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21억 체납자’에 기금 맡긴 서울시 논란

2026.04.28 13:41:39 호수 1581호

기금도 안 내는 사람한테 금고를?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서울시가 운영하는 서울시립승화원에서 21억 규모의 지역발전 기금이 장기간 미납됐지만, 수년간 방치된 것으로 드러났다. 일부 금액은 소멸시효 문제가 지나 회수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여기에 기금을 납부하지 않은 업체 대표가 주민협의회 회장으로 선출되면서, 기금 운영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장사시설이 위치한 지역에서는 시설 운영과 관련한 민원과 갈등이 반복적으로 발생한다. 장사시설 특성상 많은 규모의 방문객과 차량 이동이 수반되기 때문이다. 장례 절차가 집중되는 시간대에는 차량 출입이 늘어나고, 시설 이용객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주변 도로가 혼잡해진다.

소송으로
버티기?

무엇보다 장사시설이 인근에 위치할 경우 주거 환경 선호도에 영향을 준다는 점이 문제다. 장사시설은 흔히 말하는 혐오시설이기 때문이다. 장사시설이 들어서면 인근 집값뿐만 아니라 지역 이미지에도 큰 영향을 준다. 이러한 상황을 완화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 ‘지역발전기금(수익지원금)’이다.

이 기금은 주로 지역 주민을 위한 각종 지원사업이나 복지사업 등에 활용된다. 지역 전체의 생활 여건을 개선하고 주민 수용성을 높이기 위한 목적의 지원금인 셈이다. 이 기금은 부대시설의 수익금에서 발생한다.

장사시설 내에는 매점, 식당, 카페 등 부대시설이 함께 운영되는데, 이들 시설은 공공기관이 직접 운영하기보다는 민간업체에 위탁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이 과정에서 업체는 시설 운영권을 부여받는 대신 일정 금액을 납부하게 되며, 이 금액이 지역발전 기금으로 조성된다.

먼저 기관이 입찰 등을 통해 부대시설 운영 업체를 선정하고, 선정된 업체는 계약 조건에 따라 매년 일정 금액을 납부한다. 즉, 이 기금은 부대시설에서 발생하는 수익 일부를 지역사회로 환원하는 구조다.

따라서 기금 납부 여부와 금액은 부대시설 운영업체와 공공기관 간 계약에 따라 결정된다. 계약 조건에 따라 매년 일정 규모의 금액이 정해지는 방식이다.

장사시설 내 부대시설은 장례식장을 찾는 조문객과 방문객을 대상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이용률이 높은 편이다. 특히 부대시설 운영 규모가 크거나 이용객이 많은 경우, 하루 수천명 단위의 방문이 이뤄지면서 안정적인 매출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부대시설 운영권은 일정 수준의 수익이 보장되는 사업이다.

실제로 운영업체는 일정 금액의 지역발전 기금을 납부하는 조건을 감수하더라도, 운영을 통해 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

지역발전 기금 21억 3년 미납
계약 해지 후에도 영업 지속

문제가 된 장사시설은 경기 고양시 덕양구에 위치한 서울시립승화원이다. 이 시설은 서울시가 설치·운영하는 공공 화장시설이다. 다만 시설 운영은 서울시 산하 기관인 서울시설공단(이하 공단)이 맡고 있다.

공단은 2018년도 공개입찰을 통해 운영 업체를 모집했고, 이 과정에서 업체들은 부대시설 운영 조건으로 납부할 지역발전 기금 규모 등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종 낙찰자로 선정된 업체는 ‘높빛’이라는 업체로, 매년 7억원 수준의 기금 납부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높빛은 2018년 서울시립승화원 부대시설 운영권을 확보한 뒤, 2019년 1차년도 지역발전 기금 7억원을 납부하며 사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2020년부터 기금이 미납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업체 측은 당시 코로나19로 인한 경영 악화를 이유로 기금 납부가 어렵다는 입장이었다. 기금이 미납되기 시작하자, 공단은 계약 해지 절차에 들어갔다. 공단은 기금 납부 의무가 이행되지 않았다는 점을 근거로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하지만 높빛 측은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다. 업체 측은 계약 해지의 정당성에 문제를 제기하며 법적 대응에 나섰고, 이 과정에서 계약 해지를 둘러싼 다툼이 이어지게 됐다. 문제는 높빛 측이 계약 해지 통보 이후에도 즉시 시설에서 철수하지 않고, 일정 기간 부대시설을 계속 운영했다는 점이다.

높빛은 소송을 진행하면서 2년이나 운영을 지속해 왔다. 2019년 1차년도 기금 납부 이후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년간 기금을 납부하지 않은 상태에서 영업을 이어왔고, 이로 인해 총 21억원의 미납금이 발생하게 됐다.

회수도
불투명

이 과정에서 업체는 서울시 측에 시설 사용에 따른 임대료는 납부하면서도, 지역발전 기금은 납부하지 않는 상태를 유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2022년 강제집행을 통해 해당 부대시설 영업장이 폐쇄되면서 운영은 종료됐지만, 미납된 기금은 해소되지 않은 상태로 남게 됐다.

문제는 이후 대응 과정이다. 공단과 서울시는 2020년부터 기금 미납이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즉각적인 채권 회수 절차를 진행하지 않았다. 계약상 매년 납부해야 하는 금전 채무가 발생한 경우 통상적으로는 채권 보전 조치가 뒤따라야 하지만, 장기간 별다른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

실제로 높빛이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년간 총 21억원의 기금을 납부하지 않았음에도, 공단은 해당 기간 동안 실질적인 회수 절차를 진행하지 않았다. 2022년 강제집행을 통해 영업장이 폐쇄될 때까지도 미납금에 대한 적극적인 법적 대응은 이뤄지지 않은 상태였다.

이후 피해 지역 주민들과 고양동 주민자치회, 직능단체장협의회 등이 서울시와 감사원 등에 민원을 제기하면서 상황이 바뀌기 시작했다. 문제 제기가 이어진 뒤에야 공단과 서울시는 일부 미납금에 대한 법적 대응에 착수했다.

다만 소멸시효 만료를 앞둔 시점에서 마지막 년도 미납금 약 7억5000만원 규모에 대해서만 민사소송이 제기됐다. 전체 미납금 21억원 가운데 일부에 대해서만 뒤늦게 소송이 진행된 것이다. 나머지 미납금은 소멸시효가 이미 경과한 상태여서 회수가 어려운 상황이다.

장기간 별다른 채권 보전 조치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결과적으로 상당 금액이 사실상 회수 대상에서 벗어나게 됐다.

8억을
또 지급?

더 큰 문제는 해당 업체가 이미 법인 해산 상태라는 점이다. 법인이 해산된 경우 채권 회수는 더욱 까다로워지며, 실질적인 변제가 이뤄지기 어렵다. 결국 7억5000만원마저도 회수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미납금 문제가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장사시설 관련 주민협의회에 대한 문제도 불거졌다. 서울시립승화원 부대시설 운영과 관련된 주민협의회는 2012년 서울시와 고양동 일대 주민들이 체결한 ‘부대시설 운영권 부여 합의서’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조직이다.

이 합의서는 고양동 18·19·20통과 원신동 5통 등 인근 지역 주민들에게 부대시설 운영과 관련한 권리를 일부 인정하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지역에 환원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쉽게 말해, 화장장 부대시설에서 발생하는 돈을 해당 지역 주민들을 위해 사용하겠다는 취지로 만들어진 약속이다. 이에 따라 지역발전 기금은 주민들을 위한 재원으로 쓰이게 되고, 이 돈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정하기 위해 주민 대표들이 참여하는 협의체가 필요하게 된다. 이 역할을 맡는 것이 바로 주민협의회다.

하지만 당시 협의회 내부 갈등과 운영 문제 등이 겹치면서 2018년 서울시는 기존 주민협의회를 해산시켰다. 문제는 이후 과정이다. 2020년 2월, 고양시는 ‘주민협의회 재구성 명단’이라는 공문을 서울시에 전달했다.

이 공문은 협의회가 다시 구성됐다는 취지의 자료였지만, 서울시는 이후에도 협의회가 정상적으로 재구성됐는지 여부에 대해 명확히 확인하지 못한 상태였다.

실제로 서울시는 2021년 고양시에 공문을 보내 협의회 재구성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다시 전달했고, 2024년에도 “재구성 회의에 참석한 사실이 없고 회의록도 없다”는 취지의 답변을 내놓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협의회는 사실상 운영을 이어왔다.

수년 미납금 방치…채권 관리 도마 위
서울시, 소멸시효 앞두고 뒤늦게 소송

이 같은 상황에서 2025년 3월, 높빛 대표였던 B씨가 협의회 회장으로 선출됐다. B씨는 앞서 21억원의 지역발전 기금을 납부하지 않은 업체의 대표이기도 하다.

주민협의회는 법으로 정해진 공식 행정기구가 아니라, 운영 규정에 따라 구성원이 참여하고 내부 의결로 회장을 선출하는 구조다. 즉, 일정 자격을 갖춘 구성원으로 포함되면 내부 절차를 통해 회장 선출이 가능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높빛 대표도 협의회 구성원으로 참여했다. 이후 내부 의결을 거쳐 회장으로 선출됐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 협의회가 실제로 주민들을 제대로 대표하고 있는지 여부다. 관계자 A씨에 따르면 협의회 구성 과정에서부터 논란이 이어져 왔다. 일부 구성원이 실제 피해지역 주민이 아니거나, 주민들이 직접 선출한 대표가 아닌 인물들로 채워졌다는 것이다.

A씨는 “실제 구성원의 10명 중 6명이 피해지역 주민이 아니며, 피해지역 주민 4명도 총회 선출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이 협의회가 정말 주민 전체를 대표하는 조직이 맞느냐”는 의문이 제기돼 왔다.

당초 합의서 취지는 주민들이 직접 참여해 기금을 관리하는 구조였지만, 실제 운영은 그 취지와 다르게 흘러갔다는 주장이다. 특히 2025년 5월, 서울시가 해당 주민협의회를 사실상 기존 조직의 연속으로 인정하면서 논란이 확대됐다. 이 결정에 따라 과거 높빛에서 최초 납부했던 기금이 다시 협의회로 지급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2026년에도 약 8억원 규모의 지역발전 기금 예산이 편성·통과됐다. 이에 A씨는 “협의회 구성원의 선출 과정도 불분명한데 기존 협의회와 같다고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일요시사>는 서울시 관련 부서에 “현재 주민협의회 회장이 21억원 규모의 기금을 미납한 업체 대표가 맞느냐”고 질의했고, 해당 부서는 “그 사람이 맞다”고 답했다.

믿을 수
없는 상태

채권 문제와 관련해서는 “현재 법원에 채권 확보를 요청한 상태로, 법적 절차가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채권자는 공단이지만 해당 업체가 법인 파산 상태여서 실제 확보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회수 조치가 늦어진 이유에 대해서는 “그동안 회수 절차를 진행해 왔다”고 밝혔으나, 구체적인 시점과 경위에 대한 추가 질의에는 “자료 확인이 필요하다”며 답변을 유보했고, 이후 별도의 설명은 이어지지 않았다.

<imshar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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