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호 교수의 대중 범죄학> 도덕과 범죄 사이

  • 이윤호 교수
2026.02.10 08:53:43 호수 1570호

역사를 거슬러 지도자들의 비리와 부정한 행위들이 보도될 때마다 당사자들은 법을 어기지는 않았다고들 자신과 자신의 행위를 방어한다. 불법은 없었다는 것이 그들의 일성이다. 물론 자신의 행위가 불법은 아니라면 왜 그들의 행위가 비난을 받고 사건이 되는 것인가?



아마도 범죄와 도덕의 불편한, 불분명한 관계나 서로 다른 생각 때문이 아닐까? 부도덕할지는 모르지만 범죄는 아니라는 생각과 그럼에도 문제라는 생각이 충돌하는 것이다.

흔히들 범죄 행위는 모두가 부도덕한 것으로 단정한다. 실제로 도덕성은 형법과 종종 중첩, 중복되는 것이 사실이다. 형법의 위반을 부도덕한 행위로 보는 것이 보편적이고 타당하다. 그러나 문제는 세상에는 그처럼 보편·타당한, 그래서 모든 사람이 동의하고 합의하는 보편적 도덕 규범은 찾기 힘들다는 것이다.

합의론과 갈등론이라는 형법의 근원을 보는 두 가지 전혀 다른 시각이 있지만, 법의 현실은 갈등론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합의론이란 모든 구성원들이 합의하는 가치와 규범이 있으며, 그것이 곧 법이라는 시각인 반면, 갈등론은 구성원 모두가 합의할 수 있는 가치와 규범만 있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갈등하기 마련이고 갈등이 발생할 때 이를 통제하는 수단이 곧 법이라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인종, 문화, 종교, 정치적 이념, 사회·경제적 계층 등 사회의 다양성을 감안한다면 합의론보다 갈등론에 더 가까운 세상을 사는 우리에겐 도덕성과 범죄성이 항상 일치할 수만은 없지 않을까?


실제로 형법이라고 모든 도덕적으로 잘못된 것을 다 처벌하지 않는다. 물론 도덕성과 범죄가 겹치는 부분도 있고, 전혀 다른 별개의 부분도 존재한다. 일부 부도덕한, 도덕적으로 잘못된 행위임에도 법률적으로 잘못된 범죄 행위가 아닌 경우도 있다.

반대로 법률적으로는 잘못된 범죄 행위임에도 도덕적으로는 비난받을 만한 부도덕한 행위가 아닌 경우도 있다. 법의 근원에서 합의론처럼 우리 모두가 합의할 수 있는 도덕 규범이 있다면, 도덕과 범죄의 간극이 더 좁아지고 불일치도 없어질 수 있을 것이지만, 도덕과 규범이 다양하게 혼재하는 세상에서는 기대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모든 부도덕한 행위, 모든 비윤리적인 행위가 다 범죄는 아니며, 따라서 부도덕성과 비윤리성이 범죄성과 동일하지 않다. 반면 부도덕하고, 비윤리적이지만 여전히 범죄가 아닌 행위도 있다. 이와는 반대로, 범죄 행위지만 부도덕하거나 비윤리적이지 않은 것도 있고, 범죄라고 다 부도덕하고 비윤리적이지 않은 경우도 없지 않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간통이 예전에는 범죄였지만 현재는 범죄가 아니다. 예전에 범죄로 규정했을 때는 당연히 도덕성과 범죄성이 중첩되는 상황이었다면 범죄가 아닌 현재는 간통이 부도덕하다 해도 범죄로 책임을 묻지는 않고 있다.

또 다른 예로, 성별, 연령, 계층, 인종, 문화, 종교 등 각 분야에서의 각종 차별은 도덕적으로 비난받지만, 여전히 범죄로 규정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와는 달리, 범죄로 규정됨에도 도덕적으로 크게 비난받지 않는 경우도 있다. 대부분의 과실에 의한 범죄가 이에 해당될 것이다. 물론 살인과 같은 범죄는 도덕적으로도 부도덕함과 동시에 범죄로도 규정되고 있다. 이처럼 도덕성과 범죄성은 서로 다르게 분류될 수 있어서 도덕성과 범죄성이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문제는 바로 우리가 ‘범죄를 어떻게 규정하고 정의하는지가 범죄 정의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즉, 지금 우리는 범죄를 엄격하게 법으로만 규정한다는 부분이다. 인간의 모든 행위를 법으로 다 규정할 수 있을까? 불행하게도 도덕성을 모두가 합의할 수 없다면 도덕과 범죄 사이에는 틈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리고 때로는 법보다 윤리와 도덕이 우선돼야 할 때도 있다. 이런 관점에서 일각에선 범죄를 비교적 폭넓게 규정하자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성차별이나 인종차별과 같이 현재는 법적으로 범죄로 규정되지 않는 모든 인권침해 행위를 범죄로 규정하자는 주장이 대표적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도덕성과 범죄 불일치를 해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보다 더 관의로 범죄를 규정하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는데, 바로 사회에 해를 끼친 모든 행위로 범죄 규정을 확대하자는 주장이다. 두려움으로부터의 자유라고 할 수 있는 안전을 기준으로 규정한다면 환경이나 재난에도 포괄적으로 범죄로 규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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