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수학여행, 왜?

2026.03.31 10:02:31 호수 1577호

책임자만 있고 안전은 없다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곧 12년이 되어간다. 다시는 반복돼서는 안 될 사고를 막기 위해 안전요원까지 투입했지만, 현장은 여전히 안전불감증에서 벗어나지 못한 모양새다. 사고가 발생한 뒤 수습하는 건 늦다. 의미 있는 안전은 사고가 일어나기 전에 미리 막는 데서 출발한다. 곧 수학여행 시즌이 시작된다. 올해는 과연 안전을 담보할 수 있을까?



수학여행은 학생들의 체험과 교육을 위해 운영되는 대표적인 학교 활동이다. 하지만 적게는 수십명에서 많게는 수백명의 학생이 동시에 이동하는 일정인 만큼, 안전관리 역시 중요하다. 특히 세월호 참사 이후 체험학습 과정에서의 안전 문제가 사회적으로 크게 부각되면서, 수학여행 현장에 별도의 안전관리 인력을 배치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 일도
저 일도

이에 따라 교육당국은 체험학습 안전관리 지침을 마련하고 일정 규모 이상의 수학여행에는 안전요원을 배치하도록 하는 기준을 도입했다. 학생들의 안전사고를 예방하고,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 상황에 대응한다는 취지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학생들의 안전을 보장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수년간 현장에서 안전요원으로 활동해 온 A씨는 “실제 현장에서는 제대로 된 안전요원의 역할을 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수학여행은 학교와 여행사, 안전요원이 함께 관리하는 구조로 진행된다. 학교는 학생 지도와 전반적인 관리 책임을 맡고, 여행사는 숙소와 교통, 관광지 일정 등을 포함한 전체 프로그램을 구성하고 운영한다. 여기에 안전요원이 투입돼 학생 이동과 안전관리를 담당하는 방식이다.


안전요원의 기본 업무는 학생 인솔과 동선 관리, 관광지 내 안전 확보, 식사 및 숙소에서의 질서 유지 등이다. 예를 들어 대규모 인원이 이동할 때 일반 관광객과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하거나, 관광지에서 위험 구역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통제하는 역할을 맡는다.

단체 식사 시에는 자리 배치와 이동을 관리하고, 숙소에서는 타 학교와의 동선을 분리해 충돌을 방지하는 역할도 수행해야 한다.

세월호 참사 발생 12년
지금도 여전히 안전 구멍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는 안전요원이 이 같은 기본 역할을 충분히 수행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A씨는 “현재 일부 교육청 인력풀에 등록된 인력은 실제 현장에서 선생님 보조 수준의 역할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다”고 토로했다.

일반적으로 학교가 여행사를 통해 수학여행을 진행하면, 여행사가 안전요원 업체나 인력을 섭외해 현장에 투입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안전요원 업체는 사실상 여행사의 하청 형태 구조로 운영된다.

하지만 교육청이 ‘퇴직공무원 체험학습 안전요원 시스템’을 활용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교육청은 교원과 경찰, 소방관 등 퇴직 공무원 가운데 안전 교육을 이수한 이들을 인력풀로 관리하고 있으며, 학교는 필요에 따라 해당 인력을 요청해 현장에 배치받을 수 있다.

퇴직공무원을 활용해 현장체험학습 안전요원을 확충하고 일자리를 제공하겠다는 취지다. 다만 이 시스템으로 인해 현재 안전요원 인력풀은 고령화된 상태다. 기존 안전요원 시스템은 인력을 채용한 뒤 사전 교육을 실시하고, 경험이 많은 팀장을 중심으로 팀원들을 배치해 현장을 배우는 구조였다.

반면 최근에는 퇴직공무원 중심으로 구성된 일부 업체와 교육청 인력풀에서 자격증 보유 여부와 일정 가능 여부를 기준으로 인력을 선착순 배치하면서, 사전 교육이나 현장 안내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투입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이로 인해 관광지별 위험 요소나 동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태로 현장에 들어가는 상황도 생겼다.

있으나마나
허술한 감독


가장 큰 문제는 ‘사고 예방’이 제대로 되고 있지 않는다는 점이다. A씨는 “수학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건 사고가 난 뒤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미리 막는 것”이라며 “하지만 지금 구조에서는 예방 중심의 관리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 현장에서는 관광지별 위험 요소를 사전에 파악하고, 학생들이 몰릴 수 있는 구간이나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동선을 미리 확인하는 것이 사고 예방의 핵심이다. 그러나 이런 과정이 충분히 이뤄지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는 설명이다.

A씨는 이들 안전요원이 “관광지에 대한 사전 교육이나 정보 없이 투입되는 경우도 있다 보니, 어떤 부분이 위험한지 정확히 알지 못한 상태에서 현장을 맡게 되는 경우가 있다”며 “동선이나 구조를 모르면 학생들이 어떤 행동을 할지 예측하기 어렵고, 결국 사고를 미리 막기 힘든 상황이 된다”고 토로했다.

학생들의 인솔 방식 역시 사고 예방과는 거리가 멀었다. A씨는 “현장에서는 담임교사가 앞에서 인솔하고 안전요원은 뒤에서 따라가는 형태로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A씨는 “안전을 위해서는 앞에서 안전요원이 위험 요소를 먼저 확인하고 제거하는 방식이 필요하지만, 실제로는 학생들 뒤를 따라다니고 있다”며 “이 경우 사고를 사전에 차단하기보다는 상황이 발생한 이후 대응하는 방식으로 흐르게 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안전요원이 실제로 할 수 있는 대응 역시 제한적이다. A씨는 “현장에서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안전요원이 직접 할 수 있는 조치는 많지 않다”며 “기본적인 지혈이나 응급조치 정도를 제외하면 대부분 119에 신고해 병원으로 이송하는 것이 우선이 된다”고 설명했다.

“예방 아닌
사후 대응”

퇴직공무원 안전요원 교육 체계도 실제 현장과는 괴리가 크다. 현재 진행되는 체험학습 안전요원 교육은 주로 학생과의 관계 이해, CPR(심폐소생술), 응급처치 중심으로 구성돼있다.

하지만 A씨는 “실제 현장에서는 활용 범위가 제한적”이라며 “골절 등 큰 사고가 발생하면 바로 119로 이송하는 것이 우선이고, 안전요원이 직접 조치할 수 있는 상황은 많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지혈 역시 대량 출혈이 아닌 이상 개입할 수 있는 범위가 제한적이고, CPR을 실제로 사용하는 경우도 매우 드물다”며 “수년간 현장에서 활동하면서 CPR을 실제로 사용한 경우는 2번, 응급처치가 필요한 상황은 3번 정도였다”고 부연했다.

A씨는 “현재 교육은 사고 이후 대응 중심으로 설계돼있지만, 현장에서 필요한 것은 사고를 미리 막는 예방 중심 관리”라고 재차 강조했다.

실제 현장에서는 위험 상황이 외부에서 인식하는 것보다 훨씬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었다.

A씨는 “겉으로 보기에는 미디어에 노출되지 않아 큰 사고가 드물어 보일 수 있지만, 현장에서 보면 결코 안전하다고 볼 수 있는 환경은 아니”라며 “최근 제주도에서 발생한 추락 사고는 일반인에게는 충격으로 다가왔을 수 있으나 최소 한 시즌에 2~3번 이상 베란다를 넘어가는 학생이 발생하므로 흔히 볼 수 있는 유형의 사고”라고 말했다.

퇴직 공무원이 안전요원을?
“현장에선 선생님 보조 수준”

실제로 지난해 11월 제주 서귀포시의 한 호텔에서는 수학여행을 온 고등학생이 숙소에서 추락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해당 학생은 객실 창문을 통해 아래층으로 이동하려다 발을 헛디뎌 추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고 직후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결국 사망했으며, 학교 측은 남은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학생 전원을 귀가 조치했다.

또 A씨는 “워터파크 일정이 포함된 경우에는 물 관련 사고로 인해 심정지 상황이 발생하는 사례도 실제로 존재한다”며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 현장이 결코 안전하다고만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책임 소재도 불분명하다. A씨는 “이 구조의 가장 큰 문제는 책임은 지지 않으면서, 단순 단기 업무 형태의 고수익 알바로 둔갑시킨 업체들이 대거 유입되었다는 점”이라고 비판했다.

또 문제가 생긴 안전요원 업체가 다른 여행사 업체를 통해 같은 학교 행사에 다시 들어오는 것도 가능하다. 학교 측에서는 현실적으로 이를 구분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결국, 학생들의 안전과 교사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만든 퇴직공무원 체험학습 안전요원 시스템이지만 이들이 보조적인 역할에 그치기 때문에 사고가 발생해도 명확하게 책임질 주체가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그 결과 안전요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선생님에게 많은 책임이 전가된다. 학교 측도 비용 부담과 책임 문제로 인해 수학여행 안전요원을 줄이거나 행사 자체를 축소하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실제 현장에서 안전요원에 대한 불신도 커진 상황이다. A씨가 근무하는 업체는 학교 측의 안전요원 요청 과정에서 “어차피 책임 안 지는 것 아니냐” “아무것도 하지 않는 허수아비가 아니냐”며 조롱 섞인 말들을 듣기도 했다.

허수아비
안전요원

A씨는 “세월호 이전에는 이 직업 자체가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고, 이름 없이 현장을 지켜온 사람들이 많았다”며 “지금 문제는 특정 인력의 문제가 아니라 현재 구조 자체가 현장과 맞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장 경험이 반영되지 않은 상태에서 만들어진 구조가 오히려 위험 요소를 만들고 있다”며 “수학여행 안전관리 체계 전반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imsharp@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사라지는 수학여행

현장체험학습과 수학여행 등 학교 밖 교육활동이 빠르게 위축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장학습에서 발생한 사고에 대해 교사 개인에게 형사 책임을 묻는 판결이 이어지면서, 특히 초등학교를 중심으로 체험형 교육을 아예 실시하지 않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교육청이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서울 지역 초등학교의 현장체험학습 운영 비율은 급격히 감소했다.

1일형 현장체험학습을 진행한 학교는 2023년 598곳(98.8%)에서 2024년 478곳(79.0%)으로 줄어든 데 이어, 2025년에는 309곳(51.1%)까지 떨어졌다. 불과 2년 사이 절반 가까운 학교가 해당 활동을 중단한 셈이다.

수학여행과 수련활동 역시 감소 흐름을 보였다.

수학여행을 실시하는 초등학교는 2023년 80곳(13.2%)에서 2024년 42곳(6.9%), 2025년 41곳(6.8%)으로 줄었으며, 수련 활동도 같은 기간 124곳(20.5%)에서 38곳(6.3%), 37곳(6.1%)으로 감소했다.

전반적으로 초등학교에서 체험 중심 교육활동이 빠르게 축소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고등학교 역시 감소세를 보이고 있으나, 초등학교에 비해 하락 폭은 상대적으로 완만한 편이다.

중학교의 경우 2023년 331개교에서 실시하던 1일형 체험학습이 지난해 291개교로 줄었고, 고등학교도 같은 기간 221개교에서 173개교로 감소했다.

이 같은 변화의 배경에는 교사 책임 강화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2022년 강원 속초에서 발생한 초등학생 체험학습 사고와 관련해 인솔 교사에게 금고형의 선고유예 판결이 내려지면서, 현장체험학습 운영에 대한 교사들의 부담이 크게 커졌다는 것이다.

이후에도 전남 지역에서 발생한 유치원 체험학습 사망사고에서 인솔 교사에게 집행유예가 선고되는 등, 교사 개인에게 책임을 묻는 판결이 이어지며 현장 위축이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
 

<기사 속 기사> 속초 체험학습 초등생 사망 사건

2022년 11월 강원 속초의 한 테마파크에서 진행된 초등학교 현장체험학습 도중 학생이 전세버스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학생들은 현장에 도착한 뒤 버스에서 하차해 단체로 이동하는 과정에 있었으며, 담임교사는 학생들을 두 줄로 세운 뒤 대열의 앞쪽에서 인솔을 시작했다.

그러나 이동 과정에서 일부 학생들이 대열에서 이탈했고, 교사는 이를 즉시 인지하지 못한 채 전방만 주시하며 이동을 이어간 것으로 조사됐다.

사고 당시 대열에서 떨어진 학생들이 일정 거리 이상 뒤처진 상태였고, 해당 학생 역시 대열 후미에서 이탈한 상태에서 이동하던 중 사고를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버스가 임시 정차 상태였던 만큼 추가 이동 가능성이 있었음에도, 대열 전체를 반복적으로 확인하거나 후미를 점검하는 조치는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 주요 쟁점으로 부각됐다.

사고 이후 검찰은 버스 운전자뿐 아니라 담임교사와 보조 인솔교사에게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재판의 핵심은 학생 인솔 과정에서 교사가 주의의무를 다했는지 여부였다.

1심 재판부는 담임교사에게 금고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하며 일정 부분 책임을 인정했다. 다만 보조 인솔교사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고, 버스 운전자에게는 금고형을 선고했다. 이후 항소심에서는 판단이 일부 조정됐다.

재판부는 교사가 학생 인솔 과정에서 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해 사망이라는 중대한 결과가 발생했다고 보면서도, 사고가 운전자의 과실과 결합해 발생한 점 등을 고려해 형의 선고를 유예했다.

이에 따라 담임교사는 금고 6개월의 선고유예 판결을 받았고, 보조 인솔교사는 1·2심 모두 무죄가 유지됐다. 버스 운전자는 금고형에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이 사건은 이후 상고심으로 이어질 예정이었으나, 담임교사가 상고를 취하하면서 항소심 판결이 그대로 확정됐다. 이에 따라 교사의 주의의무 위반이 일정 부분 인정된 판례로 남게 됐다.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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