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궁 빠진' 청주 여고생 실종 전모

2014.02.24 11:01:43 호수 0호

공개수사 하는데 "제보도 없다"

[일요시사=사회팀] 친구를 만나러 간다던 한 여고생의 행방이 한 달 가까이 오리무중이다. 경찰은 사건을 공개수사로 전환하고 실종자 수색을 위해 모든 힘을 쏟고 있다. 하지만 뚜렷한 성과는 없는 상황. 수사는 왜 미궁에 빠진 것일까. 그리고 이양은 지금 어디에 있는 것일까.






지난 1월29일 청주 상당구 한 아파트 앞 노상에서 고등학생 이모(18)양이 사라졌다. 갈색 무스탕과 검정색 스키니 바지, 남색 계통의 컨버스운동화를 착용한 이양은 "친구를 만나러 간다"며 같은 날 오후 12시께 집을 나섰다. 그러나 이양은 다음날이 되도록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 30일 오후 9시30분께 이양의 가족은 경찰에 실종신고를 했다.


속 타는 경찰


사건을 접수한 경찰은 이양이 범죄와 연관됐을 가능성을 고려해 곧장 강력 2개 팀으로 전담팀을 구성했다. 이후 타격대까지 동원하며 대대적인 수색 작업에 나섰다. 이양의 흔적은 의외로 가까운 곳에 있었다.

이양은 지난해 8월부터 4개월 동안 취업준비를 위해 청주의 한 고시텔에서 생활했다. 그런데 이양이 실종된 당일 해당 고시텔 인근 CCTV에 이양의 모습이 찍혔다. 녹화 시간은 29일 오후 1시께, 집을 나선 이양의 행적은 이날 처음으로 확인됐다.

최초 경찰은 이양과 고시텔의 연관성을 주목했다. 전담팀은 고시텔을 중심으로 탐문과 수색을 병행했다. 이 과정에서 고시텔 관리인이었던 한모(48)씨의 존재가 드러났다.


이양이 사라진 다음날인 30일 오전 한씨는 돌연 자취를 감췄다고 한다. 명절을 쇠고 오겠다던 한씨는 연휴가 끝나도록 고시원에 돌아오지 않았다. 때문에 이양의 실종에 한씨가 연루됐을 가능성이 고개를 들었다.

이양의 친구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양이 집으로 돌아갈 때 고시텔에서 키웠던 고양이를 한씨에게 맡겼다"고 밝혔다. 해당 언론은 이양이 고시텔에서 생활했던 당시 이양의 휴대전화로 한씨가 음식을 주문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음식점 직원은 "배달을 갔을 때 한씨만 있었고 이양은 보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친구 역시 "이양은 한씨를 싫어했지만 한씨는 이양의 방에 노크 없이 들어오고 친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는 내용의 진술을 했다. 이 같은 사실을 미리 파악하고 있던 경찰은 수사 초기 단계부터 한씨의 행방을 수소문했다.

하지만 한씨가 떠나고 남은 고시텔에서 이양의 실종과 관련한 단서는 찾을 수 없었다. 베테랑 형사가 대거 투입됐지만 유의미한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 아울러 택시에서 발견된 이양의 휴대전화는 통화기록이 삭제된 채 발견됐다. 한씨의 휴대전화 역시 꺼져 있었다. 수사는 점차 장기화될 조짐을 보였다.

이양의 휴대전화가 발견된 시간은 사건 당일인 29일 오후 10시께였다. 한 여성은 자신이 탄 택시 뒷좌석에 놓여있던 휴대전화를 본 뒤 "여기 휴대전화가 있다"고 택시기사에게 알렸다. 그러나 택시기사는 이양을 기억하지 못한다고 했다. 또 이양의 친구는 "이양은 휴대전화를 손에서 놓지 않는 아이"라고 설명했다. 즉 누군가 이양에게서 휴대전화를 강제로 빼앗고, 택시를 탄 뒤 택시 뒷좌석에 휴대전화를 놔두고 내렸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과거 한씨가 인천에서 택시 운전을 했던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삭제됐던 이양의 통화기록이 일부 복원되자 수사는 전환점을 맞았다. 경찰은 이양의 휴대전화에서 "온다고 했는데 왜 안 오느냐, 기다리고 있는데"라는 문자메시지를 발견했다. 메시지가 수신된 시간은 이양의 실종 직후인 1월29일 오후 5시께였다. 발신자 이름은 한씨였다.

경찰은 이번 실종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한씨를 지목했다. 그러나 한씨의 행적을 쫓던 경찰은 예상치 못한 벽에 부딪혔다. 한씨가 숨진 채 발견된 것이다.


친구 만나러 간다더니…한달째 행방 묘연
용의자 자살로 수사 난항 "증거도 없어"


지난 12일 오전 6시10분께 인천 남구에 있는 한 공사현장을 순찰 중이던 인부는 누군가 목을 매 숨져 있는 것을 보고 경찰에 신고했다. 확인된 사망자는 한씨, 한씨는 유서도 남기지 않은 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경찰에 따르면 한씨는 1월30일 오전 자가용을 이용해 자신의 연고가 있던 인천으로 향했다. 앞서 한씨는 사기 혐의로 지명수배된 상황이었다. 한때 한씨는 노숙을 해야할 정도로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고 했다. 경찰은 한씨가 심한 우울증을 앓고 있던 것으로 전했다.


그런데 한씨는 이양의 실종과 관련해 경찰의 추적을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숨진 한씨의 휴대전화에선 수사팀이 보낸 문자메시지가 발견됐다. 경찰 수사는 한씨의 사라진 2주간의 행적을 추적하는 데 집중됐다.




복수 언론에 따르면 한씨는 인천에 올라온 직후 자신이 타고 온 차량을 처분했다고 한다. 받은 돈은 30만원 남짓. 경찰은 이 돈으로 한씨가 2주간 생활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 한씨는 숨지기 이틀 전인 10일 부친의 산소가 있는 강원도 영월을 다녀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씨의 부친은 지난해 무렵 숨을 거둔 것으로 경찰은 파악했다. 한씨는 이처럼 이양의 실종 직후 자신의 신변을 정리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이번 실종사건의 핵심인물은 아무 말도 남기지 않은 채 싸늘한 영안실에서 수사팀과 만났다. 경찰은 사건의 빠른 해결과 사라진 이양의 안전 등을 고려해 공개수사로 사건을 전환했다. 이양의 인상착의와 실명 등이 담긴 수배 전단이 배포됐다. 하지만 장난전화만 걸려올 뿐 "이양을 봤다"는 신빙성 있는 제보는 전무한 상황이다.

경찰은 이양이 실종 전 갖고 있던 체크카드 사용 여부에 실낱같은 희망을 걸었다. 더불어 생전 한씨가 썼던 컴퓨터 파일을 분석에 주력했다. 그러나 카드 사용내역은 단 한 건도 없으며, 분석된 파일에서는 이렇다 할 실마리가 나오지 않았다.

그 사이 전담팀은 2개 팀에서 4개 팀으로 두 배나 늘었다. 프로파일러와 탐지견(수색견)까지 동원되는 등 전폭적인 수사 지원이 이뤄졌다. 현재 경찰은 가동할 수 있는 모든 경찰력을 투입, 이양 수색에 사활을 걸고 있다.

수색 작업 사활

지난 17일 경찰은 청주시 강서동 일대와 청원 남이면 일대에서 대대적인 수색작업을 벌였다. 이들 지역은 한씨가 자가용을 몰고 마지막으로 목격된 지역과 그가 예전에 일했던 곳 주변이다. 한씨의 행적을 따라 이양을 찾고 있는 것이다.

경찰은 이런 대대적인 수색과 함께 한씨의 행적 일부가 확인된 강원지역과 그가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된 인천지역 지방경찰청에 공조수사를 요청, 전국 단위 수색을 함께 벌이고 있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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