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0원대 계란값’ 왜 올랐나⋯조류독감이 주요 원인?

2026.04.22 17:51:14 호수 0호

2021년부터 높은 가격대 지속
일각서 유통 구조 문제 지적도

[일요시사 취재2팀] 김준혁 기자 = 계란 한 판 가격이 7000원 안팎까지 오르면서 정부가 태국산 계란 수입 등 가격 안정 대책에 나섰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HPAI)에 의한 공급 감소가 주요 배경으로 거론되는 가운데, 실제 가격 상승 원인을 함께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2일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전날 기준 특란 30구 평균 소비자가격은 6932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연평균(6789원) 대비 약 2.1% 높은 수준이다. 제주(7617원), 대전(7562원) 등 일부 지역에선 7000원을 웃돌았다.

정부는 가격 안정을 위해 이달 말까지 태국산 신선란 약 224만개를 9차례에 걸쳐 순차적으로 공급할 계획이다. 정부 관계자는 “수입된 태국산 신선란은 지난 19일부터 홈플러스에서 5890원(30구)에 판매 중이며, 이번 주부턴 GS더프레시와 일부 지역마트 등에서도 판매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내 하루 계란 생산량이 평시 약 5000만개 수준임을 감안하면 이번 수입 물량으로 가격 안정 효과를 기대하기엔 한계가 있지 않겠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홈플러스에서 판매한 태국산 계란 초도 물량은 일명 ‘오픈런’ 현상까지 나타났고, 1인당 2판으로 수량을 제한했음에도 하루 만에 모두 소진됐다.

이런 가운데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엔 이날 산란계 농장을 운영 중이라고 밝힌 업계 관계자 A씨의 글이 올라왔다. 그는 “안 내리는 게 아니라 못 내리는 농가의 상황도 이해해 주셨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A씨는 “HPAI로 공급 공백이 발생할 경우 회복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며 “다시 병아리를 들여와 산란 가능한 성계로 키우는 데만 최소 6개월 이상이 걸려 공급망 복구 속도가 소비자 기대보다 느릴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생산비 부담에 대해선 “사료값 비중이 절대적인 양계 농가 특성상 국제 곡물 가격 상승 영향이 이어지고 있다”며 “유가 상승에 따른 운반비와 전기료, 인건비 부담까지 겹쳐 당분간 가격 하락을 기대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비자들 사이에서 제기된 가격 담합 의혹에 대해선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계란은 신선도가 중요해 장기간 비축이 쉽지 않고, 공급이 줄면 물량 확보 경쟁이 벌어지면서 가격이 오를 뿐 농가가 임의로 가격을 정하는 구조는 아니라는 취지다.

정부 대응과 관련해선 태국산 수입 물량 규모만으로는 단기간 가격 하락을 기대하긴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하루빨리 수급이 안정돼 농가와 소비자 모두 웃을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해당 글을 본 회원들은 “자연재해나 질병, 해충 등으로 농업이 참 어렵다” “힘내라” “곧 상황이 나아질 것” “요즘 계란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주문한 만큼 안 오는 경우가 많다” “소비자는 당분간 안 사먹으면 되지만 업자들은 힘들 듯” “월급 빼고 다 오른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다만 일부는 “최근 조류독감 문제가 아니라 한참 전에 폭등한 가격이 안 내려간 게 문제” “가격이 실제 피해보다 더 큰 비율로 오른다면 그게 담합 아니냐” “농가의 고충은 공감하지만, 구체적인 유통 단계별 마진율을 공개해야 신뢰할 수 있을 듯하다” 등 지적도 이어졌다.

양계 업계에선 HPAI가 최근 가격 상승의 한 원인일 수는 있지만, 이를 단일 요인으로 보긴 어렵지 않겠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월별 기준 계란 산지 가격은 지난해 3월부터 이미 가파르게 오르다가 막상 HPAI가 발생한 지난해 10월 이후로는 하락 흐름을 보였다. 소비자가격은 같은 시기 등락을 반복했다.

연도별 흐름을 보면 계란 소비자가격은 지난 2020년 HPAI로 급등한 이후 예년 수준으로 되돌아오지 않은 채 높은 가격대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 가격 흐름 역시 단기간 급등이라기보다 이미 형성된 가격대에서 소폭 변동한 모습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HPAI 외에도 유통 구조를 포함한 가격 형성 전반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지 않겠느냐는 의견도 제기된다.

실제로 가격 담합과 관련해 정부 차원의 조사도 진행 중이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대한산란계협회의 산지가격 고시 행위에 담합 정황이 있다고 보고 지난 1월 심사보고서를 송부했다. 산란계협회는 산란계·산란종계(산란계를 낳는 어미 닭) 종사자들이 모여 지난 2022년 설립한 단체다.

공정위 심사관 측은 AI 확산 이전부터 시작된 급등세가 협회 활동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으며, 협회가 높은 수준의 지역별 산지가격을 고시하고 이를 회원사가 따르도록 해 계란값 상승을 부추겼는지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다.

안두영 대한산란계협회장은 “최근 계란 가격 상승은 생산자의 가격 인상 때문이라기보다 HPAI로 인한 공급 감소에 따른 시장의 자연스러운 가격 조정”이라며 반박했다. 이어 “HPAI는 철새 이동과 외부 환경 요인에 의해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 농가의 노력만으로는 완전한 차단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안 회장은 “이번 살처분 규모는 전체 사육수의 약 12% 이상으로, 하루 약 600만개의 계란 공급이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지난해 미국에서 HPAI로 계란 가격이 최대 400~500%까지 상승했던 ‘에그플레이션’ 당시 살처분 비율은 17%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재 농가는 원가 보전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가격 안정을 위해선 동일 품질에도 약 20% 이상의 가격 차이가 발생하는 ‘계란 등급제’의 재검토와 함께, 유통 과정에서의 불공정 거래 관행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kj4579@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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