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지역조직 아우르는 당협위원장, 시도당위원장 각축전
법무장관 내각행 ‘기웃’, 지방선거 실세 시도당위원장에 눈도장
한나라당이 새 당협위원장과 시도당위원장을 선출, 지역기반을 다지고 있는 가운데 서울시당위원장을 둔 기싸움이 치열하다. 1년의 짧은 임기지만 내년 지방선거 공천과 전당대회에 적잖은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지방선거 최대 격전지가 될 수도권에서 선봉을 맡을 서울시당위원장에 대한 열기가 남다르다. 이 와중에 홍준표 의원이 서울시당위원장에 도전 의사를 드러내 그 배경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한나라당이 2010년 지방선거를 둔 조직정비에 들어갔다. 당은 친이계 원외 인사와 친박계 복당 의원들간 당협위원장 문제를 복당 의원들의 손을 들어주는 것으로 마무리지었다. 이어 내달 말까지 시도당 대회를 열어 16개 신임 시도당위원장을 선출한다는 방침이다.
시도당위원장은 내년 6월2일 치러지는 지방선거에서 지역별 야전사령관 역할을 하게 된다. 또한 지방선거 공천과 전당대회에 직간접적인 영향력을 미치기 때문에 1년에 불과한 임기지만 요직이라 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시당위원장 도전장
해당 지역에서 당의 힘을 모으는 역할을 하는지라 시도당위원장은 화합형 인사가 많다. 대부분의 시도당위원장이 합의추대 방식으로 선출되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하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시도당위원장을 두고 친이계와 친박계의 신경전이 날카롭다. 중요한 역할만큼 지방선거에서의 고지 선점 효과를 누리기 위해서다.
특히 지방선거 최대 격전지가 될 수도권과 당의 표밭인 영남지역 시도당위원장 선출은 벌써부터 후끈 달아올랐다.
홍준표 의원은 일찌감치 서울시당위원장에 도전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이에 대해 재선급 의원이 주로 맡는 시당위원장에 4선에 원내대표까지 지낸 인물이 나서는 것이 맞느냐는 목소리가 당 안팎에서 제기됐다.
반면 이명박 정부 중간평가로 펼쳐질 지방선거의 중요성과 격전이 펼쳐질 지역임을 고려, 무게감 있는 인사가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당내 한 인사는 “과거 서청원 의원이 4선 시절 원내총무를 마치고 서울시당위원장을 한 선례가 있다”면서 “책임이 무거운 자리에 역량있는 중진이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 의원의 ‘낙점’으로 끝날 것 같았던 서울시도당위원장 선출은 정두언 의원이 나서면서 쉽지 않게 됐다. 시당위원장은 사실상 해당 지역 의원들의 의사에 따라 결정되는데 수도권의 경우 친이·중립성향 의원들이 포진해 있어서 정 의원에게 유리하기 때문이다.
홍 의원도 범친이계 인사로 분류된다. 하지만 스스로 “독자노선을 걷고 있다”고 말할 정도로 정책이나 현안 등에서 정부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왔다. 이에 반해 정 의원은 친이 직계인데다 재선급으로 시당위원장에 적합하다는 것.
또한 친박계 진영 의원의 시당위원장 도전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만만치 않은 승부가 될 시당위원장 선출을 두고 홍 의원이 도전장을 던진 이유는 무엇일까. 홍 의원 측 관계자는 내년 지방선거에서 수도권 승리를 위해 나선 것이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서울시당위원장 도전은 또 다른 도전을 위한 사전 포석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우선 거론되는 것이 서울시장 출마다. 서울시당위원장에 관심을 보인 정두언 의원도 서울시장 후보로 꾸준히 거론되는 인물이다. 진영 의원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서울시장 출마에 대해 홍 의원은 “출마의사가 없다”고 선을 그은 바 있다.
때문에 홍 의원의 서울시당위원장 도전은 서울시장 출마보다는 지방선거에서의 공적 쌓기와 대권을 향한 사전 포석의 성격이 짙다는 분석이다. 현 정권에 대한 중간평가가 이뤄질 수도권에서 ‘승리’를 일궈내 이후 국정동력을 확보하는 데 ‘역할’을 하겠다는 것. 또한 이명박 대통령이 수도권 지지를 바탕으로 정권교체에 성공한 것처럼 지방선거는 물론 차기 대권 판세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도권을 미리 선점하겠다는 것이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홍 의원이 산 정상에 오르기 위한 다른 길을 찾아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당위원장 도전 전 내각행을 원했으나 쉽지 않아지자 할 수 있는 것 중 가장 탄탄한 발판이 되어 줄 것을 고려한 행보라는 것이다.
실제 홍 의원은 원내대표 임기를 마친 후 “인사는 전적으로 대통령의 권한”이라면서도 “법무부 장관을 맡는다면 대한민국을 ‘세탁’하는 일을, 노동부 장관을 맡는다면 노사정 대타협을 이끌어내 보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외무장관도 좋고 기재부 장관 등 어느 자리를 시켜줘도 잘할 자신이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수도권 선점에 공적 쌓기
하지만 그는 곧 “대통령이 나에게 그런 자리를 줄까”라고 반문했다. 강한 자신의 스타일을 아는 대통령이 어떤 ‘사고’를 치지 않을까 우려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정치인은 선거로 평가받는다”면서 “‘마이웨이’를 걸었던 홍 의원이 내년 지방선거에서 수도권 승리를 일궈내며 세 확장과 공적 쌓기에 나설 것”으로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