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원칙마저 깬 금감원의 ‘고려아연 조사’

2026.03.18 10:37:20 호수 0호

3차 심의 미룰 시 ‘최윤범 봐주기’ 논란 자초

[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금융감독원이 고려아연의 원아시아파트너스 관련 펀드 운용 및 회계 부정 의혹에 대해 1년 넘게 조사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오는 19일로 예정된 세 번째 제재 심의 기일이 자본시장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이미 올해 초 두 차례나 결론을 미뤘던 금감원이 이번에도 명확한 처분을 내리지 못할 경우, 오는 24일로 예정된 정기 주주총회를 앞둔 고려아연 경영진에게 “방어용 시간을 벌어주고 있다”는 비판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재계에서는 이제 금감원의 ‘최윤범 봐주기’는 의혹이 아니라 사실로 받아들여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 목소리도 나온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 2022년 9월29일,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조사의 효율성과 예측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조사 착수 후 1년 이내 사건 종결’이라는 원칙을 대대적으로 공표했던 바 있다. 당시 ‘외부감사 규정 시행세칙 개정’을 발표하면서 감리‧조사 기간을 원칙적으로 1년으로 제한하는 규정을 공식 도입했다.

장기 미제 사건이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운다는 지적에 따른 혁신안으로 시장에서는 금감원의 이 같은 조치에 대해 대대적으로 환영했다.

그러나 고려아연의 펀드 운용 및 회계 부정 건은 이 원칙을 적용한 이후 1년을 넘긴 사실상 첫 번째 사례로 이미 기록됐다.


금감원은 지난해 초부터 ▲고려아연이 사모펀드 운용사 원아시아파트너스를 통해 조성한 펀드에서 발생한 손실을 회계에 제때 반영하지 않았다는 의혹 ▲폐기물 재활용업체 이그니오홀딩스 인수 과정에서의 기업가치 과대계상 의혹 등을 집중 조사해 왔다.

금감원, 자본시장 조사 ‘1년 원칙’ 어긴 첫 사례 불명예
올해 심의 두 차례 기일마저 연기…봐주기 의혹 불거져

원아시아파트너스 투자 결정 과정에서 고려아연 경영진의 횡령 및 배임 가능성까지 거론되며 사안의 엄중함이 더해졌으나, 정작 제재 수위를 결정하는 감리위원회 상정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올해 초 금감원은 조사 결과 발표 시점으로 점쳐졌던 지난달 12일과 지난 5일, 이미 두 차례나 심의 기일을 연기했다. 내부적으로는 “살펴봐야 할 검토 자료가 방대하다”는 이유를 대고 있으나, 조사 기간은 이미 1년을 넘어섰다.

하지만, 언론 보도 등에서 제기된 의혹들이 넘치는 상황인 만큼 시장에서는 의구심이 팽배하다.

이런 상황에서 세 번째 기일(19일)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이날 감리위원회가 열린다 해도, 그 결과가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를 거쳐 최종 확정되기까지는 최소 몇 주가 소요되는 만큼, 물리적으로 주총 이전에 제재 확정 결과가 나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감리위 단계에서라도 이슈에 대한 명확한 설명과 그에 따른 징계 방침이 확인된다면 주주들이 명확하게 이해하고 주총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금감원은 오로지 시장만 보고 검토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무엇보다 관련 업계에서 ‘봐주기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는 조사의 지연이 특정 세력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오는 24일 주총은 최윤범 회장의 이사 재선임 등 경영권 분쟁의 향방을 가를 분수령이기도 하다.

운명의 주총 앞두고 3차 기일까지 미루나?
특정 세력 봐주기…시장 신뢰도 추락 위기

금감원이 이번마저도 봐주기한다면 주주의 정확한 투자 판단을 못하게 가로막을 수 있다. 국민연금을 포함한 기관투자자들은 경영진의 도덕성과 법적 리스크를 최우선으로 고려하고 있는데, 금감원이 제재안 확정을 주총 이후로 미루는 것은 투자자들이 ‘리스크 정보가 차단된 상태’에서 투표하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하는 탓이다.


이번에도 심의가 연기될 경우, 고려아연 현 경영진은 조사 중인 혐의에 대해 아무런 공식적 제재가 없는 상태에서 주총을 치르게 된다. 이는 사실상 금융 당국이 경영진에게 ‘행정적 면죄부를 준다’는 지적에 직면할 수 있다.

실제로 시장에서는 이번에도 연기할 경우, 금감원의 최윤범 봐주기는 의혹이 아니라 사실로 굳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자본시장의 파수꾼’인 금감원이 정치적 고려나 특정 기업의 사정을 살피며 “골든타임을 놓치고 있다”는 비판은 전 국민과 글로벌 투자자들이 참여하고 있는 자본시장에서 뼈아픈 일이다. 특히 ‘1년 조사 원칙’이 선별적으로 적용된다면 향후 금감원의 모든 조사 결과에 대한 공정성은 훼손될 수밖에 없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 관련 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조사 내용이 방대하다는 핑계로 1년을 끌어온 것도 모자라, 주총 직전의 마지막 심의 기일까지 무산시킨다면 이는 명백한 직무유기이자 특정 기업 봐주기로 해석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며 “특정 인사 봐주기 금감원 및 실무자들에 대한 사정 당국 고발도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haewo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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