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청 베테랑 조사관 현장리포트<6>

2009.03.17 09:34:04 호수 0호

양쪽 끝부분 두께 다른 지갑…이유는 ‘히로뽕’

마약 밀수가 매년 증가하고 있다. 그리고 더욱 교묘해지고 대형화·조직화 되고 있다. 게다가 국제범죄조직에 의한 한국경유 일본 등 제3국으로의 중계밀수도 크게 증가하고 밀수경로도 다변화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더 이상 마약안전지대가 아니란 얘기다. 그렇다고 너무 우려할 필요는 없다. 우리나라 국경 최일선에서 ‘마약 청정국 대한민국’을 수호하기 위해 밤낮으로 뛰는 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바로 관세청 마약조사과 직원들. 그들이 전하는 마약 밀수 비화를 들어봤다.

새벽 5시. 우범자 색출을 위해 공항 내를 순회·감시하는 로버직원 A조사관은 졸린 눈을 비비며 검사에 임하고 있었다.
그때 작은 여행용 가방을 끌고 깔끔한 정장 차림의 B씨가 검사대로 왔다. 가방을 검사대에 올리고 여권을 받아 조회를 해보니 밀수우범자로 우범지역인 태국 방콕으로 2년 전 출국 후 최초 입국하는 여행자였다. 방콕은 마약우범자들이 자주 왕래하는 곳으로 심심치 않게 마약밀수사고가 터지는 지역이여서 A조사관은 약간의 긴장감이 생겼다.



지갑 속 포켓 손가락 넣으니 얼굴이 ‘울그락 불그락’ 
카드·신분증·명함·메모지 모두 꺼내니 필로폰‘뿅’

A조사관은 직설적으로 “가방 안에 약 종류가 있습니까”라고 묻자 B씨는 “옷뿐입니다”라고 간결하고 태연하게 답변했다.
여행자의 반응에 약간은 안도를 느낀 A조사관은 그러나 나름대로 정한 절차대로 검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가방을 열자 모두 흰색계통의 옷가지가 가지런히 정렬돼 있었다. 세면도구용 가방 등을 간단히 검사하며 옷가지는 가능한 만지지 않았다. 혹시라도 여행자에게 소란의 빌미를 줄까하는 염려 때문이었다.
“어떤 일을 하십니까”라고 A조사관이 묻자 “여행 가이드를 하다가 지금은 다른 일 좀 해보려고 알아보는 중입니다”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이 말을 듣는 순간 A조사관은 검사의 최종목표를 ‘여행자의 신변을 철저히 검사해 보는 것’으로 정했다. 직업을 구하려고 2년 만에 우리나라에 돌아오는 여행자치고는 가방정리가 너무 깔끔한 것이 마음에 걸렸던 탓이다. 
“간단한 신변검색 후 보내 드리겠습니다”라며 양해를 구한 A조사관은 가방을 X-RAY검색기에 손수 올려놓고 지갑과 주머니에 있는 소지품을 꺼내 바구니에 담도록 했다. 지갑과 담뱃갑 외엔 특별한 소지품은 없었다. 담뱃갑을 열어보고 담배개비를 몇 개 빼내어 혹시 중량이나 외형에 문제가 있는지 살폈다. 그러나 아무런 이상한 점을 찾을 수 없었다.
마지막 남은 것은 반으로 접히는 남성용 지갑. 지갑을 열어보니 신용카드가 가지런히 8개가 꽂혀있고 명함과 신분증 외에는 특별한 것이 없어 보였다. A조사관은 평소의 방식대로 지갑을 조심스럽게 끝부분부터 차례로 만져보았다.
그때 문득 양쪽 끝부분의 두께가 다른 것 같이 느껴졌다. 카드를 하나씩 빼내고 다시 한 번 만져 봤으나 여전히 약간의 두께 차이가 느껴졌다. 그러나 그 차이는 아주 미미했다. 일단 지갑을 내려놓은 뒤 핸드스캐너를 들고 여행자의 몸을 검색하며 살짝살짝 몸에 은닉한 물품이 없는지 검사를 했다.
그때였다. 문득 쳐다 본 B씨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고 눈까지 충혈이 있었다. 순간 ‘뭔가 있구나’하는 생각이 A조사관의 머리를 스쳤다. 다시 지갑을 들고 카드, 신분증, 명함, 메모지까지 먼지 하나 없이 모두 꺼낸 A조사관은 지갑의 모든 포켓에 손가락을 깊숙이 넣어보기 시작했다.
그러자 지갑 안쪽 포켓의 끝부분에 비닐의 느낌이 있었다. 포켓을 크게 벌리고 중지와 검지를 이용해 3개의 작은 비닐봉지를 꺼냈다. 봉지 안에는 각각 비슷한 양의 투명한 결정모양의 부스러기가 들어있었다. A조사관은 순간 ‘필로폰이구나’하는 확신이 들었다.

“이건 무슨 약이죠”라고 묻자 B씨는 이미 자포자기 상태로 “죄가 무겁나요”라며 고개를 떨어뜨렸다. 모든 것을 인정하고 체념하는 한마디였다. 각각의 비닐에는 0.3g의 필로폰이 들어있었고 적발된 마약은 총 0.9g(30회 투여량)이었다. 
A조사관은 “세관직원으로서 관세국경에서 마약류나 총기류, 풍속저해물품 등 수출입금지품을 단속하는 것은 국가가 개인에게 부여한 크나 큰 권한이자 책무”라며 “사회 해악물품 차단에 최선의 가치를 두고 성실히 검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 밝혔다.
그는 이어 “마약류의 주요 밀반입 경로로 이용되고 있는 해외여행자와 그 휴대품 검사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공항만세관 직원들의 마약류 단속 임무는 막중하다”면서 “지금 이 순간에도 전국의 공항만, 국제우체국 등 관세국경 최일선에서는 X-ray검색직원, 마약탐지요원, 휴대품 검사직원, 마약조사요원들이 불법 마약류의 국내 밀반입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작은 빈틈도 보이지 않고 매일매일 두 눈을 부릅뜨고 업무에 임하고 있다”고 전했다.


50억원대 가짜 비아그라 밀수입<내막> 
자금사정 어려워지자 밀수입 시도

최근 경기침체로 자금사정이 어려워지자 시가 50억원대 중국산 가짜 발기부전 치료제를 조명기구로 위장해 밀수입하려던 40대가 세관에 적발됐다.
지난 5일, 인천본부세관은 지난달 13일 중국에서 조명기구를 수입하면서 중국산 가짜 비아그라와 시알리스 등 발기부전치료제 약 40만정(시가 50억여 원)을 밀수입한 혐의로 정모(42)씨를 불구속했다고 밝혔다.
인천세관에 따르면 중국 산동성에서 조명기구 현지 공장을 운영 중인 정씨는 최근 경기침체로 자금사정이 어려워지자 밀수입을 시도, 조명기구 385개의 박스 가운데 가짜 비아그라 16만정 및 가짜 시알리스 20만정, 가짜 레비트라 4만정 등을 은닉해 수입했다.
정씨는 또 세관에서 화주들의 물류비용을 줄여주기 위해 컨테이너 검사를 생략하고 신속 통관해 공장으로 직송 운송하도록 해주는 부두직통관제를 악용해 밀수를 시도했다. 특히 밀수입 후 시중 유통 시 진품인 것처럼 위장하기 위해 발기부전 치료제를 담을 포장용기와 포장박스는 물론, 진품 설명서도 함께 밀반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인천세관 한 관계자는 “이번 적발된 가짜 발기부전 치료제의 경우 시중약국에서 약 3만원 정도에 판매되고 있는 ‘블리스트(Blister)’ 형태의 것이 많다”며 “자금사정이 어려워진 일부 중국진출 기업들을 상대로 전문 밀수조직이 접근하는 사례가 많은 만큼 시중유통조사와 함께 첩보활동도 병행 중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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