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서진 기자 = 지난 2024년 말부터 거센 찬반 논란의 중심에 섰던 동덕여대가 결국 지난달 3일, 2029년 남녀공학 전환을 공식화했다. 대학 측은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재정 위기 타개’를 핵심 명분으로 내세웠으나, 최근 총장의 교비 집행 적절성 논란이 불거지며 공학 전환의 당위성이 급격히 힘을 잃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학교는 장기 적자를 이유로 공학 전환의 불가피성을 강조해 왔다. 2026학년도 입시가 진행되는 가운데 지원 동향은 예년과 비교해 뚜렷한 변동을 보이고 있다. 학칙에서 ‘여성’ 문구를 삭제하는 개정안이 추진되면서 교내 집회가 이어지는 등 학내 갈등도 장기화되는 양상이다.
생존과 현실
동덕여대가 공학 전환의 핵심 동력으로 삼은 것은 ‘재정 건전성’이다. 대학 측이 지난해 6월 한국생산성본부(KPC)에 의뢰한 연구용역 결과에 따르면, 현 여대 체제를 유지할 경우 적자 규모가 2035년 122억원, 2040년에는 300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됐다.
반면 남녀공학으로 전환해 남학생 신입생을 충원하고 유학생 유치를 극대화할 경우, 약 979억원 규모의 재정 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제시됐다. 이에 따라 대학은 지난달 23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학칙 개정안을 전격 공고하며 체질 개선의 행정적 근거를 마련했다.
개정안의 핵심은 학칙 제1조 교육 목적에서 ‘여성 전문인’이라는 표현을 ‘전문인’으로 변경하고, 제63조 학생 활동 승인 사항 가운데 ‘집회’ 관련 조항을 삭제하는 데 있다.
대학 측은 이번 학칙 개정에 대해 “성평등과 다양성이라는 시대적 가치에 부응하고, 창학 정신을 현대적으로 확장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학교는 학칙 제81조에 따라 개정안을 공고했으며, 이에 대한 의견은 학사지원팀에 제출하도록 안내했다.
동덕여대에 따르면 현행 학칙 제1조는 ‘창학정신과 교육이념에 따라 고도 산업기술 사회와 정보화 사회에 필요한 전문 지식과 기술을 교수·연구해 지역사회와 국가, 나아가 인류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지성과 덕성을 갖춘 여성 전문인을 양성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번 개정안에서는 해당 조항에서 ‘여성 전문인’ 문구를 삭제하는 한편, ‘창학정신’ 관련 표현도 함께 수정됐다.
대학의 이 같은 행정 절차를 두고 학내 구성원 간의 시각 차는 뚜렷하다. 지난 9일 월곡캠퍼스 본관에서 기자회견을 연 총학생회 ‘위드’는 재학생 및 휴학생 61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결과를 발표했다.
이들에 따르면 조사 결과 응답자의 87.5%가 ‘여성’ 문구 삭제에 반대했으며, 학사 구조 개편안에 대해서도 70.1%가 거부감을 드러냈다. 이번 설문은 지난 4일부터 8일까지 재학생과 휴학생 615명이 참여한 가운데 진행됐다.
2029년 남녀공학 전환 공식화
변화 명분으로 재정 위기 강조
학생들은 대학평의원회가 학칙 개정을 추진하는 방식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총학생회는 “학생의원 전원이 반대하더라도 안건이 가결될 수 있는 구조 속에서 논의가 강행되고 있다”며 “학생 의견 수렴 없이 추진되는 학칙 개정과 발전 계획 심의를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동덕여대 이수빈 총학생회장은 “공학 전환을 기정사실로 한 학칙 개정은 논의가 아닌 이미 정해진 결론을 정당화하는 절차에 가깝다”고 비판했다.
지난해 동덕여대는 공학 전환을 공식화하며 “재학생의 학업 환경을 2029년까지 보장하고, 공론화 과정에서 나타난 반대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겠다”는 신중한 입장을 견지했다. 하지만 대학의 이 같은 절충안에도 불구하고, 대외적인 입시 지표는 변수를 겪고 있다.
현재 서울 소재 주요 여자대학(이화·숙명·서울·성신 등)들은 학령인구 감소라는 공통된 위기 속에서도 15~16대 1 안팎의 전년도 수준 대비 경쟁률을 유지하거나 이보다 상승하며 여대 교육 환경에 대한 안정적인 수요를 증명하고 있다.
입시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특화된 교육 환경과 브랜드 가치가 수험생들에게 여전히 유효한 선택지로 작용하고 있다”고 풀이했다.
반면, 동덕여대의 경우 2026학년도 입시에서 전년 대비 유의미한 지원자 감소세가 나타났다. 2025학년도 대비 수시 지원자는 약 6500명, 정시 지원자는 1600명가량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오는 2월까지 진행되는 정시 추가모집 변수가 남아있으나, 2024년 말부터 이어진 학내 갈등과 학교 이미지의 변화가 수험생들의 지원 심리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게 교육계의 중론이다.
대학 본부 역시 이런 지표 변화를 의식한 듯 갈등을 마무리하고 부정적 외부 이미지를 개선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임을 인정했다.
서울 모 대학 입학처 관계자는 “지원자나 경쟁률이 줄어든 수치보다도 성적이 좋지 않은 수험생들이 빈틈을 공략하면 추후 신입생들의 수준도 하락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여기에 총장과 학교 법인을 둘러싼 사법 리스크가 더해지고 있다. 서울 종암경찰서는 지난해 11월 동덕여대 김명애 총장에 대해 일부 혐의가 인정된다고 보고 검찰에 송치했으나, 조원영 이사장 등 동덕학원 관계자들에 대해서는 혐의가 없다고 판단했다.
먼저 무너진 신뢰
지원율마저 ‘뚝’
이후 서울북부지검은 지난달 보완 수사를 요구하며 사건을 다시 경찰로 돌려보냈다. 경찰은 지난달 23일 고발인인 여성의당 관계자를 불러 재조사를 진행했다. 해당 사건은 2024년 12월17일 여성의당이 김 총장과 조원영 동덕학원 이사장 등 학교 관계자 7명을 배임·횡령 혐의로 고발하면서 불거졌다.
앞서 종암서는 지난달 초 김 총장을 업무상 횡령·사립학교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다. 김 총장은 교육 목적과 직접 관련 없는 법률 자문 및 소송 비용을 교비에서 충당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동덕여대는 2024년 말 본관 점거와 래커칠 등 방식으로 농성을 벌인 학생 22명을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이후 학생들을 상대로 한 법적 대응을 두고 비판이 확산되자 학교 측은 고소를 취하하고 처벌불원서를 제출했지만, 해당 혐의가 반의사불벌죄에 해당하지 않아 학생들은 검찰에 송치된 상태다.
이 과정에서 대학이 지난해 말 예산 편성 단계에서 법률 대응을 목적으로 1억원의 추가 예산을 편성한 사실도 드러났다.
이에 대해 여성의당은 “교비회계에서 법률 비용이 지출된 것 자체가 업무상 횡령에 해당한다”며 “총장의 개인적 소송 방어와 학생 고소에 학생들의 등록금이 사용된 것은 명백한 문제”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동덕여대 관계자는 “해당 법률 비용은 학교 운영과 관련된 사안의 적법성을 검토하기 위해 편성된 것으로, 법적으로 문제 될 소지는 없다”며 “사전에 복수의 법률 자문을 거쳤고, 모두 적절하다는 판단을 받았다”고 입장을 드러냈다.
대학이 재학생을 상대로 형사 고소에 나서는 경우는 이례적이지만 법적으로는 가능하며, 주로 수업이나 행정 업무방해나 시설 훼손 등 학교 운영에 중대한 피해가 발생했다고 판단될 때 검토된다. 형사 절차와 별도로 학칙에 따른 징계도 병행될 수 있어, 학생은 형사 처벌 가능성과 함께 정학·제적 등 학업적 불이익이라는 이중의 부담을 지게 된다.
“허탈하다”
동덕여대 24학번 A씨는 “서울권 대학들의 입시 경쟁률이 눈에 띄게 떨어졌다는 인상을 받은 적은 없다”며 “최근까지 입시 시장을 가까이에서 경험해 온 입장에서 여대라는 이유만으로 수요가 급감하고 있다는 주장에는 공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여대의 정체성과 교육 환경을 유지하는 일이 쉽지 않다는 점은 이해하지만, 그것이 곧바로 공학 전환으로 이어져야 하는지는 의문”이라며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보고만 있어야 하는 처지에 허탈함을 느낀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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