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후반의 앞날이 창창한 젊은 증권사 애널리스트가 스스로 목숨을 끊어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지난 2007년 하반기 A증권사에 입사해 근무하던 Y모(27)씨는 지난 16일 오전 자신이 자취하던 오피스텔에서 차가운 시신으로 발견됐다. 경찰은 시신 발견 당시 Y씨 집에서 연탄가스 냄새가 심하게 났고 특별한 외상이 없는 점으로 미뤄 자살로 추정하고 있다. 청운의 꿈을 펼쳐보기도 전에 접을 수밖에 없었던 내막을 좇았다.
지난 16일, A증권사에 근무하던 Y씨는 회사에 출근을 하지 않았다. 하루 전날인 15일, 일요일임에도 출근을 해야 했으나 그러지 않았다. 전화연락도 되지 않았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회사 동료와 결근 연락을 받고 찾아온 Y씨의 아버지는 경찰을 동행해 Y씨가 거주하는 오피스텔을 찾았다.
Y씨가 혼자서 자취하던 오피스텔에 도착한 이들은 문을 두드렸다. 그러나 아무런 기척이 없었다. 힘들게 문을 연 후 발을 들여 놓는 순간 매캐한 냄새가 이들의 코를 찔렀다. 집 안에 연탄가스 냄새가 진동했다. 전날 Y씨가 자살을 결심하고 출입문과 창문 등 공기가 통할 수 있는 부분에 투명 테이프로 밀봉한 후 연탄을 피워 놓은 채 잠든 것이다. 연탄가스로 인한 질식사, 그것이 Y씨의 사인이었다.
이후 시신은 신촌 세브란스병원으로 옮겨졌다. 경찰은 정확한 사인을 파악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부검을 의뢰했다.
경찰 관계자는 “가스레인지 위에 타다 남은 연탄재가 있었고 집 안에서 가스 냄새가 진동했다”며 “특별한 외상이 없어 질식사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Y씨는 지난 2007년 말 A증권사에 입사해 리서치센터 연구보조원(RA)으로 근무했다. 3년간 근무하면서 성격상 특별히 모난 데가 없었다는 게 주위의 평가다. 그런 그가 갑자기 청운의 꿈을 접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선 갖가지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첫 번째 이유로 거론되는 것은 고객 돈 횡령 가능성이다. 그러나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경찰 관계자는 “절대 그런 일 없다”며 “아무리 추측이 난무한다지만 확인된 것 없이 그런 말을 하는 것은 고인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두 번째로 거론되는 이유는 고객이 맡긴 자금에 큰 손실을 입혀 스스로 책임을 물었을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요즘 경기가 워낙 안 좋지 않느냐”며 “큰 손실을 보는 이들도 많고 이로 인해 괴로워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전했다.
혼자 사는 자취방에서 연탄 피워놓은 채 잠들어
경찰, 가스냄새와 특별한 외상없어 자살로 추정
그러나 이런 이유도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 경찰에 따르면 “조사결과 어디에도 그런 내용은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A증권사 관계자도 “Y씨는 리서치센터에서 종목분석 등의 일을 했었다”면서 “고객돈을 투자한다든지 하는 일은 일체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세 번째 이유로 거론되는 것은 리서치 업무 특성상 부담감을 느껴 스스로 모진 선택을 했을 가능성이다. 업계 관계자는 “밖에서 보기엔 애널리스트라고 하면 화려해 보이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며 “경기가 좋지 않은 요즘엔 스트레스가 이만 저만이 아니다”라고 전했다.
경찰도 사인이 업무의 부담감 때문이라는 것에는 크게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한 경찰관계자는 “복합적인 이유로 자살을 결심하게 됐다”면서도 “업무상의 스트레스도 그중 일부분일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회사 내 구조조정이나 고용불안 등도 자살의 한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A증권사 관계자는 그러나 “힘들어서 자살을 결심한 것은 아닌 것 같다”면서 “회사 쪽 일은 아닌 것 같다”라고 Y씨의 죽음과 선을 그었다. 이러한 이유 외에도 다른 요인이 작용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단지 Y씨가 남긴 유서에는 ‘부모님께 죄송하다’는 말만 남긴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경찰도 Y씨가 자살을 결심한 원인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파악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단지 경찰은 시신 발견 당시 Y씨 집에서 연탄가스 냄새가 심하게 났고 특별한 외상이 없는 점, 유서가 발견됐다는 점으로 미뤄 자살로 추정하고 있을 뿐이다. 경찰은 지난 19일 이런 이유로 자살로 규정짓고 유족의 뜻에 따라 시신을 인계했다.
경찰 한 관계자는 “정확한 원인은 자살한 당사자만 알 뿐”이라며 “파악되지 않은 사실들과 추측들이 너무 많이 퍼져있다”며 안타까워했다.
국민은행 노조 집행부 지탄받는 사연
단란·유흥주점 다니며 조합비 탕진
KB국민은행 노조 집행부는 지난해 단란주점, 룸살롱 등 유홍업소를 81차례나 찾아 4000만원 이상의 조합비를 탕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4~5일에 한 번 단란·유흥주점을 드나든 꼴로 ‘노조 집행부는 도덕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노조 집행부는 더욱이 일부 경영진에게 조합비로 수백만원 상당을 명절선물로 지급하기도 했다. 문제가 불거지자 노조는 사과성명을 내고 부적절하게 사용한 것으로 지적된 조합비를 전액 환입키로 결정했다.
지난 19일, 국민은행에 따르면 이 같은 내용은 지난 16일 3명의 회계 감사 가운데 한 명인 H씨가 은행 내부 통신망에 노조 집행부의 공용카드 사용 내역을 올리면서 알려졌다.
H씨가 올린 사용내역에 따르면 노조 집행부는 지난해 지출한 18억원의 조합비 가운데 4206만원(81건)을 단란주점이나 유흥주점 등에서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내역에는 안마시술소에서 10만원을 결제한 1건과 은행 간부들에게 제공한 명절선물 구입자금 700만원도 포함돼 있었다.
파문이 확산되자 노조는 다음날인 지난 17일 곧바로 사과 성명을 내고 유흥업종에서 사용한 4206만원과 은행 간부 선물비용 700만원 등 총 5000만원을 환입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일부 경영진에게 지급된 선물에 대해서도 올해부터 중단하고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기로 결정했다.
이와 함께 ▲개별카드를 넘어 공용카드까지 모두 클린카드로 전환 ▲외부회계법인을 통해 감사 ▲일정금액의 물품 조달 시 내역 노조소식에 공개 ▲매월 경비월보 등 회계자료를 공개 ▲명절 선물 대외기관으로 한정해 운영 ▲조합 사업부문별 별도 소요예산 기준 마련 ▲조합 각 사업부문의 합의제도 운영 ▲대의원대회 기념품 폐지 ▲조합행사 및 단결복, 투쟁복 최소화 ▲노동조합 교육 관련 기념품 지급 중단 ▲위원장 운전기사 반납 ▲조합비 인하 등 12개 항목에 걸친 조합비 운용 개선안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