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영화 <살목지>가 흥행 가도를 이어가고 있다. 우리나라에선 공포영화 마니아 외엔 익숙지 않은 파운드 푸티지 장르를 일부 가미했다는 특징이 인상적이다. 하지만 아쉬움도 그로부터 출발한다.
지난 8일 개봉한 공포영화 <살목지>는 지난 15일 기준 93만명의 관객이 감상하는 등 한국 영화 기근 속에서도 흥행 가도를 이어가고 있다. 평단에서도 비교적 호평이 잇따르는 중이다. 정통 공포영화로서 다양한 촬영 기법을 활용했으며, 배우들의 연기력도 좋단 관객의 평이 이어지고 있다.
파운드 푸티지
특히 <살목지>에는 파운드 푸티지(Found footage) 기법이 가미돼 주목받았다. 파운드 푸티지는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어 관객을 정교하게 속일 수 있는 사실주의 기법이다. 대체로 우연히 발견되거나 회수된 출처 불명의 영상 형식을 취해 관객에게 실감 나는 공포를 전달하기 위해 활용된다.
<살목지>는 로드뷰 촬영 업체의 영상팀이 제대로 촬영되지 않는 화면을 촬영하기 위해 기이한 소문이 끊이지 않는 저수지 살목지를 방문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촬영 기간은 하루였다. 그러던 중 기이한 일이 연이어 발생해 탈출을 시도하지만, 더 깊은 늪으로 말려 들어가는 이야기를 다룬다.
살목지는 충남 예산에 실존하는 저수지다. 낚시터로도 유명하지만, 공포 마니아에겐 심령 스폿으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역시 유명 심령 스폿 중 한 곳으로 명성이 자자했던 구 곤지암 정신병원을 다룬 파운드 푸티지 형식의 영화 <곤지암>이 지난 2018년 개봉돼 큰 화제가 된 적이 있다.
특히 해당 병원은 사유지라서 다양한 구설수에 휘말리며 영화의 관심도를 높이기도 했다.
하지만 <살목지>는 파운드 푸티지 형식을 전적으로 취하진 않았다. 파운드 푸티지 형식을 취한 공포영화의 교본으로는 지난 1999년 개봉한 <블레어 위치>와 지난 2009년부터 꾸준히 개봉하고 있는 <파라노말 액티비티> 시리즈를 거론할 수 있다.
<살목지>에는 두 영화의 특성이 모두 가미돼있다. 촬영팀이 정체불명의 장소를 찾아간다는 대략의 줄거리와 그 장소를 중심으로 한 저주와 각종 공포 상황이 주인공들을 휘감는단 설정은 <블레어 위치>와 거의 비슷하다.
<파라노말 액티비티>는 고요한 상황에서 등장인물들은 모르지만, 관객만 알 수 있는 묘한 장면을 연출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살목지>는 이 요소도 적절하게 가미했다.
<살목지>는 이 두 영화와 전적으로 다른 특징이 있다. <블레어 위치>와 <파라노말 액티비티>는 무명 배우들을 기용해 관객에게 현실감을 제공한다. 하지만 <살목지>는 흥행이란 현실적 한계를 극복해야 했기 때문인지 김혜윤·이종원·김준한 등 유명 배우들이 다수 출연한다.
심령 스폿으로 유명한 저수지 배경 공포
기법 일부 활용·유명 배우로 반감된 묘미
아울러 파운드 푸티지 형식을 전적으로 활용한 두 영화와 달리 <살목지>는 이를 부분적으로 활용했다. <블레어 위치>는 극 중 아마추어 영화 제작팀으로 설정된 캐릭터들이 카메라를 들고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촬영하는 셰이키 캠 촬영 기법이 활용돼 생생함을 살렸다.
셰이키 캠은 미숙한 제작진이 활용하면 관객에게 멀미만 줄 뿐, 별다른 재미를 주지 못한다. 하지만 <블레어 위치> 제작진은 정교한 촬영과 연기 지도를 가미해 오랫동안 회자되는 공포영화 반열에 올라 많은 아류작이 양산되는 흐름을 만들었다.
<파라노말 액티비티>는 홈캠 형식이다. 그래서 앵글은 아예 고정됐고, 24시간 기록 방식을 통해 서사를 이어간다. 이 형식은 적절한 연출과 맞물려 일상적 공간이 공포의 공간으로 바뀌는 몰입감을 지루하지 않게 표현한다.
유명 배우 기용과 정극 형식 위주의 연출로 부분적 파운드 푸티지 형식을 차용한 <살목지>는 두 영화의 장르적 묘미를 부분적으로 반감하는 아쉬움을 남긴다. 특히 <살목지>는 특정 장소에 갇혀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과 그 장소 자체가 일종의 지박령이 된 상황을 <블레어 위치>에서 빌려 왔기 때문에 더 큰 아쉬움을 남긴다.
<블레어 위치>는 생생한 현실감을 주기 위해 인근 마을 주민 인터뷰라는 형식을 빌려 장소를 설명한다. 평범한 사람들이 흔쾌히 인터뷰하면서 소문이나 전설에 대해 말해주는 형식은 관객에게 일상적 분위기와 기대감을 동시에 안겨주는 정교한 서사였다.
아울러 제작진은 82분 분량 영화 한 편을 위해 장소와 관련된 209년간의 가상 역사를 창조했다. 이 역사는 영화 안에서 대부분 정교한 장치 역할을 하고, 결말에 이르러 장소와 관련된 모든 수수께끼와 연결돼 문제 해결의 열쇠 역할을 한다.
209년 치 가상 역사 만든 <블레어 위치>와 다른 단조로움
<파라노말 액티비티>는 스필버그 조언으로 장기 시리즈화
하지만 살목지엔 핵심적인 역할을 할 마을 주민이 단 한 명만 등장해서 서사의 정교함이 떨어진다. 좀 더 꼼꼼한 서사를 만들어 중반 이후 해소되는 수수께끼와 연결했더라면, 오랫동안 회자할 수 있는 한국 공포영화가 될 수도 있었다.
반대로 <파라노말 액티비티>는 처음부터 세계관이 형성된 영화는 아니었다. 원래는 사건이 모두 깔끔하게 해소되고 “이 영화는 카메라 저장 기록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문장으로 영화가 끝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를 본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영화를 애매하게 끝낼 것을 권했고, 이 제안을 따라 현재 알려진 엔딩이 완성된 것이었다.
1편의 애매한 결말은 훗날 후속편 중 하나와 정교하게 연결된다. 그리고 1편의 주요 등장인물은 여전히 큰 수수께끼를 쥔 채 후속편과 연결되고 있다. <파라노말 액티비티>는 지난 2009년 이후 7편과 일본판 스핀오프 1편이 만들어지는 등 거의 양산에 가깝게 속편이 제작되고 있다.
물론 제작이 이어지면서 혹평이 점점 늘고 있다. 하지만 적은 제작비로 쏠쏠한 이익을 거두는 등 결코 손해 보는 장사를 하는 것은 아니란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심지어 지난 2015년 공개된 <파라노말 액티비티: 고스트 디멘션>은 시리즈 마지막 영화라는 홍보를 했다. 하지만 시리즈 내내 이어졌던 복선은 회수되지 않았고, 오히려 더 큰 수수께끼만 남겼다. ‘마지막 영화’란 설정은 엎어졌고, 후속편은 내년 개봉할 예정이다.
범작과 수작
<살목지>도 서사와 배경을 좀 더 정교하게 하고, 파운드 푸티지 활용 비중을 늘렸다면 <블레어 위치> 같은 전설이 되거나 <파라노말 액티비티> 같은 장기 시리즈가 될 수도 있었다. 이미 <곤지암>이란 심령 스폿 소재 공포영화가 흥행을 했고, <살목지>도 흥행하고 있다는 것은 관련 소재에 대한 관객의 수요가 어느 정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울러 진짜 장점까지 제대로 담겼다면, 걸작이 될 수도 있었다. 걸작이 될 수도 있었던 범작과 수작 사이의 작품이라는 것은 대중의 호불호가 보증하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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