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갤러리현대가 새해 첫 전시로 조선의 민화와 궁중화의 미적 가치를 살피는 ‘장엄과 창의: 한국 민화의 변주’를 개최했다. 한국 전통 회화의 고유한 형식과 정신, 미적 감각을 바탕으로 동시대적 회화 세계를 구축하며 활동 중인 작가의 작업을 선보이는 ‘화이도’도 동시에 진행한다. <일요시사>가 2주에 걸쳐 두 전시를 소개한다.
‘장엄과 창의: 한국 민화의 변주’ 전시는 갤러리현대 본관에서 열린다. 한국 전통 회화 중 조선의 민화와 궁중화의 가치, 아름다움을 27점의 작품을 통해 살핀다. 사회의 신분과 계층으로 구분돼 내용과 형식 면에서 다르게 분류돼 온 두 회화가 시각 언어로서 영향을 주고받으며 변주되고 확장돼 왔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격조와 기풍
민화는 민중의 삶과 이야기, 바람과 해학, 상징과 정서를 자기 언어로 포괄하고 과감하게 변주하는 대담한 상상력과 생명력을 보여준다. 생활의 언어로서 조선 당대 민중의 마음을 표현했다. 친근하면서도 흥미로운 화면을 보여주는 민화는 ‘가장 한국적인 그림’으로 일컬어진다.
반대로 궁중화는 왕실의 권위와 통치의 정당성, 길상과 상질, 의례와 벽사, 규범이 엄격한 형식과 위계를 통해 정제된 미적 완성도를 선보이며 조선의 격조와 기풍을 보여준다.
언뜻 보기에 민화와 궁중화는 철저하게 구분돼 제작되고 이어져온 듯 보인다.
하지만 당시 궁 바깥의 중부 견평방(현재 서울 중구 견지동과 종로구 공평동 일대)에 위치한 도화서와 궁궐을 오가며 근무했다는 사실, 이번 전시에 민화로 소개된 ‘봉황공작도’ 작품이 화면의 크기와 완성도 면에서 당대 최고의 기량을 가진 궁중 화원이 그렸을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로 유추해본다면 민화와 공중화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은 점이 확인된다.
또 조선 후기로 접어들면서 자본의 가치와 의미가 커짐에 따라 궁중화의 스케일과 완성도를 갖춘 민화가 등장하기도 했다.
궁중의 도상과 형식이 민화로 스며들어 생활의 정서와 상상력 속에서 새롭게 발현됐고 민화의 상상력에서 오는 활발한 구성과 힘이 다시 궁중화의 화면에 감각적으로 자극을 줬다. 이번 전시는 한국 전통 회화인 민화와 궁중 회화의 아름다움을 살피는 것 너머에서 두 회화의 소통을 조명한다.
본관 1층 전시장에서는 궁중화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쌍룡희주도’와 고구려 고분 벽화는 물론 조선에서 수호적, 마귀를 쫓는 의미의 벽사적 의미로 등장했던 사수도의 18세기 ‘현무’와 ‘주작’, 나아가 조선 사대부와 같이 권력을 누린 관료직인 벽사의 의미와 권력을 상징하는 의미로 소장했으나 민화의 범주로 구분되는 범을 주제로 한 작품이 소개된다.
신분과 계층으로 구분
서로 영향 주고받았다
우리나라에는 대문이나 문설주에 벽사의 그림을 그려 도둑과 화재, 악귀를 물리치는 풍습이 있었다. 올해 첫 전시인 만큼 이 풍습에 기대 용과 범의 작품을 소개함으로써 올 한해 관람객의 액운을 막고 복을 기원하는 의미를 전시 설치에 담았다.
안쪽 1층 전시장에서는 궁중화의 전형을 보여주는 거대한 병풍 네 점을 만나볼 수 있다. 이 병풍들은 크기 면에서 민화와 뚜렷이 구분되는 대형 스케일을 자랑하며 주제 또한 궁중의 쓰임을 위해 정해졌다. ‘십장생도’는 사슴·학·소나무·불로초·대나무·거북·물·구름·산·해 등 열 가지 장수 상징을 한 화면에 담아 장수와 복을 기원한 대표적인 길상화다.
새해를 축복하는 세화로 제작되거나 궁중 연향에서 왕비 자리 뒤에 설치돼 왕실의 권위와 장수를 기원하는 장엄 장치로 쓰였다.
2층 전시장은 압도적 규모와 세련미가 돋보이는 궁중화와는 다른 매력을 지닌 창의적인 민화 작품으로 구성했다. 민화는 전통 회화 안에서도 유난히 자유로운 상상력으로 익숙한 전통 이미지를 동시대적으로 풀어낸 그림이다. 민중의 삶과 이야기, 바람과 해학, 상징과 정서를 자기 언어로 끌어안아 과감하게 변주해 왔다.
민화의 창의성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화조산수도’가 있다. 극적인 대비를 보여주는 구도뿐만 아니라 민화 특유의 단순화와 과장, 은근한 해학으로 생동감을 담았다. 채색은 붉은색과 갈색을 중심으로 두고 절제하면서도 리듬감 있게 화려함을 살렸다. 기차라는 근대적 표상이 등장하는 것으로 보아 제작 시기는 일제강점기로 추정된다. 전통의 어법으로 근대의 풍경을 끌어안은 시대의 경계 위에 선 민화다.
생활의 언어
민화는 ‘한국성’이라는 정서와 서사가 깃든 작품으로, 일상의 소망과 풍자, 웃음과 눈물이 생생하게 담겨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병풍과 족자로 활용됐다. 공간을 장식하기 위해 문양과 장식 무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화면을 밀도 있게 구성해 시각적인 효과와 상징, 은유의 레이어를 동시에 담아냈다. 또 색채는 맑고 밝게, 때로는 과감할 만큼 다채롭게 펼치며 공간의 분위기를 명랑하고 생기 있게 변화시키기도 한다. ⓒ자료·사진=갤러리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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