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이 지난 2월28일(현지시각) 발발한 이후 3주 이상 지속된 가운데, 한국 산업 전반이 ‘공급망 붕괴’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정유·석유화학에서 시작된 충격은 자동차·조선·철강·반도체·바이오로 확산됐다. 2021년을 떠올리게 하는 요소수 대란까지 재현되며 산업계는 “퍼펙트 스톰이 현실화됐다”는 위기감에 휩싸였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가격 상승을 넘어 ‘재고 물량이 사라지는 구조적 위기’라는 점에서 더 심각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이미 대란이 시작됐다”는 경고가 공공연히 나오고 있다. 정부는 사태 확산을 막기 위해 긴급 대응에 착수했다.
시스템 붕괴
과거 되풀이?
재정경제부는 ‘요소 및 요소수 매점매석 금지 고시’를 제정해 지난 3월27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제조·수입·판매업자는 전년도 월평균 판매량의 150%를 초과해 7일 이상 보유할 수 없고, 판매 기피 행위 역시 금지된다. 위반 시 3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 벌금이 부과된다.
구윤철 경제부총리는 “중동 전쟁이 3차 국면에 접어들며 물가 상승과 공급망 불안이 가시화되고 있다”며 “경제 전시 상황이라는 인식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신고센터 설치와 함께 공정거래위원회·국세청·관세청 합동 단속까지 예고했다.
산업통상자원부 역시 이번 사태를 ‘경제 안보 위기’로 규정하고 공급망 안정화 대책을 가동했다. 대체 수입선 확보, 전략 비축 활용, 에너지 수급 안정화, 피해 기업 금융 지원 등이 핵심이다. 약 1조5000억원 규모의 금융 지원과 금리 우대 정책도 병행된다.
원유 수급 불안에 대비해 해외 생산 물량 확보와 국제 공동 비축 활용, 원전 가동률 확대 등도 추진 중이다. 산업부는 ‘중동상황대응본부’를 중심으로 원유·가스·석유화학 공급망을 실시간 점검하고, 필요 시 시장 개입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정부의 이 같은 대응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는 이미 통제가 불가능한 수준으로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장 먼저 무너진 것은 요소 공급망이다. 차량용 요소수의 핵심 원료인 요소 수급은 중국(약 66%)과 카타르(약 10%)에 의존해 왔지만, 전쟁 이후 공급망이 동시에 흔들리며 사실상 수급이 끊겼다.
전쟁 직후 1톤당 400달러 수준이던 중국산 요소 가격은 500달러대로 급등했고, 이후 중국은 사실상 수출을 통제하는 상태에 들어갔다. 중동 공급까지 차질을 빚자 아시아 국가들은 베트남과 인도네시아로 몰렸고, 인도네시아는 수출을 금지했다.
베트남은 가격을 본선 인도 조건(FOB) 기준 900달러까지 올렸고 선적은 5월 이후로 밀렸다. 이유는 단순하다. 자국 내 물량도 부족하다는 것이다.
<일요시사>와 인터뷰한 요소수 유통업자 A씨는 “국내 요소수 공장 대부분이 4월 생산분을 확보하지 못한 ‘제로 상태’”라며 “지금은 초기 대응 단계가 아니라 이미 본격적인 공급 붕괴 상황”이라고 밝혔다.
‘경제 전시 상황’ 대응 나섰지만…
“이미 늦었다” 4월 생산 ‘제로’
시장에서도 이상 신호는 뚜렷하다. 10리터 기준 1만원 수준이던 요소수 가격은 불과 일주일 만에 2만원대 중반으로 급등했다. 일부 판매처는 품절로 판매를 중단했다. 1~2통 구매 제한이 등장했고, 중간 유통상들의 매점매석 정황도 포착됐다. 현장에선 “개인 운송업자들은 상황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채 뒤늦게 피해를 입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공급 차질의 배경에는 중국 내 ‘비공식 수출 루트 차단’도 있다. 그동안 산둥성을 통해 요소가 염화칼슘 등으로 위장돼 한국에 들어왔지만, 최근 중국 당국이 수출업자들을 대거 단속하면서 해당 경로가 완전히 막혔다. 실제로 염화칼슘으로 신고된 물량에서 요소가 들어있는 사례까지 확인되면서 기존 우회 수입 구조가 붕괴됐다.
전쟁 여파는 산업 전반으로 확산됐다. 두바이유 가격은 배럴당 166달러를 돌파했고, 국내 정유사들은 가동률을 50~60% 수준까지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에틸렌 부족은 조선·자동차 산업으로 번졌고, ABS 등 핵심 소재 공급 차질로 생산 라인 조정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반도체 공정에 필수적인 헬륨 가격은 일주일 만에 50% 급등했다. 바이오 업계는 중동 항구 폐쇄로 계약 취소가 이어지고 있다. JP모건은 전쟁 장기화 시 글로벌 성장률이 1.2%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더 큰 문제는 정부가 구축해 놓은 ‘비축 시스템’마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의혹이다. 정부는 2021년 요소수 대란 이후 민간 업체를 비축 사업자로 지정해 일정 물량을 상시 확보하는 체계를 구축했다. 농협, KG케미칼, 남해화학, 풍농 등이 대표적인 비축 사업자다.
하지만 현재 이들 업체가 요소 물량을 사실상 통제하고 있으며, 추가 수입 역시 불투명한 상태라는 지적이 나온다. 가격 급등 속에서도 시장 공급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으면서 가격 상승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설마…뒷북
업계 달래기
핵심은 비축 물량이다. 업계에서는 비축 사업자가 유지했어야 할 약 1만6000톤 규모의 요소가 이미 상당 부분 소진된 정황이 포착됐다고 보고 있다. 이는 비상시 방출해야 할 ‘전략 비축분’이 평시에 시장으로 흡수됐을 가능성을 의미한다.
요소는 장기 보관이 어려워 민간 창고에서 재고를 순환시키는 방식으로 비축되는데, 이 과정에서 실제 비축량이 유지되지 않았다면 제도 자체가 무력화된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는 비축이 돼있다고 보지만, 현장에서는 이미 사용할 수 있는 물량이 없다”며 “이건 단순한 대란이 아니라 공급 자체가 끊기는 ‘시스템 붕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이번 사태는 전쟁이라는 외부 변수에 더해, 특정 국가 의존 구조와 비축 관리 실패가 맞물린 ‘복합 재난’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지금이 분수령이라고 본다. 한 경제 전문가는 “지금처럼 공급망이 흔들리는 상태에서 수요까지 급감하면 산업 전반이 동시에 무너질 수 있다”며 “요소수는 시작에 불과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한편, ‘제2의 요소수 대란’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정부는 현재 국내 요소수 및 요소 재고가 충분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기후에너지환경부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기준 국내 차량용 요소수와 요소 재고는 공공 비축분과 민간 물량을 합쳐 약 2.8개월분 이상 확보된 상태라고 한다. 여기에 다음 달까지 약 6000톤의 요소가 추가로 국내에 들어올 예정으로 단기적인 수급 불안 가능성은 낮다는 설명이다.
유통 상황도 비교적 안정적이라고 평가했다.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재고 정보가 등록된 전국 주유소 4253곳 중 4233곳(99.5%)에서 요소수를 판매 중이며, 평균 가격은 1리터당 1528원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정부는 요소수 제조사와 수입업체에 대해 평시 수준의 출고를 유지하고 수입 물량을 조기에 확대해 달라고 요청했다. 시장 불안 심리와 사재기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요소수 수급 문제는 과거에도 국가적 혼란을 초래한 바 있다. 지난 2021년 중국이 환경 규제를 이유로 요소 수출을 제한하면서 국내 수입이 급감했고, 이에 따라 요소수 공급 부족 사태가 발생했다. 당시 국내 요소 수입의 약 90% 이상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었던 구조적 취약성이 드러나며 가격이 급등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요소수를 구하기 위한 긴 줄이 이어지는 등 혼란이 빚어졌다.
오리무중
비축 물량
특히 요소수는 경유차 배기가스 저감 장치에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촉매제다. 부족할 경우 차량 시동이 제한된다. 이로 인해 화물차 운행이 차질을 빚으며 물류와 산업 전반에 큰 타격이 우려됐고, 정부는 군 수송기 투입과 해외 긴급 수입 등으로 사태 진화에 나선 바 있다.
최근에는 중동 전쟁 여파로 글로벌 에너지 가격과 화학 원료 공급망 불안이 확대되면서 요소 생산 비용 상승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요소 가격 변화 등으로 요소수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다만 정부는 현재 재고 수준과 추가 물량 확보 계획 등을 고려할 때 단기간 내 공급 차질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과거 사태가 공급 부족뿐 아니라 특정 국가 의존 구조에서 비롯된 만큼, 재고 관리와 함께 수입선 다변화와 자원 안보 전략을 지속적으로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요소수는 경유(디젤)차에서 배출되는 질소산화물을 물과 질소로 분해하는 데 쓰이는 필수 소모품이다. 2016년 이후 제작·수입된 경유차에는 배기가스 저감 장치(SCR)가 의무적으로 장착되는데, 이 장치가 있는 차는 요소수가 없으면 시동을 걸 수 없다.
온라인 쇼핑몰 가격 변동 추적 앱 ‘폴센트’에 따르면 국내 요소수 10L 제품은 2만9900원에 팔리고 있었다. 한달 전 1만1920원보다 약 2.5배 뛰었다. 같은 기간 다른 회사의 요소수 10L 제품 가격도 1만9690원에서 3만6520원으로 2배가량 올랐다.
주유소 점주들은 요소수 ‘사재기 조짐’도 보인다고 했다. 서울 강남구의 한 직영 주유소에서 일하는 박모씨는 “평소 요소수를 한 달에 한 명꼴로 사러 왔는데, 지난주에만 세 명이 찾아와 각각 두세 통씩 사갔다”고 말했다.
비축 실패 “1만6000톤 어디로?”
공급망안정화위원회 유명무실
특히 요소수를 많이 쓰는 화물차 운전기사들의 부담이 커졌다. 화물차 기사 박모씨는 “요소수를 사흘에 한 번꼴로 넣는데 비용이 예전보다 1.5배에서 2배가량 올랐다”며 “2021년 대란 전에도 가장 많이 쓰이는 10리터 제품이 먼저 품절됐다”고 말했다.
화물차 운전기사가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가뜩이나 비싼 기름값에 요소수 가격까지 치솟으니 눈앞이 캄캄하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이 같은 불안의 배경에는 요소 원료 공급 문제가 있다. 요소수의 핵심 원료인 요소는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는데,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갈등이 격화되면서 중동 공급망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것이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될 경우 물류 차질이 불가피하다.
한국무역협회 무역통계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2월까지 요소 수입액은 총 5728만1000달러(약 850억원)다. 이 가운데 중국에서 들여오는 것이 1982만7000달러(34.6%)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사우디아라비아(1140만7000달러·19.9%), 카타르(1011만1000달러·17.7%) 순으로, 중동 국가 비중이 3분의 1을 넘는다.
과거 요소수 사태가 일어났던 2021년에는 중국 의존도가 66.6%(2억7841만7000달러)에 달했지만, 이후 공급망 다변화가 진행됐다. 사우디아라비아 비중은 0.6%에서 19.9%로 30배 이상 늘었고, 카타르 역시 5.2%에서 17.7%로 3배 이상 확대됐다. 그만큼 중동 변수에 대한 의존도도 커졌다는 것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아직 요소수 대란을 걱정할 단계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요소수 제조사 관계자는 “정부가 지난주 요소수 업체를 불러 상황 점검을 진행했고 현재 100일 이상 시장에 공급 가능한 재고를 확보한 상태”라고 말했다.
2021년과 2023년에 터진 ‘요소수 대란’ 등을 막기 위한 공급망 정책 컨트롤타워인 ‘공급망안정화위원회’가 2024년 출범했지만, 긴장감만 되풀이되는 형국이다. 당시 요소를 포함한 핵심 품목을 제3국 등에서 수입하거나 국내서 생산·대체 기술을 개발하는 선도사업자에게는 올해 안에 공급망기금 5조원을 우선 지원하기로 했다.
전쟁통에
해결 가능?
위기 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비축 물자에 경제안보 품목을 추가하고, 비축 물량과 제도도 개선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5.8일~180일어치를 비축했던 희소금속은 2027년까지 60~180일분을, 0~30일분에 그쳤던 요소 등은 올해 안에 30~80일분을 비축하도록 하고, 구매 방식도 단건마다 구매하던 방식에 더해 연간 공급계약 방식도 도입하기로 했다.
<smk1@ilyosis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