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버리지 못한 마음들’ 박나회

2026.03.03 06:19:49 호수 1573호

사람이 떠나도 삶은 계속된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 종로구 소재 하랑갤러리에서 박나회의 개인전 ‘버리지 못한 마음들 : Still Life, Still Living’ 전시가 열린다. 이번 전시는 사물과 기억, 존재와 부재 사이의 긴장을 탐색하며 죽음 이후의 삶을 남겨진 이들의 시간이라는 관점에서 조명한다.



박나회는 일상의 사물을 매개로 감정의 잔여와 시간의 층위를 포착해 온 작가다. 화면에 등장하는 오브제는 친숙한 형상을 띠지만 단순한 재현에 머무르지 않는다. 그것들은 명확한 서사를 전달하기보다 지나간 관계의 흔적과 설명되지 않는 감정의 결을 암시하는 장치로 기능한다. 이때 화면은 존재와 부재가 교차하는 경계로 전환된다.

존재

이번 전시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프레임은 중요한 조형적 장치다. 프레임은 내부와 외부, 과거와 현재를 가르는 동시에 서로를 연결하는 경계로 작동한다. 그 안에서 사물은 고정된 의미를 갖지 않고, 관람객의 기억과 만나며 새롭게 갱신된다. 정적이지만 응축된 화면은 버리지 못하는 마음과 결국 보내야 하는 시간 사이의 갈등을 조용하게 드러낸다.

작가는 지금, 여기 살아 있음에서 비롯되는 불안과 떠나간 존재를 향한 그리움을 동시에 담아낸다. 극적인 사건이나 직접적인 서사를 제시하기보다 남겨진 사물의 침묵을 통해 감정의 여백을 남긴다. 그 여백은 관람객이 자신의 기억을 호출하고 각자의 상실을 비춰보게 하는 공간이 된다.

붙잡고 있는 것
놓아야 하는 것


박나회는 “죽음 이후의 삶이라는 말은 흔히 천국이나 지옥 같은 사후세계의 풍경을 상상하게 한다. 그러나 내게 있어 죽음 이후의 삶은 떠나간 이들의 것이 아닌, 남아있는 자들의 몫이다. 그것은 떠나간 이의 부재를 짊어진 채 계속돼야 하는 일상이자 상실의 흔적을 소화해 내는 과정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버리지 못하는 마음과 보내야 하는 시간 사이의 갈등은 프레임 안에서 정적이지만 격렬한 이미지로 치환된다. 사랑은 상실 앞에 침묵하지 않고 끝없이 항의한다. 살아남은 이들은 죽음의 표상과 뒤섞인 채 이전과는 다른 삶을 살아가지만, 그 속에서도 삶의 의지는 계속된다”고 부연했다.

하랑갤러리 관계자는 “우리는 종종 사물을 통해 지나간 관계를 기억한다. 박나회의 작업은 사물과 감정 사이의 미묘한 긴장에서 출발한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바니타스 정물화가 삶의 덧없음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면 박나회의 작업은 보다 사적인 차원에서 기억과 시간의 지속성을 탐색한다”고 전했다. 이때 정물은 고정된 대상이 아니라 관람객의 경험과 만나며 의미가 끊임없이 갱신되는 열린 구조가 된다.

부재

하랑갤러리 관계자는 “이번 전시는 무엇을 잃었는지를 말하기보다 부재 이후에도 여전히 남아있는 것들에 주목한다. 조용히 놓인 사물은 침묵 속에서도 강한 존재감을 발하며 관람객은 그 사이에서 자신의 기억과 마주하게 된다. 박나회의 작업은 설명되지 않는 감정의 영역을 서두르지 않고 바라보며 붙잡고 있는 것과 결국 놓아야 하는 것 사이의 미묘한 균형을 사유하게 한다”고 강조했다. 전시는 오는 8일까지. ⓒ자료·사진= 하랑갤러리 

<jsjang@ilyosisa.co.kr>


[박나회는?]

▲학력
성신여자대학교 일반대학원 동양화과 석사(2022)
성신여자대학교 미술대학 동양화과 학사(2019)

▲개인전
‘피안의 인사’ 바이브 아트스페이스(2025)
‘조각 속의 인사들’ 아트로직스페이스(2023)
‘남아있는 것들’ H.아트브릿지(2022)
‘이토록 변하지 않는 삶의 조각’ 갤러리도스(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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