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뒷담화]스위스 은닉 괴자금 설설설

2009.03.03 10:22:30 호수 0호

비밀계좌 오픈 초읽기… ‘검은돈’세탁소 열린다

‘검은돈 은닉처’인 해외 은행들이 고객 신상 및 계좌 정보를 각국에 제공하기로 검토하는 추세다. 전세계 비밀 금고로 유명한 스위스와 리히텐슈타인이 미국과 유럽 압력에 ‘백기’를 들 낌새. 대표적인 ‘조세피난처’인 케이만군도와 바하마 등도 도미노식으로 조만간 고객정보를 공개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국내 거물들의 도피 은닉자금 실체가 드러날지 시선이 쏠리고 있다. 그동안 정·재계에서 떠돌던 각종 괴자금 소문을 정리해 봤다.

해외 비자금 은닉처 분류 비밀은행 정보공개 검토
정·재계 전·현직 거물 빼돌린 뭉칫돈 노출 관심




400년 동안 비밀 전통을 유지해온 스위스 은행의 금고가 드디어 열릴 것으로 보인다. 스위스 최대 은행인 UBS가 미국 법무부와 국세청의 압력에 굴복해 탈세 혐의가 있는 미국인 고객의 신상 및 계좌 정보를 제공키로 결정한 것. 이를 선례로 다른 스위스 은행들도 비밀 유지 관행을 깨고 굳게 닫은 비밀 금고를 속속 오픈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스위스 ‘열려라 참깨’

뿐만 아니다. 역시 철저하게 보안유지를 해왔던 리히텐슈타인, 케이만군도, 바하마도 등 해외 비자금 은닉처로 분류되는 국가들도 미국과 유럽 등 강대국들의 전방위 압박에 못 이겨 조만간 고객 정보를 공개할 전망이다.
‘지구촌 비밀계좌시대’가 막을 내릴 조짐을 보이자 탈세와 비자금 수사와 관련 각국의 비밀 공개 요청도 이어지고 있다. 우리나라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정·재계 전·현직 거물들이 은닉한 비자금과 탈세로 빼돌린 괴자금이 스위스 은행 등 해외 비밀계좌에 숨겨져 있다는 소문이 적지 않다.

사정기관 관계자는 “해외로 유출된 자금들이 어디에 숨겨져 있을지는 대충 짐작이 가지만 유출 경로와 명의 확인이 쉽지 않아 앉아서 구경만 하는 실정”이라며 “그중 의심스러운 스위스 은행들의 계좌가 열릴 경우 소문으로 떠돌던 정·재계 거물들의 검은돈 진위 파악도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 가장 많이 떠도는 해외 괴자금 은닉 소문은 전직 대통령들을 둘러싼 추문들이다. 조세회피처 국가의 은행 비밀계좌에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등 전직 대통령의 ‘뭉칫돈’이 숨겨져 있다는 설이 정치권을 중심으로 끊이지 않고 있다.

주요 정치인들과 나아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비자금이 스위스 은행 등 비밀계좌에 은닉돼 있다는 주장도 간간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괴자금의 실체가 드러난 적은 없다.
특히 재계 인사들의 해외 은닉 의혹은 호사가들의 단골 소재다. 검찰과 국세청도 거액 추징금 미납과 체납자들의 재산 추적을 위해 예의주시하는 대목이다. 만약 스위스, 리히텐슈타인 등 조세회피처에서 한국 기업인 계좌가 발각된다면 그 규모는 천문학적으로 추정된다.

20개월째 해외 도피 중인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은 사정기관의 타깃 1순위이다. 정 전 회장은 증여세 등 6개 세목에 걸쳐 2127억원의 세금이 밀려 있다. 여기에 아들들의 체납액까지 합하면 3000억원에 이른다.
검찰과 국세청은 정 전 회장의 재산 은닉 여부를 의심하고 있다. 정 전 회장이 평소 호화 주택에서 버젓이 생활하는가 하면 고급 외제 승용차를 끌고 다니는 모습이 자주 목격된 탓이다. 최근엔 ‘황제’ 도피 생활이 확인되기도 했다.

검찰은 지난해 9월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의 4남 한근씨가 빼돌린 비자금을 집요하게 추적한 끝에 스위스의 비밀계좌에서 3270만 달러(323억여원)를 찾아낸 바 있다.
최순영 전 신동아그룹 회장도 종합소득세 등 5개 세목에 1168억원을 내지 않아 사정기관들의 의심을 받고 있다. 최 전 회장의 소유 재산은 액면상 전무하지만 가족이나 타인 명의의 호화주택에서 지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금보험공사는 2003년 최 전 회장이 홍콩 은행에 은닉한 미화 266만 달러(약 30억원)를 찾아내 환수 조치한 바 있다.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도 해외 비밀계좌로 자주 구설수에 오르는 인사다. 김 전 회장이 내야 할 추징금은 18조원에 육박하지만 집행액은 2억4000만원에 불과하다. 검찰은 2005년 대우그룹 분식회계 의혹 수사 당시 김 전 회장의 해외 사금고에 주목했다.

검찰은 25조원에 이르는 돈이 유출됐을 것으로 보고 홍콩과 영국, 스위스 등 김 전 회장의 광범위한 해외 금융계좌 여부를 추적했지만 해당 국가들의 사법공조 협조가 전혀 이뤄지지 않아 미완의 숙제로 남겨진 상태다. 검찰은 김 전 회장의 국내 은닉재산 1150억여원을 찾아낸 바 있다.
무엇보다 현대그룹의 비자금 의혹도 풀리지 않은 미스터리로 남아있다. 해외 유출설이 유력하지만 검찰의 수사과정에서 열쇠를 쥔 고 정몽헌 전 현대그룹 회장이 2003년 8월 서울 계동 사옥 자신의 사무실에서 창문을 열고 투신해 아무런 단서가 나오지 않았다.

이 돈의 행방은 여전히 묘연하다. 검찰이 핵심 인물들을 참고인 해지하면서 사건은 영원히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공산이 커지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사건과 관련 스위스 비밀계좌에 외화를 빼돌린 혐의로 1994년과 1995년 두 차례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으나 모두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노 전 대통령의 사위인 최 회장은 스위스 은행에서 쓰는 띠로 묶은 현금을 가지고 있다가 검찰에 발각돼 수사선상에 올랐다.

‘풍문으로 넘길 순…’ 

지금은 고인이 된 재벌그룹 창업주들의 비자금이 해외계좌에 관리되고 있다는 소문도 재계에 공공연히 떠돌고 있다. 금액은 적게는 수백억원에서 많게는 수조원에 이른다. 하지만 이들 풍문 역시 속시원하게 밝혀진 것은 없다.
국내 전문가들은 해외로 나간 정·재계 거물들의 검은돈 진위 파악에 대해 대체적으로 부정적이다. 스위스 등은 아직 우리나라와 형사사법 공조 조약을 체결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법원 관계자는 “정부가 지난해부터 유럽을 시작으로 해외 재산 도피에 대한 조사를 지속적으로 벌이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며 “법원도 외국 은행이 조회 요청을 거부할 경우 강제적으로 조치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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