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룸촌 ‘전주 발바리’ 범죄재구성

2009.09.01 09:07:43 호수 0호

새벽엔 ‘짐승’ 낮엔 ‘쌍둥이 아버지’

무려 8년 동안 여자 혼자 사는 원룸에 침입해 성폭행과 강도행각을 벌인 ‘전주 발바리’가 덜미를 잡혔다. 낮에는 평범한 쌍둥이 아버지로 생활하던 범인은 새벽만 되면 가스배관을 타고 원룸에 들어가 목적을 달성해 왔다. 수년간 잡히지 않고 범행을 저지른 범인은 경찰의 포위망이 압박해 오자 유서를 쓰고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다 경찰에 붙잡혔다. ‘여성이 싫다’는 이유로 수십 명의 여성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준 전주발바리의 행각을 재구성했다.



“나를 전과자로 만든 여성들이 싫었다.”

최근 경찰에 덜미를 잡힌 전주판 발바리 김모(34)씨는 여성에 대한 증오심에 연쇄성폭행을 저질렀다고 고백했다. 8년에 걸쳐 일면식도 없는 여성들에게 몹쓸 짓을 한 김씨의 첫 범행은 199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군 복무 중이었던 김씨는 마지막 휴가를 나온 8월 어느 날 새벽, 술에 취해 길을 걷다 원룸 창에 비친 20대 여성을 본 뒤 성 욕구를 느꼈다.

이성을 잃은 김씨는 가스배관을 타고 원룸으로 침입해 성폭행을 저지르려 했지만 여성이 강하게 저항하는 바람에 성공하지 못했다. 이에 화가 난 김씨는 여성을 마구 때린 뒤 금품을 빼앗아 달아났고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붙잡혔다.

“여자가 싫어”

결국 김씨는 철창신세가 됐고 이때부터 여성에 대한 증오심이 생겼다. 자신이 수감생활을 한 것이 ‘여자’ 때문이란 생각에 빠져 막연한 복수심을 키웠던 것. 이에 김씨는 2001년 출소를 하자마자 원룸을 돌며 연쇄성폭행을 저지르기 시작했다.


주로 술에 취했을 때 범행욕구가 들었던 김씨는 창문이 열려 있던 2층과 3층 원룸을 범행 타깃으로 삼아 가스배관을 탔다. 침입에 성공한 뒤에는 부엌에 있는 흉기를 이용해 여성들을 위협한 뒤 성폭행과 금품 갈취를 일삼았다.

김씨에게 피해를 당한 여성 가운데는 원룸에 함께 살던 자매지간이나 친구사이도 포함되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는 이들을 흉기로 위협한 다음 속옷이나 이불 등으로 한 사람의 얼굴을 덮어씌운 뒤 차례로 성폭행을 저질렀다.

성폭행이 계속되면서 범행도 점차 치밀해졌다. 흔적을 남기지 않기 위해 손에 장갑을 끼고 침입했고 흉기 등 범행에 필요한 도구는 집 안에 있던 것을 사용했다. 범행 후에는 흔적을 남기지 않기 위해 피해 여성을 목욕탕에 데리고 가 씻기기도 했다.

그의 행각은 결혼한 이후에도 계속됐다. 2006년 결혼을 하고 쌍둥이 딸의 아버지가 된 이후에도 새벽이슬을 맞으며 하는 몹쓸 짓은 멈출 줄을 몰랐다.

김씨의 범행을 안 부인은 “술을 먹고 외박을 하거나 늦게 오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런 범행을 저지를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월22일 새벽에도 김씨는 전주시 인후동 한 원룸에 침입해 잠자고 있던 A(27·여)씨를 성폭행하고 돈을 빼앗아 달아났다. 이런 방식으로 그가 최근까지 성폭행을 저지른 여성은 모두 26명. 빼앗은 돈도 600만원에 달했다.

이처럼 수년 동안 계속된 김씨의 행각은 지난해 7월부터 서서히 밝혀지기 시작했다. 연쇄 성폭행범을 검거하기 위해 전담반을 조직한 경찰은 피해 여성들의 집에서 발견된 DNA 감식 등을 통해 50여 명의 용의자를 꼽았다. 그리고 지난달 19일, 용의선상에 오른 김씨의 타액을 채취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분석을 의뢰했다.

자신의 행각이 낱낱이 밝혀질 위기에 처하자 김씨는 지난달 22일 정읍의 친척집에서 자살을 기도하기도 했다. 그는 “몹쓸 죄를 졌다. 아이를 부탁한다”는 내용의 유서를 써놓고 방에 연탄불을 피워 목숨을 끊으려다 경찰에 붙잡힌 것으로 알려졌다. 전북경찰청 광역수사대는 김씨에 대해 특수강도강간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

이처럼 원룸에 사는 여성들을 노린 연쇄성폭행범들의 행각이 그칠 줄 모르자 혼자 사는 여성들의 공포는 점점 더해가고 있다. 특히 평소 범인들의 모습이 평범한 가장 등 범인과는 거리가 먼 생활을 하는 경우가 많아 ‘누굴 믿어야 될지 모르겠다’는 불신감을 가지고 있는 여성도 적지 않다.

최근 붙잡힌 ‘청주 발바리’ 최모(45)씨 역시 낮에는 평범한 회사원이었던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줬다. 웨딩업체 직원이었던 최씨는 대학생 두 아들과 아내와 함께 사는 평범한 가장이었다. 그러나 새벽시간만 되면 원룸 안으로 침입해 범행을 저지르는 연쇄성폭행범으로 돌변했다.


최씨는 성폭행을 저지르기 위해 새벽 3시쯤 집을 나설 때면 늘 “결혼식 준비를 위해 새벽부터 할 일이 많다”는 말로 가족들을 안심시켰다. 그 후엔 청주 일대 원룸촌 주변을 돌며 성폭행을 저지른 뒤 아무렇지 않게 출근했다.

그가 6년 동안 청주와 천안 일대에서 그가 저지른 범행은 무려 45건. 범행방식은 언제나 같았다. 원룸촌을 돌며 가스배관을 타고 혼자 사는 여성의 집에 침입해 흉기로 위협한 뒤 성폭행을 저지른 것. 지난달 22일 새벽에도 그의 범행은 계속됐다. 이날 오전 3시30분쯤 청주시 흥덕구 한 원룸 건물 2층에서 김모(26·여)씨를 성폭행했다.

범행이 반복될수록 수법도 더욱 치밀해졌다. 지문과 DNA를 남기지 않기 위해 장갑과 콘돔을 준비해 성폭행을 저질렀다. 또 여성을 협박할 때 사용할 흉기는 따로 준비하지 않고 피해여성의 집에 있는 부엌칼이나 가위를 사용하는 등 치밀함도 보였다. 증거품을 남겨 덜미를 잡히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였다.

치밀해지는 발바리

원룸을 고를 때도 신중했다. 도시가스배관이 외부로 돌출돼있는 건물만을 골랐던 것. 방범창이 설치된 1층은 되도록 피했다. 실제로 그에게 피해를 당한 여성 가운데 1층에 사는 여성은 한 명에 불과했다. 그가 주로 노린 것은 창문을 열어놓은 2~3층이었다. 범행 후에도 침입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가스배관을 타고 내려와 도주했다.

이처럼 발바리들의 행각이 날로 치밀해지고 있지만 원룸 등 발바리들이 노리는 건물의 경비는 여전히 허술한 점이 많아 여성들의 공포가 날로 더해가고 있다.

한편 경찰은 전주 발바리 김씨에게 피해를 당한 여성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비슷한 수법의 범죄 13건에 대해서도 여죄를 추궁하고 있다.
 

저작권자 ©일요시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Copyright ©일요시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