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인데⋯” 가정폭력 아내에게 아이 뺏긴 남편 사연

2026.02.09 17:24:02 호수 0호

“가해자가 등본 열람 제한”
행정청 “직권 취소 어려워”
주민등록법 사각지대 뚜렷

[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아내의 허위 가정폭력 피해 주장으로 자녀의 소재조차 확인할 수 없게 됐다는 한 아버지의 사연이 알려져 안타까움을 전하고 있다.



 지난 8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피눈물로 호소합니다] 제발 도와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이 게시됐다.

  신을 서울에 거주하는 두 아이의 아버지라고 밝힌 작성자 A씨는 “대한민국 법과 행정이 진짜 아빠의 눈을 가리고 범죄 혐의자의 거짓말을 보호하고 있다”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A씨 주장에 따르면, 그는 아내 B씨로부터 아동학대범으로 신고당했으나 경찰 및 검찰 조사 결과 최종 ‘혐의없음(무죄)’ 처분을 받았다. 반면 아내 B씨는 경찰 수사 결과 ‘가정폭력 혐의’가 인정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된 상태다. 

문제는 B씨가 아이들을 데리고 집을 나간 뒤, 자신의 가정폭력 피의 사실을 숨기고 가정폭력상담소를 찾아가 상담을 받았다는 점이다. A씨는 “아내가 거짓 눈물 연기로 ‘상담 사실 확인서’를 발급받았고, 이 종이 한 장을 주민센터에 제출해 아이들의 주민등록 열람을 차단했다”고 주장했다.

 현행 주민등록법상 가정폭력 피해자가 상담 사실 확인서 등 소명 자료를 제출하면 가해자로 지목된 상대방이 본인과 세대원의 주소를 열람할 수 없도록 제한할 수 있다. 피해자를 신속하게 보호하기 위한 제도지만, A씨는 이 제도가 악용되고 있다고 지적이다.


 A씨가 자신의 무혐의를 입증하는 수사결과 통지서와 아내의 기소 의견 송치 사실을 들고 주민센터를 찾아가 호소했으나, 돌아온 답변은 “규정상 어쩔 수 없다”는 말뿐이었다.

 그는 “공무원들은 ‘규정대로 처리했으니 더 이상 모른다’ ‘직권 취소는 어렵다. 제한을 건 아내가 직접 와서 해제 신청을 해야만 풀 수 있다’는 말만 반복했다”며 “수사기관이 밝혀낸 진실보다 가해자가 받아낸 상담 확인서 한 장이 더 강력한 권한을 갖는 게 말이 되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가정폭력으로 기소된 아내가 선처를 베풀 리 만무한데, 행정청은 규정 타령만 하며 범죄 혐의자 뒤에 숨어 아빠의 권리를 짓밟고 있다”며 “폭력 혐의로 검찰에 넘겨진 엄마 밑에서 아이들이 안전한지조차 확인할 길이 없다”고 호소했다.

 A씨는 글과 함께 ▲본인의 검찰처분서(혐의없음) ▲경찰 수사결과 통지서 ▲상담소 정정확인서 ▲아내의 수사결과 통지서 등을 증거 자료로 제시했다.

 그러면서 “아내는 보호시설에서도 사실이 발각돼 퇴소당했는데, 주민센터 공무원들만 이를 감싸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은 “응원한다 꼭 이겨내시라” “절대 포기하지 마시길” “얼마나 억울할지 짐작도 하기 어렵다” “이게 대한민국 현실이라니” “억장이 무너질 거 같다” 등의 반응을 보이며 안타까움을 내비쳤다.

 주민등록표 열람 또는 등·초본 교부 제한 제도는 지난 2009년 처음 마련됐다.  피해자가 상담소 확인서 등 관련 서류를 주민센터에 제출하면 가해자의 열람·교부가 제한되는 구조다. 해당 제도는 가정폭력의 급박한 위험으로부터 피해자를 신속히 보호하기 위한 취지로 설계됐으며, 별도의 사실 조사 없이 서류 요건만 갖추면 즉시 처리되는 것이 핵심이다.

 ▲가정폭력 상담 사실 확인서 ▲가정폭력 피해 관련 의료기관 진단서 ▲경찰서장 발급 가정폭력 피해 사실 소명 서류 ▲법원의 임시보호명령 또는 보호명령 결정문 중 단일 서류 한 장만으로도 즉시 신청이 가능하다.

 과거에는 상담 사실 확인서와 함께 병원 진단서나 경찰 확인서 등 추가 서류를 같이 제출해야 했으나, 피해자의 신속한 보호를 위해 행정안전부에서 단일 서류만으로도 즉시 신청할 수 있도록 2022년부터 요건이 대폭 완화됐다.

 문제는 사후 구제 절차의 경직성이다. A씨는 경찰과 검찰에서 ‘혐의없음’ 처분을 받았고, 역으로 아내가 가해자로 기소된 수사 결과를 제시했다. 상식적으로는 즉각 열람 제한이 해제돼야 마땅하다.


그러나 일선 행정 공무원들은 행정안전부의 운영 지침(매뉴얼)을 이유로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현행 지침상 열람 제한을 해제하려면 피해자(신청인)가 직접 해제를 신청하거나, 가정폭력이 없었음을 증명하는 ‘확정 판결문’ 등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수사기관의 불기소 결정서나 혐의없음 통지가 있더라도, 공무원 재량으로 제한을 직권 취소하게 되면 사후 책임의 문제가 뒤따를 수밖에 없는 구조다.

결국 A씨는 검찰 무혐의 통보서가 나와도 몇 년이 걸릴지 모르는 행정소송이나 가정폭력 관련 소송의 대법원 확정 판결을 기다려야만 아이들의 주소를 알 수 있는 ‘시간의 감옥’에 갇히게 된 셈이다.

당초 기존 주민등록법에는 가정폭력 범죄와 관련한 등·초본 교부 제한 신청에 관한 근거만 있었을 뿐, 해제에 대한 법적 근거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일선 민원 현장에서 오랜 기간 혼란이 발생해 왔다는 게 행안부의 설명이다.

대표적으로 교부 제한을 신청한 사람이 사망했을 경우, 상속 절차 등에서 사망자의 등·초본을 교부받을 수 없는 문제가 반복됐다. 즉, 잠글 수 있는 법은 있되 열 수 있는 법은 없는 ‘반쪽짜리 제도’가 수년간 운용돼 온 것이다.

이에 2023년 12월 국회에서 주민등록법이 개정돼 교부 제한을 해제할 수 있는 근거가 비로소 신설됐지만, A씨에게는 해당 사항이 없는 내용이다.

개정법과 시행령이 상정한 해제 사유는 크게 두 가지다. 피해자(신청자) 본인이 직접 해제를 신청하는 경우, 피해자가 사망하는 등 본인이 신청할 수 없는 ‘불가피한 사유’에 해당하는 경우다. 그런데 이 두 가지 경우 모두 ‘신청인이 진짜 피해자’라는 전제 위에 서 있다.

A씨처럼 교부 제한을 신청한 사람 자체가 가정폭력 가해자이고, 오히려 제한 대상자(A씨)가 검찰 수사 결과 무혐의 처분을 받은 진짜 피해자인 경우는 어디에도 규정돼있지 않다. 즉, 가해자가 피해자를 가장해 제도를 악용한 경우에 대한 직권 해제나 이의신청 절차가 여전히 부재한 것이다.

물론 보호 대상이던 피해자가 가해자로 판명되는 상황은 이례적이다. 다만, 이번처럼 제도의 허점에 갇힌 피해자를 돕기에는 현행법이 가진 구조적 한계가 뚜렷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이에 법조계에선 최소한의 사후 검증 절차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수사 결과가 확정됐거나, 상담소 확인서의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는 점이 확인된 경우에는 행정기관이 직권으로 재검토할 수 있는 제도적 근거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피해자 보호 원칙은 유지하되, 수사 결과나 법원 판단이 명확히 나온 사안에 대해선 일정 요건 아래 행정 조치를 재심사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일요시사>는 9일 A씨에게 사실관계를 질의하기 위해 취재를 시도했으나 끝내 연락이 닿지 않았다.

다만 그가 이전에 같은 커뮤니티에 작성한 글에 따르면, 사건의 발단은 2024년 10월29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A씨는 지난해 5월 작성글에서 “그날 아내와 말다툼이 있었고, 아내의 전 남편 자녀가 이를 몰래 촬영했다”며 “그러나 영상에는 아내의 욕설은 빠지고 제가 큰소리를 내는 장면만 담겼다”고 주장했다.

이 영상을 근거로 A씨는 아동학대 혐의 피의자로 구청과 경찰의 조사를 받게 됐으나, 최종적으로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고 밝혔다.

A씨는 자신이 뇌경색으로 인한 편마비 환자임을 강조하며 “저는 가정폭력을 저지를 힘도 능력도 없는 사람”이라고 호소했다.

그는 오히려 B씨가 시어머니에 대한 폭력과 흉기를 이용한 위협, 아이 앞에서의 자해 등 A씨와 자녀에 대한 지속적인 정서적 학대를 저질러 왔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구청 조사에서는 B씨가 ‘피의자’로 분류됐고, 경찰에서도 ‘참고인’이 아닌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았다는 게 A씨의 설명이다.

A씨는 “아내는 병든 남편과 살기 싫다며 지속적으로 이혼을 요구해 왔고, 과거 흉기로 위협하거나 아이 앞에서 자해하고, 본인의 어머니에게도 폭력을 행사했던 인물”이라며 B씨의 여성 쉼터 입소 자격에 대해서도 강한 의문을 제기한 바 있다.

<jungwon933@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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