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대한민국 영업사원 1호, 강훈식

2026.02.03 09:25:23 호수 0호

전 정부선 대통령이, 현 정부에선 비서실장이 뛴다

지난달 31일 입국한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은 인천국제공항에서 “노르웨이와 1조3000억원 규모의 천무 수출 계약을 최종 체결했다”고 밝혔다. 대통령 특사라는 형식을 취했지만 그가 수행한 임무의 본질은 국가 세일즈였다.



이는 단순한 방산 수출 소식이 아니라 대통령실이 의전 중심에서 계약 중심으로 이동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었다.

필자는 해외 방문을 마치고 입국하지마자 기자들 앞에서 성과를 발표하는 강훈식 비서실장을 보면서 그는 더 이상 대통령의 그림자가 아니라 대한민국을 대표해 세계를 상대로 계약을 따오는 대한민국 영업사원 1호라고 생각했다.

윤석열정부 시절 대통령은 스스로를 “대한민국 영업사원 1호”라고 부르며 해외 정상과 기업인을 만나 투자와 수출을 직접 챙겼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대통령은 국내 정치와 행정의 중심을 비우는 부담을 함께 떠안아야 했고 비서실장은 청와대에 묶여 정무를 관리하는 내부 관리자 역할에 머물렀다.

정작 해외에서 뛰어야 할 최고위 참모는 국내에 남아 있는 구조였다.

이재명정부는 이 구조를 반대로 뒤집어 대통령이 국내의 경제·부동산·관세·정치 현안을 직접 챙기고 비서실장을 해외로 내보내 국가 산업과 방산을 전면에 내세워 영업하게 했다. 그 결과 외교적 수사보다 계약이 돌아오고 의전보다 숫자가 쌓이기 시작했으며, 대통령실 역시 이제 정치적 메시지가 아니라 경제적 실적으로 평가받는 구조로 이동하고 있다.


강 실장의 특사 외교는 지난해 10월 전략경제협력 대통령 특사로 임명되면서 본격화됐다. 그는 동유럽과 북유럽을 5박3일 일정으로 훑으며 폴란드·루마니아·노르웨이를 연쇄 방문해 천무를 중심으로 한 한국 방산의 성능과 정부 차원의 전폭적 지원 의지를 전달하는 국가 영업 활동을 전개했다.

방산은 단순한 무기 판매가 아니라 유지·보수·공동 생산·기술 이전까지 포함하는 장기 산업 계약이기 때문에 사전 영업 단계가 없으면 어떤 수주도 성립할 수 없다. 그래서 당시의 순방은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했으며 그로부터 약 100일 뒤 노르웨이에서 1조3000억원 규모의 계약이 성사된 것은 필연에 가까웠다.

노르웨이 성과는 우연이 아니라 현지 도착 직후 국방부 차관과 외교 장관, 총리를 차례로 만나 북유럽 안보 환경과 억지력 개념, 산업 협력 구도를 입체적으로 설명하고 대통령 친서를 전달해 정치적 신뢰까지 완성한 치밀한 설계의 결과였다. 즉 이 계약은 단발성 수출이 아니라 산업 동맹의 출발점이 됐다.

그 결과 스웨덴과 덴마크에서도 한국 방산을 검토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노르웨이 계약은 북유럽 전체로 확장되는 교두보가 됐고, 유럽 시장에서 개별 국가가 아니라 권역 단위 시장으로 진입하기 시작했다. 이는 한국 무기가 ‘특정 국가의 선택’이 아니라 ‘지역 안보 체계의 표준 옵션’으로 격상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번 캐나다·노르웨이 순방 역시 이 연장선에서 진행돼 최대 60조원 규모의 초계 잠수함 프로젝트가 걸린 캐나다에서 강 실장은 기술 비교가 아니라 정부와 민간이 함께 움직이는 산업 협력 패키지를 제시했다. 그 결과 캐나다 총리와 기업들로부터 한국에 대한 적극적 관심을 이끌어냈다.

이 모든 일정은 지난 4개월 동안 이어진 국가 영업 로드맵으로써 지난해 10월의 시장 개척, 올해 1월의 계약 체결, 현재의 초대형 프로젝트 결선 단계가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돼 폴란드 5조6000억, 노르웨이 1조3000억, 캐나다 60조 프로젝트로 이어지고 있다.

이는 한국 방산이 우연이 아니라 시스템으로 수주를 만들어내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 과정에서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은 비서실장의 역할로서 과거에는 대통령의 그림자로 청와대 안에서 수석비서관을 관리하고 보고서를 정리하던 내부 관리자였던 비서실장이 이제는 해외에서 총리와 협상하고 대통령 친서를 들고 다니는 전권 대리인으로 바뀌었다는 점이다.

일부에서는 비서실장이 해외에 나가 있으면 청와대가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하지만 이정부는 대통령이 직접 수석과 장관을 챙기며 실시간으로 의사결정을 내리는 구조로 운영되고 있어 기업에 비유하면 사장이 팀장을 직접 불러 현안을 처리하는 방식과 같다.

그래서 비서실장의 해외 영업은 공백이 아니라 속도를 만든다.


특히 이번 영업이 더 큰 의미를 갖는 이유는 아이템이 방산이라는 점이다. 방산은 조선·철강·전자·소프트웨어·금융이 결합된 국가 핵심 산업이며 한번 계약이 체결되면 수십년 동안 돈과 기술, 일자리가 함께 움직이기 때문에 이 영업은 장관이나 차관이 아니라 대통령급 인사가 해야만 성립된다.

윤정부가 국가 산업에 대한 영업을 대통령 개인의 돌파력에 의존했다면 이정부는 비서실장을 내세워 대통령과 역할 분담을 통해 국가 전체를 하나의 영업 조직처럼 운영하고 있다. 이정부가 한국 외교와 산업 전략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는 증거다.

강 실장의 지난 4개월은 그 변화의 성적표 숫자가 말하고 계약이 증명하듯 대한민국은 이제 기다리는 나라가 아니라 국가 산업을 들고 세계를 상대로 파는 나라가 되고 있다.

강 실장이 노르웨이에서 1조3000억원 계약이라는 성과를 들고 귀국한 바로 그날, 이 대통령은 X(옛 트위터)를 통해 “부동산 정상화는 5000피, 계곡 정비보다 훨씬 쉽고 더 중요한 일”이라며 주거 시장 개혁에 대한 강한 의지를 밝혔다.

대통령실이 해외에선 수출을, 국내에선 집값과 경제 안정을 동시에 붙들고 있음을 국민에게 보여준 셈이다.

강 실장의 성과를 치하하고 대대적으로 홍보할 수도 있었던 날에 이 대통령이 오히려 국내 부동산 문제를 정면으로 꺼낸 이 모습은 대통령과 비서실장이 각자의 역할을 나눠 맡아 긴장 속에서 동시에 움직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런 긴장과 역할 분담이 살아 있을 때 권력은 느슨해지지 않고, 국민은 대통령실이 흔들리지 않고 돌아가고 있다고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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