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일' A급 타짜녀, 한마담 정체

2013.04.22 15:11:17 호수 0호

화려한 손기술 도박꾼 킬러 ‘사기의 여왕’

[일요시사=사회팀] 사기 도박계의 여왕으로 불리는 한모씨. 이 여성은 영화 <타짜>에서 ‘정마담’처럼 일명 ‘한 마담’이라고도 불린다. 평소 건장한 남성 2명을 대동하는 한씨는 서울·경기 일대를 주무대로 여성으론 유일하게 ‘A급 타짜’로 칭해지고 있다. 도박꾼을 협박해 돈을 뜯어내고 보복성 위협을 가하는 것으로 악명 높다. 그의 정체는 무엇일까.
 


1990년대 중반부터 큰 판돈이 오가는 전국의 내로라하는 도박장에서 ‘사기도박의 꽃’으로 활약을 떨친 한모(56)씨. 한씨는 2000년대 들어서서 국내 최대 사채업자로 알려진 ‘명동 사채왕’으로 이름을 떨쳤던 최모(59)씨와 손잡고 직접 도박장을 열거나, 상습 도박꾼에게 10%를 이자로 받고 현금을 빌려주는 일명 ‘꽁지꾼’ 역할을 도맡으며 자금을 축적해 나아갔다. 또 서울 영등포 지역 조폭 원로인 유모(62)씨와도 꽁지놀이를 한 것으로 알려져 조직폭력배와 사채업자 등 넘사벽 인맥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공갈협박에도
수사망 피해

영화 <타짜>에서 배우 김혜수가 연기한 정 마담을 연상케 하는 그의 사기도박 수법은 수도권 일대를 단번에 주름잡을 만큼 교묘하고 철저했다. 한씨와 단 한 번이라도 도박을 해 본 사람들은 일제히 “화투장 뒷면만 보고도 자신이 원하는 패를 제외한 나머지 패를 상대방에게 배분할 수 있는 신의 손기술을 자랑한다”고 언급한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런 한씨를 두고 “도박계에서 흔치 않은 ‘A급 여성타짜’로 꼽힌다. 90년대 중반부터 조직폭력배와 사채업자를 등에 업고 체계적으로 사기도박과 관련된 사건사고 등을 제조하며 차츰 거물이 됐다”고 전했다.

이처럼 경찰의 수사망을 피해 십수년을 넘게 자행해온 한씨의 사기도박과 상습 도박꾼을 상대로 한 공갈 협박 및 보복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2년 전 서울 여의도 한 고급 주상복합 아파트에 상습 도박꾼 A씨를 집 안으로 불러들인 한씨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옆에 건장한 남성 2명을 끼고 있었다. 한씨는 A씨에게 “네가 매일 상습 도박판을 벌이는 것도, 도박 때문에 경찰 수배를 피해 다니는 것도 모두 알고 있다. 말을 안 들으면 경찰에 신고해서 잡아넣을 것이니 내 말 잘 들어라”라고 협박했다.

수도권 도박장 주무대 “극악무도”악명 자자
명동 사채왕·영등포 조폭두목과 손잡고 활동


얼마 뒤 A씨는 한씨가 요구한 돈 2000만원을 울며 겨자 먹기로 건넸다. 한씨 일당의 횡포를 더 이상 감당할 수 없었던 A씨는 자신의 상습 도박 혐의를 자수해 처벌을 받고 나온 뒤, 최근 서울중앙지검에 “빌려준 돈을 갚지 않으면 경찰에게 도박장을 신고 당하거나 그와 연계된 조폭들에게 죽지 않을 만큼 무작위 폭행을 당하기도 했다”고 실토하고 한씨 일당의 악행을 제보했다. 그런데 한씨의 협박에 돈을 뜯긴 상습 도박꾼은 비단 A씨뿐만이 아니었다. 다른 피해자 B씨 역시 같은 아파트로 불려가 한씨로부터 수천만원을 뜯겼다고 검찰에 제보했다.

검찰은 피해자들의 제보를 받고 곧바로 서민 생활 침해사범 합동수사부를 출범시켰다. 전국 각 검찰청에서 ‘여성 타짜’ 한씨에 대한 수사와 내사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강남 룸살롱의 황제’가 이경백이라면 ‘도박계의 여왕’은 한 마담이라는 말이 방방곡곡에서 돌고 있을 정도로 한씨는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 일대 도박장에서는 유명인사로 꼽히고 있다.

한씨는 ‘도리짓고땡’이라는 종목에서 화투장 뒷면만 보고도 원하는 패를 자신과 상대에게 정확히 배분할 수 있는 화려하고 능수능란한 손기술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전국에서 기승을 부리는 도박꾼들이 한씨를 상대로 공갈 및 도박장 개장 혐의 등으로 수차례 고소했지만 한씨는 모두 ‘혐의 없음’ 처분을 받아 요리조리 수사망을 피해나갔다.

끈질긴 보복에
피해자 수십명

검찰 관계자 및 피해자들은 “한씨가 사전에 참고인을 찾아가 진술을 번복시키는 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처벌을 피하는 수법을 사용해 그간 수사가 만만치 않았던 게 사실이다”라고 설명했다.

한씨에게 거액을 뜯긴 또 다른 피해자 C씨는 검찰 조사에서 “한씨는 돈을 갚지 않으면 경찰에 도박 현장을 직접 신고해 구속시키는 등 반드시 보복하는 습성이 있기 때문에 전국의 타짜 수십 명이 손 쓸 겨를도 없이 당할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한씨는 2011년부터 사채왕 최씨와 돌연 갈라서면서 검찰에 최씨에 대한 비리 사실을 제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에 따르면 한 부동산투자신탁회사는 거액의 사채를 끌어들여 회사를 코스피에 상장시킨 뒤 회사 임원 여러 명이 회삿돈 수십억원을 빼돌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검찰은 지난 1월 회사 임원들을 줄줄이 배임 및 횡령 혐의로 기소한 바 있다.

협박해 돈 뜯어내고 보복 위협
검찰 첩보 입수해 비밀리 내사

대구지검 서부지청은 지난해 4월 부동산투자신탁회사 조모(50) 부회장에게 “비리 사실을 알려 상장폐지 시키겠다”며 협박해 9억여원을 가로챈 혐의로 최씨를 구속 기소했다. 이후 이 회사는 상장폐지 됐는데, 이 사건이 들통 난 배후에 한씨가 숨어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한씨의 제보로 인해 최씨가 저지른 그동안의 행각이 밝혀지며 불똥은 경찰로까지 튀기도 했다. 최씨에게서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경찰관 2명에 대한 영장이 청구된 것이다.


당시 사건을 담당하던 검찰은 “지난 2007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사건 무마와 관련 청부수사를 해주는 대가로 브로커 유씨를 통해 최씨로부터 총 4회에 걸쳐 2600여만원을 받은 혐의가 포착됐다”고 영장청구 원인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이어 검찰이 서민생활 침해사범 단속에 대대적으로 나서면서 도박의 여왕 한씨 사건도 재차 수면 위에 떠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한씨와 관련해 그동안 서울중앙지검 강력부와 수원지검, 대구지검 서부지청이 내사해왔다”며 “서민생활 침해사범 단속을 게을리 하지 않을 것이라 전했다.

또 다른 도박의 꽃
우씨와 라이벌관계

‘도박계의 여왕’ ‘여성 타짜’라고 불리는 이는 또 있었다. 한씨와 쌍두마차로 꼽히는 우모(59)씨. 그는 지난해 가평의 모 펜션에서 억대 불법 도박판을 벌였다가 경찰에 검거돼 현재 구속 수감 중인 상태이나, 그녀 역시 한씨와 마찬가지로 국내 도박판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의 거물이라고 알려졌다.

사기도박판을 떡 주무르듯 군림해온 우씨는 지난해 12월 내연남이자 한씨의 지인인 조폭 원로 유씨의 비호를 받아 전문도박꾼이 동원된 수억원대의 사기도박장을 운영한 바 있다. 검거 당시 우씨는 경기도 가평 소재의 모 펜션에서 화투에 칩이 달린 ‘총책’이라는 신종 억대 도박장을 개설해 운영해 왔는데, 총책수법을 잘 간파하고 있는 익명의 전문 도박꾼은 “화투패 뒤에 달려있는 칩이 컴퓨터와 연결돼있어 알아서 계산을 한다”며 총책에 대해 간단히 설명했다.

“도리짓고땡 하면 화투장
뒷면만 보고도 패 알아”

또한 우씨 도박장의 주요 타깃은 평범한 가정주부들로 이들은 지인을 통해 우연히 도박판에 발을 들여놨다가 적게는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대까지 천정부지의 돈을 잃고 나가기 일쑤였으며, 우씨는 이들에게 도박자금을 빌려주는 대가로 거액의 부당이득을 챙겨왔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영화 <타짜>의 정 마담이 호구로 정한 건설업자를 속여 몇 차례에 걸쳐 부당이익을 취한 것과 동일한 수법이다.

우씨가 운영하는 도박장을 경찰에 신고한 한 남성은 “주먹계에 있는 내연의 처들이 도박계를 주름잡고, 조직폭력배들이 주부들에게 돈을 대주며 도박을 시켰다. 만약 채무를 상환하기로 한 날짜에 안 돌려주면 온갖 협박도 일삼는다”라고 말했다. 이어 우씨 도박장에서 거액의 돈을 잃은 한 여성은 “돈을 잃게 되면 곧바로 조폭들이 나서서 돈을 대주고 강제로라도 도박을 하게 만든다”며 “정해진 기일 내에 금액을 갚지 못 할 경우 가족들에게 불법 도박한 사실을 알리겠다고 하거나 아이들이 다니고 있는 학교로 찾아가겠다고 협박해왔다”고 심경을 밝혔다.

현재 검찰에서는 한씨는 물론 우씨 등과 연계돼 있는 또 다른 인물이나 불법 도박 조직 등은 없는지 수사를 진행 중이다. ‘도박의 여왕’ ‘도박의 꽃’이라고 불리는 한씨와 우씨 등 거물들이 검찰수사의 레이더망에 포착됨에 따라 향후 추가적인 피해사실 확인 및 관련자 색출이 가능할지에도 여론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에도 검찰
칼날 피해갈까

십수년간 불법 사기도박판을 운영해 왔음에도 한씨는 미꾸라지처럼 검경 수사망을 잘 피해 다녔다. 그가 가진 남다른 인맥과 타인 앞에서 기죽지 않는 두둑한 배짱, 카리스마를 동원해 수많은 피해자들을 꼼짝 못하게 만들었다. 또한 자신의 등을 돌린 이는 감방에 넣어버리는 등 반드시 복수하는 잔인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한때 한씨와 쌍맥을 이뤘던 우씨는 지난해 부당이익 취득 및 불법도박 운영혐의로 현재 수감 중인 상태지만 한씨는 아직 건재하다. 이번에는 검찰이 단단히 마음먹고 한씨의 범행을 모두 벗겨낼 것이라고 일침을 놓은 상태라 한씨가 또다시 검찰의 칼날을 교묘히 피해갈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지선 기자 <jisun86@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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