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에 내린 전세기는 단순한 귀국편이 아니었다. 캄보디아에서 붙잡힌 한국인 보이스피싱·성착취 조직원 73명이 체포된 채 들어오는 순간, 이 비행기는 국제사기 범죄에 대한 국가의 의지를 실어 나르는 공중 수사실이 됐고, 국적기 안에서 체포영장이 집행된 장면은 이 범죄를 더 이상 방치하지 않겠다는 선언이었다.
869명의 한국인을 속여 486억원을 빼앗고, 딥페이크·로맨스 스캠·인질 협박까지 동원한 조직이 국경을 넘어 추적되고, 국적기 안에서 체포되는 모습은 보이스피싱이 더 이상 ‘전화 사기’가 아니라 ‘국가 안보형 범죄’임을 보여준다.
범죄는 이미 산업화됐고, 피해는 개인의 삶을 넘어 사회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단계로 진입했다.
이번 작전이 갖는 의미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경찰청·법무부·외교부·국정원이 하나의 범정부 태스크포스(TF)로 묶여 움직였고, 캄보디아 현지에 파견된 코리아 전담반과 국제 공조망이 장기간 추적 끝에 조직의 실체를 포착했다.
국가가 부처의 경계를 허물고 하나의 전쟁 조직으로 작동한 사례다.
그 결과는 73명 집단 송환이라는 사상 최대 규모의 성과로 나타났다. 이재명정부가 말로만 강경 대응을 외친 것이 아니라, 조직·정보·외교·사법을 하나의 체계로 묶어 실제 작전으로 구현했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은 전환점이다. 범죄 조직이 국가의 분절된 행정 틈새를 이용하지 못하게 한 첫 사례이기도 하다.
이재명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보이스피싱은 국제사기 행각”이라고 규정하고 국정원에 별도 지시를 내린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연변 사투리를 흉내 내는 소규모 범죄가 아니라, 해외 스캠 단지에서 운영되는 초국가적 범죄라는 인식이 정부의 출발점이 된 것이다.
실제로 한국인들이 해외에서 감금·고문을 당하며 전화를 걸고, 딥페이크 얼굴로 연애를 가장해 노후 자금을 털어가는 구조는 기존의 국내 수사 체계로는 대응할 수 없다. 범죄가 이미 국경을 넘어 움직이기 때문에, 국가 역시 국경을 넘는 방식으로 대응해야 한다.
그래서 이번에는 TF가 만들어졌고 국정원이 움직였으며 외교 채널과 전세기까지 동원됐다. 이번 송환 작전은 단순한 범죄인 인도가 아니라, 보이스피싱을 더 이상 치안 문제가 아니라 국가 차원의 전면전 대상으로 규정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신호였다.
그 순간부터 이 범죄는 개인의 불운이 아니라 국가가 책임져야 할 안보 위협으로 전환됐다.
그러나 범죄와의 전쟁은 해외에 있는 조직을 잡아오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전화 한 통, 문자 한 줄로 무너지는 피해는 지금 이 순간에도 국내에서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선은 자연스럽게 금융과 통신, 그리고 기술의 영역으로 확장될 수밖에 없다.
이 지점에서 이날 카카오뱅크가 발표한 ‘SurPASS’와 AI 보이스피싱 탐지 시스템은 전략적 의미를 갖는다. 통신사와 KCB 연동 인증과 유심·통화 패턴 분석, 셀카 인증까지 결합한 FDS가 의심스러운 거래를 사후가 아니라 사전에 멈추도록 설계되면서 금융이 범죄를 뒤쫓는 구조에서 먼저 차단하는 구조로 바뀌고 있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지난 한 해 동안 385억원의 피해를 막아냈다는 수치는 이 같은 변화가 이미 현실에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은행은 더 이상 사기 발생 후 배상하는 기관이 아니라, 범죄가 성립되기 전에 거래를 차단하는 방어선으로 이동하고 있다. 금융 시스템의 역할 자체가 바뀌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은행의 진화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보이스피싱은 악성 앱 설치, 통화 유도, 계좌이체가 결합된 복합 범죄이기 때문에, 어느 한 단계만 막아서는 전체 흐름을 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핵심은 범죄의 전 단계, 즉 피해가 발생하기 전에 위험을 포착하는 데 있다.
그런데 금융 앱이 켜져 있을 때만 감지하는 기존 방식에는 이미 치명적인 구멍이 뚫려 있다. 실제 현장에서는 전체 악성 앱 피해의 절반 이상이 금융 앱이 실행되지 않은 상태에서 발생하는데, 이 구간이 방치돼 왔기 때문이다. 이 사각지대를 메우는 기술이 바로 국내 보안벤처기업이 개발한 ‘24시간 상시 감지’ 기술이다.
사용자가 제공한 이미지 자료에는 이 구조적 문제가 명확히 정리돼있다. 금융사의 악성 앱 탐지 공백, 공공 앱의 미활용, 금융사 간 공조 부재, 그리고 민간 전문기업을 활용하지 않는 관성이 보이스피싱을 키워온 네 개의 구조적 원인으로 제시돼있다.
즉 피해는 기술이 없어서가 아니라, 구조가 막혀 있어서 커져 왔다는 뜻이다.
따라서 해법 역시 구조를 바꾸는 데 있다. 금융·공공 앱에 24×365 상시 감지 기능을 탑재하고, 탐지된 위험 정보를 실시간으로 수사기관과 공유하며, 민간 보안 벤처기업을 범정부 TF의 핵심 파트너로 끌어들이는 것이 그 핵심이다. 이것이 기술과 행정을 결합한 국가 방패다.
이 모델은 더 이상 실험이 아니라 이미 현실에서 작동하고 있다. 국내 보안 벤처기업이 운영하는 ‘시티즌코난’ 플랫폼은 금융앱이 꺼져 있어도 단말기 전체를 감시하며 악성 앱을 탐지하고 있고, 이 기술은 베트남 정부가 한국형 공동대응망을 벤치마킹할 정도로 국제적 신뢰를 얻고 있다.
베트남 공안부와 중앙은행, 그리고 3대 통신사가 한자리에 모여 이 시스템을 배우려 한 장면은 보이스피싱 대응이 이제 기술과 제도의 국제전으로 넘어갔음을 보여준다. 범죄가 글로벌화된 만큼, 방어 역시 국가 단위의 글로벌 모델이 필요해진 것이다.
이 지점에서 이재명정부의 전략은 분명해진다. 해외에서는 전세기로 범죄자를 끌고 오고, 국내에서는 은행·통신·민간 보안 벤처기업을 묶어 사전 차단망을 구축함으로써 범죄의 전 과정을 동시에 압박하겠다는 구상이다. 추적과 차단을 동시에 가동하는 양면 작전이 시작된 셈이다.
이것이 대통령이 말한 ‘국제사기 행각에 대한 강경 대응’의 실체다. 검찰의 신속대응팀과 경찰 TF, 국정원의 정보망, 그리고 카카오뱅크의 FDS와 국내 보안벤처기업의 상시 감지 기술이 하나의 방패로 결합될 때 범죄의 성공 확률은 급격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 구조가 완성되는 순간 보이스피싱은 처음으로 ‘돈이 안 되는 범죄’가 된다. 전화 한 통으로 수억을 벌 수 없게 되면 조직은 유지될 수 없고, 그렇게 범죄의 경제성이 무너지는 순간 조직범죄는 스스로 붕괴한다는 점에서, 범죄를 근절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도덕이 아니라 손익계산서를 바꾸는 일이다.
그동안 이 범죄는 너무 쉬웠지만 이제는 국경도, 계좌도, 단말기도 모두 범죄자에게 불리한 공간으로 바뀌고 있다. 범죄 비용이 급등하는 순간 전쟁의 승패는 이미 결정된 것이나 다름없게 되고, 그 결과 더 이상 사기꾼이 유리한 경기장은 존재하지 않게 된다.
이번 캄보디아 송환은 단순히 73명을 데려온 사건이 아니라 이정부가 이 범죄를 어떻게 정의하는지를 보여준 상징적인 장면이었다. 그것이 개인의 부주의가 아니라 국가가 막아야 할 범죄며 피해자의 불운이 아니라 국가의 책임이라는 선언이라는 점에서, 국가는 분명히 피해자 편에 서겠다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그리고 그 선언을 현실로 만드는 수단이 바로 기술과 공조, 그리고 국가의 집행력이다. 말이 아니라 구조를 바꾸고 있다는 점에서 이정부는 이 싸움에서 박수 받을 자격이 있으며, 정책이 문서가 아니라 현장에서 작동하기 시작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보이스피싱은 더 이상 전화 속 목소리가 아니라 국제 범죄의 칼날이 됐지만, 지금 한국은 처음으로 그 칼날을 기술과 국가 권력으로 막아내는 단계에 들어섰다. 이 싸움의 성패는 결국 국민의 일상과 자산을 얼마나 안전하게 지켜내느냐로 평가될 것이며, 국가의 역할 역시 바로 이 최소한의 안전을 보장하는 데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