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공항, ‘김대중공항’ 개칭 논의⋯갑자기 무슨 일?

2026.01.09 16:13:30 호수 0호

지역 시민단체 “우상화 멈춰야”
정가 “이미지 쇄신 필요” 의견도

[일요시사 취재2팀] 김준혁 기자 = 최근 정부와 광주·전남 등 관계기관들이 무안국제공항의 명칭을 ‘김대중공항’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히면서, 지역사회에서 찬반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역 시민단체 호남대안포럼은 “무안공항의 개칭을 당장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호남대안포럼은 지난 6일 성명을 통해 “정부와 지역 정치권이 책임 회피를 위한 국면 전환용으로 ‘공항 이름 바꾸기’라는 해괴망측한 해결책을 제시했다”며 “이름만 바꾼다고 고귀한 200명의 목숨을 앗아간 정치의 실패가 달라지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정책 실패는 결코 우상화로 덮을 수 없다”며 “참사가 발생했다면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은 철저한 진상규명으로 재발을 막고 제대로 된 보상으로 유가족을 위로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왜 무안공항만 특정 정치인의 이름을 강요하는가”라며 “사회적 합의 없이 국가시설 명칭을 무리하게 밀어붙인다면 ‘국립김대중대학교’ 명칭이 학생들의 반발로 파행을 빚었던 전철을 다시 밟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전남 지역 국회의원들은 지난달 목포대·순천대가 추진하는 통합 대학 명칭으로 ‘국립김대중대학교’를 제안했다가 대학 측에서 항의가 빗발치자, 이틀 만에 후보에서 제외한 바 있다.


논란의 발단은 지난달 17일 대통령실 주관으로 기획재정부·국방부·국토교통부·광주시·전남도·무안군이 참여해 열린 ‘광주 군 공항 이전 6자 협의체’ 첫 회의에서 관련 내용이 거론되면서다.

당시 공동 발표문엔 정부가 무안공항을 서남권 거점공항으로 육성하기 위해 호남지방항공청을 신설을 추진하는 한편, 명칭을 ‘김대중공항’으로 변경하는 방안도 검토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협의회’는 “명칭 변경까지는 몇 년의 시간이 남아있는 지금, 무안공항이 안전한 서남권 거점공항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진상규명을 통한 재발 방지가 우선”이라고 주장했다.

유가족협의회는 “6자 협의체 회의를 시작하기 전에 희생자 179명을 위해 묵념은 했는지 묻고 싶다”며 “유가족을 고려하지 않고 시작한 회담이었기 때문에 별도의 의견은 없다”고 말했다.

지역 여론도 찬반이 팽팽하게 맞섰다.

<뉴스1> 광주전남본부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지난달 29~30일 전남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무안공항 명칭 변경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묻는 질문에 찬성 응답은 47%, 반대는 43%로 나타나 오차범위 내에서 접전을 보였다.

연령별로는 40대 이하에선 반대가, 50대 이상에선 찬성이 상대적으로 많아 반응이 엇갈렸다.

이번 조사는 이동통신 3사 제공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 추출해 전화조사원 인터뷰 방식으로 진행됐다. 지난해 11월 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 기준으로 성별·연령별·지역별 가중치를 부여했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 응답률은 15.8%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정가에선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이후 무기한 폐쇄된 무안공항의 정상화를 위해, 향후 운행 재개 과정에서 이미지 쇄신이 필요하지 않겠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 과정에서 명칭 변경을 통한 ‘리브랜딩’도 대안으로 꼽힌다.

지난해 11월, 광주 군 공항 통합 이전 사전협의체 회의에서도 관련 논의가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김영록 전남도지사는 지난 2007년 개항 때 ‘김대중공항’ 명칭 한 차례 논의된 점을 언급하며,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김 전 대통령의 이름을 붙이면 인지도 제고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취지로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김대중공항’으로 최종 확정될 경우, 국내 공항에 전직 대통령 이름이 붙는 첫 사례가 된다.

실제로 해외에선 공항에 국가 지도자나 역사적 인물의 이름을 붙인 사례가 적지 않다.

미국 뉴욕의 ‘존 F. 케네디 국제공항’은 지난 1948년 개항 당시 ‘뉴욕 국제공항’으로 불렸으나, 케네디 전 대통령 암살 사건 이후 그를 기리기 위해 명칭이 바뀌었다. 프랑스 파리의 ‘샤를 드골 공항’ 역시 신공항 건설과 함께 제2차 세계대전 때 ‘자유 프랑스’의 상징이었던 전 대통령의 이름을 붙였다.

이 밖에도 인도의 인디라 간디 국제공항, 이탈리아의 레오나르도 다빈치 국제공항 등의 사례가 있다.

반면 일각에선 공항 명칭에 특정 정당 출신 인물의 이름을 붙일 경우 불필요한 정쟁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지난 2024년 6월 대구·경북 통합 신공항 명칭을 둘러싸고도 유사한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당시 허복 경북도의원은 오는 2029년 개항을 목표로 추진 중인 신공항을 ‘박정희 국제공항’으로 명명하자며 “영남권을 대표하는 국제공항으로서 상징성을 극대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이철우 전 경북도지사도 “다 짓기 전에 공감대가 형성될 것”이라고 호응했다.

그러나 지역 시민단체 등은 ‘시대착오적인 우상화 사업’이라며 반발했고, 명칭 논의는 이후 결론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kj4579@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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