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에선 다른 지역과 달리 대구시장·경북도지사 후보 경선만 열기를 띠고 있다. 이에 맞서 더불어민주당은 대구에서 총선 승리라는 열매를 거머쥔 적 있던 김부겸 전 국무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출마시키려고 한다. 대구 시민은 선택의 갈림길에 섰다.
국민의힘의 대구시장 후보 경선 출마를 선언한 인사는 ▲김한구 전 현대자동차 노동조합 대의원 ▲유영하 의원 ▲윤재옥 의원 ▲이재만 전 대구 동구청장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 ▲주호영 국회부의장 ▲최은석 의원 ▲추경호 의원 ▲홍석준 전 의원(이상 가나다순) 등 총 9명이다.
이 중 김 전 대의원·이 전 위원장·주 부의장은 지난 22일 컷오프돼 6인이 경선을 치른다. 경북도지사 후보 경선에도 이철우 경북도지사 등 6명이 출마했다.
TK에만…
국민의힘의 오랜 계파 갈등과 내홍이 “6·3 지방선거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우려 섞인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혁신 공천’을 주장하면서 김영환 충북도지사를 공천 배제했다. 이어 부산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박형준 부산시장과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 간 경선 구도를 확정하는 등 흥행몰이를 위한 대응에 나섰다.
하지만 수도권·충청 등 지역에선 중량급 인사들이 나서지 않고 있다. 이어 오세훈 서울시장·김태흠 충남도지사가 각각 당내 혁신·충남·대전 행정통합 논의 상황 등을 이유로 기한 내 공천 신청을 하지 않는 등 홍역을 치렀다.
대구에만 공천 신청자들이 몰리자,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은 교통정리에 나섰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시장 출마를 선언한 현역 중진 의원들을 향해 “이젠 후배들에게 길을 열어달라”고 요구했다. 그는 당내 중진 의원 경선 배제를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대구는 대한민국 보수의 미래를 새로 설계할 수 있는 도시”라며 “대구에서 새 얼굴·새 감각·새 리더십이 나와야 하므로, 공천 혁신·세대교체·시대 교체를 반드시 해내겠다”고 강조했다.
이런 상황에서 <대구일보>는 국민의힘에 충격을 줄 수도 있는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해당 매체는 여론조사업체 KPO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6일부터 3일 동안 대구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남녀 802명을 대상으로 무선 자동응답(ARS) 방식을 적용해 차기 대구시장 적합도 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소속 김부겸 전 총리가 28.7%의 지지를 얻어 1위를 차지했다. 2위는 19.4%의 지지를 얻은 추경호 의원이었고, 3위는 14.1%의 지지를 얻은 주 부의장이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민주당 핵심 인사들은 올해 초부터 김 전 총리에게 대구시장 선거 출마를 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김 전 총리가 대구에 집과 캠프 사무실을 마련하는 등 출마를 준비하는 것 같다”고 말하고 있다.
이정현 “대구서 새 얼굴 나와야” 중진 배제?
민주당 김부겸 카드…이번에도 6대4 아니면 4대6?
정계 입문 이후 민주당계 정당에서 활동했던 김 전 총리는 지난 1997년 신한국당·통합민주당 합당 당시 보수 정당인 한나라당으로 건너갔다. 이어 경기 군포에서 한나라당·열린우리당·통합민주당 소속으로 3선에 성공했다.
이어 지난 2012년부터는 대구로 지역구를 옮겨 총선·지방선거에 출마했다. 지난 2012년 총선에선 대구 수성갑에 출마해 40.42%를 득표해 낙선했고, 지난 2014년 지방선거에선 대구시장 후보로 출마해 40.33%를 득표해 낙선했다. 그러던 중 지난 2016년 총선에 다시 대구 수성갑에 출마해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를 상대로 62.3%를 득표해 승리했다.
김 전 총리의 당시 당선은 대구에 민주당 깃발을 꽂았다는 자체로 큰 화제가 됐다. 하지만 당시 정국은 박근혜정부·새누리당에 대한 민심 이탈 조짐이 불고 있었다. 아울러 대구 수성갑은 젊은 유권자 거주 비중이 높아서 대구시 내 다른 지역에 비하면 비교적 보수 정당에 대한 지지가 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맞상대였던 김 전 도지사는 경북 영천 출신이었지만, 경기 부천 소사에서 3선에 성공한 후 경기도지사에 재선하는 등 실질적 정치 기반은 수도권이었다.
김 전 총리는 2020년 총선에선 재선에 실패했다. 맞상대는 대구 수성을에서 대구 수성갑으로 지역구를 옮긴 주 부의장이었다. 주 부의장은 김 전 총리를 상대로 이겨 5선에 성공했고, 현재 6선 의원이다.
김 전 총리는 대구에서 총 4회 출마해 3회 패배했는데, 득표율도 약 40%를 기록했다. 지난 2014년 대구시장 선거 패배 당시에도 40.33%를 득표하면서 대구에서 일정한 정치적 기반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 전 총리가 대구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하면, 단수 공천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대구시장 출마 의사를 밝혔던 민주당 홍의락 전 의원은 이미 지난달 출마 의사를 접었다.
강한 여 후보와 보수층 결집 대결
통합 문제도 선거 도마 위 오를 듯
김 전 총리는 지난 2024년엔 출마하지 않는 등 사실상 민주당에선 은퇴한 원로 대접을 받고 있다. 따라서 김 전 총리가 출마한다면, 민주당의 대구 공략 의지가 확실히 드러나는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김 전 총리가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와 대구·경북 통합 문제가 주된 의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윤석열정부는 지난 2024년 10월 대구·경북 특별시 출범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2개월 후 윤석열 전 대통령은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제21대 대선 출마를 위해 사퇴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혈액암 투병을 했다. 이런 흐름이 이어져 행정통합은 추진력을 잃었다.
국회는 지난 1일 전남·광주 행정통합 특별법을 통과했으나, 대구·경북과 충남·대전 통합법은 통과되지 못했다. 그러자 <조선일보>는 지난 3일 사설을 통해 “민주당이 대구·경북 통합을 외면하는 이유는 논란이 커질수록 정치적 이득을 볼 수 있단 계산 때문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선일보>가 주장한 ‘정치적 이득’은 “대구시장 선거 승산”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경북에서 “졸속 통합”이라면서 반발하고 대구시의회도 같은 취지로 반발하고 있어, 민주당·국민의힘 모두에게 묵은 숙제가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김 전 총리가 민주당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출마하면, 정부·여당의 강한 지원을 얻어 ‘힘 있는 거대 여당 후보’라는 이미지까지 대외적으로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국민의힘이 대구시장 후보를 확정하면, 주요 경선 후보에게 분산됐던 대구시 내 국민의힘 지지층이 결집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김 전 총리가 대구에서 진행된 선거에 4회 출마해 거뒀던 4대 6 혹은 6대 4라는 선거 결과가 다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시민의 선택
열쇠는 대구 시민이 쥐고 있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9일부터 3일 동안 전국 성인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국지표조사(NBS)의 정당 지지율 집계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3%로 확인됐다. 국민의힘 지지율은 17%였다. 대구·경북 지역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29%로 확인됐다. 국민의힘 지지율은 25%였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대구시장 선거 결과는 대구 시민이 변화와 정치적 의리·이재명정부 견제 중 무엇을 선택할지에 따라서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4대 6과 6대 4, 대구 시민은 무엇을 선택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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