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독점 벽’에 갇혀버린 밀라노코르티나동계올림픽

2026.02.11 14:58:29 호수 0호

올림픽은 전 세계인의 축제다. 국가와 이념, 세대를 넘어 모두가 함께 즐기는 공공재적 성격의 이벤트다. 특히 동계올림픽은 한국에서 각별한 의미를 가진다. ‘피겨 여왕’ 김연아, ‘빙속 여제’ 이상화, ‘빙속 황태자’ 모태범, ‘스켈레톤 금메달 리스트’ 윤성빈, 쇼트트랙 대표팀 등 수많은 영웅들이 탄생하며 국민적 열광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이번 2026코르티나담페초동계올림픽(이하 코르티나올림픽)은 벌써 닷새가 지났으나 과거와 같은 분위기는 좀처럼 감지되지 않고 있다. 그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는 것이 바로 JTBC의 독점 중계 구조다.

물론 독점 중계 자체가 문제의 전부는 아니다. 방송사는 정당한 비용을 지불하고 중계권을 확보한다. 시장 논리로 보면 이는 계약의 결과로, 절대 비난의 대상이 돼선 안 된다.

그러나 올림픽은 단순한 상업 콘텐츠가 아니다. 월드컵과 더불어 가장 공공성이 강한 글로벌 스포츠 이벤트다. 이처럼 공공적 성격이 짙은 행사를 특정 채널 하나에 묶어두는 것이 과연 국민적 접근성과 관심을 높이는 방식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과거 KBS, MBC,SBS 지상파 3사가 나눠 중계하던 시절을 떠올려보자.

각 방송사들은 각자의 해설진과 편성 전략으로 경쟁했고, 이는 자연스럽게 홍보 경쟁으로 이어졌다. 뉴스, 예능, 교양프로그램에서 올림픽 관련 콘텐츠가 쏟아졌고, 선수들의 스토리는 일상 속 대화 주제가 됐다. 채널을 돌리면 어디서든 올림픽 이야기가 흘러나오던 구조였다.


‘과잉 경쟁’이라는 비판도 있었지만, 최소한 관심의 확산이라는 측면에서는 분명한 효과가 있었다.

반면 단일 방송사 독점 체제에서는 이런 파급력이 제한적이다. 홍보의 창구가 줄어들고, 타 방송사는 사실상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뉴스 보도조차 화면 사용에 제약이 따르다 보니 시청자 노출 빈도는 감소한다. 관심은 노출 빈도와 비례한다는 미디어의 기본 원리를 감안하면, 독점 구조는 필연적으로 대중적 열기를 낮출 가능성이 있다.

더욱이 JTBC는 종합편성채널로, 지상파에 비해 기본 시청 도달률에서 차이가 존재한다는 점은 부정하기 어렵다. 케이블·IPTV 환경이 보편화됐다고는 하나, 채널 접근성과 인지도, 연령층별 시청 습관에는 여전히 격차가 있다.

올림픽처럼 전 세대를 아우르는 이벤트는 최대한 넓은 플랫폼에서 노출될 때 파급력이 극대화된다.

독점 구조는 그 확산 경로를 스스로 좁히는 선택이 될 수 있다.

또 하나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은 ‘공영성’의 문제다. 한국 방송법 체계에서 공영방송은 국가적 주요 행사에 대한 보편적 시청권 보장을 중요한 책무로 본다. 물론 법적으로 올림픽이 반드시 지상파 공동 중계 대상이라는 규정은 없지만, 사회적 기대는 존재한다.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영방송이 사실상 배제되고, 유료 플랫폼 기반 채널이 전면에 서는 구조는 ‘보편적 접근권’ 측면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독점 중계는 콘텐츠 완성도 측면에서도 양면성을 지닌다. 한 방송사가 모든 제작 역량을 집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경쟁 부재는 긴장감을 떨어뜨릴 수 있다. 다양한 해설 스타일, 복수의 중계 관점, 차별화된 편집 방식이 사라지면 시청자는 선택권을 잃는다.

스포츠는 본질적으로 다층적 해석이 가능한 콘텐츠다. 한 목소리만 남는 구조는 다양성을 제한한다.

코르티나올림픽이 진행 중인 현재 대중적인 이슈나 화제 면에서 볼 때 과거 평창이나 밴쿠버, 소치 때만 못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에는 경기 종목 흥행 요인, 스타 선수 부재, 국제 정세 등 여러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미디어 노출 감소 역시 무시할 수 없는 변수다. 관심은 자연 발생하지 않는다. 반복 노출과 경쟁적 홍보, 사회적 담론 형성이 만들어낸 결과다.

올림픽은 특정 방송사의 ‘상품’이기 이전에 국민적 문화자산이다. 중계권 계약이 시장 원리에 따라 체결됐다고 하더라도, 공공성과 확장성을 어떻게 보완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별개의 문제다.

예를 들어 주요 경기의 부분적 공동 중계, 뉴스 화면 사용 완화, 디지털 플랫폼 무료 클립 확대 등 다양한 방식의 접근성 개선이 가능하다. 독점이 곧 배타적 독점이어야 할 이유는 없다.

이번 코르티나올림픽이 한국 사회에서 다시 한번 겨울 스포츠의 열기를 불러일으키기 위해서는 중계권 구조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 시청률과 광고수익이라는 상업적 가치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영역이 분명히 존재한다. 국민적 축제를 ‘채널의 울타리’ 안에 가두는 순간, 그 열기는 자연히 식어갈 수밖에 없다.

올림픽은 경쟁의 장이지만, 중계만큼은 독점이 능사가 아닐지도 모른다. 지금 필요한 것은 계약의 정당성을 넘어, 공공적 가치와 접근권을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가에 대한 성찰이다. 코르티나의 설원 위에서 펼쳐질 선수들의 땀과 도전이 특정 채널의 시청률 그래프가 아니라, 국민적 공감과 열광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kangjoomo@ilyosisa.co.kr>

 

저작권자 ©일요시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Copyright ©일요시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