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수도권에서 가장 빠르게 번지고 있는 것은 보이지 않는 권력의 이동이다. 국회의원 보좌관 출신들이 지방선거에서 단체장으로 직행하는 흐름이 그 이유다. 한때 정책으로 의원을 보좌하던 자가 이제는 시장과 구청장이 되려 한다. 겉으로는 실무형 인재처럼 보이지만, 그 속은 인재 등용이 아니라 권력의 수직 계열화다.
각 정당의 광역단체장 경선은 지난 10일 전후로 대부분 마무리됐지만, 이제 본격적인 승부는 기초단체장에 있다. 서울 구청장은 4월 중순 경선을 통해 후보가 확정되고, 경기도 시장·군수는 4월 중순부터 말까지 순차적으로 경선이 진행된다. 권력 이동의 흐름이 실제 결과로 드러나는 시점이 바로 지금이다.
경기에서는 이미 집단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성남, 고양, 안산, 오산, 광주 등 주요 도시에서 보좌관 출신들이 잇달아 시장에 출마해 경선에 참여하고 있다. 한두 명이면 우연이지만 여러 지역에서 반복되면서 이제는 하나의 흐름이 됐다. 중앙의 실무 라인을 지방 권력으로 내려보내는 흐름이다.
특히 현역 국회의원실 인맥이 지방정부로 이어지는 순간, 지방자치는 중앙정치의 지사 체제로 변질될 위험이 크다.
지방자치의 본질은 주민이 지역 문제를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지는 데 있다. 그러나 현역 국회의원이 보좌관을 단체장으로 내세우는 순간 구조는 흔들린다. 단체장은 주민 전체의 대표여야 하지만 현실에서는 의원 영향력 아래 놓일 가능성이 커진다. 입법·정당·공천 권력에 이어 행정 권력까지 한 축으로 묶인다. 견제와 균형은 복종과 종속으로 기울 수밖에 없다.
서울도 더 이상 예외가 아니다. 그동안은 기존 정치인 중심의 질서가 강했다. 시의원과 지역 인사들이 촘촘히 버티며 보좌관 전면 등장은 드물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 벽이 흔들리고 있다. 현역 의원 보좌관이 단체장 선거에 직접 등장하는 구도가 만들어졌다. 이는 단순한 신인의 등장이 아니라 중앙 권력이 지역까지 확장되는 신호다.
이 흐름이 위험한 이유는 행정이 책상 위 실무로만 굴러가지 않기 때문이다. 행정은 문서보다 사람을 다루는 일이다. 민원을 조정하고 이해관계를 풀며 지역의 역사와 감정을 읽어야 한다. 숫자와 논리로 설명되지 않는 생활 정치의 결이 있다. 그래서 단체장은 정책형이 아니라 현장형 지도자여야 한다.
나이가 기준은 아니지만 경륜도 필요하다. 단체장은 지역의 예산과 조직, 갈등과 미래를 동시에 책임지는 자리다. 충분한 경험 없이 신인을 올리는 것은 모험에 가깝다. 중앙정치의 문법과 지방행정의 문법은 다르다. 보좌 경험은 일부 자산일 뿐, 주민 삶 전체를 운영할 자격을 자동으로 보장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보좌관 직행 구조는 정치의 정상적 성장 경로를 흔든다. 보좌관은 입법 보좌 인력이다. 그 다음 단계는 국회의원이나 지방의원처럼 입법 권력으로 진입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러나 지금의 흐름은 곧바로 행정 수장으로 직행한다. 정치 경로 자체가 비틀리는 구조다.
반대로 단체장 보좌진이 단체장으로 성장하는 것은 자연스럽다. 행정의 리듬과 예산, 주민 삶을 가까이서 경험한 사람의 승격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입법 보좌 인력이 행정 최고 책임자로 뛰어오르는 것은 다르다. 필요한 것은 지름길이 아니라 제대로 된 경로다. 정치에도 성장 질서가 있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가장 허탈해지는 사람들은 지역에서 오래 뛴 정치인들이다. 골목 민원을 해결하고 주민의 삶을 함께 견디며 시간을 쌓아온 사람들이다. 그런데 현역 국회의원 보좌관이 갑자기 경선에 뛰어들어 단체장 후보로 직행한다면, 그 시간과 축적은 무엇이 되는가. 정치는 쌓아온 만큼 평가받는 구조여야 한다.
지방자치가 중앙의 인사 배치 수단으로 변하는 순간, 지역 정치의 축적은 한순간에 무너진다.
문제는 이것이 개인 야심이 아니라 구조라는 점이다. 경선 제도 자체가 이를 떠받치고 있다. 권리당원 비율이 높아지면서 조직력이 민심보다 강해졌다. 권리당원 조직 상당수는 현역 의원 영향력 아래 있다. 결국 조직을 가진 사람이 자기 사람을 세우는 구조다. 지금 지방선거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주민 뜻보다 당 조직 정렬이 결과를 좌우한다.
경선이 경쟁이 아니라 관리에 가까워지고, 민심보다 당심, 당심보다 의원의 의중이 더 강해지는 구조는 매우 위험하다. 단체장 선거가 주민의 선택이 아니라 의원의 인사권처럼 작동하는 순간, 그 피해는 고스란히 지역 주민에게 돌아간다.
여기에 정치권 안팎의 불편한 시선도 있다. 일부에서는 보좌관이 내부 정보를 기반으로 정치적 입지를 넓힌다는 의심도 제기된다. 물론 일반화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런 말이 공공연히 나온다는 것 자체가 문제다. 몇 개월 전 정치권에서 회자됐던 ‘폭로 정치’라는 표현이 겹쳐진다. 구조적 신뢰가 무너졌다는 신호다.
결국 핵심은 능력이 아니라 독립성이다. 보좌관은 특정 정치인의 철학과 이해관계 속에서 움직여 온 사람이다. 단체장이 됐을 때 누구를 먼저 볼 것인가. 주민인가, 의원인가. 지역의 필요인가, 중앙정치의 계산인가.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하면 지방자치는 흔들린다.
그럼에도 이 흐름이 확산되는 이유는 분명하다. 보좌관 출신은 준비된 인재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정책과 예산, 언론 대응, 선거 기술에 익숙하다. 그래서 유권자에게 즉시 일할 수 있는 사람처럼 보인다. 조직과 선거를 동시에 이해하는 드문 인력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그러나 민주주의는 효율보다 책임을 묻는 시스템이어야 한다.
지방자치는 분산을 통해 건강해진다. 다양한 주체의 견제와 충돌 속에서 균형이 만들어진다. 그러나 중앙 입법과 지방 행정이 동시에 장악되면 그 균형은 무너진다. 예산과 인사, 지역 현안이 하나의 의지로 흐른다. 효율은 얻을지 몰라도 민주주의의 숨통은 좁아진다.
그래서 필요한 것은 제도 개선이다. 권리당원 비율을 일방적으로 높여 현역 의원의 조직력이 공천에 그대로 반영되는 구조부터 손봐야 한다. 일반 주민 참여를 넓히고 공천 기준을 투명하게 공개하며, 의원 영향력을 견제할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다만 이 같은 변화는 이번 선거에 당장 적용되기 어렵다. 그렇다면 최소한 다음 선거부터는 반드시 반영돼야 한다.
보좌관 출신의 출마를 막자는 것이 아니다. 다만 경로는 정상적이어야 하고 공천은 공정해야 하며, 당선 이후 독립성이 담보돼야 한다. 그래야 지방자치가 중앙정치의 하청 시스템으로 전락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정치는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다. 누구를 내세우느냐보다 어떤 길을 허용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지금처럼 국회의원 보좌관이 단체장으로 직행하고, 그 배후에 현역 의원의 공천 파워가 작동하고, 권리당원 구조가 그 힘을 증폭시키는 방식이 반복된다면 지방자치는 점점 더 껍데기만 남게 된다.
보좌관 정치는 이제 경로를 바로잡아야 한다. 입법 보좌 인력은 입법의 책임으로 성장하는 길이 더 자연스럽다. 행정은 행정을 경험한 사람이 맡는 길이 더 바람직하다. 입법은 입법으로, 행정은 행정으로 가야 한다. 그 기본 질서가 무너지면 정치의 전문성도, 지방자치의 독립성도 함께 무너진다.
이번 6·3 지방선거는 단순한 지방 권력 교체의 선거가 아니다. 누가 시장이 되고 누가 구청장이 되느냐를 넘어, 지방자치가 중앙 권력의 연장선으로 편입될 것인가를 가르는 선거다. 수도권에서 시작된 이 흐름은 조용해 보이지만 결코 작은 문제가 아니다.
이 흐름을 멈추지 못하면, 지방자치는 이름만 남고 권력은 중앙으로 다시 수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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