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 전쟁’ 전직 구의원의 토로

2026.01.27 10:06:31 호수 1568호

“결국 돈 많은 놈이 먹는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공천은 선거에서 정당이 공식적으로 후보를 추천하는 것을 뜻한다. 헌금은 종교적인 의미에서 신에게 바치는 돈을 의미한다. 이 두 단어를 합친 ‘공천 헌금’은 공천을 받기 위해 권한을 가진 사람한테 주는 돈이다. 대가성을 띠기에 불법이며 은밀하게 전달된다.



최근 한 정당에서 ‘공천 헌금’ 의혹이 불거졌다. 시의원이 공천을 관리하는 국회의원에게 돈을 건넸다는 내용이다. 해당 인사는 후보 자격에 모자랐지만 공천을 받았고 이후 당선됐다. 이 내용은 한 언론이 돈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는 국회의원과 당시 공천에 관여한 또 다른 국회의원 간의 녹취 음성을 공개하면서 세상에 드러났다.

비일비재

김경 서울시의원은 2022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무소속 강선우 의원에게 공천 헌금 명목으로 1억원을 줬다는 의혹으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소속이던 강 의원은 이 사실이 알려진 이후 탈당했고 제명당했다.

강 의원이 민주당 전 원내대표 김병기 의원(현재 무소속)에게 공천 헌금에 대해 논의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일은 더욱 커졌다.

당시 강 의원은 민주당 서울시당 공천관리위원이었고 김 의원은 공천관리위원회 간사였다. 녹음에서 강 의원은 다주택 문제로 지방선거 공천에서 배제될 것을 미리 안 김 시의원이 강 의원의 지역구 사무국장 남모 보좌관에게 전화해 1억원을 준 사실을 폭로하겠다고 했다고 말한다.


강 의원은 “살려주세요”라며 김 의원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보좌관 남씨는 경찰 조사에서 강 의원이 김 시의원에게 받은 1억원을 전세 자금으로 썼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실제 지난 21일 경찰은 강 의원을 소환해 조사하는 과정에서 1억원의 용처를 집중적으로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김 시의원이 공천을 받은 경위와 강 의원이 돈을 돌려준 과정에 대해서도 물었다.

김 시의원은 앞서 경찰에 제출한 자술서에서 지방선거가 끝나고 수개월 뒤 돈을 돌려받았다고 했는데, 경찰 조사에서 “뚜렷한 이유를 설명하지 않고 (강 의원 측에서) 갑자기 공천 헌금을 돌려줘 의아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한다.

강 의원은 피의자 신분으로 20시간 이상 조사받은 뒤 “성실하게 사실대로 최선을 다해서 조사에 임했다”고 밝혔다.

정당은 선거 때마다 투명성과 공정성을 담보로 한 공천 기준을 세우고 그 잣대에 맞춰 후보를 선발하겠다고 공언한다. 하지만 돈으로 자리를 사려는 시도는 꾸준히 있었고, 몇몇은 투서나 제보 등의 형태로 언론을 통해 폭로됐다.

하지만 김 시의원의 사건만 봐도 공천 헌금이 오간 것으로 추정되는 시기는 2022년 지방선거 전후다. 올해 6월에 지방선거가 치러지는 사실을 고려하면 김 시의원은 임기를 거의 다 채운 셈이다. 그나마도 김 의원의 녹취가 공개되지 않았다면 영원히 드러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었다.

서울의 한 지역에서 구의원을 지낸 A씨는 공천 헌금이 드러나지 않았던 이유가 “너무나 흔한 일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A씨는 개인적인 의견이라고 전제하면서 “강선우 의원 사건은 좀 의아하다. 그런 일이 비일비재한데 왜 그 사람의 경우만 녹취가 나왔냐는 거다. 이슈를 희석하기 위해 (누군가가 녹음본을) 던져준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김 시의원 사건 “의아하다”
시세 있을 정도·갑질 만연

지난 21일 서울의 한 사무실에서 만난 A씨는 “순수하게 정치하는 사람도 물론 있다”면서도 “전국으로 따지면 상당히 많은 수가 공천 헌금을 주고 후보 자리를 받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회의원, 시·도지사 등 광역단체장, 구청장·군수 등 기초단체장, 시의원, 구의원 등 유권자 수가 적을수록 공천 헌금의 영향력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특히 선거에서 정당의 영향력이 큰 구의원의 경우는 공천권을 가진 당협위원장의 입김이 막강하다는 것이다. 일반적인 공천 과정을 묻자 A씨는 “말로만 공천 절차지, 실질적으로는 당협위원장을 비롯한 몇몇이 (공천을) 좌지우지한다”고 강조했다.


공천이 곧, 당선인 일부 지역구 구의원 자리는 경쟁이 치열하다고도 했다.

지방선거는 300명을 선출하는 총선과 비교해 10배가 넘는 인원을 뽑는다. 2022년 제8대 지방선거의 경우엔 단체장, 의원, 교육감 등을 포함해 약 4000여명을 선출했다. 인구수가 적은 지역구는 수천표만 받아도 당선권에 든다. 일부 지역구에선 투표 없이 당선자가 나오는 사례도 존재한다. 결국은 공천이 핵심이라는 뜻이다.

A씨는 “결국은 돈 싸움인데, 당의 지지세가 센 곳은 당선 확률이 크기 때문에 시세가 높다”면서 “이번에 드러난 김경 시의원 지역구는 강서구 아닌가. 거기는 민주당 지지가 강한 지역이라 (돈) 경쟁이 치열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경 시의원이 강선우 의원에게 건넨 돈이 1억원으로 알려져 있는데 약한 편”이라며 “개인적으로 듣기론 2억~3억원”이라고 귀띔했다.

구의원은 3000만원, 구청장은 5000만원 등 ‘급’에 따라 공천 헌금의 시세가 형성돼있다고도 주장했다.

A씨는 “당협위원장 주변에 ‘바람잡이’들이 있다. 누구는 얼마를 했는데, 얼마가 필요한데 같은 말을 하는 사람들”이라며 “예를 들어 누군가가 3000만원을 줬는데, 다른 사람이 5000만원을 내면 그 사람에게 공천을 준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천 헌금 문제가 외부로 잘 알려지지 않는 이유는 그것이 1대 1 거래인 것도 있지만, 공천받지 못한 경우에는 대부분 돈을 돌려주기 때문”이라며 “다시 말해 돈을 준 사람이나 받은 사람이나 이득을 얻는 구조라 특정한 상황, 즉 공천을 받지 못했는데 돈을 돌려주지 않는 일이 일어나지 않는 한 바깥으로 드러나지 않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동시에 일단 공천을 받으면 쓴 돈 이상으로 뽑아낼 가능성이 크다고도 했다.

A씨는 “최근 김경 시의원에 대한 언론 보도를 보면 가족회사 논란이 나오고 있지 않나. 그 자리에 앉으면 생각보다 할 수 있는 일이 많다”며 “구의원은 시의원과 비교해 권한이 작지만 들인 돈(공천 헌금) 이상으로 충분히 챙길 수 있다”고 주장했다.

공천권을 쥐거나 영향력을 가진 사람이 ‘갑’, 받고자 하는 사람이 ‘을’이 되다 보니 갑질도 만연하다고 말했다. A씨는 “‘너, 공천 안 준다?’ 그 말이면 충분하다. 밥 사주고 술 사주는 건 기본에 애경사에 돈도 대신 내준다. 출판기념회를 하면 책도 100권씩 산다. 기본적으로 돈이 없으면 못한다”고 고개를 저었다.


A씨는 선거 구조와 공무원 조직이 동시에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구의원을 지내긴 했지만 실질적으로 하는 일은 많지 않다. 시의원 수를 늘리고 구의원을 없애는 방향으로 선거개혁이 이뤄지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구의원이 ‘완전 머슴’이라면 시의원은 ‘반만 머슴’이다. 당협위원장의 영향력에서 그나마 시의원이 좀 더 자유롭다는 뜻이다. 하지만 당협위원장 입장에서는 둘 다 머슴이니 없애고 싶지 않을 것”이라며 웃었다.

안 걸린다

이어 “기초의원이나 단체장은 4년에 한번씩 물갈이되는데 공무원 조직은 몇십년 동안 그 자리에 있다. 의회에 처음 입성하는 초선 의원은 공무원이 그동안 해온 방식대로 끌려갈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올바른 방향으로 못 가는 경우가 생긴다. 유권자, 공무원 조직이 다 바뀌어야 지방의회가 투명해지는데, 그게 가능할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쉬었다.

<jsjang@ilyosisa.co.kr>

 

저작권자 ©일요시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Copyright ©일요시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