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200일 후 청구되는 전쟁 계산서

2026.04.15 09:53:58 호수 0호

트럼프와 네타냐후, 권력의 승부수인가 정치의 자해인가

지금 세계는 전쟁의 끝을 기다리지 않는다. 이미 심판의 시간을 향해 움직이고 있다. 총성이 멈추는 순간부터 ‘누가 이겼는가가 아니라, 누가 이 전쟁을 선택했는가’라고 질문은 바뀐다. 이 질문의 화살은 점점 두 지도자로 향하고 있다. 미국의 트럼프와 이스라엘의 네타냐후다.

전쟁은 아직 진행 중이지만, 정치적 판결은 이미 시작됐다. 이번 전쟁은 군사적 충돌을 넘어, 권력이 스스로를 시험대에 올린 사건이다.

200여일 후인 11월3일 미국 중간선거와 10월 말 이스라엘 총선이 동시에 열린다. 이 두 선거는 단순한 권력 재편이 아닌 사실상 ‘전쟁 국민투표’다. 유권자들은 경제와 물가만 보지 않는다. 왜 이 전쟁이 시작됐는지, 그 결과가 무엇이었는지를 묻는다. 전쟁의 명분이 흔들리는 순간, 권력의 정당성도 함께 흔들린다.

지금 그 균열이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다.

미국의 상황은 이미 경고 단계를 넘어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을 통해 지지층 결집을 시도했지만, 결과는 반대로 흐르고 있다. 유가는 치솟았고, 물가는 따라 올랐으며, 동맹은 흔들렸다. 전쟁은 외부에서 시작됐지만, 충격은 내부를 흔들고 있다. 정치적 효과를 노린 선택이 경제적 부담으로 되돌아오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의 정치 방식은 늘 ‘압박과 돌파’였다. 벼랑 끝까지 밀어붙인 뒤 마지막 순간 거래를 만들어내는 방식이다. 그러나 이번 전쟁에서는 그런 공식이 통하지 않았다. 발언은 바뀌고, 시한은 흔들리고, 위협은 반복됐다. 그 과정에서 가장 크게 무너진 것은 신뢰였다.

국제사회뿐 아니라 미국 내부에서도 통제 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결국 문제는 경제로 귀결된다. 전쟁은 언제나 가격으로 환산된다. 유가 상승은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물가는 곧 정치적 심판으로 연결된다. 특히 중산층은 이미 생활비 압박을 체감하고 있다. 전쟁은 먼 곳에서 벌어졌지만, 그 비용은 일상에서 지불되고 있다. 선거는 결국 지갑으로 하는 투표인데, 이 구조에서 권력은 방어하기 어렵다.

현재 흐름대로라면 11월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하원 다수당을 탈환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되면 트럼프 대통령은 사실상 레임덕에 들어간다. 정책 추진 동력은 급격히 약화되고, 정치적 방어선도 무너진다. 더 나아가 탄핵 논의가 다시 현실 정치로 올라올 가능성도 있다. 전쟁이 만든 비용이 이제 정치로 청구되고 있는 것이다.

이스라엘의 상황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네타냐후 총리는 전쟁을 정치적 돌파구로 활용하려 했다. 그러나 전쟁은 단기적 결집 효과를 넘어서지 못했다. 성과가 불분명해지는 순간, 반작용은 더 크게 돌아온다. 내부에서는 이미 ‘선거용 도박’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전쟁이 리더십을 강화하기는커녕, 오히려 시험대에 올려놓고 있다.

특히 네타냐후에게는 사법 리스크가 겹쳐 있다. 예루살렘 법원은 휴전 국면에 들어서자, 그를 다시 법정으로 불렀다. 그는 보안과 외교를 이유로 연기를 요청했지만, 본질은 달라지지 않는다. 전쟁이 덮고 있던 문제가 다시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다.

2019년 기소 이후 6년 동안 이어져온 정치와 사법의 충돌이 다시 전면으로 올라왔다. 권력의 시간은 결국 법의 시간과 만나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총선은 네타냐후에게 결코 유리하지 않다. 핵심 지지층은 여전히 견고하지만, 반대층도 동시에 결집하고 있다. 결국 승부는 중도층에서 갈린다. 전쟁이 이들을 설득하지 못하면, 선거는 급격히 기울어진다. 과거 레바논 전쟁 이후 정권이 붕괴됐던 사례는 지금 상황과 겹쳐 보인다. 역사적 패턴이 반복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두 지도자의 공통점은 강한 리더십, 직선적 언어, 위기를 정치적으로 활용하는 능력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타협보다 충돌, 설계보다 즉흥, 장기 전략보다 단기 승부에 의존한다는 같은 한계를 공유한다. 이 방식은 평시에는 효과를 낼 수 있다. 그러나 전쟁과 경제가 동시에 얽힌 상황에서는 위험이 증폭된다.

이번 전쟁은 더 이상 지역 분쟁으로 보이지 않는다. 에너지 가격이 흔들렸고, 공급망이 불안해졌으며, 금융시장이 요동쳤다. 세계 경제 전체가 영향을 받고 있다. 전쟁의 비용이 글로벌하게 분산되면서, 책임 역시 글로벌하게 재배치되고 있다. 그 과정에서 분노의 방향이 형성된다. 그리고 그 방향은 점점 명확해지고 있다.

전쟁은 군사적 승패로 끝나지 않으며 정치적 평가와 도덕적 책임으로 이어진다. 민간시설 공격 논란, 과도한 위협 발언, 동맹 압박은 이미 국제사회에서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전쟁 범죄 가능성까지 언급된다. 이 논쟁은 선거 이후 더 크게 확산될 것이다. 전쟁의 평가는 시간이 아니라 결과가 결정한다.

결국 올해 미국의 중간선거와 이스라엘의 총선은 단순한 권력 교체가 아니다. 전쟁에 대한 1차 결산이다. 승리하면 전쟁은 ‘전략’으로 남고, 패배하면 ‘오판’으로 기록된다. 같은 사건이 완전히 다른 의미를 갖게 된다. 권력의 선택은 선거를 통해 재정의된다. 유권자는 그 정의를 내리는 마지막 주체다.

지금 두 지도자의 움직임도 닮아 있다. 외부를 향한 강경 메시지, 내부 결집을 위한 연출, 그리고 지속적인 위기 강조다. 이는 분명한 목적을 가진 전략이다. 선거를 이기기 위한 정치적 계산이다. 그러나 문제는 그 계산이 현실과 어긋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전략은 반복되지만, 효과는 약해지고 있다.

지난 12일 헝가리 총선에서 야당이 199석 중 138석을 확보하며 압승했다. 16년간 권력을 유지해 온 오르반 총리의 퇴진이 사실상 확정됐다. 이는 단순한 정권교체가 아니다. 강한 리더십과 위기 정치에 의존해온 통치 방식에 대한 유권자의 판결이다. 그리고 그 판결은 헝가리에 머물지 않는다.

지금 미국과 이스라엘에서 반복되는 정치 방식에 대한 예고편이다.

정치는 결국 결과로 평가받는다. 전쟁을 통해 얻은 것이 없다면, 그 전쟁은 실패다. 유권자들은 더 이상 강한 언어에 반응하지 않는다. 결과를 본다. 그리고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때 선택은 냉정해진다. 권력은 설명이 아니라 성과로 증명된다.

전쟁은 시작하는 것보다 끝내는 것이 어렵다. 그리고 정치적으로는 책임지는 것이 가장 어렵다. 지금 두 지도자는 그 가장 어려운 국면에 들어섰다. 다가오는 선거는 단순한 정치 이벤트가 아닌 권력에 대한 시험이다. 그리고 그 시험은 피할 수 없다.

<skkim596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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