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살리기에 심혈을 기울여야 할 때인데 정치판에 모든 것을 빼앗겨서 되겠느냐. 재보선의 쟁점화는 막아야 한다.”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가 ‘재보선 불출마’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박 대표가 4월 재보선에 출마할 경우 ‘이명박 정부 중간 심판론’ 성격을 띨 수 있다는 우려감이 형성된 데 따른 판단이다. 사실 박 대표는 인천 부평을과 울산 북구 출마설이 끊이지 않았다. 한나라당 내에서도 박 대표의 출마를 놓고 갑론을박했을 정도다. 그렇다면 박 대표가 ‘불출마 선언’을 한 직접적인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한나라당내 인사들도 “10월 재보선에 출마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맘만 먹으면 언제든지 원내로 진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그가 당내 장악력을 높이고, 국민들로부터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놓쳤다는 데 있다.
사실 박 대표는 4월 재보선 출마를 위해 치밀하게 사전준비를 해왔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의 재보선 출마설은 지난 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15일 한나라당 구본철 의원(인천 부평을)이 선거법 위반으로 의원직을 상실, 재보선 지역으로 분류됐다. 당시 정치권에서는 박 대표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출마설이 끊이지 않았다. 박 대표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박희태 출마설’이 정치권의 화두로 떠올랐을 정도다.
한나라당 한 관계자는 “박 대표 측에서 4월 재보선 출마를 위해 비밀리에 부평을 여론조사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 출마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 때문일까. 한나라당 일부 인사들이 부평을 출마 가능성을 열어놨던 것. 이명박 정부의 국정운영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병행도 나름대로 계획했다. 그러나 여권 자체 설문조사에서 “부평을에서 패배할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면서 부평을 출마설은 쏙 들어갔다.
그러던 중 지난 12일 울산 북구 윤두환 의원이 선거법 위반으로 당선 무효형이 확정되면서 울산 북구 출마설이 급물살을 탔다.
박 대표가 출마만 결심한다면 정몽준 한나라당 최고위원이 측면 지원을 할 것이라는 전략까지도 구상해 놨다는 후문이다. 게다가 인근지역인 경북 경주에서 친이-친박 대결이 펼쳐지는 만큼 ‘바람몰이’를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도 공공연하게 나돌았다. 결국 박 대표의 결심만 남겨놓고 있었던 것.
정몽준계 한 관계자는 “부평을 당선 가능성이 희박한 만큼 울산 북구 출마가 적절하다”며 “정 최고위원의 텃밭이기 때문에 승산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박 대표가 울산 북구에 깃발을 꽂으려 한다면 얼마든지 지원할 태세였다.
그런데 뜻하지 않은 복병이 발생했다. 바로 당선 가능성이 높은 지역이 없다는 점이 크게 작용한 것이다. 더 나아가 박 대표가 패배할 경우 이명박 정부가 극심한 상처를 입을 수 있다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급기야 박 대표는 경제 살리기 명분으로 불출마 선언을 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의중도 직·간접적으로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이명박 정부 중간평가’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이 대통령이 박 대표의 출마에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 ‘경제위기 타파’에 온힘을 쏟고 있는 이명박 정부가 큰 암초에 부딪힐 가능성도 농후하다. 따라서 이명박 정부 중간평가와 이 대통령의 부정적인 시각으로 인해 박 대표는 불출마쪽으로 기울어지게 된 것.
박 대표는 자신의 불출마 배경에 대해 “당 전체의 일이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개인의 일이다. 내 독단으로 결정했다”고 부인했다. 또 박 대표 한 측근은 “박 대표가 낙선하면 야권에서 ‘이명박정권 실패’라고 대대적인 선전을 할 가능성이 높다. 이 부분에 고민을 많이 한 것 같다”고 전했다. 이 대통령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는 전략을 구사했을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해석이다.
한나라당 한 관계자는 “박 대표 출마설이 오락가락한 것은 당선 여부가 확실치 않았기 때문”이라며 “당선 가능성이 어렵다는 얘기가 나돌면서 박 대표가 불출마 선언을 내린 것 같다”고 말했다.
4월 재보선 불출마 “경제 살리기 심혈 바친다”
10월 양산 출마설 “한 달 2~3번 양산 방문?”
그렇다면 박 대표가 ‘불출마 선언’을 통해 얻은 것은 과연 무엇일까. 가장 큰 수확으로는 10월 재보선 출마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경남지역에 소식이 밝은 한나라당 한 관계자는 “박 대표는 양산지역에 대한 밑바닥 정서를 파악하기 위해 한 달에 2~3번 정도 비공식적으로 양산을 방문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경남 양산지역의 경우 10월 재보선이 유력한 만큼 출마를 하기 위한 움직임이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는 양산 지역이 10월 재보선 지역으로 분류될 가능성이 농후함에 따라 재보선을 위한 초기단계일 수도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양산 출마가 확실히 굳혀졌다는 얘기인 셈이다.
박 대표 측에서는 이를 부인하고 있다. 또 박 대표 역시 10월 재보선 출마에 대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10월 재보선이 있을지는 하늘만이 안다. 지금부터 국민 앞에 얘기하는 것은 좀 빠르지 않느냐”고 발언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치권에서는 박 대표가 10월 재보선이 치러질 것으로 예상되는 양산지역에 출마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정치라는 게 한 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법. 박 대표가 향후 어떤 선택을 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청와대 속앓이 하는 <사연>
재보선 결과가 그리 중요하나?
청와대가 속앓이를 하고 있다. 4월 재보선에 대한 의미를 축소하려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어서다. 재보선이 정국의 중심에 자리 잡을 경우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추진 동력이 상실될 수 있다는 우려감이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야당에서 ‘이명박 정부 중간평가’라는 의미를 강조하고 있어, 이를 사전에 차단하려는 의도도 포함되어 있다는 분석이다. 전략공천에 대한 논의가 꾸준히 이뤄지고 있는 것이 이를 반증한다.
물론 청와대에서 재보선 의미를 축소하려는 이유 중 하나는 전주 덕진, 전주 완산, 울산 북구, 경북 경주, 인천 부평을 등에서 한나라당 승리를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 호남 2곳은 민주당의 텃밭이다. 또 한나라당의 텃밭인 경북 경주에서는 친이-친박 대결 양상 속에 친박계 정수성 전 장군이 당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가 나돌고 있다. 또 울산 북구 지역에서는 민노당과 진보신당이 연합공천 전략을 내세움에 따라 울산 북구도 쉽지 않다. 여기에다 인천 부평을도 호남지역색이 짙다는 의견이 나와 한나라당이 고전할 가능성이 높다. 이로 인해 한나라당 일각에서는 ‘전지역 참패론’이 나돌고 있을 정도다.
이뿐만 아니다. 참여정부가 재보선 직후마다 휘청거렸던 만큼 청와대에서는 이 같은 분위기를 감지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