아하는 산행도 잘 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근 10년간이나 매주 산행을 했다는 한 중년 여성은 “남편이 그런 뉴스를 가끔 접하면 꼭 의심을 해서 그렇다기보다는 지나가는 말처럼 산행을 그만하고 집에서 함께 휴일을 보낼 것을 은근히 권유한다.

그럴 때는 일주일을 기다려 온 큰 즐거움을 침해당한 기분에 불쾌함이 오랫동안 가기도 한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그녀는 이어 “불륜을 하는 거야 자기 마음대로이겠지만 그런 일부의 세태로 진정으로 산을 사랑하는 선량한 산악인들이 피해를 봐서는 안 되지 않냐”고 목소리를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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