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호 교수의 대중 범죄학> 구속영장 실질 심사 유감

  • 이윤호 교수
2026.02.23 14:02:25 호수 1572호

스토킹 범죄자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고, 결과적으로 피해자가 살해되거나 심각한 범죄 피해를 당하는 등 불행한 사건들이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 이로써 구속영장의 발부 및 기각에 대한 국민적 관심도 커지고 있다. 인신의 구속은 그 목적이 형사소송의 진행과 형벌의 집행을 확보하는 것이다.



‘구속’이란 피의자나 피고인의 자유를 제한해 수사기관이나 법원에 출석을 보장하고, 증거인멸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수사와 심리를 방해하지 못하도록 함으로써 확정되는 형벌의 집행을 확보하기 위한 절차다.

당연히 구속은 구금과 그로 인한 자유의 제한을 초래함으로, 최소한의 범위에서 마지막 수단이 돼야 한다. 이를 위해 법은 구속 요건을 매우 까다롭게 정하기 마련이다.

먼저 죄를 범했다고 의심되는 명확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좁은 의미에서의 구속 사유, 즉 주거가 일정하지 않거나 증거인멸의 염려, 도주의 우려, 구속으로 얻을 수 있는 공공의 이익이 개인의 인권과 권리의 제한보다 클 것을 요구하고 있다.

1997년 구속 전 피의자 심문 제도가 시행되면서 구속영장의 기각률이 상당히 높아졌다. 2007년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구속 사유의 판단 때 범죄의 중대성 등 필요적 고려 사유를 추가했음에도 높은 기각률의 추세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고 한다.

이 같은 추세는 피의자 인권과 권리의 보호라는 측면에서 대단한 진전이며 또 꼭 필요한 발전이라고 할 수 있지만, 반대로 피해자 입장에서는 전혀 사정이 다르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나치게 엄격한 구속영장 발부 조건과 심사로 기각률이 높아진다는 것은 피해자에게는 사법 정의나 사법제도에 대한 불신은 물론, 더 심각하게는 피의자로부터의 보복이나 재범의 위험성에 그대로 노출되고, 결과적으로 더 큰 피해를 당할 수 있다.

아마도 이런 실상은 지금까지의 사법제도와 관행들이 전적으로 피의자, 범법자, 가해자 중심으로 이뤄져 온 데 기반할 것이다. 불행하게도 피해자는 전혀 고려되지 않고 존재하지도 않거나 ‘잊힌 존재’였기 때문이다.

피해자를 지향하고 피해자가 중심이 되는 사법제도와 관행이라면 구속영장 실질 심사에서도 가해자 중심으로, 재판의 진행이라는 측면만이 아니라 구속에 따르는 이익과 비용이라는 측면에서 고려돼야 할 조건들도 있다는 것이다.

구속영장이 발부되거나 기각되는 데 따른 결과에 대한 비교 효과와 영향이다. 영장의 기각으로 또 다른 범죄, 피해자나 증인 등에 대한 보복성 범죄와 재범 및 피해의 우려가 그것이다.

실제로 미국의 예방적 구금 제도가 바로 이 같은 우려에서 나온 보완책이라고 할 수 있다. 영장을 발부해 인신을 구속하는 것이 재판과 형벌의 집행을 위하는 주요 목적이기도 하지만, 구속되지 않아서 발생할 수 있는 재범을 사전에 예방하는 것은 더 중요하다.

이는 최근 빈발하고 있는 스토킹 범죄나 친밀한 관계자 폭력을 비롯한 관계성 범죄가 가장 전형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물론 인신의 구금은 결코 능사가 아니며, 그래서 최소한의 범위에서 마지막 수단이어야 하는 것도 당연하다.

그렇다면 구금의 원래 목적이라고 할 수 있는 재판의 진행과 형벌의 집행 등 사법 절차와 과정을 원활하게 진행하면서 인신의 구속으로 인한 부작용이나 역기능, 예를 들어서 구금으로 인한 사회와의 단절이나 범죄 학습과 전과라는 낙인 등은 최소화할 수 있는 대안은 없는가?

이런 고민에서 발전된 것이 바로 ‘전자감시 가택 구금’이다. 구치소라는 구금시설에 구금하는 대신 피의자의 가택에 구금하고, 교도관 대신 전자 장치를 활용해 구금을 감시하자는 것이다. 이것이 최근 우리도 활용하고 있는 전자발찌의 시작이었다고 할 수 있다.

구속영장의 발부와 기각을 심사하고 결정할 때는 인신의 구속은 최소화하더라도 재판 등 사법 절차와 과정은 원활하게 진행하면서도 피해자와 증인 또는 사회 일반에 대한 보복성 범죄와 재범의 우려도 중요한 결정 요소로 고려돼야 한다.

사법제도와 피의자의 편의 및 권리만이 아니라 피해자의 인권 및 권리 보호도 충분하고 중요하게 고려되는 영장 실질 심사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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